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평화의 허브로 삼아 아시아를 연결하자”
2022년 6월 30일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동동(東動)은 도쿄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교의 명예교수이자 국제정치 연구자인 하바 구미코(羽場 久美子)가 일본의 사회운동 매체 『주간금요일』(週刊金曜日) 5월13일호에 기고한 글이 오늘날 정세에서 유의미한 고민을 던진다고 판단해 해당 매체의 동의를 얻어 번역·소개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오키나와를 미·중 군사 대립의 중심에서 동아시아 평화의 축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은 세 축에서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수상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미국·호주·인도간 4자 안보대화(쿼드; Quad), 미국·영국·호주 3개국의 안전보장 협력동맹(오커스; AUKUS), 그리고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의 기밀 정보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그것이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중 무역전쟁에서 20~25%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전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로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관세 부과가 역효과를 가져오자, 바이든 정부는 경제 관계는 유지하고, 군사 안전보장기구를 통한 「중국 봉쇄」로 정책을 전환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일본 열도 지도를 보면 광대한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붙은 작은 섬들의 집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도를 서쪽으로 90도 돌려서 보게 되면, 홋카이도에서 혼슈, 규슈, 오키나와 등이 남서 제도로 연결된 약 3000킬로미터의 자연 요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지도 참조). 북쪽으로는 러시아에서 한반도, 남쪽으로는 중국의 베이징·상하이·푸젠성에 이르는 풍요로운 경제지역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출구를 봉쇄하는 요새인 셈이다. 북방영토, 독도, 센카쿠 열도의 군사적 중요성도 알 수 있다.
홋카이도에서 혼슈, 규슈, 오키나와 등이 남서 제도로 연결된 약 3000킬로미터의 자연 요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대만에 전쟁이 일어나 일본이 중국의 전쟁에 휘말리면, 미국이 일본을 지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기를 넘겨받아 싸우는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가느다란 팔처럼 보이는 3천 킬로미터 열도가 러시아, 북한, 중국 3국의 공격에 맞서 혼자 싸워 미국으로 미사일이 날아가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일본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규슈 남쪽의 섬들과 오키나와에서 대만에 걸친 남서 제도에서는 대만 유사시를 가정해 미군·자위대의 방위 태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항하는 중국의 함정과 군용 비행기가 늘어나면서 중일 간에 긴장도 커지고 있다. 미·중 양측의 군비 증강은 작은 계기에도 전쟁과 같은 큰 군사 대립으로 발전하기 쉽다. 이것을 피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지만, 일본 정부는 오히려 군비 증강과 핵무기 개발을 국회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6일, 오키나와현 주최로 열린 <아시아와 오키나와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심포지움에서 다마키 데니(玉城 デニー) 오키나와현 지사가 말했듯, 오키나와는 오래 전부터 중국 및 한반도와 교류해 왔고, 바다 건너 동남아시아와도 활발히 교류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교류의 역사를 활용해야 할 때”이다.
※ 해당 심포지움에서 필자인 하바 구미코는 “오키나와를 허브로 삼아, 아시아의 신뢰 형성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오키나와나 대만을 축으로, 비정부 기구 차원에서 환경·안전보장·평화의 문제를 고민하는 조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무기 제공보다 평화 교섭
군비 증강은 계속해서 새로운 무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끝이 없다. 러시아와 치열한 전투를 계속하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에 무기를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회의에 초청된 쿨레바 외무장관은 “내가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도 무기, 둘째도 무기, 셋째도 무기다”라고 발언했다.
3월 말에는 터키 정부의 중재로 정전 협상이 이루어지면서 양국(러시아, 우크라이나)이 타협의 의지를 보였다. 우크라이나는 NATO 가입을 단념해 「중립」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직후 부차(Буча)에서 러시아의 집단 살육이 드러나 정전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의 함락과 전투 승리’를 선언한 이 후에도 미국은 전쟁이 수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 의한 군사 지원의 총액은 40억달러(약 5조1천억원)를 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2020년 군사비, 약 59억 달러의 3분의 2 가량을 미국에 의존하는 셈이다(시사닷컴4월 24일). 또 같은 날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경제의 손실은 침공 전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는 5649억달러(약 730조원)”라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경제가 회복하려면 몇 년이나 걸릴 것이고 아마 유럽최빈국이 될 것이다. 멀리 내다보면, 전쟁을 종결시키고 평화협상을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유럽은 냉전시기에 NGO와 지방 자치조직이 먼저 나서서 1975년 헬싱키에서 채택한 「헬싱키 선언」을 통해 CSCE(유럽안보협력회의)를 설립하였다. 이 기구는 소련을 포함하여 안전보장을 논의하는 기관으로써 냉전 후에도 OSCE(유럽안보협력기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헬싱키 협정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아시아에서도 우선 한·중·일 평화회담을 시작으로 이러한 조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중·일 3국의 협력은 이미 1997년에 ‘아세안+3’으로 시작하여 1999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 때 ‘3국 협력관계’, 후쿠다 야스오 총리 때 ‘한·중·일 정상회의’, 2010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때는 이명박 한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함께 ‘비전 2020’으로 10년에 걸쳐 행동계획을 세웠으나 이후 좌절됐다. 오히려 2021년 이후에는 서로 대립하고 군비를 증강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오키나와를 아시아의 허브로
지금 해야 할 일은 군비증강이 아니라, 오키나와를 평화의 허브로 삼아 아시아 국가들과 안보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다. 평화를 바라지만 군비 증강을 피할 수 없었던 오키나와와 대만이 중심이 되는 것이 적합하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①평화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하고 표현·사상의 자유를 실현할 것, ②상호 견해 차이를 인정할 것, ③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지역주민 입장에서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고 경제발전과 지역교류의 관점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로 다가가 대화를 촉진할 것이 요구된다.
앞에서 서술한 ‘헬싱키 선언’처럼 “지역 간 대화를 바탕으로 안전보장 조직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면 중국, 한국, 러시아 모두 학자와 지역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즉시 ‘오케이’라는 응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는 좀처럼 긍정적인 답변을 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선 학자와 학생, 자치단체, 시민, 미디어를 연결할 수 있는 비정부 단체들이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평화 안보를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다마키 지사와 오키나와 선출 국회의원은 이 제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동아시아 지역을 연계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미래를 위해 젊은이들을 모으고, 정보화 시대에 맞게 미디어를 끌어들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기 수입과 전쟁 준비가 결국 전쟁을 불러온다는 교훈을 주었다. 유럽에 47년간 존재해온 평화 구축 대화의 틀을 본떠, 시민들이 먼저 오키나와를 허브로 아시아를 잇는 평화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
글 : 하바 구미코(羽場久美子) 국제정치 연구자
번역 : 박근영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편집위원회
교열 : 김지혜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