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청즈, “숨이 붙어 있는 한, 정의에 헌신하게 하소서” 연서
2026년 6월 30일
[편집주]
이 글은 중국 후이족(回族) 작가 장청쯔(张承志, جْا چْع جِ)가 2024년 컬럼비아대학 학생들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맞선 연대 천막 농성 당시인 4월 23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위챗(微信)에 게시한 글로, 이후 영어로 번역되어 농성장에서 낭독됐다.
당시 농성 투쟁을 기획하고 참여한 학생들의 목표는 대학 당국이 이스라엘 및 방위산업체와의 협업과 투자를 중단(BDS 운동의 일환)하도록 압박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및 군사 점령과 연계된 기업, 특히 무기 제조업체나 이스라엘 관련 자산에 대한 대학교 기금의 투자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와의 복수 학위 프로그램 및 현지 글로벌 센터 운영 중단 등을 요구했다. 또, 가자지구 휴전(Cease-fire)을 촉구하는 동시에, 연대 운동에 참여했다가 정학이나 징계를 받은 학생들에 대한 사면과 대학 기금 운용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4월 17일, 수백 명의 학생들이 교내 잔디밭에 수십 개의 천막을 치며 시작된 기습 농성은 이튿날 강제 해산됐으나, 이내 하버드, MIT, UCLA 등 미국 내 60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그러던 4월 30일, 교내 역사적 건물인 '해밀턴 홀(Hamilton Hall)'을 점거에 돌입했고, 이 건물을 임시로 '힌드의 홀(Hind's Hall)'이라 명명하며 저항의 수위를 높였다. 점거 당일 밤, 대학 당국의 요청으로 무장한 뉴욕경찰이 학내로 진입해 해밀턴 홀과 천막 농성장을 급습했고,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의 농성자들이 추가로 체포되면서 천막 농성장은 출범 14일 만에 철거됐다. 2년도 더 지난 지금, 이 글을 번역해 싣는 이유는 당시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투쟁한 목적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 사회와 대학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연설문의 필자 장청쯔(张承志, 1948~)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족 소설가이자 역사학자다. 칭화대학 부속중학 재학 시절 문화대 혁명의 격동 속에서 중국에서 최초로 자신을 ‘홍위병’이라 명명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실천적으로는 마오쩌둥의 배반 이후에도 조반파(造反派)였다. 문혁이 한창이던 1966년 8월, 그는 "반대파와 민간인을 함부로 때리지 말라"는 제지 선언을 주도했다가 오히려 다른 과격 홍위병들에게 "屁股坐到那里去了(누구 편을 드는 거냐)"라며 거센 비판을 받고 주류에서 배척당하기도 했다.
문혁 막바지인 1968년 여름, 내몽고자치구 초원으로 가기 위해 혈서를 쓰고 열차에 몸을 실은 그는 상산하향을 징벌이 아닌, 농민·유목민 등 '기층 대중과 결합해 진리를 찾는 장정'으로 받아들였다. 문혁 종결 후인 1970년대 베이징대학에서 고고학을,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소수민족 언어 및 역사를 전공한 뒤, 일본 동양문고에서 교환학자로 연구하는 등 다채로운 학문적 배경을 쌓았다. 문학 저술 활동 초기에는 《북방의 강》, 《흑준마》 등 서정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성향의 작품을 발표하며 의식의 흐름 기법과 이른바 ‘뿌리찾기(尋根) 운동’의 대표적 선구자로 평가받았으나, 1980년대 중반 이후 닝샤 이슬람 집성촌인 시하이구에 머물며 이슬람교에 심취했다. 중국 서북부 수피교 자하리야파의 역사를 다룬 그의 대표작 《영혼의 역사(心灵史)》(1991)는 1994년 중국 내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물질주의와 도시화에 대한 저항, 저항 정신과 신앙 등을 다룬 그의 작품 세계는 마오주의와 이슬람 신앙이 기묘하게 결합된 민족주의적 성향이라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학계에서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75년에 걸친 팔레스타인의 끈질기고 굴하지 않는 저항, 그리고 75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테러, 그리고 학살은 이제 가자에서의 결정적 투쟁으로 귀결됐다. 자본이 임명한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세계의 민중과 단절되어 있다.
서구 민중은 강력한 정부에 맞서 저항해왔으며, 가자지구 주민들처럼 (수무드 정신으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의 목을 움켜쥔 자본이 위기를 실감하게 만든다. 자본은 당황하고 절박해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가자지구 학살에 반대하는 모든 시위를 반유대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자본은 민주주의를 내팽개치고, 캠퍼스에 무장 경찰을 투입하며, 총장을 위협하고, 학생들을 체포하고 있다. 70년에 걸쳐 정교하게 형성된 극단적인 선전, 교육, 세뇌가 순식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이틀 동안 컬럼비아 대학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캠퍼스가 되어버렸다. 대학 총장은 감히 경찰을 캠퍼스로 불러들였다. 아아, 내 인생은 너무 짧아서 군대와 경찰이 침범할 권리가 없는 대학 자치 체제를 그저 동경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 대학 운영 체제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부정적인 사례는 내가 아는 한 단 한가지 뿐이다. 1968년, 일본 전공투(全共闘) 좌파 학생들이 도쿄 대학 야스다 강당을 점거했을 때, 총장이 진압 경찰의 캠퍼스 진입과 반대 세력 진압을 허용했다.
오후에는 학생들이 체포되었지만, 저녁이 되자 수십 명의 학생들이 시위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누구도 학적이나 ‘미래’를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았다.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 사명인 교수들 또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용감하게 일어섰다. 교수들은 존엄을 상징하는 학위복을 입은 채 피켓을 들고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미 제정신이 아닌 자본이 자신들을 해고하거나 심지어 박해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오쩌둥의 다음 말에는 아마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미국 민중에게 큰 희망을 걸라.” 미국에서 위대한 학생 운동의 전통은 끊어지지 않았다. 정의를 향한 열정은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중이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끝없이 고통받고 있고, 심지어 아기들까지 희생의 제단에 내몰리고 있기에, 정의는 더 이상 이를 참을 수 없어 갑작스럽게 되돌아온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혁명이다. 이는 다시 썰물처럼 가라앉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뒤집을 수도 있다.
“1936년, 파시스트 반란군이 스페인 공화국을 공격하자 전 세계의 진보적 투사들이 분노했다. 그들은 유혈 사태와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펜과 총을 들었으며, 상류층과 중산층의 안락함도 버린 채 노래로 기억될 국제주의적 투쟁에 뛰어들었다. 스페인 내전 참전은 현대 세계사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 헤밍웨이를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투사로 참여했다.” (필자의 이전 에세이 “50년 만에 다시 읽는 노먼 베쑨”에서 발췌)
이는 스페인 내전으로부터 이어지는 붉은 실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이 악마화하는 과거 ‘60년대’의 바통을 이어받기도 한다. “어쩌면 이 정의의 사슬, 타인을 위한 헌신의 자세, 불타는 열정의 계보는 세계사의 또 다른 붉은 실일지도 모른다. (이들 사건은) 겉보기에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1936년의 민중이 없었다면 1968년의 민중도 없었을 것이다. 1960년대의 부당한 세계에 맞서 반란의 깃발을 내건 1960년대 전 세계 좌파 운동은 바로 그들의 후계자들이었다. 억압과 착취에 맞서고 세계적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국제주의는 언제나 깨뜨릴 수 없는 진리일 것이며, 스탈린이나 여타 타락한 분파 때문에 그 계몽적 가치나 동원력을 잃지 않았다. 더욱이 오늘날의 현실이 없다면, 사람들은 이 진리를 진정으로 명확하게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같은 글)
75세를 넘긴 황혼의 나이에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며, 나는 꺼지지 않는 영혼이 일렁이는 것을 느낀다. 1966년, 우리는 청춘의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타자를 위해 삶을 바치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못했다. 그것이 한 세대 전체의 영원한 회한이 되었다. 오늘날 미국의 새로운 세대가 추구하는 목표는 보편적 정의이며,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애와 청년의 이상주의의 증거다. 내게 숨이 붙어 있는 한, 대의에 대한 나의 헌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광장에 서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컬럼비아의 용감한 교수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있다. 나의 마음은 다시 그 출발점에서 나아간다. 세기의 시련과 변혁을 마주하며,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글 : 장청즈
번역 : 신승현
교열 : 김경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