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C 회원 OOO의 폭력 사건에 관한 징계 결정문
이 결정문은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일상, 구체적인 관계망이 불필요하게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의 장소, 세부적인 관계, 피해자의 활동 이력 등 일부 정보를 생략하거나 일반화하여 작성하였다.
2026년 09월 18일이 결정문은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일상, 구체적인 관계망이 불필요하게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의 장소, 세부적인 관계, 피해자의 활동 이력 등 일부 정보를 생략하거나 일반화하여 작성하였다. 이하에서는 2026년 3월, 가해자와 연인 관계에 있던 같은 활동공동체 후배 구성원에게 발생한 신체 폭력 사건을 ‘A사안’, 2025년 같은 활동공동체에서 다른 후배 구성원에게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폭력적 언행에 관한 사건을 ‘B사안’이라 한다.
1. 결정 사항
플랫폼C 규율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과 가해자의 소명, 사건 이후의 대응 등을 종합하여 플랫폼C 규율위원회 규약 제6조에 따라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1. 가해자의 플랫폼C 회원 자격을 결정 통보일로부터 2년간 정지한다.
2. 가해자는 자격정지 기간인 2년 동안 분기별 1회씩, 총 8회의 가해자 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 교육은 플랫폼C가 직접 진행하거나 플랫폼C가 지정한 교육자·기관을 통해 진행한다. 또한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가해자가 전액 부담한다.
2년의 자격정지 기간은 단순한 활동정지의 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관계 맺기 방식의 잘못을 이해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책임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 가해자는 교육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교육자가 요구하는 과제와 성찰의 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규율위원회가 교육을 통해 가해자가 자신의 감정과 분노를 처리하는 방식, 가까운 관계의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게 해온 관계 방식, 친밀성을 이유로 타인의 경계를 충분히 존중하지 못한 문제, 자신이 가진 조직적·관계적 영향력을 인식하는 법, 성별·연령·활동 경력 등에 따라 관계에서 발생하는 힘의 차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일상과 공동체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돌아보고 변화시키기를 바란다.
- 플랫폼C 규율위원회가 이 결정문을 공개하는 목적은 특정한 가해자를 널리 알리거나 피해자의 경험을 세세하게 공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에 판단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와 구체적인 피해 경험은 최대한 삭제하고 일반화하였다.
우리가 공개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무엇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당했는지가 아니라, 왜 이러한 행위를 폭력으로 판단했는지, 그리고 사회운동이 여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이 결정이 플랫폼C를 넘어 사회운동 공동체들이 자신의 관계와 조직문화를 돌아보는 하나의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2. 사건의 접수와 조사
1) 접수
플랫폼C 규율위원회는 2026년 7월, 플랫폼C 회원인 가해자가 자신이 활동하던 활동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는 신고를 접수하였다.
신고된 사건은 두 건으로, A사안은 선후배 관계이자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에 대한 주취폭력, B사안은 활동공간에서 후배 구성원에게 반복적인 분노 표출 및 위협적 언행이다. 이 사건들은 플랫폼C의 공식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나, 규율위원회는 이 사안이 회원으로서 어디에서나 지켜야 할 평등한 관계의 원칙과 사회운동 공동체의 안전을 중대하게 침해한 건으로 보고 조사하였다.
규율위원회는 두 피해 당사자 및 해당 공동체 성원인 참고인 2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가해자는 플랫폼C 회원으로서 규율위원회의 조사에 응하고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였으며, 규율위원회는 가해자에게도 신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였다. 또한 가해자가 별도로 제출한 소명서와 다른 활동공동체에서 이루어진 사건 처리 자료도 함께 검토하였다.
2) 조사
① A사안
2026년 3월, 가해자는 당시 연인 관계에 있던 같은 활동공동체 후배 구성원과 술자리를 가진 뒤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과 신체 폭력을 가하였다. 이후 피해자가 해당 상황을 벗어나려는 과정에서도 가해자는 피해자를 따라가며 대화를 이어가려 하였다.
가해자는 당시 만취 상태여서 폭행 장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피해자가 진술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제출한 소명서에서도 “피해자께서 말씀하신 모든 내용을 인정”하며, 음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규율위원회는 A사안의 주요 사실관계에는 실질적인 다툼이 없다고 판단한다.
② B사안
B사안의 피해자는 가해자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활동공동체의 후배 구성원이다. 가해자는 대표직에서는 물러난 상태였으나, 공동체를 만든 선배활동가로서 이후에도 조직 운영과 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함께 활동한 다른 사람들도 역시 가해자의 영향력이 공식적인 직책과 무관하게 상당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피해자에게 위협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에서 생긴 감정과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쏟아냈다. 피해자는 이러한 행동이 무섭고 힘들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가해자에게 알리고 중단을 요구하였다. 가해자는 이에 사과했지만 유사한 행동은 반복되었다.
가해자 역시 피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직접 문제 제기했고 이에 사과한 사실, 피해자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다른 활동가들과의 갈등으로 쌓인 감정을 피해자에게 풀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으나, 다만 피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그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이러한 관계는 상당 기간 지속됐고, 결국 피해자의 공동체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규율위원회는 B사안을 단순한 성격 차이나 선후배 사이의 갈등, 활동 과정에서 벌어진 의견 충돌로 판단하지 않는다. 영향력 있는 선배활동가가 반복적으로 공격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피해자의 중단 요구에도 유사한 행동을 지속한 것은 공동체 구성원의 존엄과 안전을 침해한 행위이다.
3. 규율위원회의 구체적 판단
A사안과 B사안은 폭력의 형태와 정도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A사안에서는 연인 관계에 있던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신체 폭력이 발생하였고, 피해자가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도 가해자의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행동이 이어졌다.
B사안에서는 직접적인 신체 폭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 안에서 가해자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반복적인 분노의 표출과 위협적인 관계 방식이 이어졌고, 피해자가 이를 문제 제기하고 중단을 요구한 뒤에도 유사한 행동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두 사건을 완전히 별개의 돌발적 사건으로만 보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두 사안에는 가해자가 자신의 감정이 크게 격해지는 상황에서 가까운 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공격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 상대에게 자신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A사안에서는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로 인한 분노를 피해자에게 돌리는 과정에서 욕설과 신체 폭력이 발생하였다. B사안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과 비난으로 쌓인 감정을 피해자에게 풀었다는 점을 가해자 자신도 인정하였다.
따라서 규율위원회는 두 사안을 모두 단순히 ‘감정이 격해져 순간적으로 저지른 실수’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는 가해자가 이전부터 신체 폭력을 반복해왔다는 뜻은 아니다. A사안의 피해자가 교제 기간 중 가해자에게 신체 폭력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규율위원회가 주목하는 반복성은 신체 폭력 자체의 반복이 아니라, 감정이 격해질 때 가까운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상대에게 그 감정을 감당하도록 하는 관계 방식의 반복이다.
이 점은 두 사건을 함께 판단하고, 단기간의 반성만으로는 재발 방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중요한 이유이다.
1) 친밀성과 위계가 공존하는 관계에서의 가해행위
가해자는 A사안에 대해서는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데이트폭력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운동조직의 권력이나 위계를 이용해 저지른 폭력이라고 규정하는 데에는 이견을 밝혔다. B사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행위 상당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행위를 ‘젠더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고 평가하는 데에는 온전히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소명하였다.
규율위원회는 가해자가 남성이자 선배고 피해자가 여성이자 후배라는 사실만을 근거로 모든 행동을 젠더·위계 폭력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실제로 맺고 있던 관계와 그 관계에서 작동한 힘의 차이다.
가해자는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해온 선배활동가였고, 공식적인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후배 구성원들이 활동의 방향과 판단을 물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B사안의 피해자가 해당 공동체의 대표였던 시기에도 다른 구성원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가해자에게 있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동체 초기에는 가해자보다 나이가 많거나 활동 경력이 긴 구성원들이 가해자의 과도한 언행을 제지하면 가해자가 이를 수용하기도 했으나, 이들이 공동체에서 빠져나간 뒤 가해자가 사실상 가장 경험이 많고 영향력이 큰 선배가 되면서 고압적인 태도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보인다.
규율위원회는 가해자가 모든 권위 있는 사람에게는 공손하고 모든 어린 여성에게만 폭력적으로 행동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제지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과, 자신보다 관계적·조직적 영향력이 적은 가까운 후배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었는지는 가해자가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다. 연령, 성별, 활동 경력, 체격,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온 경험과 관계망 등에서 비롯되는 힘의 차이는 공식적인 서열이 없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규율위원회가 B사안을 무겁게 판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피해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가해자가 사과한 뒤에도 유사한 행동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피해가 그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다고 설명했으나, 피해의 크기를 몰랐다는 것과 자신의 행동이 상대를 불편하고 두렵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피해자가 문제를 알린 뒤에는 행동을 변화시킬 책임이 있었다.
규율위원회는 가해자가 구체적인 잘못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행동이 자신이 가진 관계적·조직적 힘과 어떻게 결합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장기간의 교육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보는 중요한 이유이다.
2) 음주와 공격적인 감정 발현
A사안은 과도한 음주 상황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이다. 규율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가해자가 음주 상태에서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욕설과 공격적인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다른 구성원들이 불편함 또는 무서움을 느낄 정도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가해자는 음주 시 공격적인 언행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고, 가해자에게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하여 이를 통제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결과 가까운 상대에 대한 직접적인 신체 폭력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규율위원회는 이 점을 매우 엄중하게 판단한다.
3) 폭력에 따른 피해자들의 공동체 참여 위축
두 사안에서 규율위원회가 중요하게 본 것은 폭력이 피해 당사자와 가해자의 관계에만 머물지 않고 피해자들의 공동체 참여 조건 자체를 훼손했다는 점이다.
두 피해자는 모두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운동에 애정과 참여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건 이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결과 기존 활동을 줄이거나 공동체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사회운동 조직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의 폭력은 당사자 두 사람 사이의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조직의 역사와 관계망, 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경우 그 사람과 관계를 끊는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공동체 전체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 결과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기존의 공간에 남고,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자신이 기여하고 애정을 가졌던 공간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는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공동체는 폭력 행위 자체뿐 아니라 그 폭력으로 인해 누구의 활동 가능성이 축소되었는지, 누가 자신이 속한 공간을 포기하거나 피해야 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조직에서 경험과 영향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이 한 사람과의 관계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공동체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조건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4) 사건 인지 이후 가해자의 대응
A사안 발생 뒤 가해자는 상당 기간 자신이 속한 단체들에 사건을 알리지 않은 채 활동을 계속하였다. 가해자는 이에 대해 자신의 가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해 다른 공간에서 활동을 지속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소명하였다. 피해자가 먼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전에 자신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했고, 이미 준비된 사업과 약속 때문에 활동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판단이 결과적으로 잘못이었으며 사건을 외면한 채 활동을 계속한 점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규율위원회는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만으로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여 운동을 계속하려 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해자가 먼저 사건을 널리 공론화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과, 가해자가 아무런 조직적 조치나 책임 있는 상담 없이 기존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가해자는 공개적인 공론화가 아니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책임기구나 동료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활동 중단이나 분리 조치가 필요한지 논의할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 없이 활동을 이어간 결과 피해자가 활동공간을 피하는 동안 가해자는 기존 활동을 계속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규율위원회는 이 점에 대해서도 가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
4. 징계 수준에 대한 판단
규율위원회는 징계 수준을 결정하면서 폭력의 중대성, 피해자의 문제 제기 이후에도 유사한 행동이 반복된 점,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관계 방식, 피해자들의 공동체 참여에 끼친 영향, 가해자의 조직 내 위치와 영향력, 사건 이후의 대응과 조사 과정에서 보인 책임 인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A사안에서는 직접적인 신체 폭력이 발생하였고, B사안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두려움과 불편함을 명시적으로 전달하고 가해자가 사과한 뒤에도 유사한 행동이 반복되었다. 규율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징계 수준을 결정하는 데 무겁게 고려하였다.
한편 가해자는 A사안의 주요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이를 명백한 잘못이라고 평가하였으며, B사안에서도 구체적인 행위 상당 부분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규율위원회의 조사와 징계 권한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도 밝혔다. 따라서 규율위원회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 자체를 부인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이 왜 가까운 관계에서 반복되었는지, 자신이 가진 관계적·조직적 영향력과 젠더·연령·활동 경력 등에 따른 힘의 차이가 자신의 행동에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이해와 성찰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A사안의 피해자는 적절한 책임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이 사건으로 가해자의 향후 사회운동 참여 가능성 자체가 영구히 사라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피해자의 이러한 의견만으로 징계 수준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사건 해결을 곧 영구적인 배제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이를 함께 고려하였다.
이에 규율위원회는 2년 동안 회원 자격을 정지하고, 그 기간 전체에 걸쳐 정기적인 가해자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재발을 방지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데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하였다.
5. 이 사건이 남기는 과제
1) 평등한 관계를 위한 성찰과 변화
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신체 폭력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내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게 하는 일, 상대가 두렵고 힘들다고 말했는데도 비슷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 역시 관계와 공동체의 안전을 무너뜨린다.
사회운동 공동체는 이러한 관계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활동 방식의 문제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조직에서 많은 일을 하고, 오랫동안 활동하고, 넓은 관계망과 큰 발언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공식적인 직책과 별개로 실질적인 영향력이 형성될 수 있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는 선언만으로 이러한 힘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향력이 큰 활동가일수록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세심하게 돌아볼 책임이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동료와 후배, 연인은 자신의 분노와 불안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의 경계를 존중하고, 상대가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 제기 이후의 변화 또한 중요하다.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미친 영향을 처음부터 모두 알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를 알게 된 뒤에는 행동을 바꿀 책임이 생긴다. 사과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2) 공동체의 회복과 연대해결
이번 사건 가해자는 여러 활동공동체에 속해 있었고, 사건이 알려진 뒤 각 조직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플랫폼C는 규약에서 사건의 연대해결을 중요한 원칙으로 두고 있다.
연대해결이란 피해자의 회복과 공동체의 변화를 중심에 두고, 여러 조직이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나누며 해결의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한 조직이 징계를 했다는 이유로 다른 공동체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고 관계의 손상이 축적된 공동체에는 그 공동체가 직접 다루어야 할 문제가 있다. 사건으로 흔들린 구성원들의 관계를 돌아보고, 무엇을 놓쳤는지 살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동체의 관계와 규칙을 다시 만들어가는 것 역시 사건 해결의 중요한 과정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속했고 실제 피해가 발생한 공동체가 외부 조직들의 징계 과정에서 사건 해결을 충분히 주도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었다. 따라서 플랫폼C의 이번 징계만으로 사건의 해결이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 해당 공동체가 피해자들의 의사와 안전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관계와 조직문화를 돌아보고 회복하기 위한 별도의 과정도 필요하다.
동시에 피해자의 회복과 안전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공동체적 해결’을 이유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사과나 만남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에게 사건 해결이나 가해자의 변화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켜서도 안 된다.
가해자가 다시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 있을 지는 피해자가 만들어주어야 할 길이 아니다. 그것은 가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이행하고 실제로 변화함으로써 스스로 만들어야 할 조건이다.
2026년 9월 18일 플랫폼C 규율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