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에 저당 잡힌 정치 — 이재명 정부의 주가 부양과 금융 포퓰리즘
2026년 8월 21일
지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이 끝나가던 2025년 5월 28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핵심 경제 공약으로 천명했다. 그러면서 코스피(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종목 ‘KODEX 200’과 코스닥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을 각각 2,000만 원씩 매수하고, “앞으로 매월 100만 원씩 5년간 총 6,000만 원을 적립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로 ‘주식시장 부양’에 정권의 명운을 건 듯하다. 대통령이 되기 반년쯤 전인 2024년 11월 4일 당시 민주당 대표이던 그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법대로 하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투자하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금융투자소득세의 전격 폐지를 윤석열 정부 및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과 합의했다. 금투세는 2020년 민주당 소속 문재인 정부가 입법한 이래 계속해서 시행 시점이 유예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폐지된 것이다. 검찰 수사권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내내 치고박던 거대 양당이 마침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코스피5000특위와 상법 개정
2024년 12월 윤석열 비상계엄 이후 이듬해 봄까지 지속된 대중 시위의 물결 속에서 대다수 시민들은 갈수록 불평등해지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사회공공성 중심의 대개혁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 시기 법인세·종부세 삭감 등 부자 감세로 사회복지 예산이 축소되고 재정이 파탄 난 것에 맞서, “자산과 소득에 비례하는 공정한 과세 체계”를 요구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금투세 폐지’는 자본이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과 금융 불로소득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불평등 극복이라는 과제와 어긋난다.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5년 6월 23일, 민주당은 코스피 지수가 4년만에 3천 포인트를 돌파하자 당내에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며 칠 후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 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등 내용을 담고 있는 이 개정은 ‘코리안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경향)를 해소하기 위한 개혁으로 선전됐다.
실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재벌 자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왔다. 지난 상법 개정은 얼핏 ‘진보적’인 것처럼 비춰진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 등 재벌 이익집단은 이러한 개정이 “(외국계) 행동주의펀드들의 과도한 배당요구, 경영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행위 등이 빈번하게 되어 기업들이 온전히 경영에 전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비판했다. 물론 이는 기업에 대한 재벌가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상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재벌 개혁'과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주주자본주의로의 개혁이다. 주주자본주의 담론은 기업의 본질적 모순을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협소한 렌즈로만 조망하며, 기업 문제를 지배주주(재벌 총수 일가와 비지배주주(일반·기관주주) 간 갈등으로 축소한다. 이는 자본과 노동 간의 착취 관계를 우리 시야에서 지워버리고, 잉여가치를 둘러싼 자본 분파 내부의 배분 다툼을 마치 ‘사회 개혁’인 것처럼 왜곡한다. ‘주주 권리’를 절대적 정의로 격상시킴으로써, 금융자본의 단기적 지대 추구와 그로 인한 노동 배제적 구조조정에 이데올로기적 면죄부를 부여하는 셈이다.
주식시장의 냉혹한 현실에서 막대한 지분과 알고리즘 매매 기술을 무기로 든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각종 행동주의 헤지펀드 자본이 이사회에 침투해온다면, 주주자본주의는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고배당을 강요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증시 부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나 민주주의와는 무관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자본 감세 조치는 '1,400만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혜택은 극소수의 대주주와 초고액 자산가에게 집중된다.

설레발과 도박장
올 1월 말 코스피 지수가 5천을 돌파하자 한국 사회에는 대중적인 주식 투자 열풍이 불어닥쳤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부동산 자금의 자본시장 유입이 입증됐다"며 이를 이재명 정부 핵심 치적으로 내세웠다. 전날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 역시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바라보는 급격한 상승세에 있는 것에 대해 “왜곡돼 있던 것이 정상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시기 정부와 여당의 인기는 전례없이 치솟았고, 정권 초기 대통령의 높은 인기는 코스피 지수에 연동됐다. 한 술 더 떠 이재명 정부는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을 기존의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분리함으로써, 금융 소득에 대한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고액 배당을 받는 자산가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국장( 국내 주식시장) 투자를 꺼리거나, 자신들의 돈을 부동산으로 유출하는 걸 막고, 자본시장에 장기 체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세 형평성 원칙과는 한참 동떨어진 정책이라 할 수 있다.
2월 3일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는 "코스피가 6,000을 넘어 7,000, 8,000, 10,000까지 간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허황된 이야기를 남발했다. 몇 달 후인 여름에 펼쳐진 당권 경쟁에서 정청래는 ‘친명 세력’과는 대척점에 서 있었지만, 주식시장 부양을 정치의 주요한 비전으로 간주했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었다.

금융 포퓰리즘의 폭주는 마침내 파생상품 규제 완화로 이어졌다. 5월 27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시총 최상위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14종과 인버스 레버리지 2종, 레버리지 ETN 2종 등 총 18종의 상장을 승인했다. 위험도가 높은 투기성 상품이 시장에 풀리자 코스피 지수는 5월 26일 8,000선을 재돌파하고 6월 18일 9,000선을 돌파하는 등 극단적인 과열 랠리를 펼쳤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므로, 주가가 한 방향으로만 오르지 않고 등락을 반복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계좌에 담긴 돈이 녹아내린다. 만약 투자 1일 차에 해당 종목이 10% 상승하고(10,000원 → 11,000원), 2일 차에는 -9.09% 하락해(11,000원 → 10,000원) 원점으로 복귀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2배 레버리지 ETF 종목을 갖고 있는 투자자는 1일 차에 +20% 상승하지만(10,000원 → 12,000원), 2일 차에는 -18.18% 하락(12,000원 → 9,818원)한다. 주가는 제자리인데 -1.82%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변동성이 클수록 이러한 '음의 복리'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원금 전액을 손실할 수도 있다.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투자사가 매일 2배의 추종 배율을 맞추기 위해 파생상품 계약을 정산하고 재조정하는 걸 반복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매우 높았던 지난 7월,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이 수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부가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미 과열된 시장의 취약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미 국고채 금리와 유가 상승,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불안,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피크아웃 우려가 겹치자 7월 증시는 통제 불능의 롤러코스터에 빠져들었다. 특히, 6월 29일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는 '역사적 공포 지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고, 7월 2일에는 하루 만에 코스피 지수가 655.32포인트(7.89%) 폭락했다. 7월 30일에도 하루 거래대금만 12조4,485억 원에 달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반대매매’와 ‘음의 복리효과’는 지수 하락을 가속화했다. 여기서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했을 때,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여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7월 31일 코스피 지수가 1,001포인트(17.91%) 폭등하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8조 원 이상의 패닉셀(폭락장에서 공포를 느끼는 투자자가 파는 행위)을 겪었다. 이에 반해 글로벌 헤지펀드 등 외국인 투자 자본은 7조 원 이상을 쓸어 담으며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증권사들의 막대한 수수료 수익은 덤이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금융위원회’는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7월 29일에야 기본예탁금을 1,000만 원에서 현금 3,000만 원으로 올리고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책을 내놨다. 공공성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방기한 채 국민을 고위험 자본 카지노로 몰아넣은 정부의 ‘주가 부양 포퓰리즘’이 초래한 뼈아픈 촌극이었다.

코스피에 저당 잡힌 정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8월 1주차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2.6%p 하락한 43.3%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53.0%(전주 대비 2.5%p 상승)가 됐다. 정부 정책 지지도가 주식시장 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깊게 연루되면서 정권의 명운마 저 주식시장 변동성에 내맡기는 모양새다. 불과 몇 달 전, 친명 인플루언서들이 코스피 1만 포인트와 함께 태평성대를 이룰 것처럼 떠들던 것과는 완전히 뒤집힌 풍경이다.
노골적인 금융 포퓰리즘 정책은 정부가 마땅히 져야 할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공공성의 책무를 방기하고, 모든 걸 개별 시민들에게 전가한다. 공공의료와 생활임금을 확충하는 데 재정과 정책 역량을 쏟는 대신, "금융시장에서 주식 투자를 통해 스스로 노후와 계층 이동을 해결하라"는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의 환상을 대중에게 주입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안전망의 책임을 자본시장에 외주화해 재정 부담을 회피하는 이런 행위는 시장 변동성에 따른 파국적 손실 위험을 고스란히 노동자·서민 개인의 탓으로 떠넘긴다. 돈이 돈을 먹는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는 결코 괴물 헤지펀드에 맞서 승리할 수 없다.
금융 포퓰리즘은 주식시장을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으로 포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극단적인 부의 역진적 이전을 심화시킨다. 전 세계에서 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 상위 1%는 전체 주식의 약 50%를 독점하고 있지만, 하위 50%가 소유한 주식 비중은 단 1% 안팎에 불과하다. S&P500 등 지수가 상승해 발생하는 자본이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것은 이 상위 1% 슈퍼리치들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에 따르면, 1989년 이후 전체 순자산 증가분의 대부분이 상위 1%와 10%에 집중된 반면, 하위 50%의 순자산 점유율은 3% 미만이다. 여기서 하위 50%의 자산은 대부분 실거주 주택에 묶여 있고 주택담보대출·소비자 부채 비중이 매우 높아, 경기 변동 및 금융위기 충격에 취약한 상태로 드러나 있다. 서울신문-NH투자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 1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37.4%에 달하지만, 1,000만 원 미만 소액 투자자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1%대로, 은행 이율에도 못 미친다.
안드레아스 파게렝(Andreas Fagereng) 등이 노르웨이 전 국민 자산 및 20년 소득 패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순자산 하위 10% 계층에서 상위 10%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연평균 수익률은 18%포인트 높았다. 부자와 서민이 똑같이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부유층이 매수한 주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소액 투자자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다. 이는 자산 규모가 클수록 고급 정보 접근성, 금융 자문 인프라, 거래 수수료 절감 효과 등 구조적 우위를 독점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수익률은 십수년 후에도 지속됐으며, 심지어 대를 이어 세습됐다.
이재명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과 금융 포퓰리즘은 주식시장을 '국민 모두의 부의 사다리'로 만들겠다는 기만적인 환상 아래 노동자·서민의 피땀 어린 유동성을 끌어모아 극소수 자산가와 외국계 투기자본의 배만 불려준 '역진적 수탈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국정의 성패를 주가지수라는 허상에 저당 잡힌 채 공공성과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국가의 본령을 팽개친 채 시민을 카지노판으로 내모는 위험한 도박은 폐기되어야 한다. 불행히도 최근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민주당 내 이전투구 상황을 보면, 거대 양당에겐 그럴 능력이 없다. 주가 부양을 통한 자산 증식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실질임금의 보장, 조세 정의, 주거·의료·돌봄·노후의 공공적 보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주식시장이 ‘국민 모두의 부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거두고, 금융화가 아닌 노동권과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사회대전환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더 나은 삶을 향한 우리의 대안은 노동권과 사회공공성의 강화에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모아가는 수밖에 없다.
삼전닉스 주가 상승은 결코 우리의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단결한 민중의 힘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후퇴하는 것을 막아내자!
참고 자료
- 이강국, 「도박장 같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2026년 08월 14일, 시사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295
- 송종호, 「1400만 개미와 한 배 탄 李대통령···코스피5000시동」, 2025년 10월 28일자, 서울신문
- 박상영, 「여야 합의로 도입한 금투세, 여야 합의로 폐지···거래세는 그대로 인하?」, 2024년 11월 5일, 경향신문
-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논평」, 2026년 3월 13일, 한국경제인협회
- 최민영, 「정청래 “평화가 주식, 주가지수…남북 평화는 경제에도 중요”」, 2026년 2월 26일, KBS뉴스
- 정록, 「[인권으로 읽는 세상] AI 거품과 메가 프로젝트 도박에 저당잡힌 한국 사회」, 2026년 8월 10일, 인권운동사랑방 https://www.sarangbang.or.kr/node/75987
- Michael Batty, Joseph Briggs, Karen Pence, Paul Smith, and Alice Volz, 「The Distributional Financial Accounts」, August 30, 2019, FEDS Notes https://www.federalreserve.gov/econres/notes/feds-notes/the-distributional-financial-accounts-20190830.html
- 「Changes in U.S. Family Financesfrom 2019 to 2022 - Evidence from the Survey of Consumer Finances」, October 18, 2023,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https://www.federalreserve.gov/publications/files/scf23.pdf
- 황인주·김예슬·이승연, ‘자산가 37% vs 개미 1%… 수익률 양극화… 돈이 돈을 벌었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2026년 2월 25일자,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plan/InvestmentGapReport2026/2026/02/24/20260224001004
- 김준석·김민기,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투자행태와 투자성과』, 2021년 6월, 자본시장연구원 https://www.kcmi.re.kr/report/report_view?report_no=1243
- Andreas Fagereng, Luigi Guiso, Davide Malacrino & Luigi Pistaferri, 「Heterogeneity and Persistence in Returns to Wealth」, NBER Working Paper, November 2016,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https://www.nber.org/papers/w22822
글 : 홍명교
교열 : 민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