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기후위기 도래한 동아시아, 기후정의운동이 필요하다!

극단적 기후위기 도래한 동아시아, 기후정의운동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맞선 기후정의운동의 대중적 확장이 중요한 때다.

2023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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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많은 이들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올 여름 일본과 중국, 한국에서 태풍과 집중호우,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제5호 태풍 ‘독수리’상륙으로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 등 수도권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수십 명이 숨지고, 실종되었다. 베이징 기상당국에 따르면 이번 폭우의 평균 강수량은 744mm로 14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이었다. 이 비로 허베이성에서만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허베이성 싱타이시의 누적 강수량은 무려 1000mm가 넘었다. 이는 평년 강수량의 두 배가 넘으며, 이 중 685mm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이로 인해 84만 명이 대피했는데, 1층이 대부분 잠기고, 2층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곳도 있다. 5일 동안 전기, 수도,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 마을 여러 곳이 침수되었으며, 구조인력, 장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헤이룽장성에서는 폭우로 도로가 끊겨 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땅 아래로 뚝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하얼빈 시 중심지는 물에 잠겨 강처럼 변해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다닐 정도이고, 최고 수심이 12m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이 와중에 중국 최고 관료인 니워펭 당서기가 베이징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주변지역이 최대한의 조처를 해야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있었다. 허베이성의 줘저우시가 베이징에서 100km 떨어져 있는데 이 지역이 수도 베이징을 위한 해자(성을 지키기 위해 둘레에 땅을 파고 물을 채워놓은 것)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 지역은 베이징과 사회경제적 격차도 커 누리꾼과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고있다.

폭우가 내린 허베이성의 줘저우시
폭우가 내린 허베이성의 줘저우시

한편 지난 7월 10일에도 규슈 북부 후쿠오카현과 오이타현에 집중호우가 발생해 하천 범람, 토사 붕괴, 산사태 등으로 7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하루동안 강수량이 40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내린 것이다.

또, 제 6호 태풍 카눈이 7월 30일부터 일본 오키나와를 강타해 전체 가구의 4분의 1에 정전이 발생했다. 건물이 부서지거나 땅이 무너져 내리고, 가로수가 쓰러졌다. 지붕이 날아간 곳도 있었다. 강풍과 정전으로 인해 오키나와와 가고시마현에서 2명이 숨졌고, 60여 명이 다쳤다.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된 카눈은 경로를 틀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10일께 한반도를 관통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주택 침수와 제방 침수 등 370여건의 시설 피해가 확인됐으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또, 태풍 카눈으로 속초(369mm), 북창원(261mm)등에서 8월 일 강수량의 최대량이 경신되었다.

한편 중국 국가기후센터에 따르면 윈난 차오자 44도, 위안모우 43도, 베이징 탕허커우 41도 등 110개 관측소의 하루 최고 기온이 7월이 되기도 전인 6월 30일까지 이미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거나 넘어섰다. 신장 지역은 7월 16일 최고기온이 52도를 넘어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역시 47개 현 중 32개 현에 열사병 경계경보가 발령되었고, 최고기온이 40도에 이르러 최소 60명이 열사병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유엔과 적십자 공동보고서는 지난 2010년 부터 2019년 사이 전 세계 38건의 폭염으로 7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오는 2030년에 폭염으로 인해 농업인의 노동 가능시간이 현재의 40%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45년쯤에는 세계 식량 생산량의 4분의 3이 폭염으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더우면 폭염, 비오면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도깨비날씨'가 계속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반도를 감싼 뜨거운 공기가 땅을 달구고 이로인해 대기가 불안정해져 곳곳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7월 31일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었는데 강원도, 경북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그 전날 경기도에선 40도의 폭염이, 서울 일부지역과 일산에선 시간당 50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된 7월 30일~8월 5일 사이에만 전국에서 매일 1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5일 연속 1명 이상씩 총11명이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한 올해 5월20일부터 8월 5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719명,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1202명, 추정 사망자 6명과 비교해 환자 수는 43%, 추정 사망자 수는 250% 증가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로 지구평균 온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기상 변동성이 커져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강수량이 1940년대보다 10%가 늘어났고, 여름철에 강수가 몰려있어 봄철가뭄과 여름철 호우가 과거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학과 명예교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보다 온난화의 수준이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게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대책

이처럼 지구의 기후는 급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음을 더 자주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작년 반지하 수해 참사, 강남역 일대 등의 지하철 침수를 겪고 나서도 정부의 대응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올 해 집중호우로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작년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가구 이주대책을 공언했지만 올해 이주한 반지하가구는 정부가 침수위험가구로 설정한 2만 9천여 가구의 8%, 전체 반지하 가구의 0.95%에 불과했다. 이주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부 지원도 받지 못했다. 정부는 계속되는 참사에도 기후위기 상황을 대비한 관리와 근본적 대책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지하주택의 침수와 홍수 피해는 언제나 있었고, 극단적 폭우로 언제든 더 큰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올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불러 온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4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었다. 하지만 이 참사는 단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집중호우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하차도 옆 임시제방 부실공사를 방치했고, 참사 전 23회나 되는 신고를 받고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의 상황파악과 도로 통제도 전혀 되지 않았다. 이것은 미리 대비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인재다.

오송 지하참사 유가족 대표는 지난 8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사 2주가 지났으나, 대책도 사과발언도 없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며 지금이 ‘무정부상태’라고 말했다. 충북도청은 유가족에게 6개월-1년간 심리치료를 하라는 공문만 달랑 보냈고, 청주시는 업무중 돌아가신 분들의 산업재해신청에 대한 안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난지원금을 7월 말까지 신청하라며 유가족을 독촉하기도 했다.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애도와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는 태도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현장
오송 지하차도 침수현장

사고의 수습과정조차 재앙이었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집중호우 희생자 수색을 하다가 사망한 젊은 해병대원은 구명조끼조차 입고 있지 않았고, 지난 21일 수해 복구작업에 나섰던 50대 일용직 노동자는 폭염에 의한 일사병으로 사망했다.재난 사고가 있을 때 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복구에 나서는 이들은 국회의원이나 정부관료, 기업의 사장들이 아니라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이다.

사고에 대한 책임도 현장공무원 엄벌로 끝이 났다. 제대로 된 사과도, 구조적 원인규명이나 근본적 대응책 마련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처럼 가족을 잃고, 일상의 존엄을 빼앗긴 이들이 지금 상황을 무정부상태같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더 낮은 곳에 사는, 더 가지지 못한, 더 취약한 이들은 폭우와 폭염, 추위와 가뭄으로 인한 위험의 경계에서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기후위기의 일상을 온 몸으로 맞고 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피해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더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척 그린워싱을 내세우며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기업들과 정부의 무능하고 안일한 대응을 지켜볼 수 없다.

일본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민간기후보험이 출시되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을 사례로 들며 보험사들이 기후위기를 이용해 보험시장을 조성해 새로운 이윤창출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을 파괴하면서 돈을 벌어온 기업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민간기후보험 같은 방식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도 중국, 한국 정부는 기후대책은 세우지 않고, 경제회복 운운하며 화력발전소를 확대하려고 한다. 기후위기에 막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평범한 노동자 서민들의 고통과 위기를 다시금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정부와 이를 떠받들고 있는 이윤중심의 체제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겐 민간보험 따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더 급진적이고, 더 과감한 공공 기후정책이 필요하다. 개발논리에 혈안되어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들을 제재하고, 민간경쟁 방식이 아닌 공공중심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과 냉방시설이 필요하다. 또,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의 제안처럼 폭염, 폭우 등 기상악화시의 작업 중지를 일시적 실업으로 보고 이를 보조해 주는 기후실업급여같은 사회보험의 확대도 고민할 때다. 더 나아가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대중교통 확대 등 대규모의 근본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2022년 9월 23일 열린 기후정의행진 집회
2022년 9월 23일 열린 기후정의행진 집회

우리에게는 돈이 아닌 사람을 우선시하는 체제, 경쟁이 아닌 협력과 상호의존을 바탕으로 한, 모두를 위한 체제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기후위기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국정부를 압박하면서 국제적 대응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피해 당사자들이 결합한 기후정의운동이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결성된 ‘기후정의운동’은 급진적 기후에너지운동, 대안세계화운동, 토착민운동과 농민운동 등이 결합한 국제적 연대체로서 개혁적 조치가 아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천명했다. 이 기후정의운동의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져 180개국의 기후파업과 기후시위 등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한국도 함께하고 있다. 2022년 9월 24일에 시작된 한국의 기후정의행진은 3만5천명이 참여해 “화석연료 체제의 종식, 공공적 통제의 강화, 불평등 종식” 등을 요구했다. 올해 4월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 이어, 9월 23일에 3번째 기후정의행진이 서울에서 열린다. 9.23 기후정의행진이 체제 전환으로의 길을 만드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자.

글 : 김지혜
교열 : 김현빈



참고자료

  • 중국 북부도 '독수리' 피해 막심…강이 된 시가지, 권란, SBS, 2023.08.03
  • “중국 일본만 때리는 태풍”.. ‘카눈’은 v턴해서 곧 일본 규슈 해상으로, 정형태, SBS, 2023.08.03
  • 폭우가 할퀴고 간 중국…140년 만에 최대 강수량, 임광빈, 연합뉴스, 2023.08.03
  • 약 먹고 버티는 오송 참사 유족들 "지금도 무정부 상태", 김화빈, 오마이뉴스, 2023.08.01
  • 한날에 폭염·호우특보 동시에 내리는 ‘도깨비 날씨’ 왜?, 신소윤, 한겨레, 2023.08.01
  •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폭염 지속···일본은 폭염보험 인기↑,윤덕제, 녹색경제신문, 2023.08.01
  • 중국기온이 52도 찍었다...폭염,산불,폭우, 이상기후에 전세계 몸살, 이유진, 뉴스, 2023.07.18
  • 수도 베이징 위해 ‘물그릇’ 역할해야? ‘200만 이재민’ 허베이성 분노,최현준,한겨레, 2023.08.07
  • 中 상반기 폭염 일수 60년 만에 ‘최고’…베이징 가이드 열사병으로 사망, 이민희, 상하이방, 202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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