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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 총칼 아래 멈추지 않는 미싱… 일상이 된 착취와 강제노동, 저항은 계속된다

미얀마 | 총칼 아래 멈추지 않는 미싱… 일상이 된 착취와 강제노동, 저항은 계속된다

미얀마의 노동자들이 처한 위기는 결코 우리와 멀리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미얀마 노동자들이 만드는 옷과 가방은 글로벌 의류·패션 공급망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팔려 나간다. 한국에 사는 우리가 구입하는 옷들에서도 '메이드 인 미얀마' 라벨을 흔히 볼 수 있다. 현지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는 미얀마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초국적 자본의 착취와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이다.

2026년 10월 05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지속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폭락 속에서, 양곤(흘라잉따야, 슈웨삐따 등)과 바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봉제업과 제조업 노동자들이 심각한 노동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미얀마 노동 현장을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미얀마 노동뉴스(Myanmar Labour News)가 2026년 1월 보도한 사례를 미얀마 노동사회(Myanmar Labour Society)가 분석한 결과, 봉제공장 25곳을 포함한 29개 사업장에서 노동법·노동권 침해와 관련한 보도 38건이 확인됐다. 침해 내용은 임금 삭감(15곳), 협박과 강요(13곳), 강제 연장근로(12곳), 휴가 박탈(9곳), 부당해고(8곳) 등으로, 노동권에 대한 침해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는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침해는 외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여러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미얀마 군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고 있다.

중국계 자본의 봉제 하청공장 한펙스의류(Hanfex Garment)는 노동자들을 채용할 때 일당 12,000짯(한화 8천원)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8,000짯(약 5400원)만 지급했다. 역시 중국계 기업인 세이프티 클로딩(Safety Clothing Myanmar)은 야근 시 월 40만~50만 짯(26~33만원)을 보장한다고 홍보한 뒤 각종 명목으로 급여 상당액을 일방적으로 공제했다. 이처럼 채용 당시 공고했던 기본급이나 상여금을 실제 지급일에는 대폭 삭감하여 지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JOC의류 공장에서는 법인명 변경과 경영진 변경을 구실로 숙련 노동자의 근속수당을 백지화하거나 기본 급여를 15만 짯 이상 삭감하는 꼼수를 부려 노동자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또한 단 하루 결근을 이유로 일당뿐 아니라 3만~4만 짯에 달하는 만근수당(한 달 동안 지각, 조퇴, 결근 없이 출근율 100%를 채운 직원에게 지급)을 통째로 삭감하거나, 급여명세서를 주지 않는 공장들도 다수 적발되었다.

슈웨피타르 공단에 위치한 밍판 의류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모습
슈웨피타르 공단에 위치한 밍판 의류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모습

선라이즈 패션(Sunrise Myanmar Fashion)과 스카이 패션(Sky Fashion) 등 공장들의 경우에는 하루 서너 시간의 강제 잔업이 자행됐다. 또 긴급하게 떨어진 원청의 생산 주문 납기에 맞춰야 한다는 명목으로 자정 넘어 새벽까지 철야 작업을 시키고, 당일 오전 8시에 다시 정상 출근을 요구하는 가혹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원더풀어패럴(Wonderful Apparel)과 LZS어패럴에서는 크리스마스나 독립기념일 같은 공휴일과 일요일에 출근을 강요하면서 할증된 임금(통상임금의 200%)을 지급하지 않거나, 이 근무를 휴무일에 대한 '대체 근무'로 처리해버렸다. 이렇게 해서 잔업 수당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꼼수를 쓴 것이다. 심지어 한펙스의류 공장에선 정당하게 잔업을 거부하는 노동자에게 관리자가 폭언을 퍼붓거나, 퇴근 셔틀버스까지 쫓아가 멱살을 잡고 위협한 뒤 해고해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 착취를 자행하는 현지 공장들 중에는 한국 기업도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본사가 소재한 예진에프앤지(YEJIN F&G) 소유의 공장 ‘YEJIN F&G Garment’에서는 관리자들이 확성기나 마이크를 들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비현실적인 생산 수량을 맞추라고 고성을 지르는 행태들이 자행됐다. 한펙스의류에서는 공장 내 2층 작업 라인 노동자들이 물을 마시러 1층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거나 재봉틀 앞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등,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감금 통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흘라잉따야 공단의 YEJIN F&G 공장
흘라잉따야 공단의 YEJIN F&G 공장

미얀마의 현행 노동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근로계약 체결과 함께 노동자에게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교부해야 한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 후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중국계 대형 의류·봉제 공장인 핸섬 가먼트(Myanmar Handsome Garment)에서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 내용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서명을 위조·날조하여 해고 됐을 때 노동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법적 권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원청 바이어들의 하청공장 인권 실사에 대비해 아동 노동 착취를 기만적으로 운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스카이패션 공장에선 글로벌 의류 브랜드의 실사가 있을 때마다 14~16세 미성년 노동자들을 무단 해고하여 숨겼다가, 감사가 끝나면 다시 이들을 법적 보호가 없는 '일용직'으로 재고용한다. 성인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시키면서 임금도 깎는다. 또 일감이 줄어들면 일용직 노동자를 무단 방출(해고)하고, 일감이 다시 늘어나면 재채용을 대가로 4만~6만 짯(2만6천원~4만원)의 뒷돈을 요구하는 사례들도 드러났다.

작업장 내 의료 접근권을 제한하거나 여성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을 침해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려 외출증을 요구해도 관리자가 묵살하며 작업을 강요했고, 결국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온 노동자를 '무단 결근' 처리하여 해고했다. 가령 글로벌 브랜드의 핸드백을 위탁 생산하는 자폰 핸드백 공장(Jafon Handbag Factory)에서는 관리자들이 중개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외부에서 온 외국인 남성을 작업장 안으로 끌어들여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시장 물건처럼 구경하고 감시하게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관리자들은 결혼 중개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처럼 군부 정권 하에서의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양곤 흘라잉따야 산업단지에 위치한 골든파이브(Golden Five Myanmar)에서 노동자 400여 명은 제조라인별 소통망을 꾸려 작업을 중단하고 임금 인상과 만근수당 삭감 금지, 구내 식당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2026년 1월 7일 시작된 파업은 12일까지 계속됐다.

마찬가지로 흘라잉타야 산업단지에 위치한 타이탄트리(Titan Tree Myanmar) 공장에서도 대규모 파업이 일었다. 2026년 2월 19일에 시작된 파업은 일주일 간 지속되다가 26일 저녁 노사 간 합의로 종결됐다. 공장 측은 노동자들의 열두 가지 요구를 거의 모두 받아들였으며, 파업 기간 임금 손실에 대해서는 2만 짯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군부 통치와 내전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타이탄트리 노동자들이 쟁취한 작은 승리는 민주주의와 생존권을 열망하는 다른 미얀마 민중들에게도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파업 중인 타이탄트리 노동자들
파업 중인 타이탄트리 노동자들

그러나 자본가들은 군부의 철저한 방조와 묵인 속에서 더 많은 착취를 기도하고 있기도 하다. 2026년 1월 말, 이터널패션(ETERNAL FASHION) 공장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저임금을 견디다 못해 일당 인상, 상여금 지급, 진료소 설치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감행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 요구안을 제시한 바로 다음 날인 1월 30일, 사측은 3천 명 이상이 일하던 공장을 오전 11시부터 폐쇄한다고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이후 교섭테이블에는 군부정권의 노동당국 관계자들이 현장에 '중재'라는 명목으로 군부 치안 부대를 대동해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결국 노동자 대표들은 조정기구 앞에서 1,475명의 노동자에게 퇴직금과 근속 관련 보상, 휴가수당, 1월 임금 등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31일,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쿠데타 발생 5년 동안 6천 명 이상의 민간인, 활동가, 노동조합원이 살해되거나 처형됐고, 350만 명 이상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ITUC 사무총장 뤽 트라이앵글(Luc Triangle)은 “군부 통치를 지속하려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국제노동기구(ILO) 제33조의 조치를 전면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33조는 "회원국이 지정된 기간 내에 조사위원회 또는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ILO 이사회는 해당 권고의 준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혜롭고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총회에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라이앵글 사무총장은 “군부 정권의 폭력 행위를 가능케 하는 모든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제트 연료, 군사 장비, 자금 흐름에 대한 공급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ITUC는 미얀마 군부가 작전을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 연료, 금융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사이, 곳곳에서 강제 노동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노동조합총연맹(CTUM) 역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군부 정권에 연료, 무기, 장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군부의 잔혹 행위에 공모한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의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군부 정권의 민간인 학살과 군사력 강화를 추동하는 에너지를 계속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CTUM은 전 세계 노동운동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제재 위반자에 대한 감시만이 아니라, 군부 정권에 대한 모든 형태의 지원이 즉시 중단되도록 함께해 줄 것을 촉구하며, “혁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군부 당국은 미얀마일반노동자연맹(FGWM) 등 16개 노동조합·노동단체를 ‘불법 노동단체’로 규정했고,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한 체포와 구금, 수배가 이어졌다. 많은 핵심 활동가들이 이미 군부에 체포·구금됐거나, 탄압을 피해 국경지대 등으로 피신해 있으므로 공개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6년 3월 미얀마 난민 현황 |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
2026년 3월 미얀마 난민 현황 |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

그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미얀마 국내에서의 탄압과 강제 징집을 피해 탈출해서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의 출입국 당국에 구금된 이들의 상황도 위태롭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대 5천 명을 미얀마로 돌려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9월 29일에는 첫 번째로 1,476명을 미얀마 해군 선박을 통해 송환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발적 송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인권단체들은 내전과 강제징집이 계속되는 미얀마로의 귀환을 '안전하고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쿠데타 이후 5년하고도 8개월, 미얀마의 노동 현장은 '군부의 비호 아래 자행되는 무제한적 노동 착취'의 위기에 빠져 있다. 당국의 관리감독은 완전히 붕괴됐고, 글로벌 의류 브랜드 공장들에서는 생산 주문을 맞추기 위해 강제 야근, 임금 갈취, 아동 노동 은폐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자생적 파업과 단결 행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를 지원해야 할 시민사회와 독립 노조 기반이 군정의 탄압과 재정 고갈로 심각한 존폐 위기에 놓여 있고, 노동자들은 고립되어 있다.

미얀마의 노동자들이 처한 위기는 결코 우리와 멀리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미얀마 노동자들이 만드는 옷과 가방은 글로벌 의류·패션 공급망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팔려 나간다. 한국에 사는 우리가 구입하는 옷들에서도 '메이드 인 미얀마' 라벨을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지 공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는 미얀마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초국적 자본의 착취와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는 곧 노동의 위기다. 따라서 우리는 국경 지대에서 고군분투하는 미얀마 노동운동가들을 지원하고, 국제적인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글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