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베이징의 배달 노동자들 [상]

겨울은 끝나가는데 봄은 오는 걸까?

지난 4월 말 부터 베이징은 새로운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이로 인해 물 샐 틈 조차 없이 철저하게 관리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 하에서 배달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배달노동자들은 팝업창에 올라오는 주문을 재빨리 채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여야 했으며, 어쩌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통제구역에 갇혀버리게 되면 배달을 완료하지 못한 채로 멈춰야 하기도 했다. 일률적인 방역 정책과 플랫폼 기업들의 홀시 속에서 배달 노동자들의 삶이 정체 상태에 빠져 버린 것이다. 팬데믹이 중첩되어 발생하는 시기에 주문 당 수수료 하락과, 인 당 주문량의 감소는 배달노동자들의 위기상태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곤경에 빠진 배달 노동자들은 탕핑(躺平)하거나, 네이쥐안(内卷)해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문제 상황에 대한 정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출로는 대체 무엇일까. 위기가 고조될수록, 배달 노동자들은 스스로에 대한 탐색을 통해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네이주안(内卷)’이란 클리포드 기어츠가 인도네시아 사회를 참여 관찰한 뒤 내놓은 저서 『농업의 내향적 정교화 Agricultural Involution』에서 제기된 involution이란 개념에서 유래한다. 역사학자 프래신짓트 두아라(Prasenjit Duara)는 『Culture, Power, and the State: Rural Society in North China, 1900-1942』에서 근대 중국 역사의 바퀴가 안으로 involution/内卷/퇴행했다고 묘사한 바 있다. 즉, 한 사회나 조직이 급진적인 발전이나 점진적인 성장 없이 행하는 단순한 자기반복을 의미한다. 한데 지난해 인류학자 샹뱌오(项飙)가 중국 내 진보적인 언론으로 알려진 펑파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개념을 다시 언급하면서 지식사회의 쟁점이 되었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내몰린 사람들의 삶을 묘사한다. 중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재조직화되지 않으면, 집정당의 고강도 억압과 내수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순 없을 것이다.

코로나가 베이징을 다시 덮치자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그 누구도 미래에 대해 막연한 긍정적인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허베이성 바오딩(保定) 출신인 라오짜오(老赵; 성이 ‘짜오’인 한 중년) 역시 코로나로 인해 2021년 하반기에 이전 일터였던 식당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후자루(呼家楼) 근처에서 배달 노동을 시작했다.

줄어든 주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통제는 확실하게 주문 건 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평소 라오짜오는 점심 시간에 20여 건의 배달을 했다. 사람들이 외출하기 싫어하는 가장 추운 겨울날이나, 가장 더운 여름날에는 점심 시간에만 200위안 가까이 벌 수 있었다. 정오만 되면 언제나 시끌벅적하던 국제무역센터(中国国际贸易中心) 앞 거리가 (코로나 전파로)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지자, 라오짜오는 한창 배달일을 해야 할 낮에 배달 대신 가로수 아래에서 담배를 피울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스마트폰 앱에 뜬 주문 기록을 쳐다보다가, 오후 2시까지 간신히 6건 가량의 주문을 받는다. 5월부터 6월 말까지 총 합 200건도 안 되는 건수를 배달했고, 수익은 총 1,500위안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라오짜오는 배달 접수가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이 죄다 출근하지 않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빌딩이 밀집한) 차오양구는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 통제가 강화된 지역이다.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들은 본래 후자루 구역 배달 주문의 주요 소비자다. 코로나 이전에는 정오 무렵이 되면 정다센터(正大中心; 정다 치아오상 부동산 개발 유한회사 소유의 빌딩으로, 베이징 CBD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거는 배달 노동자들이 즐비했었다. 한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 근무하는 노동자가 많아지며 자연스레 주문량도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후자루에서 스타벅스 전담 배달노동자로 일하는 샤오친(小秦)은 현재 상태에 대해 더욱 뼈저린 경험을 하고 있다. 주거지구 주민들이 주로 주문하는 것이 배달 음식이라면, 스타벅스 커피 배달은 사무실 밀집 지역 화이트컬러 노동자들의 전유물이다. 샤오친은 원래 하루에 40~50건의 배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부터는 하루에 최대 20건 정도의 배달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마저도 주문건수가 줄어 배달노동자들이 대량으로 이직을 하자, 그나마 달성할 수 있었던 숫자다. 후자루 인근에는 스타벅스 매장만 11곳이 있으나, 매장 내 취식 금지 조치와 사무직 노동자들의 재택근무로 인해 2 곳만 영업을 하고, 그마저도 오후 4시 30분 이후로는 문을 닫는다.

스타벅스는 망하지 않겠지만, 배달 플랫폼들의 최다 상품 공급자인 영세 식당들은 위기 상태다. 가게 폐업 역시 배달 노동자들의 주문 건수가 급감한 이유 중 하나이다. 도시 전체의 음식점들이 전염병 발생 기간에 식당 내 식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자, 평소 손님들이 줄지어 식사하던 가게의 주인들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배달을 겸업하는 일부 가게들만이 힘겹게 장사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한편, 웨이공춘(魏公村) 근방에서 배달 일을 하는 우샤오(吴萧)에 따르면, “인기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배달 주문량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배달 노동자들의 주문건수는 도시 경제의 바로미터와 같다. 도시가 침체에 빠지자, 라이더들의 삶도 침체에 빠졌다.

정체

배달 노동자들은 기본급 없이 주문 당 수수료로만 돈을 번다. 지난 4월 차오양구청은 서비스업계 노동자들에게 사회 보장 패키지를 제시했다. 정부의 요구대로 휴업한 노동자에게는 1인당 최대 21일까지 하루 100위안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배달 노동자는 지급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배달노동자들의 상황이 나은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게다가 주문 건수 뿐만 아니라, 개당 단가 역시 줄어들어 라오짜오의 임금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태였다. 배달 대행 업체에서 각 배달 노동자에게 주는 급여는 차액 성과급으로, 한 달에 600건 이상을 배달할 때에만 건당 9위안 또는 10위안씩 지급한다. 600건에 못 미치면 해당 월에는 건당 8위안만 지급된다. 그 뿐 아니라, 배달 대행업체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반나절 동안 최소 12건을 배달 할 것을 요구하고, 3일 동안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월 건당 수수료가 1위안 더 깎이게 된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라오짜오가 차오양구의 코로나 통제 정책이 이뤄진 한 달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2천 위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라오짜오가 사는 티엔쉐이위엔(甜水园) 인근은 물가가 비싸 월세와 식비로만 3~4천 위안 정도를 지출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고향에 두고 온 중학생 아이에게 매달 생활비도 부쳐주어야 한다. 라오짜오는 담뱃재를 털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러다가 담배를 살 돈 마저 없어지겠어요.”

이에 반해 단왕(单王)은 그 정도로 비관하진 않는다. 그는 고향 타이위안(太原)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였고,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자 베이징으로 와 배달 일을 시작했다. 단왕은 고생을 심하게 했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번 코로나 파동 이전에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저녁 8시가 넘도록 쉬지 않고 배달을 했으며 쉬는 날 없이 일을 할 정도로 1년 넘게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겨울부터 봄까지 일을 하자 단왕은 배달 대행업소의 ‘단왕’(单王; 주문건수 왕이라는 뜻)이 되었다. 배달 일 때문에 일년 내내 바람과 햇볕을 쐬어 그의 피부는 온통 까매졌지만 고생을 한 덕분에 한 달 평균 1만여 위안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단왕은 이렇게 돈을 모아서 고향에 돌아가 작은 음식점을 차리려 했었다.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한 단왕도 결코 경제적으로 순탄하지 않았다. 고향집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로 한 달에 3천 위안을 상환해야 했고, 아내와 딸이 살고 있는 베이징의 집세로 또 3~4천 위안을 내야 했다. 게다가 딸아이의 유치원 학비가 꽤나 비싸서 이 모든 고정 비용을 합치면 매달 7~8천 위안을 지출해야 했다. 단왕의 부인은 원래 국제무역센터 인근의 미용실에서 일을 했으나, 코로나 통제 이후에는 일을 하러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며 하루 100위안의 보조금만 받으며 생활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기 이후에 단왕이 홀로 집안의 경제적인 부분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오후 4시 반에 문을 닫는 스타벅스를 휴업 하고, 클라우드소싱 플랫폼 업체 쪽으로 옮겨 밤 10시까지 주문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유행 이전보다 노동시간이 2시간이나 더 길어진 것이다.

앳된 얼굴에 수줍음이 많은 2002년생 샤오친은 허베이성 한단(邯郸)시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스자좡(石家送)으로 가 배달 일을 시작했으나 베이징에서 일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란 생각에 베이징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샤오친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특별히 상심을 하지는 않는다. 오후 3시까지 그는 대략 11건을 배달하는데, 이는 단왕이 20여 건을 배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뒤쳐지는 숫자다. 그는 “하루 집세 정도를 벌면 그만이죠.”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코로나 사태 기간 동안은 하루 집세를 벌기도 힘든 날이 많았다.

배달 노동자들의 삶은 침체에 빠져있다. 이번 달 라오짜오는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집에 돈을 부치지 못했다. 샤오친은 어렴풋하게나마 장시간 배달 노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단왕은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해 밤 10시까지 일해야 간신히 지출하는 만큼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베이징의 코로나 전염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역시도 삶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은 포기하게 되었다.

노력을 하든, 포기해버리든 간에 갑자기 스마트폰 앱에서 주문이 툭 배당되거나, 코로나 통제 조치가 갑자기 해제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초여름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기하고 있는 배달 노동자 동료들과 함께 텅 빈 거리에서 배달 일이 주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기다림

라오짜오와 샤오친, 단왕의 체험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기다림’은 코로나 시기 배달 노동자들의 삶의 테마다. 배달량의 감소는 기다림의 시간을 증가시킨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특송(专送), 크라우드소싱(众包), 러파오(乐跑),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 표본을 모두 망라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배달 노동자의 84%가 성수기에 비해 배달건수가 줄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중 43%는 매일 30건 이상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하루 배달량이 평소보다 40% 이상 줄었다고 답한 것이다. 한 배달 노동자는 본래 점심 시간에 200위안 이상을 벌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바깥에서 대기해야 간신히 그 정도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들에게 배달량은 곧 임금을 의미하는데, 76%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코로나 시기에 수입이 줄었다. 가뜩이나 많지 않은 주문량을 따 내기 위해 배달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기다림의 또 다른 원인은 핵산 검사 때문이다. 3월 초, 베이징에서 코로나가 재유행할 조짐이 보이자, 사측(음식배달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를 받아 배달노동자용 앱으로 업로드하여 회사에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불이행시 주문 접수를 받을 수 없다고 알렸다. 처음에는 업로드 빈도가 주 1회였으나, 나중에는 3일에 1회로 바뀌었으며, 5월이 되자 매일 업로드 할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5월, 차오양구에 밀집한 핵산 검사 장소에는 줄이 굉장히 길게 늘어서게 되었다. 단왕은 평균 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상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1%의 배달노동자들이 검사 비용과 시간으로 인해 일상적 업무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답했다.

핵산 검사 자체는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되지만, ‘팝업창’이 뜨면(이동루트상 확진자 접촉 가능성이 높을 경우 스마트폰에 팝업창이 떠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배달 노동자들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진다. 베이징 건강보 ‘팝업3’(‘탄창산弹窗三’)의 경우, 빅데이터상에서 배달 노동자의 동선이 확진자와 겹친다는 판정이 뜨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사흘 내 두 차례 더 핵산 검사를 마쳐야 ‘팝업창’을 해제할 수 있다. 조사 결과 배달 노동자의 79%가 일하던 중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렸다고 답했다.

배달 노동자들은 업무 내용이 유동적이고, 상가와 주택가를 오고가야 하기 때문에 1차 접촉이나 2차 접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라오짜오와 단왕도 ‘팝업창’ 문제가 생겨 사흘 동안 주문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 3일 동안 동네에서 아무런 물자 지원도 받지 못했고, 플랫폼 기업과 배달영업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조금을 주지 않아 별 수 없이 집 안에서 대기하기만 해야 했다.

인터뷰 당시였던 5월 말, 라오짜오는 베이징의 코로나 통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때 베이징시는 차오양구가 봉쇄에서 해제됐다는 소식을 알렸고, 음식점들도 일주일 후에 영업을 재개하기로 약속되었다. 라오짜오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고 있다”고 매우 기뻐하며 자신의 삶이 봉쇄 해제와 함께 정상궤도에 오르리라 예측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터뷰가 끝난 지 2주 만에 베이징에서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고, 라오짜오가 살고 있는 탄쉐이위엔 단지도 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배달 노동자들의 봄은 닿을 듯 말 듯 오지 않았다.

[2부에서 계속]

글 : 艾窝窝(아이궈궈)
번역 : 홍명교
교열 : 권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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