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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메가프로젝트라는 폭주를 멈춰라

AI와 메가프로젝트라는 폭주를 멈춰라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장이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론 위에서 막대한 전력과 물, 공공재정을 재벌에 쏟아붓는 3대 메가프로젝트. 기후와 노동, 지역사회를 희생시키는 이 위험한 도박과 폭주를 멈춰야 한다.

2026년 09월 18일

이 글은 플랫폼C 9월 월례포럼 <3대 메가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참여한 김민재 회원이 포럼의 주요 내용과 토론을 바탕으로 작성한 후기이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를 앞세운 3대 메가프로젝트가 기후와 노동,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짚고, 이에 맞선 움직임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언젠가부터 메가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듣기 시작했다. 월례포럼 <3대 메가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 에 참여한 후 찾아보니 올해 6월 29일 발표된 프로젝트였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정부와 학계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여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국민보고회"에 초대되지 못한 보통의 시민이라 그랬을까? 월례포럼을 듣기 전까지는 메가 프로젝트가 막연히 반도체에 대한 것이라고만 알았지,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 산업통상부가 낸 보도자료는 말 그대로 전쟁의 비유로 가득하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판세를 주도하기 위해" 수도권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기에 완성하는 "속도전", 반도체 성장 거점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거점전", 유망한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도전"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쟁의 비유는 단순히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도약"이라는 수사 뒤에는 3백 여 개의 노동, 환경, 사회에 관련된 규제를 일거에 제거하려는 시도가 있다. 케케묵은 수사 같겠지만, 말 그대로 자본과 국가가 사회와 자연 전반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독점과 착취의 AI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된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과 AI의 빠른 성장 혹은 거품이 동시에 나타난 걸 빼놓을 수 없다. 월례포럼에서도 짧게 이야기가 나왔지만 여타 산업에 비해 반도체는 특히 특정 국면에 더욱 초호황을 맞이하는 특성이 있다. 노트북, 스마트폰, 서버 및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 등 특정 국면에서 반도체 주요 제품의 가격이 장기간 상승세를 보이고 자본은 엄청난 초과 수익을 거둔다. 이번 초호황에는 거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구조적인 초호황이 상당히 장기간 지속되며, AI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리라는 장밋빛 전망에서 출발하고 있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반에 서있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AI 전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AI 혹은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수많은 기술을 한데 묶어 부르는 말이며, 그 안의 기술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져 왔다는 점이다. 이 기술들의 발전의 역사에서 인공지능이 순탄하게 발전해온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열정과 낙관론은 여러 번 나타났다가 거품처럼 사라지곤 했다. 냉전 이후 시도된 기계번역은 70년대를 거쳐 낙관론이 식으며 첫번째 AI 겨울 (예산이 삭감되고 관심이 식는 시기)을 맞이했다. 80년대에는 다시 규칙 기반으로 인간 처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전문가 시스템이 상용화되었지만 금방 그 인기가 식고 두번째 AI 겨울이 찾아왔다.

현재 우리가 챗GPT 등으로 익숙한 LLM(대규모언어모델) 이외에도 수많은 기술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아닌 개인사용자 규모의 그래픽카드나 라즈베리파이 같은 초경량 PC에서도 용도에 따라 그에 맞는 자연어 처리(NLP), 컴퓨터비전(CV), 이상탐지,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디코더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적정 인공지능 기술, 시민 인공지능 기술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초거대 데이터센터에 기반한 거대언어모델(LLM)을 끝없이 발전시키는 것 만이 유일한 기술적 경로이고,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만들 수 있다는 식의 과대광고가 끊임없이 나온다.

가장 큰 눈속임은 역시 이러한 AI가 비물질적이며, 비정치적이라는 선전일 것이다. 대규모 AI는 수많은 물질적 비물질적 투입물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대규모 모델을 학습시키고 추론 모델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대규모의 천연자원과 에너지가 빨려들어갈 뿐만 아니라, 인간 노동 혹은 인간의 영혼까지 빨려들어간다. 인공지능 훈련을 위해서 방대한 원자료를 분류한 것은 바로 인간 지능이다. AI 기업은 글로벌 사우스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AI가 학습한 자극적인 폭력적인 글과 이미지를 걸러내는 노동은 사람의 영혼을 부순다. 하루 8시간 넘게 끔찍한 이미지를 보며 태깅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AI는 그야말로 물질적이며, 노동 착취적이고, 정치적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AI는 여러 번 겨울을 맞이했었다. 이번에는 과연 언젠가 터질 거품이 아닐까? 포럼에서 연사가 보여준 자료는 AI 거품의 가능성을 여러 자료로 보여주고 있다. 현 AI 산업과 관련된 엔비디아, MS, 오라클, 인텔, 오픈AI 등을 중심으로 복잡한 순환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자본 조달 시장에서 빌리기 어려운 자금을 타 기업에게 받고, 이 자금으로 다시 그 기업의 장비 구입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미국 빅테크 5개사의 숨겨진 부채가 약 2400조에 달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오는 형편이다. AI 거품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는 바로 투자 확대에 비해 수익성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수익에 비해 비용이 2~7배 이상 높은 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AI에 대한 불신 또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18~34세 설문 조사에서 AI가 이득보다는 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견이 55%로 높았다.

3대 메가 프로젝트라는 전쟁 혹은 도박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앞서 살펴본 AI 경쟁과 발전, 반도체 호황이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허약한 기반 위에 올라타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낙관론 하에 규제완화, 세제 감면, 전력과 물 등의 인프라 공급 등을 거침없이 추진하려 하는 중이다. 이미 소위 "K-칩스법"을 통해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 세액 공제율을 최대 20%(기본 15% + 임시 5%)로 높아진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해도 최근 3년(23~25년) 법인세 감면을 21조원 이상 받은 상황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인한 추정되는 전력 추가 수요도 막대하다. 반도체 설비는 21.4GW(2041년 기준), 데이터센터는 18.4GW(2035년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25년 국내 총 발전소 용량 150GW의 27%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흔히 대형 핵발전소의 1기 용량이 1.4GW임을 감안하면 신규 핵발전소 28개가 더 지어져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현재 핵발전소는 26기 운영되고 있다.) 이토록 막대한 추가 수요를 감안할 때, 2035년 까지 2018년 대비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약 70% 감축한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을까하는 무거운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자본의 요구는 한결 같다. "빠르게, 싸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 삼성전자는 "원전 확대, PPA 적극 추진"해달라고 요구했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반도체 팹 전력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해 원전 연장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PPA라 불리는 전력구매계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전력 민영화의 한 가지 방식이기 때문이다.

PPA는 전기 생산자와 사용자가 직접 계약을 맺으면서 한전이 독점한 판매 시장이 사실상 민간 개방되고, 한전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방식으로, 현재는 재생에너지 발전에만 허용되고 있다. 여기에 가스발전이나 핵발전소도 PPA가 가능하도록 자본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단지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경우에는 민자발전과 결합된 형태로 PPA가 추진되고 있다. 500메가와트 이하의 열병합 발전소를 분산형 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단 점을 이용해, SK는 울산 미포 산업단지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PPA를 추진하는 중이다.

AI 데이터센터 산업 또한 허상의 수요 위에 서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체 AI 데이터센터 수요 중에서 이동 가능한 것이 50%라 추정하고 그 중 30%를 한국이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데이터센터 개발은 SK 등 대기업 자본의 자체 자금으로는 진행하기 어렵기에 부동산 개발 등에서 쓰였던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으로 이루어진다. GS나 SK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새로운 전략 사업으로 보고 그룹 계열사의 역량(반도체, 발전소, 건설, 통신 등)을 집약하고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 사업은 대기업의 권력과 지대 추구 행위를 강화시키고 인프라를 PPA,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기법으로 금융화시키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있어서 전력과 함께 중요한 자원은 물이다. 반도체 설비에서는 초순수로 정제한 물로 공정에서 나온 불순물을 씻어낸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물을 이용해 서버 설비의 열기를 식히는데 이 물은 많은 양이 증발해 다시 유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용인에는 하루 130만 톤, 호남에는 65만 톤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할까? 이는 부산, 인천, 경남과 같은 광역 지자체의 하루 생활용수로 취수하는 양과 맞먹거나 더 많은 양이다. 이미 가뭄 등으로 생활용수 공급조차 어려웠던 강원 동해안권에도 2.4GW 급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평시와 비상시의 물 사용 권리에 대해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더 많은 용수 공급을 위해 댐 건설이 이야기되기 시작했고, 농민들은 기존의 농업용수 댐의 취수권을 빼앗기고 더 안 좋은 수질의 용수를 공급받게 한다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민주당의 물 관리법 개정안은 비상 시에 첨단 산업에 대해 물 관리 계획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데이터센터에 의한 피해가 지역공동체에서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여론이 70%를 넘어선 상황에서 반대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전기사용량 급증으로 전기 요금이 3배 이상 오르거나, 물 수급 문제에서 데이터센터에 우선권이 가거나, 소음 문제로 거주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생기면서 뉴욕 주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일시적인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AI와 메가프로젝트라는 폭주를 멈춰라

3대 메가프로젝트이라는 '속도전'은 메가특구 특별법이라는 형태로도 나오고 있다. 연내 입법 추진될 이 법은 300여 개의 사회, 환경, 노동 규제를 일거에 철폐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자본의 민원창구가 된 국가가 온갖 특혜를 기업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처음 말한대로 사회와 자연에 대한 전쟁이란 말이 수사가 아닌 것이다.

포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질문이 나오고 정보가 공유되었다. 특히 여러 현장과 각 지역에서 각각 나오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전라광주에 거주하면서 지역의 여론이 개발 프로젝트에 경도되어 있고 이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개발 사업에 대해 잘못된 환상을 가지는 것을 단순히 지역 시민들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이러한 환상을 부추기는 국가나 구조를 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또한 전남광주에서도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모여 강연을 열기도 하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개발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용인에서는 학교를 관통하는 대형 고압가스관을 반대하는 대책위가 결성되어 투쟁을 하는 중이라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이미 곳곳에서 급작스런 대형 개발 사업에 대해 파열음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이번 월례포럼을 통해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비판적인 이해를 가질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작으나마 폭주를 멈추기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9월 19일 토요일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은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는 구호를 걸고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맞선 대중운동을 만들어가는 바로 그 첫발걸음이다.

마지막으로 919 기후정의행진 구호를 인용해본다.

  • 기후를 파괴하고 온실가스 늘리는 메가프로젝트 중단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하라
  • 노동권 파괴하고 불평등 강화하는 메가 프로젝트 중단하고 기후위기 속에서 존엄한 삶을 위한 기본권을 보장하라
  • 재벌의 AI-반도체 산업에 자원을 쏟아붓는 메가 프로젝트 중단하고 모두를 위한 생태적 전환과 공공성 강화에 나서라
  • 농지 용수 빼앗는 메가 프로젝트 중단하고 생태친환경농업 확대로 농민의 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보장하라
  • AI 기반 방위산업 육성으로 군비경쟁 강화하는 메가프로젝트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 전쟁 종식과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라.

글 : 김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