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0월7일은 ‘이스라엘’(시온주의 점령체제)가 가자를 침공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감행한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0월3일,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은 살해당한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추모하고 휴전 후에도 지속되는 시온주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기 위해서 보신각에서 <No 이스라엘, Stop 집단학살>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약 3천 명 가까운 사람이 함께했다.
분노
이날 집회는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의 정세보고에 이어 팔레스타인인 사하르 타이시르 칼룹이 직접 지은 시 낭송, 오종헌 국민연금지부 지부장, ‘이스라엘산 들어갔나요’ 웹페이지를 제작한 조앤, 팔레스타인문화연대 우경, 대학 취업박람회 저항행동을 조직한 ‘팔레트’의 소냐, 김다은, 의지, 지원, 명, 시아바시 사파리 재한 이란인 정치학자, 트럼프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황정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신정섭,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김명학,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산진, 향린교회 교인 강성윤, 나희덕 시인의 시낭송까지 그간 팔레스타인 연대에 함께 한 개인과 단위들의 뜻깊은 발언으로 채워졌다.
집회기획과 포스터행동, 홍보물제작, 연락 등의 실무, 당일 자원활동까지 많은 사람들의 준비와 참여로 집회가 풍성하고 안전하게 진행되었다.
보신각 사전 행사와 다양한 부스, 호레이와 이랑의 흥겹고 멋진 공연과 ‘저항과 소음’의 흥겨운 레이빙에 맞춰 구호를 외친 행진, 트럼프와 네타냐후에게 신발던지기와 ‘이스라엘’대사관 앞 다이인 퍼포먼스, 마지막으로 장풍의 대동놀이까지 다양한 행사와 집회 기획으로 참여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는 왜 3년이 되도록 거리에 나와야 했을까? 예의 바른 사람들이 왜 뛰기 시작했는가?[1]

살아 남은 자는 먼저 떠난 자를 위해 추모하고 애도한다고 한다. 자연사로 돌아가신 분에게는 적절한 명제일 수도 있으나 불의·부당·억압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에게 추모, 애도란 표현이 과연 충분할까?
물론 우리는 추모도 하고 애도도 한다. 슬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인범들이 (심지어 개인이 아닌 식민 점령국의 점령군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뻔뻔하게 세상을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거리에 나온다. 규탄하고, 요구하고, 맹세한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용서하지 않겠다고.[2]
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 랍니다 [3]
10.3 집중 집회를 주최하고 조직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팔레스타인긴급행동)은 2023년10월부터 꾸준히 ‘이스라엘’이 감행하는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한국 정부· 자본·대학·문화예술계 등 많은 국내 기관과 단체들이 집단학살 주범 ‘이스라엘’ 점령당국·점령군·군수기업 등과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흔히 ‘방산기업’이라고 포장되는) 군수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하 ‘한화’)는 ‘이스라엘’ 점령군[4]에게 가자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학살적 침략전쟁에 총과 화약을 제공하고 있다. 집회에서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활동가 우경은 한화가 “민주화 투쟁을 진압하고 이한열 열사에게 발사된 최루탄을 만들던 ‘한국화약’의 후신 기업"이라고 폭로했다. 정부와 주류언론은 ‘K-방산’이라 포장하며 한화의 주가 상승에 환호하지만, 정작 그 이익이 사람들의 피로 범벅되어 있다는 사실은 감춰진다.
심지어 한화는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각종 문화 행사를 주최하고 문화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 한강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매년 한화가 주최하는 신분 세탁 행사이다.[5] 그리고 한화그룹의 후원으로 이름을 걸친 ‘퐁피두센터 한화’도 전형적인 아트워싱이다. 폭탄을 만드는 기업이 에스파냐(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와 파쇼 이탈리아의 폭격을 묘사하며 전쟁을 비판한 ‘게르니카’를 전시하는 것은 원작자인 피카소에 대한 모욕이다. 팔레스타인문화연대 우경의 발언처럼 예술과 노동은 죽음과 파괴를 미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스라엘’이 대표하는 시온주의 세력이 저지르는 이른바 ‘인종청소’[6], 아파르트헤이트, 침략전쟁, 집단학살에 가담하는 한국 기업은 한화 뿐만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주택을 불법 철거하는 굴착기를 만들고 파는 ‘보금자리파괴자’Home Destroyer HD현대[7]를 비롯하여 팔레스타인 농민을 추방한 ‘이스라엘’ 농장에서 기른 레몬농축액을 제품에 첨가하는 매일유업, 팔레스타인 영해의 천연가스 탐사권을 ‘이스라엘’ 점령 당국에서 매입한 공기업 한국석유공사 등 대기업과 정부기관 중 ‘이스라엘’과 연루되어 있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이스라엘산 들어갔나요’ 웹페이지를 제작한 조앤은 집회에서 우리의 삶과 일터에서 이스라엘 산 재료가 들어간 식품을 쓰지 않는 BDS운동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문화예술계도 ‘이스라엘’과 교류를 맺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스라엘영화재단’의 후원을 받고 제작된 〈예스!〉상영[8]에 이어 작년 서울국제무용축제SIDance 가 주한‘이스라엘’대사관 공관 차석을 초청하고, ‘이스라엘’ 무용단의 〈폐허 〉الأطلال 공연을 올렸다. [9]심지어는 한국 민주주의의 심장인 광주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이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의 후원 하에 ‘예루살렘이스라엘박물관’과 공동 주최를 감행하기도 했다. [10]팔레스타인긴급행동과 팔레스타인문화연대 등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이스라엘’의 아트워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대부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단이 나타났다!
한국 정부는 주한’이스라엘’대사의 집단학살 행위, 전쟁 범죄 미화 및 정당화에 대해 대사 초치나 추방 등의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범 국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유지하며 협력하고 있다. 덧붙여 ‘이스라엘’과 아파르트헤이트에 무기, 화약, 굴착기를 제공하는 한화, HD현대 등에 제재 및 인권 실사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영해의 천연가스 탐사권을 ‘이스라엘’ 점령 당국에서 불법 매입한 공기업 한국석유공사도 마찬가지다.
앤터니 로엔스틴Antony Loewenstein은 『팔레스타인 실험실』The Palestine Laboratory 에서 지적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는 ‘이스라엘’의 잔혹 행위 기술들은 팔레스타인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이스라엘은 미국 등 서방의 절대적 지원 아래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는데 사용된 무기 기술, AI기술, 각종 데이터를 축적해 무기를 팔고 이익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 자본, 기관들이 집단학살에 공모ㆍ방조하고 이윤을 얻고 있는 지금, 팔레스타인 문제는 우리와 결코 먼 일이 아니며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10월 3일 당일, 몇몇 기독교 단체들은 ‘2026 서울 이스라엘 평화 대회 및 행진’을 열었다. 극단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생명 우선’(Pro-Life)을 강조하며, 혐오와 편견에 휘둘려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잊고 부정하고 외면한다.
그들이 우선시하는 생명에 ‘이스라엘’이 폭살, 총살한 20,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어린이, 만 1세 미만 아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의 이란 침공 전쟁 첫날에 미나브 초등학교를 폭격해 사망한 120명의 어린아이들과 임신 중이던 교사와 그의 태아 역시 추모를 받지 못한다.
집회 발언에서 향린교회의 강성윤 교인은 집단학살의 사상인 시온주의가 유럽 그리스도교의 토양에서 자라났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땅 없는 민족에게 민족 없는 땅을” 주자는 터무니없는 구호를 만든 것은 장로교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식민지배, 군사점령, 집단학살을 멈추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동 책임이라는 호소도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이란, 레바논, 예멘 사람의 생명은 우리와 똑같이 소중하다. 무슬림, 기독교인, 비 종교인 생명도 모두 소중하다.
국민연금
지난 8월 국민연금이 ‘이스라엘’의 국채 약 404억 원과 ‘이스라엘’ 기업의 회사채 약 167억원, 주식 약 712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됐다.[11] 심지어 국채 404억 원 중 약 327억 원은 2023년 10월 7일, 즉 집단학살 본격화 이후 발행된 전쟁국채이다.
그 외에도 국민연금은 셰브론과 메타 주주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인권실사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는데, [12]이 중 셰브론은 ‘이스라엘’에게서 가자 해안 천연가스 채굴 면허를 받아 팔레스타인 영해의 천연 자원을 수탈하는 최우선 보이콧 대상 기업이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두가 기여하는 국민연금 납부금이 전쟁 범죄 국가에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오종헌 위원장의 발언을 빌리자면 공적 연금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의 존엄한 삶을 지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노동자와 시민의 노후를 지키려는 노력과 팔레스타인에서 자신의 삶과 존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바람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신정섭님은 유가족의 사명을 느낀다며 내가 받은 고통을 절대로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고, 눈을 감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며,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 세상에서 나 혼자 행복할 수는 없다고 외쳤다.
가장 억압받는 장애인의 해방과 팔레스타인 해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연대한다는 노들 장애인 야학 김명학 교장의 발언도, 전투병이든 비전투병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침략 전쟁에 동참해서는 안되며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트럼프규탄 국제민중행동의 황정은의 발언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집회 후 이어진 행진은 보신각에서 시작하여 광화문을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이어졌다. ‘저항과 소음’의 멋진 디제잉과 구호 제창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우리는 분노했지만, 슬퍼하기보다 함께 힘을 내길 원했다. 시민과 관광객들의 호기심과 환대를 맞으며 구호를 외쳤다. 거리에서 구경하다가 우리 행진에 합류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외쳤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전쟁을 멈추기 위해 광장에 나온 우리와 함께 해주십시오!

더 깊고 넓은 연대
지금도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란, 예멘에서는 학살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주류 언론에서 보도되는 이란과 예멘에 비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진행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특정 주류 언론에서는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 공범이자 주범인 미국은 올해 초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대통령을 납치하였고 64년 째 일방적으로 봉쇄해 온 쿠바를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언론과 각국 정부의 방임 속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허울뿐인 ‘휴전’과 부동산 투기 업체와 다를 바 없는 ‘평화위원회’를 내세워 진실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이스라엘'과 미국이 집단학살, 기아학살, 생태학살, 학문학살 등 팔레스타인에 수많은 학살을 가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휴전 중인 지금도 ‘느린’ 집단학살이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 시온주의의 피의 굶주림은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3천 명 가까운 사람이 집중집회에 함께 하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연대 행사와 모금, 항의행동이 지속되는 것은 운동의 큰 성과이다. 이것은 긴급행동을 비롯해 팔레스타인과 함께하는 수많은 연대자들이 집단학살이 시작된 2023년10월 3일 이후로 팔레스타인의 진실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존엄과 해방을 위한 연대는 우리의 해방에 더 가까이 가는 일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조금 느리더라도, 우리의 힘을 믿고 함께 연대하고 행동하자.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팔레스타인 자유를!
참고
[1] 이랑,〈늑대가 나타났다〉인용. 실제로 행진 중 대오를 정비하려고 많이 뛰었다.
[2] 쇼아Shoah, השואה를 비롯한 나치가 저지른 각종 집단학살의 생존자가 외치는 구호 중 하나인데 시온주의자에 의해서 흔히 악용을 당한다. (쇼아: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라고 안 쓰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굳이 한개 고르자면 홀로코스트ὁλόκαυστον의 원래 의미가 ‘불로 완전히 태운 제물’이라는 것이다. 집단학살을 제물로 비유한다는 것의 문제점은 오래 제기된 문제이다. 참고로 쇼아는 히브리어로 ‘재앙’을 뜻하고, 아랍어로 번역한다면 나크바Nakba, النكبة라고 쓸 수도 있다.)
[3] 이랑,〈늑대가 나타났다〉.
[4] 일명 ‘이스라엘방위군’, 영어로 ‘Israel Defense Force’, 약칭 IDF; 연대자들은 흔히 이 군대가 절대로 ‘방위’하는 군이 아니라 여겨 대신 IOF, ‘Israel Occupation Force’로 흔히 부른다.
[5] 그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여의도 한강공원에 모여 불꽃을 보는 시민들에게 한화라는 학살 장사꾼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행동을 벌였다. 팔레스타인문화연대(@kcapalestine)와 Abandon Hanwha Campaign(@abandonhanwha)의 인스타 게시물 참고.
[6] 인종청소를 띄움표에 넣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세르비야의 보스니아 집단학살을 당시 세르브 학살범이 ‘인종청소’라고 표현해서 흔히 쓰이기 시작한 유래에서이다. 즉 학살범이 용어라는 뜻이다. 지금도 국제법상 ‘집단학살’과 달리 ‘인종청소’라고 불리는 범죄는 없다. 다만 인종청소에 함의되는 행위는 반인류범죄로 분류된다.
[7] 유엔 인권최고위 보고서에도 언급되었다: 참고) 프란체스카 알바네제Francesca Albanese, ‘A/HRC/59/23: From economy of occupation to economy of genocide –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Palestinian territories occupied since 1967’ 유엔인권최고위 보고서, 2025년7월2일
[8]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자지구 홀로코스트 앞에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시대적 소명을 묻는다 – 이스라엘 영화 <예스!>의 상영 철회를 촉구하며〉입장문
[9] 「이스라엘 문화예술 보이콧 캠페인 ‘모자이크’」 (@kccbi.mosaic) 연서명
[10] 「다시–쓰기 광주」및 공동행동 연명 일동, 〈ACC재단의 이스라엘 집단학살 공모에 반대하는 922 공동행동 요구서〉 연명
[11] 「참세상」〈 [단독] 국민연금, 이스라엘 ‘전쟁 국채’ 400억원 매입했다〉 박도형, 2026년08월12일
[12] 「참세상」〈 [단독] 국민연금, 팔레스타인 인권실사 안건에 반대표 던졌다〉, 박도형, 2026년08월18일
글: 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