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의 잔치로 끝난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

자본가들의 잔치로 끝난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

3,500억 달러 공납은 대규모 강탈 … 노동은 사라지고 평화의 언어 사라졌다.

2025년 11월 8일

[읽을거리]경제대안세계화, APEC, 신자유주의, 반전평화, 무역

이 글은 2025년 11월 8일 동대문에서 열릴 전태열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의 사전집회와 본 대회에서 배포될 플랫폼c 유인물(다운로드)에 수록되었다.

지난 주 경주에서의 한·미 정상회의와 APEC 정상회의는 정부와 재벌들이 떠들듯 “성공적”이었는가? 언론들은 “경제외교의 성과”라며 상찬했지만, 노동자의 관점에서도 그랬나?

민중 생존 강탈해 미국 자본 배불리기

이번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3,500억 달러(500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2천억 달러는 반도체·AI·배터리·에너지·첨단소재 등 전략산업에 현금 형태로 투자되며, 나머지 1천5백억 달러는 조선업에 집중된다. 정부와 언론은 “선방”이라 평가하지만, 그래봐야 일본보다 조금 낫다는 것 뿐이지, 여전히 대규모 강탈이다.

이 막대한 투자금은 재벌의 이윤을 위해 쓰이지만, 부담은 국민 전체가 떠안는다. 수익이 나와도 상당 부분 미국 기업과 자본이 우선권을 갖는다. 복지와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해 써야 할 막대한 공적자금이 미국의 자본시장과 군수산업, AI패권을 위해 쓰이게 된다.

신라 왕관 앞에서 굳게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신라 왕관 앞에서 굳게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동북아 평화 위협하는 군비증강

이재명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확보 협력을 “국가 자주국방의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평화를 향한 길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쟁경제 체제에 한국을 깊숙이 편입시킨다.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고 핵무기 탑재 능력을 보유할 수 있는, 공격적 무기 체계다. 이 기술협력은 “방어력 강화”가 아니라, 한반도를 새로운 군비 경쟁의 한복판으로 몰아넣는 신호탄이다.

안 그래도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한 66조3천억 원으로 책정했다. 앞으로 연평균 7% 이상을 올려 GDP대비 국방비를 3% 중반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박근혜·윤석열 정부보다 훨씬 높다. 이는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뿐이며, 전쟁위기만 고조시킨다. 역사적으로 군비 경쟁은 불평등의 심화와 사회복지 후퇴를 낳았으며, 종종 전쟁으로 이어졌다. 각국이 ‘자국 안전’을 명분삼아 무기를 늘릴수록, 모두가 더 불안해질 뿐이다.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국방예산을 인상하려는 이재명 대통령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국방예산을 인상하려는 이재명 대통령

기술패권과 배제의 깐부 회동

재벌 자본가들 간 ‘깐부치킨’ 회동으로 유명해진 26만 장의 엔비디아 GPU 공동 구매(14 조원) 역시 노동권 없는 기술자동화와 재벌 중심의 시장재편에 그칠 뿐, 노동권이나 공공적·사회적 가치와 무관하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은 노동의 자동화와 감시 강화, 비정규·플랫폼노동 확대를 동반한다. GPU 확보 경쟁은 이미 AI 패권 경쟁의 군비경쟁화를 가리킨다. 정부와 대기업은 이런 AI 패권을 “국가경쟁력”이라 부르지만, 노동자의 현실은 저임금 알고리즘 통제 노동으로 전락한다.

자본가들의 잔치 APEC

이렇듯 이번 APEC은 군수 자본과 기술자본이 주도한 자본가들의 잔치였다.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고, 회담 장소엔 재벌 총수들과 정치인들만 드글거렸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불평등과 전쟁위기다. 이재명 정부는 기술패권 경쟁에 편승해 군비를 늘리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조응하며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감수하라”고 강요한다. 노동은 사라지고, 평화의 언어도 모습을 감췄다.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트럼프의 관세 공격이 촉발한 지금의 글로벌 질서재편은 국가 간 대결 양상으로 펼쳐지지만 궁극적으론 자본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방식을 조정하는 것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 역시 재벌자본을 위한 과업에만 올인하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는 더 이상 부자들만을 위한 체제의 조용한 부품으로 남을 수 없다. 국경이라는 기준을 넘어,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일과 현장에 대한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키울 때에만, 비로소 자본의 폭주를 멈춰 세울 수 있다.

Rose Willis & Kathryn Conrad / https://betterimagesofai.org /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Rose Willis & Kathryn Conrad / https://betterimagesofai.org /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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