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베이징의 배달 노동자들 [하]
2022년 9월 30일
‘성중촌(城中村)’이란 말 그대로 ‘도시 안의 촌락’이다. 중국 대도시의 빈민촌 슬럼가를 지칭하기도 한다. 개혁개방 이후 도시화에 따라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행정구역 상 도시에 포섭되었다. 그럼에도 성중촌에 대한 토지 소유권은 계속해서 마을이 갖기에 공간적 독자성을 유지해왔다. 흔히 성중촌은 도시와 농촌이 마주하는 곳에 위치한다. 베이징시의 경우, 성중촌은 4환과 5환 사이에 분포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시 정부가 전면적으로 도시를 개조하면서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들어서고 있다. 그 결과 성중촌은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 조성찬, <중국 현대를 읽는 키워드 100> 참고.
성중촌에 갇힌 음식 배달 노동자
퉁자펀촌(佟家坟村)에서 배달을 하던 리양(李扬)과 왕빙(王兵)에 비하면, 지난 5월 정상적으로 외출할 수 있었던 배달노동자들은 운이 좋았다. 왕빙과 리양은 예전에 어러머(饿了么, 중국대륙 음식배달 시장 2위 기업) 체인점에서 동료로 일하다가 함께 음식 배달 플랫폼 1위 기업인 메이퇀러파오(美团乐跑)로 이직했다. 그들은 웨이궁촌(魏公村) 근처에서 주문 배달을 했는데, 전염병 발생 기간에 퉁자펀촌에서 수천 명의 배달노동자와 봉쇄되었다.
하이뎬구(海淀区) 쓰지칭진(四季青镇)에 위치한 퉁자펀촌은 4환 서쪽 외곽에서 20분 거리에 자리한 전형적인 성중촌이다. 퉁자펀촌이 봉쇄될 당시 입구에는 격리 벨트가 설치되었는데, 이곳을 지나려면 입구를 막아선 보안원들에게 건강 코드(健康码)를 보여주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다른 성중촌과 마찬가지로 문안에 들어서면 길게 뻗은 거리에 온갖 종류의 음식점과 옷 가게, 반찬가게가 즐비하고, 밖으로 노출된 수도관과 복잡하게 엉킨 전선이 하늘을 조각내며 가로지른다.
간선길 주변에는 거미줄 같은 작은 골목이 있다. 단층집 위에 두세층을 덧댄 집들이 늘어서 있다. 이렇게 개인이 어지럽게 지어올린 2층집을 부동산 중개업자는 “2층짜리 양옥집”이라고 부른다. 모든 집에는 같은 색깔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지만 허름한 모습은 쉽사리 감추어지지 않는다. 어수선한 건물 밖에는 엉킨 빨래가 널려 있고, 진흙투성이의 땅바닥으로 물이 끊임없이 떨어진다. 각 가옥의 외벽에는 그 집에 몇 명이 거주하는지 적혀있는데, 대개는 짓고 있는 방 수량의 두 배다. 그러나 집 문을 열면 길지 않은 복도가 여러 개의 밀집된 쪽방으로 이어지는 걸 발견할 수 있고, 실제 거주자수는 아래층에 게시되어 있는 숫자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통자펀촌의 집은 낡고 오래됐지만, 공용화장실이나 공원 등 시설들은 깔끔하고 청결하다. 즉,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 외에는 모두 깨끗한 셈이다.
인민일보 웹사이트(人民網)의 영도자에게 보내는 글 게시판(领导留言板)에는 주거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길 원하는 주민들의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와 있지만, 쓰지칭진 사무소의 답변은 시종일관 “이미 고민하고 있다”일 뿐, 실제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자펀촌의 보잘것 없는 인프라와는 다르게, 이 동네에는 전동오토바이 충전기를 여러 개 있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등 뒤에 커다란 박스를 달고 있는 전동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1년 넘게 통자펀촌에 살고 있는 배달노동자 왕빙(王兵)에 따르면, 이 마을엔 총 4천여 명의 배달노동자가 살고 있다. 이는 통자펀촌 전체 인구의 3분의1에 달하는 수준이다. 낮에는 손님이 없어 길가의 작은 가게들이 적막하게 느껴지지만, 밤에는 퇴근한 배달 라이더 들이 셋집으로 되돌아온다. 퇴근 후에 모인 사람들은 노천 테이블에 모여 땅콩과 술을 마시고, 좁은 골목에는 비로소 활기가 가득 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퉁자펀촌이 봉쇄되면서 중단되었다.
봉쇄 통제
퉁자펀 지역에서는 감염 사례가 5월 22일과 25일 연속으로 발생했으며, 질병통제 당국은 5월 22일부터 6월 8일까지 출입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마을이 봉쇄된 것이다. 북적거리던 마을 입구는 보안용 테이프와 철조망, 철제 셔터가 설치되었다. 마을의 모든 골목과 큰길 사이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면서 사람들은 골목길 안에 갇혔다.
이른 아침부터 단속요원들은 전동차를 탄 채 마을 주요 도로를 순찰했고, 밤에는 “전염병을 확산시키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성기에서 흘러나왔다. 낮 동안 자원봉사자가 각 건물을 감시했고, 골목마다 두세 가구가 감시됐으며, 도어 센서가 현관에 설치됐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동안 철조망과 바리케이드가 들어선 성중촌에는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살벌하게 들려왔다.
전국 각지가 통제 사례들로 미루어 보면, 폐쇄와 통제의 최우선 과제는 물자 공급에 있다. 봉인 소식을 들은 리양(李扬)은 재빨리 골목에 있는 매점으로 달려가 생필품을 사려고 했으나 그가 달려갔을 때 이미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의 차례가 되자 담배만 남았는데 그것마저도 비싼 것이었다. 매점에서는 급히 물자 공급을 재개했지만, 룸메이트와 함께 빌린 10평방미터 남짓의 쪽방에서는 요리할 여건이 안 됐다. 리양은 14일 내내 라면으로 버텨야 했다.
왕빙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봉쇄 초기 왕빙은 찐빵 15개와 칠리소스를 급하게 구입했지만, 이틀 뒤부터 식욕이 없어지고 온몸이 나른해졌다. 하이뎬구 정부는 이 기간 동안 핵산 검사를 한 번 제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임대주택 세입자에게 채소 및 기타 생활용품, 보조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얼마나 많은 주민이 실제로 단지에 갇혀 있는지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조적으로, 베이징의 여러 사구들에서는 통제된 후에 며칠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야채 보따리가 공급됐다. 베이징시의 궈원제 상무국 부국장은 통제지역 입구로 자원봉사자가 배달품을 옮기면, 주문자는 절정기를 피해 배달된 물건을 픽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성중촌과 그 주민들은 성중촌의 낙후한 생활시설들처럼, 각급 정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론상으로 주민들은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그러나 왕빙에 따르면, 음식 배달은 마을 입구에 있는 테이크아웃 선반까지만 가능하다. 자원봉사자가 직접 봉쇄된 마을의 주민들에게 배달할 수밖에 없다. 배달 한 건을 주문 한 후에 손에 들어오기까지 빠르면 3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한 번은 국수를 하나 시켰는데 다 불고 식어 끓는 물에 데워야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하루에 하나의 배달 음식만 주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라면만 먹었다.
왕빙은 리양보다 봉쇄기간 동안 더 많은 곤욕을 치렀다. 리양의 방은 비록 작지만, 그래도 독립된 화장실이 있었다. 왕빙이 1300위안 을 들여 룸메이트와 함께 빌린 10제곱미터 짜리 작은방에는 욕실이 없었고, 시 차원에서 마을 입구에 지은 공용화장실은 바리케이드에 막혀 출입이 불가능했다. 왕빙과 룸메이트는 이런 상황을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했고, 집주인으로부터 출입문 앞 플라스틱 통에 커튼을 쳐 임시화장실을 만들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2주 넘는 봉쇄 기간 동안 왕빙은 이 플라스틱통을 써야 했다.
굶주림뿐만 아니라, 봉쇄된 삶은 폐쇄감을 주기도 한다. 성중촌의 공동주택(公寓)의 경우, 보통 10평방미터 남짓한 공간을 세 명 이상이 나누어 쓰는데, 침대 외에는 놓을 수 있는 가구가 없다. 왕빙은 2층 침대와 1인용 침대 하나, 창문이라 불릴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환풍구가 있는 좁고 후텁지근한 공간에서 14일을 다른 두 사람과 보내야 했다. 리양은 내게 “하루 24시간 중 23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고, 휴대전화만 보고 잠만 자다보니 뼈가 다 녹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따금 룸메이트와 카드놀이를 하며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이 시기엔 “뭘 먹어도 맛이 없다”고 했다.
답답한 것은 방뿐 아니라 배달노동자들의 걱정스러운 경제 상황이다. 라이더들이 통제 기간 동안 아껴 먹고 아껴 쓰는 이유는 아무런 수입이나 보조금이 없는 상황에서 이전에 저축해둔 것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매달 주거비를 짊어진 이들에게는 엎친데덮친격으로 무거운 짐이다. 봉인 해제 이후에도 소득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양에 따르면, 봉쇄 기간 동안 메이퇀러파오 시스템(美团乐跑系统; 메이퇀클라우스배송美团众包이 업무에 대한 결정권한이 높은데 반해, 러파오는 책임성이 더 많이 강조되고, 상벌기준이 엄격하다)은 라이더가 장시간 주문을 받지 않으면 등급이 떨어진다. 이는 뒤이은 주문의 과정에서 등급에 따른 우선권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배달왕(单王)에서 샤오진(小秦)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배달왕’과 ‘샤오진’이란 배달건수의 수준을 지칭한다) 플랫폼기업은 여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으며, 라이더가 플랫폼에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 상황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측에 유리하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배달 노동자의 수입은 통제 기간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삶을 살아도 라이더들의 불평은 비교적 적었다. 왕빙과 주민들 모두 아무런 불평없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합시다(舍小家为大家)”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그는 정부가 내심 이 기간 동안 봉쇄돼 있던 모든 주민들에게 하루 100위안의 기본생활 보조금을 제공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998년생 미혼자인 리양은 싱글벙글 웃으며 “혼자라도 배불리 먹으면 전 가족이 배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2주 동안 라면만 먹어도 괜찮다면 말이다. 이처럼 봉쇄된 지역의 배달노동자들은 삶의 어려움을 묵묵하게 버텨내고 있었다.
봉인 해제
6월 8일, 퉁자펀촌의 봉쇄가 풀렸다.
퉁자펀촌 입구를 가로막던 철판은 철거됐다. 분리대는 철거되지 않고 건강검진 통로로 바뀌었다. 대로변 구멍가게는 마치 재난이 끝난 직후처럼 안전문을 열고 영업을 재개했다. 일부 작은 음식점 주인들은 여러 지역을 오고 가는 배달노동자들 때문에 가게가 폐쇄될까 봐 “배달원 출입 사절(骑手谢绝入内)”이라고 적힌 간판을 문 앞 에 걸어두었다. 누군가 감염이 된다면 이 지역의 모든 주민은 또 다시 봉쇄될 수밖에 없다.
봉쇄 해제 후 왕빙은 즉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왕빙은 귀경 후 7일 동안 격리 생활을 포함해 3주간 자신의 일로부터 격리됐다.
봉인 해제 후 함께 밥을 먹은 자리에서 리양은 탕수육을 씹으며 괴로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처음엔 라면도 먹을 만했지만, 며칠 뒤엔 튀김가루 반죽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꺼워진다”고. 리양은 봉쇄된 기간 14일에 대해 “와우, 좀쑤셔 죽겠더라”고 단순하게 평가했다.
리양은 봉쇄 전보다 더 오래 일했지만, 수입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예년에는 날씨가 더워질수록 배달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이런 추세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피스텔의 사무직 노동자들은 완전히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고, 이 시기동안 대학생들은 고향으로 전부 돌아갔다. 더 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봉쇄해서 자유로워졌으나, 본래도 크지 않았던 케익을 자르면 자를수록 더 작아지고 있다.
“봉쇄가 풀리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봉쇄는 사람들에게 부서진 희망만 남겼다.
곤경에 빠진 배달 노동자
베이징에서의 코로나 팬데믹 통제 기간에 주문을 접수할 수 있었건 없었건 간에 음식 배달 노동자들은 각자 곤경에 빠져 있었다. 행정 명령과 같은 일률적인 통제가 이들에게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외식업체들은 옥내 식사가 금지되었으며 사무 직은 재택근무만 허용된다. 일단 바이러스 전파 궤적과 동선이 겹치면 지나간 것만으로도 ‘팝업창(弹窗)’을 보게 될 수가 있다. 이럴 경우 외출이 보장되는 기한은 단 하루뿐이어서, 다시 배달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코로나 검사 장소가 붐비는 경우에도 무리하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중촌 주민들이 봉쇄 관리를 받을 여건이 되는지, 식사가 가능한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지와 무관하게, 봉쇄령이 내려지면 당장의 사람들의 삶은 외면당한다.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상급 단위들은 지역사회 구조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고, 집행자에게 적재적소에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경직되고 단일화된 지표로 검증을 한다. 집행 과정에서 퉁자펀(佟家坟)촌의 책임자는 자신의 관할 구역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자신의 지위가 안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촌의 보안 및 관리 인원들은 성중촌의 농민공(打工人)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하며 만약 사고가 생기면 자신들이 책임 추궁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문제가 될만한 요소들을 전부 차단하려고 한다. 이들은 시민들의 의사와 피로감보다는 전염병 발생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왕빙의 사례에서와같이 여러 시민이 화장실 문제를 신고해도 방역요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전염병 예방 및 통제에 관한 일률적인 행정 처리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문제다. 상층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 심도 있는 조사 및 연구가 부족하고, 수립된 정책이 실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대중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정책을 시행하는 중하위급 관료 들은 능동성이 부족해서 상급자의 평가에 대해서만 신경 쓰려고 한다. 그들이 관할하는 대중 복지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통제의 대상일 뿐, 정책 수립에 대한 참여와 발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대중들의 요구가 무시되며, 요구를 표현할 수 있는 창구가 차단된다. 그 결과 상층은 ‘관리’ 목적을 달성하고, 중하급 관료는 ‘감투’를 지키지만, 대중의 이익은 침해당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어려움은 ‘일률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봉쇄는 전염병을 통제하고 가능한 빨리 없애는 방법일 수 있고, 개인이 자유의 일부를 희생해야 전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모든 정책,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이 필요한 정책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을 구성하기 어렵고, 위험에 대한 저항의 역량이 떨어지며, 아무것도 갖지 못한 육체노동자일수록 홀로 이 어려움을 감당해야만 한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어떤 어려움에 처하든 집세를 징수한다. 전염병 상황이 어떻든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마나 되든, 성중촌의 허름한 판자집에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임대료 2~3천 위안을 받는다.
플랫폼 기업들은 엄청난 이윤을 거두고 있다. 2022년 1분기 메이퇀 어플에서 음식배달 사업 수입은 전년 대비 17.4% 증가한 242억 위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한 16억 위안이었으며, 영업이익률은 6.5%로 상승했다. 배달 플랫폼의 모든 이윤은 노동자의 노동으로서 창출되지만, 고용된 사람에 대한 권리 보장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 플랫폼 기업은 통제 기간 동안 배달노동자들에게 기본급이나 생활비를 지불할 의무를 회피했고, 플랫폼에서 쌓아올린 등급이 봉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하락하는 것을 방치했다. 행정 지시에 따라 배달노동자에 대한 수주 조건을 설정하면 플랫폼들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플랫폼 기업은 대부분의 경우 배달노동자에게 코로나 검사 보고서를 업로드하거나 N95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요구한다. 전자는 의료보험이나 재정이 감당하고, 후자는 배달노동자가 직접 마련한다. 따라서 사측이 알아서 부담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시민들의 불편을 방치함으로써 정부는 비용을 절감했다. 전염병 발생 기간 차오양구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패키지를 출시하고,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작업을 중단한 모든 직원에게 하루 100위안을 보상해 주었다. 배달왕의 아내는 바로 이러한 혜택을 누린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전염병 기간 ”도시의 뱃사공(城市摆渡人)”으로 불리며 무수한 공공서비스를 담당했던 배달노동자들은 복지 혜택의 차례가 되자,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방역은 정부의 재분배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정부가 배달노동자에게 봉쇄 기간 동안 생활 보조금을 제공하고, 코로나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배달노동자의 삶은 보다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건물주들이나 플랫폼 기업의 경우에는 방역에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으면서, 방역으로 인한 배당금은 누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팬데믹 시기에 도 전 세계에서는 30시간마다 새로운 억만장자가 등장하고, 2022년 기준 2억63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진정한 어려움은 전염병뿐일까? 사무직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돌아오고, 식당이 다시 문을 열고, 봉쇄가 해제된 지금, 배달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그렇지 않다. 봉쇄 해제 이후에도 리양의 수입은 늘지 않았다. 많은 배달노동자들은 추세상 배달로 돈 버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예년 같으면 점심시간에 어렵지 않게 300위안을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달려야 같은 돈을 벌 수 있다.
배달노동자 수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어려움의 원인이다. (《2022년 상반기 배달노동자 취업보고2020上半年骑手就业报告》에 따르면, 메이퇀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 총수는 295만2천 명으로, 동년대비 16.4%가 증가했다.) 이는 경제 상황의 악화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노동자가 산업예비군의 대열에 진입하게 되면서, 실직된 시간 동안 생계를 위해 배달노동자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함에 따라, 고액 연봉 라이더의 신화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배달 건수에 대한 단가는 하락하는 추세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은 많은 자본을 지닌 독점 플랫폼에 비해 영향력과 협상력이 부족하답 규칙과 계약을 이용한 플랫폼 기업의 요구를 억지로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배달노동자들은 독점자본의 억압과 착취 아래 경기침체 주기의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관료주의에 따른 통제와 정 부의 소극적인 자원 재분배를 감내해야 한다. 리양과 샤오친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막막함을 느끼며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배달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하는 ‘배달왕’이 된다면, 월 수입 1만 위안(170만원)을 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배달왕으로서 푼돈을 모으다보면 고향으로 돌아가 파산한 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상기한 내용은 플랫폼 기업의 규칙과 알고리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배달왕이 주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는 그가 다른 라이더에 비해 플랫폼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다보니까 알고리즘에 의해 주문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음식배달 플랫폼은 인센티브와 규칙을 만들어 노동자로 하여금 배달을 서두르게 만드는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배달업계에서 더 많은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우선권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대기 시간이 같다면, 노동시간을 연장함으로써 생기는 상대적인 이점이 사라진다. 결국 배달노동자 한 사람이 투자하는 시간은 무한정 길어지고, 극심한 경쟁으로 노동력의 가치는 더 떨어진다. 확실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 “푼돈 모아 작은식당 차리기(攒钱开小饭店)”는 모든 배달노동자들에게 무산자로서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꿈의 경로가 됐다. 하지만 불황 시기인 오늘날 진정으로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소생산자는 거의 없다. 오늘날 우리는 그저 곤경 속에서 정신의 지푸라기를 잡고 있을 뿐이다.
배달노동자들이 샤오친처럼 탕핑(躺 平)을 배우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을 버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일까? 적어도 샤오친 자신이 아득해 한다는 점에서는 아니다. 그는 이런 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는 단지 평생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뿐이다.
이는 사실이지만, 광범위한 고용노동의 환경에서 개개인의 소극적인 탕핑은 결코 배달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용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밀려나게 하고, 패배하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위기가 고조될수록 점점 더 많은 배달노동자들이 질문할 것이다.
글 : 艾窝窝(아이궈궈)
번역 : 권보현
교열 : 홍명교, 윤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