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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으로 번져가는 고등학생들의 투쟁

프랑스 전역으로 번져가는 고등학생들의 투쟁

마크롱 정부의 긴축정책과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연대로 이어지며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6년 10월 21일

2026년 10월 6일 화요일,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의 주도로 시작되어 대학생·교사·학부모·노동조합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 합류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내무부는 제3차 행동(Acte III)으로 이름 붙여진 이 집회에 프랑스 전역에서 26만 6천 명(파리 5만 6천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으나, 주최 측은 전국적으로 45만 명(파리 십만 명)이 집결했다고 발표하며 이날 투쟁이 최근 수십 년간 벌어진 청년 운동 중 최대 규모임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투쟁의 주체가 고등학생이라는 특정 집단을 넘어 사회 전반의 광범위한 연대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시위 초기부터 고등학생들의 요구를 지지해 온 대학생 연합(Union Étudiante)의 합류로 전국 30여 개 대학 캠퍼스와 공립 고등교육기관의 40%가량이 봉쇄되거나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더 나아가 릴(Lille), 마르세유(Marseille), 리옹(Lyon), 렌(Rennes) 등 주요 도시의 시위 행렬에는 학생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대거 동참했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지지하는 할머니(Mamie en soutien)”라는 팻말을 든 노년층이 목격되었으며, 파리를 비롯한 다수의 도시에서 성인 시민·교원 노조 조합원·지역 선출직 공직자·농민 연합(Confédération paysanne) 소속 농민들과 철도 노동자들까지 합류하여 학생들을 에워싸고 경찰의 진입을 막는 역할을 했다.

"분노한 부모들"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
"분노한 부모들"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

투쟁의 구호 역시 초기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뿐만 아니라 국가 폭력에 대한 규탄으로 급격히 확장되었다. 9월 중순부터 이어진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무력행사로 인한 미성년자 피해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랑스(Lens)에서 15세 소년이 경찰이 발사한 수류탄 폭발로 손이 절단되는 비극이 발생했고(10월 5일), 투르(Tours)에서는 16세 소년이 고무탄 발사기(LBD)에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으며(9월 30일), 생투앙로몬(Saint-Ouen-l'Aumône)에서는 14세 소년 에덴(Eden)이 최루탄에 안면을 직격당해 턱뼈가 두 군데 골절되는(9월 28일) 등 참혹한 상황이 속속 벌어졌다. 이에 격분한 시위대는 “우리는 방안이 필요한 것이지 절단된 손발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Des moyens, pas des moignons)”라는 팻말을 드는 것을 포함하여, 공권력의 폭력을 강하게 규탄했다. 경찰 폭력으로 이날 부상당한 사람의 수만 320명(학생 172명, 교육 종사자 78명, 경찰 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경찰은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대 6,547명을 체포하였는데, 이 중 87%는 미성년자이다.

파괴자 부담법(Loi Casseurs-Payeurs)

저항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강경 진압과 책임 전가로 일관했다. 10월 6일 하원에 출석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Sébastien Lecornu) 총리는 야당의 거센 비판 속에서도 “경찰의 조직적인 탄압은 없었다”고 단언하며 폭력 사태를 개별적인 사고로 치부했다. 그는 국가 폭력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공화국 경찰에 대한 모욕이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며, 극좌파와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선거를 위해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부상당한 청소년들의 영상이 소셜 미디어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프랑스의 시위를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자,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와 주무 장관들을 엘리제궁으로 긴급 소집하여 사태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여론의 압박 속에 교육부 장관 에두아르 제프레(Édouard Geffray)는 이전에 이미 제시했던 의견 수렴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개설과 입시 시스템(Parcoursup)의 투명성 제고 등의 유화책에 이어, 추가로 일선 학교에서의 반나절 토론회 개최를 새로이 약속했다. 하지만 전국학교장노조(SNPDEN-Unsa)를 비롯한 교육계 종사자들은 교육 관련 예산을 늘릴 수 없다고 선언한 상황 속에서, 교육부의 제안을 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완벽한 불협화음이자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시위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탄압 수단을 강화했다. 정부는 이른바 파괴자 부담법(Loi Casseurs-Payeurs)의 상원 심사를 10월 27일로 앞당기기로 하였다. 이 법안은 시위 현장에서 폭력이나 기물 파손이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파괴 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해산 명령 이후 해당 무리에 자발적으로 남아있던 참가자 전원에게 1인당 최대 10,000 유로(현재 환율 기준 약 1,500만 원)의 민사상 연대 책임을 묻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처럼 연좌제적 성격을 가졌을 뿐 아니라, 벌금의 강제 징수를 위해 저소득층의 주택수당(APL)이나 가족수당 등 필수적인 사회복지 급여를 압류할 수 있는 조항까지 포함하고 있어, 시민사회와 법조계로부터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와 반발을 낳고 있다.

들불

2026년 가을 투쟁은 정치 조직의 기획이 아닌, 붕괴된 공교육 현장에서 매일 고통받는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산발적인 봉쇄에서 출발했다. 아프리카 연안의 해외 영토인 마요트(Mayotte)에서 이미 수주 전부터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 진행 중이던 가운데, 프랑스 본토에서는 9월 18일경부터 국지적인 학교 봉쇄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운동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9월 21일, 파리 외곽의 노동계급 밀집 지역인 크레테유(Créteil)의 생텍쥐페리(Saint-Exupéry) 고등학교에서 수많은 교사들의 공석과 미배치 사태에 분노한 학생들이 학교 입구를 막아서면서부터였다. 이 시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인근 학교들로 전파되어 9월 24일과 25일 이틀간 수도권인 일드프랑스(Île-de-France) 지역의 60여 개 고등학교가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투쟁의 주요 전개 경과는 다음과 같다.

  • 9월 28일~29일 (전국화 및 제1차 행동): 시위는 파리와 수도권을 넘어 마르세유, 릴, 리옹, 니스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되었다. 9월 29일 공공부문 총파업과 맞물려 고등학생 조합 연합(USL)은 전국적인 학교 봉쇄를 촉구했다. 교육부 추산 338개 학교가 영향을 받았으며 45개 교가 완전 봉쇄되었다.
  • 10월 1일 (제2차 행동): 시위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국 1,027개 고등학교가 영향을 받았고, 900건 이상의 직간접적 행동이 발생했다. 마르세유에서는 18개 고등학교가 완전 봉쇄되었고, 소방차와 버스가 전소되는 격렬한 충돌 속에 대중교통(RTM; 마르세유 도시권 교통공사) 운행이 전면 중단되었다. 엑상프로방스, 브레스트, 낭트, 메스 등지에서도 대규모 행진과 경찰의 최루탄 진압이 교차하며 사태가 악화되었다. 시위는 국경을 넘어 벨기에 리에주(Liège) 지역의 학교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 10월 2일~6일 (정부 교섭 결렬과 제3차 행동): 10월 2일, 에두아르 제프레 교육부 장관이 학생 단체 대표들을 면담했으나 실질적인 재정 지원 약속 없이 온라인 플랫폼 신설 등의 미온적인 대책만을 내놓았다. 이에 실망한 학생 연합은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을 결의했고, 10월 6일 대학생과 시민 사회가 합류한 대규모 제3차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요구

10월 5일, 대학생연합과 고등학생조합연합은 시위의 자생적이고 파편화된 목소리를 하나로 규합하여 정부에 공식적으로 2027년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청년들의 요구: 10대 긴급 조치”(Dix mesures d'urgence)를 발표했다. 이들은 본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즉각적으로 10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핵심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 교육 인프라 혁신을 위한 긴급 투자: 비가 새고 석면이 방치된 낡은 중등·고등 교육 시설의 전면적인 개보수. 특히 기후 위기에 따른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교실 내 냉방 시설 확충
  • 필수 인력의 대규모 확충: 미배치 및 결원 교사에 대한 즉각적인 대체 인력 확보.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진로를 책임질 보건 인력 및 심리·진로 상담 교사를 학생 500명당 1명 비율로 대규모 채용
  • 학습권 보장과 일과표 정상화: 한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여 과밀 학급 해소. 점심시간 최소 1시간 30분 보장 등 학생들의 생체 리듬과 생활을 존중하는 학사 일정 및 일과표의 전면 개편
  • 대입 정보 및 선발 시스템인 파르쿠르쉬프(Parcoursup) 폐지: 대학 및 석사과정 진학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적 선발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고졸·대입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만으로 원하는 지역의 대학에 조건 없이 진학할 수 있는 권리 보장
  • 고등교육 인프라 확대: 대학 입학 정원을 물리적으로 늘려 선택적 배제 시스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고등교육 15만 개 자리 추가 창출
  • 청소년 인권 보장: 2026년 새 학기부터 도입된 학교 내 스마트폰 및 통신기기 전면 사용 금지 조치 철회 등 학생 자율권 보장
  • 예산: 2027 예산법안에 명확한 예산 반영
  • 학생 생활 여건 보장(대학생 추가 요구): 사회보조금 산정의 부모 가구 귀속 철회, 주거보조금(APL) 동결 철회, 1유로 학식 전원 제공 재원 확보, 비EU 유학생 APL 폐지와 차등 등록금 반대

붕괴

현재 시위에 나선 십 대들은 출생 인구수가 높았던 2010년경에 태어나, 마크롱 정부 10년 동안 진행된 교육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8년 대비 중등교육 학생 수는 25만 명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는 2017년 집권 이후 첫 번째 임기 5년 동안에만 중등교원 숫자를 8,000여 명 줄이는 등, 재임 기간을 포함해 9년여 동안 1만여 명을 감축했다. 그 결과 공립 고등학교 학급의 70%가 30명 이상의 학생을 수용하고 있으며, 20%는 35명을 초과하는 심각한 과밀 상태에 놓여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의해 기온이 높아졌음에도 낙후된 교육 시설에 대한 적절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중학교 건물들은 지어진 지 평균 61년을 기록하고 있으며, 일반계·기술계 고등학교는 65년, 특히 직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71년에 이른다. 2015년 이후 신축·개보수가 이루어진 건물은 15%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연도별 신생아 수 (1982~2025) 자료: Insee(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
프랑스의 연도별 신생아 수 (1982~2025) 자료: Insee(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

한편, 열악한 교육 환경은 기존의 불평등 구조와도 연결되어 있다. 교사들은 점수에 따라 자신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우선 배치된다. 그 결과 시위가 촉발된 크레테유, 베르사유와 같이 노동계급 거주 비율이 높은 대도시 교외 지역의 교사 결원율과 이직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심각하다. 이들 지역에서 학생들은 수개월 동안 핵심 과목 교사 없이 방치되는 교육 공백을 일상적으로 겪었다.

2019년 장 미셸 블랑케(Jean-Michel Blanquer) 전 교육부 장관이 주도한 고교 체제 개편도 학생들의 삶에 큰 어려움을 주었다. 전통적인 문과(L), 경제사회(ES), 이과(S) 계열이 폐지되고 12개의 선택 과목을 조합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일과표는 극도로 파편화되었다. 학생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교에 머무르면서도 중간에 3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의 공강을 견뎌야 하는 일상을 강요받고 있다. 더욱이 과목 선택의 세분화로 인해 한 학급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수가 개편 전인 2018년 평균 18명에서 2020년 30명으로 급증하여, 학생과 교사 간의 안정적인 유대감이 만들어지는 것도 어려워졌다.

여러 불만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현행 대입 정보 및 선발 시스템 파르쿠르쉬프에 있었다. 교육전문가들은 파르쿠르쉬프가 복잡한 알고리즘과 투명하지 않은 평가 기준을 통해 문화 자본(capital culturel)과 정보력이 풍부한 상위 계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하는 사회적 선별 기제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3년 발표된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2022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는 OECD 국가 중 사회적 불평등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되었으며, 사회경제적 배경이 가장 유리한 학생과 불리한 학생 간의 점수 격차가 무려 100점에 달했다. 프랑스는 학위가 고용 안정성 및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선진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사회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기득권 계층에 유리하고, 작동 방식이 모호한 파르쿠르쉬프가 자신들의 미래를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강제로 분류하고, 안정된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느끼고 있다. 2024년 실행된 파르쿠르쉬프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에서 77%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21%는 폐지를 원한다고 답했다. 오늘날 청년 사이에서는 “학위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지만, 학위도 더는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모순적 상황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고 있고, 이것은 개별적 경쟁의 격화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경쟁에서 밀려나 막다른 길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안은 격렬한 저항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평등

지금까지 살펴본 교육 문제의 배경에는 심화되는 경제적 양극화와 빈곤의 일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이후 마크롱 정권이 추진한 시장주의적 재편은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를 낳았다. 빈곤율 지표는 이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프랑스의 빈곤율 (2012~2024) 기준: 중위 생활 수준의 60%, 자료: Insee(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
프랑스의 빈곤율 (2012~2024) 기준: 중위 생활 수준의 60%, 자료: Insee(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

Insee(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프랑스의 빈곤층은 한 해 만에 65만 명 늘어 2024년 약 980만 명으로, 빈곤율은 15.4%에 이르렀다. 18세 미만 아동 빈곤율은 21.9%, 한부모 가정은 34.3%에 이른다. 같은 해 하위 10%의 생활 수준은 실질 1% 줄고 상위 10%는 2.1% 늘었으며, 지니계수는 0.294에서 0.297로 올라 2011년 최고치(0.306)에 근접했다. 2024년에는 배당 소득이 32% 늘면서 불평등이 30년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CAC 40(파리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40개 기업을 선별해 산출한 주가 지수)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주주 보상액은 2025년 또다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분노는 자신들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사회 구조 자체를 향하고 있다.

확산

국가는 청년들의 불만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고등학생 운동에 대한 이러한 경찰의 체계적 투입과 체포 규모는 프랑스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프랑스에서는 2016년 노동법 반대 시위 이후 도심에서의 청년 시위 진압 전술이 강경해졌다. 청년 시위를 선제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대량으로 체포하고, 최루탄·고무탄 등 위험한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정치 경험을 하는 청소년들에게도 그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정부는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학생 집회를 강경하게 진압했는데, 이는 비슷한 시기였던 10월 1일 지방의 세무서를 농기구를 활용해 공격했던 농민 단체에게는 온건하게 대응했던 것과 비교된다. 정부는 고등학생들을 단순히 무단결석자나 쉽게 선동당한 어리석은 집단으로 폄하하며, 압도적인 물리력을 통해 억제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 폭력 영상이 소셜 미디어로 퍼지며, 참여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늘어났고,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들에게까지 널리 확장되었다. 그리고 운동 초반에 학교 앞에서 벌어졌던 봉쇄와 불심 검문 등이 지난 20~30년 동안 이민자와 그 2세 3세 비중이 높은 대도시 교외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인종주의와 결부된 차별적인 통제와 이에 맞선 대응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확산의 중요한 요소였다. 특정 법안이나 개혁안에 대한 반대 행동과는 달리 일상에서 느낀 다양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들을 통해 수평적인 확산이 이루어지고, 서로 다른 계층과 지역에 속한 여러 청년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는 점에서 이전의 청년 운동과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10월 중순 들어 더욱 확대되었다. 10월 17일에는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의 위기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려, 내무부 추산 55만 명, 주최 측 추산 80만 명이 참가했다. 고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서 시작된 투쟁이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생활 문제에 대한 불만과 결합하면서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과 노동조합

정부와 우파 그리고 극우 정치 세력들은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혼란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데에 주력했다. 이들은 경찰의 강경 진압을 옹호했다. 법무장관은 학교 시설 파손 비용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기도 했다. 이와 같이 폭력의 양상만을 부각하고 투쟁의 배경을 배후 조종으로만 설명하는 태도는 청년 운동에 대한 전형적인 대응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것은 교육과 불평등의 문제를 치안 유지와 처벌의 문제로만 환원시킨다.

반면 좌파들은 학생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이들은 총리가 의도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정부가 강행하려는 파괴자 부담법이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 폭력을 감시하고 충돌을 완화시키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의 시위가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교육의 붕괴에 따른 필연적 결과임을 강조하면서 내무장관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들의 운동은 이민과 치안 중심이던 선거 의제를 교육과 공공서비스로 돌리고 있기도 하다. 극우 세력이 이 운동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폭력만을 부각하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도 작용한다. 그러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교육에 대한 과소 투자와 불평등 확산이라는 현실 속에서 운동의 규모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한편, 교육계 노동조합과 전국적 산별 노조, 그리고 학부모 단체들은 학생들의 요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10월 2일 FSU(통합노조연맹), CGT(노동총동맹), FO(노동자의 힘), CFDT(프랑스민주노동총동맹), Unsa(전국자율노조연합), Sud(연대노조연합) 등의 여러 노동조합들이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과 활동 양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연합한 교육계 공동투쟁본부를 통해 10월 6일로 예정된 투쟁에 파업으로 연대할 것임을 밝히고, 동참하였다. 특히 CGT는 정부의 탄압을 전례 없는 규모의 폭력이라고 비판하며, 인권연맹 및 전국학부모연맹과 공동으로 국무조정실 산하 인권수호관에 국가 폭력을 제소했다. 노동조합에 속한 교사 및 노동자, 그리고 학부모연맹 소속 회원들은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함을 주장하며, 무장 경찰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벌였다. 또한 이들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100억 유로 규모의 추가적 교육 예산을 예산안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적 대안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10월 1일 내놓은 2027년 예산안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540억 유로(약 80조 원)에 달하는 큰 폭의 재정 삭감을 결정했다. 교육 부문에서는 학생 주거보조금 동결, 1유로 학식 재원 절반만 확보, 교사 정원에 대한 추가적 감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같은 긴축안에 대해 여러 측면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우선 긴축의 고통이 불균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회보장재정 증가율을 2%로 억제하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의료 및 돌봄 예산을 실질적으로 삭감했고, 1,260유로 이상의 연금 수령액을 동결시켰으며, 저소득층의 생존 수단인 주택수당(APL)과 가족수당마저 묶어버렸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지표 역시 동결되었다. 반면, 대기업과 초부유층의 부를 증식시키는 대표적인 조세 회피 수단인 연구개발 세액공제(CIR)와 가족 기업 상속 시 막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뒤트레유 협약(Pacte Dutreil)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감사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뒤트레유 협약은 2024년 기준 연간 55억 유로의 엄청난 세수 손실을 유발하는 부자 감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취임 이후 9년이 넘는 임기 동안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자본의 부담을 줄여 낙수 효과를 기대하는 공급 중시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적 불평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고 빈곤이 심화되었다. 한편 긴축 기조의 정책이 지속되었지만, 긴축이 성장을 약화하고, 약한 성장이 재정을 악화시키며, 이에 따라 부채 비용의 증가가 다시 긴축을 부르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면서, 맹목적인 긴축 정책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약자들의 구매력 확보를 위한 재정 지출보다 부자 감세와 기업 지원에 따른 세수 감소가 더 컸다는 지적이 국회 보고서 등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약자들은 소득 중 의식주와 같은 필수적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정부는 부유세(ISF) 폐지, 자본 소득에 대한 부담 완화, 법인세(IS)의 지속적 인하, 기업부가가치세와 주민세의 점진적 폐지, 사용자 사회보장 분담금 인하를 추진해 왔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연구개발 세액공제와 뒤트레유 협약 등도 세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부채 그 자체의 규모보다도 부채가 시장에 노출되면서 지불하게 되는 막대한 규모의 이자 부담이 더 큰 문제이며, 공공 부채를 금융 자본의 논리가 완전히 관철되는 부분으로부터 공적인 통제가 가능한 부분으로 옮겨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도 더 커졌다.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 앞쪽 팻말에는 “국가는 교외 지역 청년들을 외면한다”라고 적혀 있다.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 앞쪽 팻말에는 “국가는 교외 지역 청년들을 외면한다”라고 적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긴축론자들은 재정 지출의 액수 혹은 재정 적자의 숫자 자체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활용되는 재원이 실제 현실의 고용·물가·생태 등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 면밀하게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부문에 대한 생산 여력이 더 남아 있을 경우, 이 부문에 대한 공적 투자는 오히려 경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특히 기후 위기의 시대에 녹색 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생태적 투자 계획 실행은 경제 전체의 안정성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래의 지속 가능성도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은 교육·의료 부문에 대한 적절한 공적 지출에도 적용된다.

2026년 가을 교원 부족과 열악한 학업 환경에서 촉발된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시장주의적 교육 재편과 광범위한 불평등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을 폭발시켰고, 학부모·교사·노동조합과의 넓은 연대로 이어졌다. 10월 17일에는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의 위기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저항과 결합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한 물리적 억압과 시위 참가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시민적 권리의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년여간 추진해 온 맹목적 긴축과 자본 친화적인 정책 기조가 경제적 양극화와 이에 따른 분노와 좌절의 심화,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극우 정치 세력의 득세를 초래했음에도,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서 그 기조를 더 극단적으로 몰아붙였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는 대신, 극단적 불평등의 해소, 그리고 과감한 공공적 교육 및 생태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거리의 젊은이들은 외치고 있다.

글: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