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후원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는 회원들의 활동과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플랫폼C가 계속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활동회원 또는 후원회원으로 함께해 주세요!
무전략 6년… 민주노총에 필요한 것은 전략과 비전 | 2026 전국노동자대회

무전략 6년… 민주노총에 필요한 것은 전략과 비전 | 2026 전국노동자대회

이번 민주노총 선거는 결코 ‘사회적 대화 기구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싼 찬반 투표에 갇혀선 안 된다.

2026년 11월 06일

혼란스러운 선거판… 민주노총은 어디로 가나

민주노총 총연맹 선거가 다가왔다. 그러나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선거 공간에 감도는 기운은 혼란과 무력감이다. 선거를 앞두고 열린 임시대의원대회는 현장 숙의 없는 무리한 직권 상정과 집단 이석으로 파행을 겪었고, 중앙선관위의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 논란까지 겹치며 선거판은 시작부터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현장에서는 도대체 민주노총이 누구를 위해 뭘 하려는지 알 수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번 선거가 정권과 자본의 메가프로젝트를 앞세운 노동개악에 맞설 ‘투쟁 전략’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경사노위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공허한 찬반 프레임에 갇혀버렸다는 점이다. ‘3연임’에 도전하는 양경수 후보는 상층 협상을 유일한 돌파구인 양 밀어붙이고 있고, 선거판의 쟁점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투쟁 동력과 전략 없는 협상은 필패

현장의 투쟁 계획과 전략 없이 협상 자리에 먼저 앉았을 때 어떤 참담한 결과가 나올지는 뻔하다. ‘일단 대화 기구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교섭은 언제나 정권과 자본의 들러리를 서고 우리 노동자를 무장해제시키는 결과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의 행보를 보더라도, 지금 민주노총에 절실한 것은 어설픈 대화 구걸이 아니라, 명확한 ‘투쟁 계획’이다. 지난 2월 “노동운동 열심히 하라”던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동자의 쟁의 국면에서는 군사독재 시절의 흉기인 ‘긴급조정권’을 만지작거리며 쟁의권을 위협했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을 쟁취했지만, 일부 민주당 지자체들은 ‘원청 사용자성 회피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정권을 상대로 투쟁 계획도 없이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은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 던져진 노동개악 폭탄

이재명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주40시간제 무력화와 화이트칼라 노동시간 예외 허용, 기간제 사용 기간 4년 연장, 제조업 파견 허용 등 노동권을 추락시키는 자본의 숙원사업을 대리해 ‘노동법 치외법권 지대’를 확산시키려 한다. 이미 개악 계획을 발표했고, 국회에는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개악 법안들이 버젓이 상정됐다.

교섭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투쟁과 현장의 조직화가 우선되었을 때만 의미가 있다. 투쟁과 조직화를 방기한 현 집행부의 무전략은 정세의 위기와 맞물려 현장의 분위기마저 침체시킨다. 정권이 노동개악의 칼날을 뽑아 든 이상, 민주노총은 이를 분쇄할 구체적인 투쟁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그러나 양경수 집행부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원·하청 공동의 투쟁을 조직하기는커녕, 현장 숙의나 토론조차 없었다. 표본이 왜곡된 온라인 설문조사만 근거 삼아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참여 안건을 직권 상정했고, 대화기구 명칭 변경이나 합의제 운영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대화 참여를 정당화했다. 개악 법안이 올라간 상황에서 현장 투쟁 없이 대화 조건만 따지는 것은, ‘노동개악의 폭을 얼마나 흥정할 것인가’라는 정권의 판에 끌려들어 가는 발상일 뿐이다.

일자리 소멸 공포에 갇힌 무·전·략

거대 양당과 주류 언론은 “AI가 노동자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공포를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무력감을 부추기고 있다. 양경수 집행부는 이러한 자본의 담론에 맞설 능동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TV 토론 등에 나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사후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방어적인 틀에 머물렀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노동의 소멸이 아니다. AI 물결 아래 착취 전략의 심화다. 자본은 AI와 알고리즘을 노동자를 대체하는 데 쓰기보다, 일터를 초 단위로 감시해 사측의 힘을 키우고, 알고리즘 뒤로 숨어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지우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기술의 이름으로 노동권과 일터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내셔널센터 민주노총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개별 단체협약을 위한 투쟁은 산별노조가 중심이 되어 싸우더라도, 총연맹은 법·제도적 대응과 담론 싸움을 주도하며 AI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제기해야 했다. 또한 단체협약을 통해 ‘알고리즘 도입에 대한 사전 동의권’, ‘데이터 수집 범위 제한’, ‘노동자의 기술 통제권’ 같은 교섭 의제를 표준 지침으로 벼려내야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6년의 무전략 상태 끝낼 리더십을 세우자!

지금 민주노총의 문제는 대화기구에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격변기에 맞설 대항 담론과 투쟁 전략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현장의 힘을 모으는 기초 공사 없이 형식적 조건을 알리바이 삼아 정부·자본과의 대화로 직행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며, 노동개악의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만 키울 뿐이다.

노동자의 단결과 힘은 상층 협상 자리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조직화와 대중 투쟁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협상력도 생겨난다. 자본의 기술 도입과 일자리 감축 공세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패배주의를 넘어, AI·산업전환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권과 일터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현장의 치열한 대중 토론과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는 결코 ‘사회적 대화 기구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싼 찬반 투표에 갇혀선 안 된다. 관료주의와 전략 부재 상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갈림길에서, 자본과 정권이 설계해 놓은 메가특구의 덫과 인공지능에 대한 신화를 깨부수고 일터의 최전선에서 노동권을 되찾아올 ‘현장 중심의 리더십’을 어떻게 세워낼 것인가를 묻는 치열한 노선의 경연장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