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없애는 힘 |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

차별을 없애는 힘 |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

한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노동계급인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노동운동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2026년 7월 10일

[활동]저항과_연대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대중시위, 노동조건, 금속노조, 스리랑카,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

7월 5일 오후,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은 활기로 가득했다.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집회장을 메웠고, 스리랑카와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나쁜 계약 철회하라!", "Free Job Change!"를 외치는 목소리는 국적과 언어를 넘어 하나가 되었다. 이날 집회는 지난 3주 동안 이어진 투쟁의 첫 번째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은 직접 고용한 이주노동자(E-7-3비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계속 강화해왔다. 원청과 하청업체 모든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밥을 제공하였는데, 유독 직고용 이주노동자들에게 거액의 밥값을 공제해 왔다. 2023년부터 51만6천5백원을 공제하다 불만이 커지고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2025년부터는 중식 21만원 공제에 조식과 석식은 식사시 공제로 바꾸었지만 큰 금액을 떼는 것은 마찬가지로, 이는 이주노동자 임금을 부당하게 깎는 것이다.

성과급에서도 차별은 반복됐다. 2025년도에 원청 정규직과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 협력업체 소속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차등을 두어 차별적으로 지급했다. 그리고 직접고용 E-7-3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만 성과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노동자들을 네 등급으로 갈라 차별하고, 경쟁과 불안을 통해 통제하려 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5월 27일이었다. 회사는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1,600여 명에게 6월 1일 부터, 기본급을 대폭 삭감하고 성과평가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일방적으로 내밀었다. 새 계약대로라면 기본급은 약 17만 원, 잔업을 월 30시간 했을 경우 월급은 약 20만 원 줄어든다. 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낮은 평가를 받은 노동자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를 '나쁜 계약'이라고 부른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해 계약서 서명을 거부했다. 노동자들이 거부하자 사측은 삭감된 기본급을 약간 조정한 계약서를 추가로 제시하고 6월 8일까지 최종 시한을 통보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6월 8일에는 서명을 한 사람만 식당에서 밥을 무료로 먹을 수 있게 하는 치졸한 작태를 벌이며, 회유와 더불어 작업팀 해체, 재계약 거부, 재취업 봉쇄 등 협박을 지속했다. 이에 불안한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하였다. 한국에 오기 위해 많게는 2천만 원이 넘는 송출비용을 부담한 노동자들에게 재계약 거부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었다. 생계를 잃을 수도 있고, 미등록 체류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강제 근로계약 전환을 거부하고 있고 계약서에 서명하는 대신 ‘나쁜 계약’에 맞서 싸우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7월 5일 오후,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
7월 5일 오후,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가 열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

차별을 없애는 힘

6월 13일 첫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7일 고용노동부 울산동부지청 앞 집회, 28일 투쟁문화제를 거쳐 7월 5일 전국 이주노동자 공동행동까지 투쟁은 빠르게 확산됐다. 집회가 예정된 날에는 잔업과 회식을 배치해 노동자들의 참가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주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설 수 있도록 함께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의 연대 역시 중요한 힘이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 울산이주민센터를 비롯한 이주노동단체들은 6월 첫 결의대회부터 7월 5일 전국 이주노동자 공동행동까지 집회를 함께 만들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사회에 알리며 투쟁을 뒷받침했다. 6월 23일 청와대 앞에서는 전국 200여 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HD현대중공업의 차별과 '나쁜 계약'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방치한 책임을 지고 즉각 근로감독과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7월 5일 전국 이주노동자 공동행동에 함께해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 줄 것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번 투쟁을 특정 국적의 이주노동자 문제나 인권 문제로만 한정하지 않고,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차별의 문제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투쟁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7월 5일 집회가 열리기 직전, HD현대중공업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에게 2023년 1월부터 공제해 온 식비를 소급 적용해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1인당 약 7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또 성과급도 인사평가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하겠다고 했다.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기본급을 삭감하는 신규 근로계약은 철회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집회는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앞으로의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현장대표로 발언한 스리랑카 출신 차리타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 아직 회사가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나쁜 계약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동지들, 끝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까?"

노동자들의 대답은 우렁찬 “투쟁!” 함성이었다. 이어 집회의 사회자인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센터장은 그 전날 현장 대표단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나쁜 계약 철회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는 것을 발표하며, 현장에 있는 스리랑카, 베트남, 타이, 베트남, 방글라데시 노동자들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함께 싸울 것을 호소하였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서를 쓰기 시작했고, 베트남 노동자들도 뒤를 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무려 15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울산집회에 참석해 '나쁜계약'을 규탄한 스리랑카 노동자들
울산집회에 참석해 '나쁜계약'을 규탄한 스리랑카 노동자들

사용자는 노동자들을 국적과 언어, 비자와 계약으로 나눈다.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혼자 남게 만든다. 그렇게 차별은 반복되고, 통제는 더 쉬워진다. 노동조합은 바로 그 질서를 뒤집는 조직이다. 노동자들이 조직될 때 비로소 차별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국적의 노동자들이 같은 노동자로 만나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싸우기 시작할 때 생기는 중요한 변화다.

이주노동자는 더 이상 노동운동의 주변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미 한국 노동계급의 중요한 일부이며, 노동운동의 미래 역시 이주노동자의 조직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만들어 갈 동료가 되는 것. 그것이 이번 투쟁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근본적인 문제

HD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일은 한국의 이주노동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었다.

6월 17일 고용노동부 울산동부지청 앞 집회에서 한 스리랑카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족이 한국에 같이 와 살고 있지만 쫓겨나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 우리가 힘들어도,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 싸우자."

이 말은 이번 투쟁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주노동자들은 재계약이 불안해질 수도 있고, 한국에서 더 이상 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리로 나왔다. 자신들만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으로 올 이주노동자들에게 같은 현실을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였다.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이처럼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함께 싸웠던 이유는 조선업 인력정책과 이주노동 제도, 그리고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해 온 한국 사회의 구조때문이다. 그 구조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이번 투쟁이 왜 한국 노동운동 전체가 주목해야 할 사건인지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7월 5일 집회에서 금속노조 김형수 부위원장은 이번 투쟁이 단순한 임금 삭감 문제를 넘어 한국 이주노동자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1980년 후반부터 한국 사회는 한국 사회 경제 발전에 따라 어렵고 더럽고 힘든 소위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자본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제도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였습니다. … 고용허가제가 이전 산업연수생제도보다 나아진 정책이라고는 하나, 권리는 규제하고 의무는 강제하는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된 시발점이 현대중공업의 임금삭감 때문인데, 임금삭감은 근본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문제라는 점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합니다."

고용허가제

우리가 울산에서 마주한 것은 단지 한 기업의 부당한 계약 강요가 아니었다. 한국 정부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에서 심화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산업연수생제도는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면서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 속에 운영되었고, 이후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생제도보다 진전된 제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체류자격을 고용관계에 종속시키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노동자의 권리는 제한하면서 사용자의 통제는 유지하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김형수 부위원장의 말처럼 "권리는 규제하고 의무는 강제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22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는 꾸준히 늘어났고, 조선업뿐 아니라 제조업과 물류, 농축산업, 돌봄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없어서는 안 될 노동자가 되었다. 정부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확대해 왔지만,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고용안정은 늘 뒤로 밀려났다.

HD현대중공업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E-9)가 아니라 법무부가 관장하는 숙련기능인력(E-7-3) 비자를 통해 입국한 노동자들이다. 정부는 조선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고 숙련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며 E-7-3 제도를 확대해 왔다. 고용허가제(E-9)가 주로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을 지원하는 제도라면, E-7-3은 숙련된 외국인력을 직접 채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숙련인력 확보만 강조했을 뿐, 그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일은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이들을 '숙련인력'이라고 부르지만, 현장에서는 숙련노동자로 존중받지 못했다. 직접고용 노동자임에도 식비를 차별적으로 공제했고, 성과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여기에 기본급 삭감과 성과연동 임금제, 재계약을 무기로 한 압박까지 더해졌다. 제도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 노동자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E-7-3 노동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취약성에 놓여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현지 브로커와 송출업체에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2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했다. 한국에 온 뒤에도 대부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반복해야 하고, 재계약이 거부되면 생계뿐 아니라 체류마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정부는 조선업의 '숙련인력'을 확보했다고 말하지만, 그 숙련은 브로커 착취와 막대한 송출비용을 감당한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HD현대중공업 사태는 E-7-3 제도 역시 노동자를 보호하기보다 기업의 이윤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만들었고, 조선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E-7-3 비자를 확대했다. 제도는 달랐지만 정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업의 이윤을 위한 노동력 공급이 있었다. ‘어떻게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데려올 것인가’에는 관심을 기울였지만, ‘어떻게 노동권을 보장할 것인가’는 늘 뒷순위였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계한 정책이 이제는 글로벌 대기업에서도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브로커 착취를 방치한 채 숙련인력을 확대하고, 차별적인 노동조건을 막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또 다른 HD현대중공업을 만들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비자로 입국했든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권리,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권리, 노조에 가입하여 노동조건을 개선할 권리를 중심에 두는 이주노동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집회에서 멋진 연대 공연을 선보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래패 '노래마당'이 공연 중 전한 말은 이번 투쟁의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었다. 그 발언을 옮기며 글을 맺는다.

"동지들! 차이는 있지만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고 해서 차별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단결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단결의 고리를 엮어 차별의 사슬을 끊고 평등과 해방의 세상으로 나아갑시다."

글 : 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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