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도네시아 원양 어업의 강탈을 통한 축적과 공급망

대만-인도네시아 원양 어업의 강탈을 통한 축적과 공급망

원양 어선은 벽 없는 공장으로 기능해왔다. 원양 어선에서는 생산과 재생산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다.

2025년 12월 25일

[동아시아]대만[읽을거리]노동동아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이주노동자, 글로벌 공급사슬, 노동운동

현대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가치의 생산과 순환 역학은 개인의 경험담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자본과 노동이 충돌하는 가장 깊은 물질적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세계 경제는 개별 국가의 집합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만-인도네시아 원양 어업 분야의 이주노동자 형상은 물류 단계에 접어든 자본주의의 역사적 형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관찰 지점이 된다. 분석은 노동 조건에 대한 묘사나 도덕적 비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표면을 건드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착취 체제를 지속 가능하게 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사회 구조에 대한 해체로 나아가야 한다.

칼 마르크스(1867)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과잉 노동력 비축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노동자의 과잉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축적을 위한 조건이다. 원양 어업의 맥락에서 이는 인도네시아 연안의 경제 및 생태 조건 악화, 전통 어업의 쇠퇴, 해양 공간의 사유화, 그리고 주민들이 사회적 재생산 수단을 상실하도록 내모는 추출주의(extractivism)의 확장을 통해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은 강탈을 통한 축적(Harvey, 2003)의 최신 형태가 되며, 이는 곧 사회를 쉽게 규율할 수 있는 이동성 노동력으로 변모하도록 강제한다.

따라서 이주는 변증법적 과정으로 나타난다. 이주는 개인의 기회로 홍보되지만, 물질적으로는 사회적 재생산 조건 붕괴의 결과다. 막대한 채용 알선 비용(채무)는 단순한 행정상의 오류가 아니라, 배에 오르기도 전에 노동자를 복종시키는 통제 메커니즘이다. 이 틀 안에서 근로 계약은 자유의 상징이 아니라 자본에 대한 자기 투항의 제도화인 셈이다.

인도네시아-대만-일본으로 이어진 글로벌 참치 공급망
인도네시아-대만-일본으로 이어진 글로벌 참치 공급망

벽 없는 공장으로서의 바다

세계 공급망 구조에서 바다는 단순히 주인 없는 빈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법과 제도가 파편화되어 있어 규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노동자들을 법적 보호 밖으로 밀어내며, 결국 그들을 언제든 희생될 수 있는 취약한 존재로 만든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대만에서 육지 노동자를 담당하는 노동부와 원양 어업 노동자를 담당하는 어업청 간 업무 분담은 단순한 거버넌스의 약점이 아니다. 이러한 분담은 권한의 위계를 만드는 차별적인 통치 기술을 만들어낸다. 이주노동자는 불완전한 법적 주체로 배치되며, 심각한 정치적 위험 없이 최대한 착취당할 수 있게 된다.

원양 어선은 벽 없는 공장으로 기능해왔다. 원양 어선에서는 생산과 재생산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다. 노동자의 생활 시간은 노동시간에 흡수된다. 이러한 경계의 철폐를 통해 자본은 노동 시간 연장을 통한 절대적 잉여 가치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상대적 잉여 가치를 추출할 수 있다. 노동력 재생산 비용은 인도네시아의 가족에게 전적으로 전가되는 반면, 자본은 생산된 모든 가치를 흡수한다.

냉동 기술, 선박 네트워크, 국제 경매에서 상품의 금융화에 이르는 글로벌 물류 인프라는 자율적으로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 '죽은 노동'의 축적이다. 하지만 가치는 오직 '산 노동'에서만 나온다. 상품 물신성은 노동자의 신체를 숨김으로써 작동하며, 그 결과 국제 시장에서 경매되는 생선은 인간 생활 시간의 응고물이 아니라 역사가 없는 중립적 객체로 인식된다.

세계체제론을 통해 읽으면, 어업 공급망은 글로벌 위계가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보여준다. 대만은 반주변부(semi-periphery)에 위치하여 국제 경쟁으로부터 생산 비용 절감 압박을 받는다. 인도네시아는 주변부(periphery)에 위치하여 대체 가능한 저렴한 노동력 공급처로 기능한다. 이 관계는 균형 잡힌 교환이 아니라, 노동자의 신체에서 글로벌 자본의 중심으로 꾸준히 흐르는 가치 이전 메커니즘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국가는 결코 중립적인 심판이 아니다. 대만 정부는 법을 통해 ‘보호받는 시민’과 ‘희생시켜도 되는 노동자’를 철저히 갈라치기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복지 정책을 펴는 대신 노동자들의 해외 송금을 장려하며, 국민의 빈곤을 국가의 수입원으로 이용한다. 결국 두 나라의 협력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를 지속시키기 위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의 일부인 셈이다.

이데올로기, 불가시성, 그리고 희생 가능성의 생산

원양 어업 공급망 내의 착취는 공공연한 폭력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정상화된 합리성으로 나타난다. 이데올로기는 동의를 형성하는 기술로 작동하여 물질적 강제를 개인의 도덕적 선택으로 바꾼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황금 같은 기회"와 같은 표현은 강제적 구조를 은폐하고 그것을 자발적 행위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메커니즘은 직접적인 강제가 아닌 정상화를 통한 지배, 즉 자본의 헤게모니를 창출한다. 노동자의 고통은 시스템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 이동성의 당연한 결과로 이해된다. 국가 기구, 미디어, 직업 교육 기관은 이동성과 리스크의 논리에 순응하는 주체성을 형성함으로써 이 과정을 강화한다.

글로벌 자본의 순환 회로 안에서 이주노동자는 자본이 져야 할 책임을 짊어진다. 노동자의 신체는 소모품으로 취급되고, 그들의 정체성은 계약 번호와 송금 통계로 환원된다. 이 과정은 탈주체화, 즉 인간을 물류 부품으로 격하시키는 형태다.

노동자의 비가시성은 자연적 조건이 아니라 정치적 산물이다. 노동자의 신체는 두 겹의 층위에서 사라진다. 첫째, 대중의 감시에서 차단된 배 위에서 사라진다. 둘째, 상품이 역사 없는 객체로 인식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진다. 상품 물신성은 가격이 강탈당한 삶의 흔적을 덮을 때 완벽하게 작동한다.

글로벌 경쟁이라는 서사는 착취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대만은 글로벌 자본의 중심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노동력 송출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한다. 공공 정책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글로벌 구조를 재생산하는 정치-경제적 계산의 일부다.

이 틀 안에서 희생 가능성이라는 범주가 매우 중요해진다. 이주노동자의 신체는 우발적 희생자가 아니라, 글로벌 가치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희생되도록 생산된 요소다. 자본은 생산적 노동력을 필요로 하듯 취약한 인구를 필요로 한다. 취약성이 차별적으로 생산되는 한, 시스템은 생존의 보장 없이 쉽게 동원될 수 있는 집단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것이다.

자본주의는 그것을 지탱하는 권력 관계가 보이지 않을 때만 지속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착취를 기회로, 노예제를 일자리로, 죽음을 통계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도덕적 개혁이 아니라 시스템의 기저에 있는 논리에 대한 전면적인 해체다. 가장 근본적인 이론적 질문은 이것이다: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는 무엇인가?

가치가 '죽은 노동' 축적의 결과로 이해된다면, 시급한 이론적 과제는 관심을 다시 '산 노동'으로 돌리는 것이다. 상품이 마치 자연적으로 가치를 지닌 것처럼 취급되는 한, 가치 생산자로 위치 지어진 인간은 계속해서 대체될 것이다. 벽 없는 공장으로서의 바다는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자본이 삶에 대해 갖는 관계의 물질적 발현이다. 이 공간에서 경제적 폭력과 법적 폭력은 예외가 아니라 작동의 정상성으로 나타난다.

2023년 5월 말, 대만 내 이주 어업노동자들은 대만 정부와 미국대만협회(AIT)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2023년 5월 말, 대만 내 이주 어업노동자들은 대만 정부와 미국대만협회(AIT)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참고 자료

  • Althusser, L. (2014). On the reproduction of capitalism: Ideology and ideological state apparatuses (G. M. Goshgarian, Trans.). Verso. (Original work published 1970)
  • Arrighi, G. (1994). The long twentieth century: Money, power, and the origins of our times. Verso.
  • Harvey, D. (2003). The new imperialism. Oxford University Press.
  • Harvey, D. (2010). A companion to Marx’s Capital. Verso.
  • Marx, K. (1990). Capital: Volume I (B. Fowkes, Trans.). Penguin. (Original work published 1867)
  • Mezzadra, S., & Neilson, B. (2013). Border as method, or, the multiplication of labor. Duke University Press.
  • Poulantzas, N. (1978). State, power, socialism. Verso.
  • Silver, B. J. (2003). Forces of labor: Workers’ movements and globalization since 1870. Cambridge University Press.
  • Wallerstein, I. (1974). The modern world-system. Academic Press.

글 : 아니엘로 이안노네 (Aniello Iannone)

번역 : 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