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간좌파, 바리케이드의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중국 민간좌파, 바리케이드의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랄프 루커스는 '중국의 좌파'라 명명된 자신의 저작을 통해 공식화된 중국 국가좌파와 대별되는 중국 내 피억압자들의 풀뿌리 운동 역사를 당 밖 좌파의 역사로 조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2023년 8월 14일

[동아시아]중국대륙중국, 서평, 역사, 사회주의, 사회운동, 노동운동

이 글은 최근 출간한 랄프 루커스(Ralf Ruckus)의 저서 『The Left in China: A political Cartography』(중국의 좌파: 정치적 지도제작법)에 대한 홍콩 좌파활동가 JN의 서평을 번역한 것이다. 책의 저자 랄프 루커스는 약 20년 동안 중국의 사회·경제·정치 상황을 연구해 왔다.

랄프 루커스(Ralf Ruckus)의 저서『The Left in China: A political Cartography』(중국의 좌파: 정치적 지도제작법)는 중국공산당이 중국 내의 동질적인 ‘좌파’를 수월하게 주도한다는 통념에 강력하게 대면하고 불식시키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풀뿌리 노동자, 농민, 학생, 페미니스트, 농민공의 중요한 역사를 보여준다.

루커스의 전작『The Communist Road to Capitalism』(자본주의로 가는 공산주의의 길)을 제외했을 때, 이러한 풀뿌리 사회운동의 역사는 대부분 단편적인 서술로만 남아 있기 때문에, 영미권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1] 아마도 역사에 대한 이와 같은 생략은 마오주의와 중국공산당의 혁명 투쟁이 제3세계 운동에 끼친 영향 때문인데, 그것은 서구의 출판업계에도 보다 익숙하고 더 잘 팔린다. 그런 점에서 중국 비공산당(민간) 좌파에 대한 루커스의 역사적 종합은 훨씬 더 가치가 있다.

  • [1]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자료들을 참고할 것 : 1979년 Black Rose Books에서 출간한 『China: The Revolution Is Dead, Long Live the Revolution』’ 2008년 프린스톤대학 출판사에서 출간한 『Wild Lily, Prairie Fire: China's Road to Democracy, Yan'an to Tian'anmen, 1942-1989』’ 2023년 Gongchao.org의 Ralf Ruckus, Daniel Reineke, Jule Pfeffer, Kevin Lin 등이 편집한 『China from Below: Critical Analysis & Grassroots Activism』 https://www.gongchao.org/en/china-from-below/; 2022년 Verso Books에서 출간한 『Proletarian China: A Century of Chinese Labour』; 학술저널 『Made in China Journal』의 2020년 여름호 중 장위에란이 쓴 글 「Leninists in a Chinese Factory: Reflections on the Jasic Labour Organising Strategy」 등.
랄프 루커스의 최근작 'The Left in China'(좌)와 전작 'The  Communist Road To Capitalism'(우) 표지
랄프 루커스의 최근작 'The Left in China'(좌)와 전작 'The Communist Road To Capitalism'(우) 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많은 좌파들은 계속해서 ‘사회주의적 국제주의’라는 명목으로 중국공산당의 우익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옹호하며 중국의 억압받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는가?

루커스는 일부 좌파가 중국공산당의 화려한 행사가 만든 “겉치장에 빠져”, “중국공산당의 우익 노선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를 미국(백인) 좌파 일부의 인종주의적 우월감에 기반한 개별적인 편견 탓으로 돌리고 싶긴 하지만, 많은 젊은 유색인종 좌파들 역시 이러한 술수에 넘어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한가한 질문이 아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목표로 하는, 거대한 세계 시장 구석구석의 노동자 및 그밖의 억압받는 이들을 연합시킬 수 있는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국가중심적이지 않은 사회주의적 국제주의를 건설하는 데에 있어 대단히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 과제는 소위 ‘신냉전’으로 불리는, 과잉 민족주의(hyper-nationalist)와 신국가주의의 변이로 인한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어렵고 중요해졌다.

과잉 민족주의적인 호소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중 관계에 대한 서구 좌파의 담론은 눈에 띄게 비인간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미국의 좌파들은 미국 사회주의에 관한 논쟁 과정에서 끝없는 구별짓기와 분파주의, 수많은 경향성과 정파적 요소들을 드러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내 좌파는 희생됐다. 특히 그들(미국 좌파)은 중국공산당이 마치 중국 좌파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처럼 일반화했다. 국가주의와 전위당론(party vanguardism)의 프레임에 사로잡힌 이런 좌파들에게 당 밖 좌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존재이거나, 심지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한 외세 공작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서구 제국주의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노동자 민중의 실재적이고도 현존하는 사연을 외면하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현재 미국의 일부 좌파는 타자에 대해 투사된 이상화로서의 전통적인 오리엔탈리즘(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과 자신들이 중국인(좌파들)보다 중국 문제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주장하는 좌파 쇼비니즘(맹목적/광신적 애국주의)이 독특하게 혼합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경제 헤게모니는 전 세계 좌파들이 공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한데 자국의 자본주의 정부들에 맞서는 사회주의자들 중 상당수는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게 중국 인민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확고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회주의자들에게 있어 중국의 제국주의적 야망(WTO의 견고한 회원국이자 세계 최대 채권국가, 세계 2위의 경제력·군사력 등)은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다극성(multi-polarity)’을 추구하려는, 제3세계의 일원이 되는 것이란 연이은 주작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The Left in China』는 2019~2020년 세계 곳곳의 항쟁 이후 사회주의에 대한 의식이 되살아나고 있는 현 시점에 매우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루커스는 전작에서 발전시킨 중국 내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역사연구를 계속해서 심화시키며, 공차오(工潮, Gongchao)에서 수십여 년간 풀뿌리 농민, 농민공, 여성들의 정치적 투쟁을 기록해왔다. 당 밖 좌익반대파의 경향들을 추적해온 그의 작업은 그가 ‘좌익’이라고 명명한 조직화 프레임워크를 알려주며, 그는 그 프레임워크에 수많은 이니셔티브와 프로젝트를 추가하고 있다.

그가 수많은 계획과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해 왔던, ‘좌파’ 라고 정의내리는 조직적 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 준다. 중국에서 ‘좌파’ 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이해가 가지고 있는 이점은, 러커스가 ‘권력 분배/억압’ 과 ‘부의 분배/착취’ 라고 부르는 해방적 요구에 기반을 둔 저항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신좌파 같은 학문적 움직임이나 당내 반대분파와 같이 이미 제도화된 역사에 편입되거나 기록이 잘 남아있는 움직임과 구분되는 풀뿌리 운동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중국의 ‘좌파’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인식의 장점은 제도에 기록된 역사들이나 중국 신좌파처럼 일찍이 잘 문서화된 당내 분파들 및 학문적 경향에 대한 해부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다양한 행위자들을 통해 풀뿌리에서 솟구치는 해방적 요구(루커스가 책에서 “권력 분배/억압” 및 “부의 분배/착취”로 명명했던 것과 관련된)에 기반한 저항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좌익그룹 및 기타 정치 세력
1990년대 이후 중국의 좌익그룹 및 기타 정치 세력

루커스는 스스로를 좌파 혹은 공산당원으로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풀뿌리 운동과 요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중국공산당의 다양한 하방 계획과 사업들에 맞서기 위해 항상 등장했던 농민·노동자부터 학생운동에 이르는 상방 저항의 변증법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시대들을 가로지르는 선을 그린다. 모든 형태의 비국가적 저항을 포괄하는 이러한 개념적인 정의는 자칫 부정확성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 우리가 그 용어로 자신들과 자신들의 목표를 정확히 ‘좌파’로 정의내리지 않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논쟁이 포함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명칭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정치 스펙트럼을 이해하는 것이기에 장기적 조직화와 단기적 실천 모두를 위해 매우 핵심대단히 핵심적이다.

예를 들어 홍콩(범죄인 송환조례 반대운동)의 맥락에서 자유주의자들은 그들이 ‘좌파’를 대변하는 세력이라고 간주했던 중국공산당과의 대결에서 운동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정치적 이견들을 최소화할 것을 고집했다. 결과적으로 항쟁 내에서 성장하는 우익 본토파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광범위한 거부(몇몇 경우 독자적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우익’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는 2020년 말 이 운동을 우파의 결단에 굴복시키는 방향감각의 상실을 낳았다.

루커스는 이처럼 역사적 세부사항에 대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좌파’의 광범위한 범주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역사 속 당밖 반대파의 심원과 연속성을 끌어내고자 시도한다. 이러한 투쟁들이 종종 외부자들에 의해 풍자되거나 도구화되었던 방식을 고려할 때(1989년 정치 자유화와 시장화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요구를 서구가 흡수했던 것부터, 혁명적 좌파를 당이 독점하는 영역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던 것까지), 중국 내 좌파의 정치적 사유의 복잡성에 대한 강조는 매우 중요하다. 물론 좌파 사상 일반에 다양한 갈래가 있다는 건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소위 ‘신냉전’ 내 모든 진영의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중국의 정치 현실을 동질적인 범주로 계속 축소하고 있는 사실은 노련한 분석가들에겐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입문자들에겐 필수적 브리핑일 것이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과연 세계적 차원에서 ‘좌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 시점에 저자 루커스는 우리가 향수에 젖고 낭만화된 중국 (국가)좌파에 대한 공상을 뛰어넘고, 오늘날 중국적 맥락에서 실재하는 좌파의 형식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일부 중국 좌파들이 그러하듯 타락한 서구에 대응하는 순수하고 목가적인 지역으로 물신화하길 요청하는 건 아니다. 그것[동서 구분의 물신화]은 그저 냉전시대의 문명 대 야만이라는 이원론적인 담론을 거꾸로 뒤집은 것일 뿐이다. 대신 루커스는 중국 좌익반대파의 오랜 역사가 중국 국가가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방식으로 편입되는 과정과 어떻게 불가역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글로벌 좌파 정치를 동질적인 것으로 취급하지 않기 위해 지역의 특수성을 사용하는 것은 중국에서 좌파를 [새롭게]정의하는 데 있어 지역을 동질화하고 이상화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피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당-국가의 단일한 중국식 사회주의적 발전주의에 대한 균질화 주장과 시장·문명·마르크스주의의 목적론적 역사에 대한 독특한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루커스는 중국공산당의 지도자들이 민족주의적 문화 프로그램들을 추진하기 위해 재생산했던 특수성에 대한 국가 담론을 되풀이하는 대신, 중국 내 좌파의 파라미터를 전적으로 결정짓는 당-국가가 중국 좌파의 모든 부문을 지배한다는 이데올로기적인 통념을 깨기 위해 중국 바깥의 사람들에겐 불명료하게 남아있는 로컬화된 정치적 기원들(예: 마오주의 우파[보황파]에서 마오주의 좌파[조반파], 반란 노동자, 풀뿌리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을 주목한다.

각 장은 1949년부터 현재까지 좌파적 요구들이 반영된 특정한 사회운동을 다루고 있는데, 루커스가 도입부에 제시한 '대립과 종결', '불만과 투쟁', '행위자들과 그들의 사회·정치적 요구' 분류는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특정한 시기나 정치 행위자의 범주에 초점을 맞춰온 중국 사회운동 연구들의 경향과 달리, 루커스는 좌익의 요구들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 역사 전반에 걸친 반대파들을 ‘발견’하고 조화시키며, 나아가 (1989년 당시 직장 내 사회주의민주를 요구했던 급진적 노동자들처럼) 감춰져 있었거나, 전통적으로 산업 노동자운동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왔던 투쟁들(페미니스트들의 재생산권 요구 투쟁)도 취급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루커스는 자본주의 사회들(왼쪽으로 갈수록 무정부주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파시즘)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나누는 일련의 정치 그래프들을 활용하면서, 사회주의 사회(사회주의 과도기에 ‘좌익적-집단주의적’과 ‘좌익적-착취주의적’ 세력 간 구분이 더 두드러짐)를 설명할 때에는 이러한 그래프가 어떻게 변형되는지, 그리고 자본주의 시기에 그래프의 “우익적-착취적” 방위가 도입되고 시간이 흘러 어떻게 급격하게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세부사항에 대한 이러한 세심한 관심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그가 이데올로기 논쟁과 그것이 사회운동에 미친 영향을 다소 무심하게 일축해버린 것(“저자의 학문적 신뢰를 획득하는 정신적 훈련에 지나지 않는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

70여 년에 걸친 방대한 역사적 과정에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커스의 글은 전문용어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아 눈에 쉽게 들어오는 편이다. 이 명료함은 그가 전 세계 좌파들로 하여금 권위주의적 사회주의를 지지할 건지 아니면 노동자와 농민, 이주민과 여성의 사회적 투쟁을 지지할 건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명료함에 대한 강조가 지나쳐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령 저자는 각 장을 ‘요약하면’이라는 같은 문구로 시작하고, 뒤이어 그가 설명하고자 하는 지역이나 사람, 주장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또 다른 부분에선 언어 선택이 이 책의 개념적인 일부 실수를 눈에 띄게 하기도 한다. 루커스는 중화인민공화국 역사 전반에 걸쳐 여성들의 투쟁과 그들이 경험했던 탄압의 핵심적인 역할에 시간을 할애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역사에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그는 이전 저작과 마찬가지로 ‘female/women’이라는 독특한 명명법을 고수하며, 이를 각주로 표시하는 대신 본문 전체에 적용한다. 이러한 투박한 서술방식에 대한 지적이 중국 페미니즘을 주목하고자 하는 루커스의 중요한 성과를 무효화하거나, ‘여성’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비(非)시스젠더 정체성의 정치적 주체성이나 성별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루커스가 기록한 투쟁들 중에는 단순 교조화된 마오주의나 유교적 가부장제 위계 질서[2]에 대한 일반적인 저항을 넘어선 수준의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퀴어 트랜스 당사자들의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도식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 [2] 그러나 루커스는 이 장의 각주에서 보다 일반적인 페미니즘 운동과 긴장 관계에 있는 레즈비언 및 퀴어 운동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198페이지 참고)

우리는 기존의 권리를 방어하는 수준의 시스젠더 페미니즘 운동을 넘어서는 수준의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 페미니즘 조직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진핑 정부의 반동적인 보수성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온건한 수준의 성소수자 친화적 접근조차도 사회조직 활동[3]에 대한 강력한 탄압으로 인해 급속히 후퇴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가부장적 가족 규범을 복원하고자 하는 국가의 생명정치적 재천명과 관련되어 있으며, 따라서 시스젠더 여성과 트랜스 여성의 저항 사이에 공통지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나 함께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다를 수 있다.

  • [3] 이에 대해선 다음 자료들을 참고할 것 : 2023년 4월 23일 Sixth Tone을 통해 발행된 「‘Traumatizing’: The Transgender Chinese Struggling to Access Health Care.」; 같은 매체에서 2021년 11월 8일에 발행된 「China’s First Clinic for Trans Youth a ‘Good Step,’ Advocates Say.”」; 역시 이 매체에서 2021년 10월 5일 발행된 「At This Niche Clinic, No Stares, Smirks, or Stigma.」 등.

이것은 단순히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의 투쟁을 산술적으로 더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식의 부가적인 접근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좌익반대파 안에서 그러하듯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 내에서도 젠더에 기반한 다양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루커스가 역사화하며 강조한, 중국 풀뿌리 좌파들 내 서로 다른 경향들 사이에서의 이념적이고 실용적인 논쟁들을 고려할 때, 반(反)가부장적이고 성/젠더에 기반한 저항이라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범주 내에서 발생하는 논쟁들에 대해서도 경솔하게 단정짓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실, 젠더 정체성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견과 논쟁은 국가가 억압하는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민주적 관행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성소수자 문제가 사회 전반의 분열을 첨예화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암호가 됐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일부 좌파 비평가들은 서구 제국주의의 퀴어나 대만의 국가정체성의 일부가 된 퀴어에 대한 급진적 대응으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에 봉사하는 "중국특색" 퀴어 정체성을 개발했다. 중국 내 보수적 주체들은 #미투 조직화를 포함한 성소수자(LGBTQ) 운동을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한 사례로 활용해왔다. 그 부분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관여하는 많은 활동가들은 성소수자 이슈가 일반적인 정치 분석과 실천을 더 넓은 규모로 확장해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광범위한 범진보좌파 내의 이러한 기층사회 흐름은 그들의 목표와 억압 모두에서 광의의 페미니즘 운동과 많은 공통점을 갖지만, 그들 자신의 특성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풀뿌리 좌파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루커스는 2021년 최근작이 출판된 이후 중국의 흐름을 고려할 때 다소 암울하고 서글픈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중국공산당이 관료제적 억압과 제도적 포섭 등 보다 정교한 형태의 회유전략과 경찰·감시·투옥 등 보다 표준적인 형태의 물리적 억압의 조합으로 이뤄진 “유연한 권위주의”를 공개적인 정치적 조직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주의자들이 풀뿌리 좌파의 요구로부터 그들의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지만, 존재하는 권리(중국공산당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정치적 마지노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에 대한 가장 온건한 수준의 방어조차 국가적 극심한 억압에 직면하는 현 시점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현장에서의 실천에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정치지형에 대한 유물론적 이해를 갖추는 것은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억압들에도 불구하고 해방군 역할을 자처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자뻑 이미지에 편입하는 대신, 좌파적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대응적인 정치 행동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다. 제국주의적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의 해방적 사명에 대한 동일한 층위의 거짓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종류의 국가주의적 위선에 매혹되는 게 아니라, 우려를 제기해야 한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청년들이 사회주의와 좌파적 대의에 함께하고 싶어 하는 현 시점에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중국과 전 세계의 노동자, 농민, 그밖의 피억압자들이 놓인 물질적 조건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근원인 민족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개발주의에 반대하는 데에 있어 출발점이 된다. 중국 좌파는 그 길을 계속 걷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귀중한 자원이다.

번역 : 김원
교열 : 홍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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