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 | 임금 체불과 해고에 분노한 코로나 검사키트 공장 노동자들

충칭 | 임금 체불과 해고에 분노한 코로나 검사키트 공장 노동자들

2023년 1월 초, 새해 벽두부터 중국 충칭에 위치한 의료기기 공장에서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다. 코로나 검사키트를 만들던 노동자들은 엄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을까?

2023년 2월 28일

[동아시아]중국대륙중국, 충칭, 임금체불, 해고, 파업, 코로나19

중위후이지생물기술공사(重庆中元汇吉生物技术有限公司)는 2015년 초 창립한 의료기기 및 제약회사로, 충칭의 대규모 공장뿐만 아니라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에 8개의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2022년 10월 기준 35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전세계 100여개 국가의 13000여개 병원에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충칭에 위치한 공장에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직원보다 훨씬 많은 약 4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이다.

지난 1월 초, 이 회사의 공장에서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다. 최근 코로나 검사키트의 수요가 줄어들자 생산주문 취소에 따른 대규모 인원 감축이 일방적으로 통보되었고, 이 공장에서 일하던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분노한 것이다. 2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파업 후 거리 시위를 진행했다.

공장 앞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노동자들
공장 앞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노동자들

파업이 발생하자 공장 관리자는 노동자들에게 누구든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에 적힌 시급은 처음 약속보다는 훨씬 적은 17위안이었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이 관리자를 포위해 항의했고, 몇몇 악덕 파견업자들은 노동자들로부터 혹독한 댓가를 치르기도 했다. 공장 안으로 진입한 노동자들은 제품 원자재들을 모아 부수고, 현장의 생산 설비들을 박살냈다. 그리고 곧바로 공장 밖 도로로 나가 행진했다.

공장이 위치한 충칭시 다두커우(大渡口)구 정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공무원들을 파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당일 저녁 분노한 노동자들은 중무장한 채로 공장으로 진입한 경찰들과 충돌했다. 이 충돌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일부는 체포됐다. 그럼에도 사측은 결국 파견업자들을 종용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이로써 격렬하고 짧은 투쟁은 마무리됐다.

파견업자들과 공장 관리자들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영상 캡쳐)
파견업자들과 공장 관리자들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영상 캡쳐)

아이러니하게도 이 회사는 기업공회조차 없다. 공회 스스로 노동자들을 대변하거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2022년 중화전국총공회(ACFTU; 이하 ‘중화총공회’)로부터 메이데이노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화총공회에 따르면, 메이데이노동상은 “노동계급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이다. 한데 불과 몇 개월 후에 방역 정책이 완화되자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했고, 대규모 해고까지 다다른 것이다. 이는 최근 중화총공회의 공회 개혁과 조직률 성장의 구호가 얼마나 겉만 번지르르한 것인지 보여준다. 2022년 7월 기준 중화총공회는 280만여 개의 기층공회에 3억 명에 가까운 회원수를 갖고 있다. 이러한 숫자는 5년 전인 2018년 1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중화총공회는 1925년 5월 1일에 결성됐다. 중화인민공화국 공회법과 중국공회헌장에 따르면, 독립성과 자주성이 명시되어 있지만, 동시에 중국공산당의 영도를 받는다는 점도 규정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초기 공회는 ‘생산’을 위해 노동자들을 동원할 뿐 아니라, 사회주의자이자 노동자로서의 자각과 노동자 스스로 기업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기업 내 노동자의 민주적인 자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1950년대에 공회에 대한 두 차례 논쟁을 거치면서 노동자를 당과 연결시키겠다는 역할이 강해지고, 노동자 스스로를 위한 ‘조직’의 성격은 약화된다. 당의 정치적 영도는 ‘업무’ 영도로 확대됐고, 당의 업무 영도는 ‘조직’ 영도로까지 확장됐다.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

오늘날 대부분의 공회 인사들은 파견직 노동자들이 겪는 해고와 임금 체불 문제를 자신의 사업 영역으로 여기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먼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설령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매우 소극적으로만 대처한다. 이 때문에 착취와 억압으로 고통받거나, 저항의 필요성을 느낀 노동자들은 공회가 자신들을 대변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만약 공회가 제대로 작동되고, 자신의 책임을 다 했다면 이런 대규모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 공회는 공산당의 영도 하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정치적 불안정성을 고조시킬지도 모를 노동자운동을 촉진시키는 일에는 기여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매개의 부재는 2010년대 내내 동부 연안 일대의 공단들에서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야기했다.

지난 연말 중국 정부의 “동태적 제로코로나(动态清零)” 방역정책이 급변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도 변화가 일었다. 생산직 노동자들의 유연화된 노동체계에서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인원 감축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정세에서 공회의 역할이 이렇게 제한된 채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노동자 조직화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노동운동가들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인사들로 간주해 체포한다면, 노동자들은 이런 비공식적 저항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참고 자료

글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