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다시는 전쟁터로 만들지 말자!」 1만명의 외침
2023년 12월 4일
지난 11월 23일, 미·일 양국의 오키나와 군사화 전략에 반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현민 평화 대집회'가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에 위치한 오쿠무야마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33분경 주최측은 "1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에 의해 '안보3 문서'가 개정된 이래 난세이 제도에서는 급속하게 군사화가 진전됐다. 📂참고: 위기의 동북아, 오키나와-한국 반전평화연대의 길을 묻다
이후 오키나와에서는 현민의 민심을 보여주는 큰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장 먼저 [두번째 오키나와 전쟁에 반대하는 조직설립준비위원회]가 나섰다. 이 모임에서는 올해 2023년 2월과 5월 「이 섬을 전쟁터로 삼지 마라! 오키나와를 평화를 외치는 섬으로!」 라는 주제로 소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그후 1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야겠다는 현민의 목소리가 모여 9월 24일 [오키나와의 두번째 전쟁을 막는 현민 모임(이하 현민모임)]이 설립됐고, 당월에 킥오프(준비모임) 집회를 열었다.
70여개 단체와 개인이 모인 ‘현민모임’에서는 킥오프집회에 특별히 인원을 동원할 예정이 아니었음에도 어린아이를 업은 부모에서 청년들,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800명이나 참가하였다. 이날 킥오프 집회를 함께 준비한 미유키 카미야 활동가는 인스타그램으로 생생하게 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오키나와 시민사회에서는 1만명 이상 모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2019년 3월 미군 공군기지인 후텐마비행장(기노완시)을 헤노 코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집회(1만명 추산) 이후 코로나19 유행으로 대형 집회가 4년 넘게 단절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킥오프 집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주최측은 자신감이 붙었고, 더 적극적으로 11월 대집회를 알려나갔다.
청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 홍보를 전개했고, 집회의 1부 프로그램을 음악축제로 준비했다. 해외의 사회운동단체와 개인들에게 연대 메세지를 요청하기도 했고, 일본 내 10여 군데에서 동시 다발 응원 집회를 준비하기도 했다. 플랫폼C 역시 오키나와의 해외 연대 메시지 요청을 받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와 개인별 인증샷을 보낸 바 있다.
오키나와의 평화를 위해 거리에 나선 모든 현민들께, 한국의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가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키나와에서 일궈온 반전평화운동의 역사는 동아시아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은 오늘날 동아시아 민중들이 최소한의 평화를 지키며 살 수 있게 만든 중요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최근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아시아 평화는 또 다시 위협받고 있습니다.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한에서도 힘차게 반전평화운동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투쟁!
주최측 은 한국,대만등에서 온 메시지를 팜플렛으로 만들어 집회 참가자에게 배포하였고, 인증샷은 집회장소에 큰 게시판을 설치하여 부착하였다.
본 집회에서는 다마키 데니 지사, 다마키 지사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현의회 의원들, 마에 도마리 오키나와국제대 교수 등이 참석해 일본 정부의 안보 정책의 문제점을 규탄했다.
2016년 이후 육상 자위대가 배치된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과 이시가키섬, 미야코섬, 가고시마현 아마미, 오시마 등 난세이 제도 각지의 주민들도 전쟁 준비로 인한 삶의 변화와 이에 맞서는 평화운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이야기했다.
집회 마지막 순서에서는 일본 각지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하나로 모아 커다란 물고기(물살이) 형상을 만들면서 마무리했다. 혼자서는 미약한 힘이지만 하나로 모이면 커다란 힘이 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 집계를 7500명으로 발표하고 당일 뉴스에도 실렸으나, 이후 주최측은 반대쪽 출입구에서의 계산이 누락되었다면서 1만명이 넘었다고 정정했다. 주최측의 평화활동가 야마시로 히로지 씨는 연대의 폭을 더욱 넓혀 5만, 10만이 모이는 더 큰 집회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집회가 열리기 한 달 전 최대 규모의 미·일 공동훈련 ‘레졸루트 드래곤23’이 10월 14일부터 31일까지 규슈, 오키나와, 홋카이도에서 실시됐고, 미,일 양국에서 6,400명의 군인들이 참가했다.
육상 자위대 수송기 V22 오스프레이(헬리콥터의 일종)도 오키나와에 처음 반입됐다. 이로 인해 자신들이 대대로 살던 땅이 전쟁훈련 장소가 되어버린 이시가키섬에서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 시위가 일었다.
오키나와 본섬에서도 올해 육해공의 자위대 배치 인원이 현저히 늘어났다. 우루마시에는 미사일 부대 외에 육상 자위대 제15여단(약 2500명)을 2026년도를 목표로 사단화하는 계획이 안보3 문서에 포함돼 있다. 항공자위대는 F15 전투기 부대를 2배로 증강했다. 또한 적 기지 공격을 담당할 신형 미사일도 난세이 제도에 잇따라 배치할 방침이다.
일본의 군비 증강 및 군사훈련의 강화는 오키나와 주민의 일상적 평화를 위협한다. 뿐만 아니라 적국으로 상정한 중국을 자극해 오히려 주변국의 안전까지 위협할 우려가 있다. 동아시아 각국 사회운동의 연대를 통해 이러한 긴장관계를 완화해야 한다. 이는 단지 오키나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의 문제이며, 한반도와 대만, 중국대륙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열망하는 평범한 사람들 모두의 문제이다. 동아시아의 반전평화운동이 하나로 만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오키나와 현민 대집회를 계기로 동아시아 반전평화운동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길 기원한다.
글 : 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