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유산유도제 도입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과제

일본 | 유산유도제 도입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과제

일본에서는 유산유도제가 도입됐지만, 아직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2023년 8월 18일

[동아시아]일본[읽을거리]페미니즘임신중지권, 일본, 페미니즘

지난 달에 소개한 「일본 임신 중절 정책의 역사」에 이어, ASAJ(Action for Safe Abortion Japan)의 구성원인 스카하라 쿠미(塚原久美)의 발표를 중심으로 주요 정보들을 추가하여 정리했다. 지난 20년간 임신중지를 연구해 온 쿠미가 4월 일본에서 승인된 유산유도제 ‘메피고팩’ 도입 후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한다.

지난 4월 일본에 도입된 유산유도제 메피고 팩은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임신 9주까지 사용하도록 승인되었습니다. 라인파마 제약회사가 판매하고, 미페프리스톤 1정과 미소프로스톨 4정을 한 세트로 합니다. 이것은 경구(經口)용 으로는 일본 최초의 임신중절약입니다. 경구용 이전에 경질(經膣)용 임신중절약은 1984년에 도입된 바 있습니다. 경질(經膣)용 임신중절약 프리글랜딘(PREGLANDIN)은, 제메프로스트(Gemeprost)성분으로 일본에서 최초로 질 내부에 삽입하여 사용하는 좌약으로 승인받아 지금까지 사용되어 왔습니다.

일본은 1948년부터 지금까지 의료기관에서 소파수술로 초기임신중절을 진행해왔습니다. 1984년 이후에는 임신 중기까지의 임신중절에 프리글랜딘이라는 질좌제를 사용해왔습니다. 이 약은 일본에서 개발되었고 지금도 일본에서만 사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임신중절은 소파수술, 중기 임신중절은 프리글랜딘 질좌약 사용했던 임신중지체계에 새로운 약(경구 유도유산제)이 추가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최근까지 경구 유도유산제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2014년 평범한 여성들을대상으로 실시한 낙태약에 관한 의식조사 결과, 과반수가 낙태약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며 3분의1 이상이 긴급 피임약과의 차이를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조사 당시 낙태약은 일본 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해외사이트에서만 판매된다고 정확하게 대답한 사람은 10% 미만이었습니다.

이 조사를 실시한 미국 컨설팅회사는 2017년 수동흡입기* 위민즈(women) MBS 시스템 승인에도 관여했습니다. 일본의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는 일본 내에서의 요구라기 보다는 시장을 확대하려는 외부의 압력으로 조금씩 변화해 온 것입니다.

  • *수동흡입기 : 임신중지의 한 형태인 흡입술에 사용되는 기기

일본에서 유산유도제에 대해 관심이 낮았던 이유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성교육과 인권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로 임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식이 부족한 것이 한 원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피임에 관한 정보 접근 장벽이 너무 높다는 사회적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2021년 경구용 유산유도제를 신청 과정에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현재 언론에서 종사하는 젊은 여성 기자들이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 관심을 가진 것도 큰 이유입니다. 또한 저희 ASAJ와 같은 여성운동단체가 2020년부터 유산유도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활동하고, 이것이 보도되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의외로 임신중절 약의 승인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3월 약사분과회의 심의가 한 번 연기되었습니다. 이 때 일부 의원들의 유산유도제가 반대가 심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극약’ 지정 시도가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였습니다. 심사 결과가 2022년 11월에 나왔고, 보고서에 ‘극약’에 상당한다는 의견이 포함된 문장이 한 군데 있어서 논란이 되고, 최종 결론에는 삭제되었는데 올해 4월에 ‘극약’이란 단어가 부활한 것입니다.

일본 유산유도제 도입 과정
일본 유산유도제 도입 과정

메피고 팩이라 이름 붙인 라인파마 제약회사의 경구용 유산유도제는 2023년 1월말에 후생노동청의 심의 회의에서 승인되고 한 달간 의견 수렴을 받은 후, 상위의 분과회의 심의를 거쳐 4월 28일에 최종 승인되었습니다. 승인 조건을 보면 ‘극약’으로 엄격하게 관리할 것, 모체보호법이 지정한 의사의 지시하에 투여할 것, 당분간 입원이 가능한 시설(병원이나 진료소)에서 복용하고 미소프로스톨를 투여 후에는 태낭이 배출될 때까지 필히 입원 또는 원내에 대기할 것 등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원래 임신중단을 하는 것 자체가 모체보호법의 지정된 의사만 가능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용방법과 요금을 결정하는 권한도 개별 의료기관에 맡겨졌습니다. 또한 유산유도제를 복용할 경우에도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유산유도제를 복용하는 일이 형법의 ‘자기낙태죄’에 저촉될 우려가 있습니다. 메피고 팩은 올해 5월 16일에 발매되었습니다. 이 약을 취급하려는 의료기관은 라인파마 제약회사의 교육을 이수하고 등록해야합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쉽게 취급할 만큼 접근성이 좋지는 않습니다.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었지만 아직도 여섯가지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첫째, 메피고 팩을 취급하는 의료기관이 매우 적습니다. 2023년 6월 15일 현재는 조금 늘었을지 모르지만 전국에서 메피고 팩을 등록한 곳은 14곳 뿐입니다. 의료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다른 병원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일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피고 팩을 취급하는 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지역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약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둘째, 요금이 비싸다는 점입니다. 위 14곳 중 홈페이지에 가격을 명시한 곳은 두 곳뿐인데 한 곳은 임신중지 수술과 유산유도제 가격을 동일하게 12만8천엔(116만원)으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곳은 사전 진찰료를 포함해서 8만9천엔(81만원)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항목을 추가해 20만엔(182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라인파머사는 유산유도제의 도매가*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일본산부인과 의사회는 약값은 5만엔 정도로 가정하고, 의료기관에서의 가격은 약값, 진료검사비, 시술비 등을 합치면 10만엔 정도라고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수술보다는 약간 저렴할 것이라고 하지만 의료기관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습니다.

  • *유산유도제의 원가는 미화 1달러에서 3달러에 불과하다

셋째, 당분간 태낭이 배출될 때까지 입원 또는 원내 대기를 의무화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기존 임신 초기 낙태는 당일 수술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약 복용을 위해 입원이 필요하게 되면 복용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실을 사용하는지 보호자가 함께 할 수 있는지 등의 운영 상태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임신중지가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입원비가 더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에 장시간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임산부나 신생아를 만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일반수술과 달리 계속 깨어있는 상태에서 입원하는 사람의 정신적인 케어를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병원 내 대기의 경우 진료시간이 끝날 때까지 태낭이 배출되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산유도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임신중지의 탈의료시설입니다. 이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임신 산물을 배출시키는 미소프로스톨을 집에서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미소프로스톨을 추가하여 약으로만 임신중지 과정을 끝내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WHO는 임신중지를 완료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로 약을 복용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것이 불가능하고, 한번의 투약으로 완료되지 않으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합니다. 약을 추가로 투여하면 약만으로 임신중지를 완료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 확실하므로 검토해야 합니다.

다섯째, 일본에서는 초음파 검사가 유산유도제 복용 전제 조건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더믹 기간 동안 해외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의무화하지 않고, 임신초기에 집에서 스스로 약을 복용하는 자기관리 임신중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제산부인과연맹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선포된 2020년 3월 임시조치로 유산유도제 온라인 처방과 자기관리 임신중지를 장려했고 그 결과 안전하고 유효한 방법임이 확인되었습니다. 2021년 3월부터 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초음파로 태아가 확실하게 확인되는 시기는 임신 6주 경이지만, 최근 임신검사 약품은 6주 전에도 임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산유도제는 초음파로 임신을 확인할 수 없는 초기에 시행하는 내과적 임신중지에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제조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산유도제는 계류유산* 환자 치료에도 효과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이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계류유산에 여전히 피부를 절개하여 세균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침습적인 수술만을 고집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 *계류유산 : 자궁경부가 닫혀 있는 상태로 수일에서 수 주 동안 사망한 임신 산물이 자궁 내에 남아 있는 것

일본은 프로페셔널 오토노미(Professional Autonomy, 전문적 자율성)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전문적 자율성’속에서, 임신중절약 투여에 관한 통일된 가이드 라인이 없고 개별 의사의 재량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그러므로 의사들이 환자의 의사를 가장 우선시하고 소중히 여기고, 임신유도제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설 : 스카하라 쿠미(塚原久美)
정리 : 박근영, 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