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를 팔아 평화를 살 수는 없다 — 한국·나토 전쟁산업 협력확대를 멈춰라
2026년 8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7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한–나토 조달기본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협정이 체결되면 연간 약 1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나토 공동조달 무기시장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협정은 나토와 파트너국 사이의 군수·방산 협력과 조달 계약에 필요한 법적·행정적 사항을 규정한다. 정부는 이를 유럽 무기시장에 한국 기업의 진출 기반을 넓히고, 한국산 군수품의 안정적인 조달 여건을 마련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나토 방산포럼 기조연설에서 무기체계를 공동으로 연구·생산·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그는 “지정학적 갈등이 상시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면서 “무기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억제력의 본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언론은 무기의 개발·생산·수출을 ‘방위산업’이라 부른다. 그러나 ‘방위산업’은 전쟁산업을 듣기 좋고 중립적인 말로 포장한 이름일 뿐이다. 이 산업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무기이며, 그 시장은 평화가 아니라 군사적 긴장과 실제 전쟁 속에서 성장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정부의 공식 명칭과 직접 인용을 제외하고 ‘방위산업’ 대신 ‘전쟁산업’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유럽연합은 최대 1,500억 유로를 장기 대출하는 공동 방위조달 지원제도 SAFE를 가동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 및 안보 관련 분야에 지출하기로 약속했다. 유럽연합과 나토는 서로 다른 제도를 가진 조직이지만, 두 조치 모두 유럽의 재무장과 전쟁산업 확대를 가속하고 있다.
AI 기술과 국방 분야의 결 합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드론 운용과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유럽과 드론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AI 기술은 정찰과 표적 식별, 공격의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복잡한 전황을 특정 기술 하나의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AI 기술의 군사적 적용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는 메가프로젝트에 총력을 집중하며 AI 기술과 반도체산업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정부는 반도체와 AI 부문에 직간접 투자를 포함해 최소 수십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대표적인 무기기업 한화가 항공·방산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만 55조 원에 이른다. 첨단 AI 군사기술과 나토 같은 군사기구의 강화는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나토 - 미국과 유럽강대국의 이익을 위한 군사적 도구
나토는 제국주의 강대국들, 특히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강요하기 위한 군사적 도구로 기능해 왔다. 1949년 출범한 이래 나토는 안보적 도전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임무와 정책을 담은 전략 개념을 거듭 수립하고 수정해 왔다. 냉전의 위기가 심화되던 1957년에는 핵무기를 통한 대량 보복전략을 선언했고, 이후 재래식 공격에는 재래식 무기로, 핵 공격에는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신축대응전략을 수립했다.
‘집단방위’를 내세운 나토는 코소보 전쟁과 리비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개입해 군사 공격을 주도했다. 나토는 코소보 전쟁 당시 세르비아를 80여 일간 폭격했다. 세르비아의 자치주였던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지금까지도 나토군이 주둔하고 있다. 코소보는 사실상 서구 열강의 속국으로 전락했다. 한편 9·11 테러 이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했던 나토는 2010년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기도 했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2001년 9·11 테러의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하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나토는 2003년부터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지휘를 맡아 전쟁과 점령 체제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의 사회와 정치 질서를 파괴하고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낳았으며, 결국 탈레반의 재집권도 막지 못했다. 오히려 탈레반을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과 군벌을 강화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을 뿐이다.
2011년에는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내전에 개입했다. 나토와 서구 열강은 군벌들에게 무기와 재정을 지원하고, ‘보호책임’ 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R2P)을 앞세워 리비아 전역에 폭격을 자행했다. 이렇듯 나토는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직접 군사작전을 수행하거나 지휘하며 전쟁과 파괴를 확대해 왔다.
이라크 침공에는 나토 조직 자체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후 이라크 보안군을 훈련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점령 이후의 군사 질서를 뒷받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나토가 직접 교전 당사자로 참전한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무기·재정 지원과 군사훈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나토는 2022년 전략개념에서 러시아를 회원국 안보에 대한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나토의 이익·안보·가치에 도전하는 국가로 규정하며 처음으로 본격적인 견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2026년에는 러시아를 장기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집단방위 재확인, 국방비 분담강화, 첨단 기술 및 방산협력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올해 2월 미국의 관세폭탄과 일방적인 이란 침략전쟁으로 유럽의 동맹국들이 참전을 거부하며 미국과 유럽 간에 균열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럽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전략정보, 공중급유, 탄도 미사일 방어, 공중 전자전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나토가 러시아 주변국가를 나토에 가입시키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압박을 가했지만, 러시아는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 외에는 영토적 주장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유럽은 러시아의 실존적 위협을 이유로 무제한적 재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침공과 경제위기로 유럽 전역에서 공장들이 문을 닫고,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공급망은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지배계급은 시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와 공 공 복지를 늘리는 대신 ‘러시아 혐오증’을 강화시켜 재무장과 무기산업 확장으로 대응 방향을 잡았다.

5년째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다. 군 사상자 수는 전쟁 당사국들이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기관마다 추계가 크게 다르다. 다만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을 합해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제 1차 세계대전 사상자와 맞먹을 정도이며, 전쟁의 참상과 두 국가 시민들의 고통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많은 수의 평범한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이 끝나길 원하고 있지만, 유럽국가들과 러시아의 대리 전장인 우크라이나가 희생양이 되었다. 나토의 호전적인 동진과 냉전 이후 유럽 안보질서의 실패가 전쟁의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는 비판은 중요하다.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빈곤률이 치솟았고, 정치 엘리트들의 부패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으며, 국내 치안 역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 러시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이 나토와 군사·기술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히자, 러시아는 이것이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이란의 연계를 빌미로 이란 상선까지 공격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란 전쟁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국방 안보 예 산 확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이 더 고조된다면, 한국과 나토의 군사·기술 협력 확대는 러시아와 북한의 위협 인식을 자극하고, 한반도에서도 군비 증강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호 위협의 확대 자체가 평화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세계는 점점 더 통제력을 잃고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AI 군사기술
한편, 작년 8월 정부는 ‘국가대표AI’기업으로 선정한 네이버, SK텔레콤, NC AI 등 국내 인공지능 기업들과 국방부, 현대로템, 한화, KAI(한국항공우주산업)등 전쟁기업들 간의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국방·방산 분야의 AI전환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을 넘어 전투기 등 무기체계의 자율화·무인화 등 하드웨어 제작의 ‘피지컬 AI’단계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는 가장 큰 방산 시장인 나토 회원국들과의 사업을 따내려고 혈안이 되어있고, 정부, 군, 민간기업의 합작으로 대대적인 방산 세일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국방부와 민간 AI기업들을 통합해 협업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AI 기업들의 시스템 내부 구조를 정부와 공유하면서 민간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민간기업의 핵심 모델과 영업기밀은 보호받는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