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판다는 초국적 플랫폼기업 딜리버리 히어로가 대주주로 있는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으로, 중국과 한국,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홍콩과 대만, 태국, 미얀마 등에서는 시장을 지배하는 1~2위 기업이다. 2021년 가을, 홍콩에서는 푸드판다 노동자 파업이 일어났다. 이 글은 ‘홍콩 음식배달 노동자 권리찾기팀(外賣員權益關注組, Hong Kong Riders’ Rider Concern Group)’이 2022년 8월 24일 작성한 글로, 이 파업이 어떻게 조직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공히 활용한 조직화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을 번역해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2부에서는 2021년 푸드판다 파업을 분석하고 다음을 논의할 것이다.
- (3) 동원 과정과 관련해 어떤 논점에 주목해야 하는가?
- (4) 파업의 교훈은 무엇이며, 현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방법은 무엇인가? 홍콩 배달 노동자들의 결집력을 장기적으로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파업 참여를 위한 인원 조직화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몇 가지 소주제별로 나누어 살펴보자.
푸드판다의 배달기사 인력은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배달기사들은 다양한 출신 배경과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고, 각기 다른 운송수단으로 배달을 하며, 다른 구역에서 일한다. 필요한 수입에 따라 어떤 이들은 풀타임으로, 다른 이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파업의 상황과 조직화 과정 또 한 다양하다. 노동자들이 여러 요인에 따라 파편화된 채 일하는 상황은 연대와 통합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민족성
홍콩에서 일어난 배달기사들의 파업은 푸드판다 파업과 마찬가지로, 대개 남아시아인 노동자들의 배달 중단과 시위 참여율이 한족 노동자들보다 높았다. 파업이 일어나기 전 중국 배달기사 중 많은 이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들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대했다. 그러나 파업이 시작된 후 한족 노동자와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 대부분은 민족성을 뛰어넘은 연대를 보여주었다.
전세계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을 연구하는 학자들 또한 소수민족 혹은 이주노동자가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짚고 있다. 예를 들어, 우드콕(Woodcock)은 영국의 음식배달 플랫폼 딜리버루(Deliveroo) 노동자 운동에서의 ‘보이지 않는 조직화’에 이주민 네트워크가 미친 영향을 언급했다. 홍콩의 노동운동가들과 연구자자들도 “남아시아 출신 소수민족 노동자들이 다른 한족 노동자들 보다 더 단일화되어 있고, 통합되어 있으며,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또, 일반적으로 비주류 민족 출신 노동자들의 산업과 공동체 내에는 권위있는 ‘민족적 지도자’, 즉 다른 이들에게 투쟁 동참을 호소할 수 있는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푸드판다 파업 과정을 관찰해보면, 그런 시각은 지나치게 일반화된 것일 수 있다. 일단 ‘남아시아인’들은 모두 다양한 국가 출신, 다양한 종교를 지니는 등 절대로 ‘단일’하지 않다. 노동자들의 연합 이 종종 민족에 따라 형성되기도 하지만 남아시아 출신 배달 노동자들이 언제나 ‘더 통합된’ 상황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쿤통의 한족 배달 노동자들은 카오룽시티(Kowloon City)와 카오룽베이(Kowloon Bay)의 남아시아 출신 배달 노동자들보다 더 빈번하게 소통한다. 끝으로, 공동체와 산업체 모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특정 ‘지도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소수민족 ‘지도자’의 결집 능력과 조직 패턴은 일반화되고 신비화된 모습의 ‘통합성’보다는 남아시아인 커뮤니티의 특정한 조건(예를 들어 ‘지도자’가 기존에 존재하는 이주민 네트워크에서 일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켰는지의 여부 등)을 두고 설명해야 한다. 다른 민족 그룹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다를 수 있다. 네팔 건설노동자들, 공동체, 친족 기반 네트워크와 가까운 베테랑 노조 활동가들, 그리고 그들 사이의 리더십은 파키스탄인들과 인도인들이 지배하는 음식배달 업종에서 찾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른바 ‘남아시아 출신’ 소수민족 내부의 이질성과 다양성을 상기시킨다.
전반적으로 대개 남아시아인들은 민족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교육 수준과 사회-경제적 지위도 낮을 수밖에 없다. 남아시아 출신 라이더들이 한족 노동자들보다 파업에 깊이 참여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 중 하나는 ‘노동시장에서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의 불공정한 위치’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운동을 분석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민족의 통합성’을 본질로 여기지않고, 급진화한 ‘소수민족 출신 노동자’들에 대해 전형성을 강화하지 않는 것이다.
운송 수단 종류와 노동자의 지위
운송 수단과 파트타임/풀타임 노동자의 유형의 차이도 중요하다. 풀타임 배달 노동자들은 라이더들이고, 일부는 자전거를 타고 운송하며, 대부분은 남아시아 출신이다. 이들 집단은 소득과 생계를 배달 플랫폼에 크게 의존한다.
또한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다. 반면, 도보 배달 노동자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풀타임과 파트타임 노동자가 플랫폼 노동에 대한 관심이나 요구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파편화를 넘어선 연대를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그동안 라이더들 간 네트워크의 사전-파업 수준은 도보 배달 노동자들보다 강력한 경향을 띤다. (한족 노동자 타트 씨에 따르면, 온라인 메신저 앱에 쿤통 도보 배달 노동자들의 채팅방이 없는 반면, 오토바이 라이더들은 상당한 결속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풀타임 라이더들은 자연스럽게 파업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된다. 임금 절감과 열악한 작업 환경이 풀타임 라이더들에게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언론에 의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파트타임 노동자들은 어떠한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는 파업 당일에도 출근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풀타임 라이더들은 파트타임 노동자들에 대한 불만을 갖기도 했다.
구역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살펴 볼 지점이 있다. 파업의 규모가 지역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구역에서는 파업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센트럴은 대개 홍콩에서 가장 활발히 배달이 이루어지는 구역으로, 그곳의 남아시아인과 중국인 라이더들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상호 조력 문화를 지녔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거의 아무도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다른 구역의 파업으로 평소보다 주문량이 늘어나자 ‘즐거워했다’. 이것은 이미 존재하는 네트워크나 지도력 여부와 같이 앞서 언급한 사실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범위에서, 지역마다 다양한 인구학적 구성과 지리적 특징, 그리고 여타의 요소들로 노동 인구의 규모와 특징은 큰 폭으로 상이하게 존재할 수 있다. 적어도 파업의 참여 상황은 각 구역의 성격에 따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었다. 아래 지도를 보면 대부분의 판다마트 시위는 카우룽 반도 쪽에서 일어났고, 홍콩섬과 신계(홍콩의 북부 대부분)에서는 시위가 거의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사실적 요소와 정보의 한계를 모두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