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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점철된 극우 세력의 혐중 논리에 맞서 무엇을 할 것인가
2025년 2월 6일
최근 발호하는 극우 대중운동은 ‘혐중’과 ‘음모론’으로 얼룩져 있다. 이들 극우주의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거리에 모인 시민들을 죄다 ‘중국인’ 또는 ‘중국에 현혹된 빨갱이들’이라고 규정하고, “탄핵 찬성 집회 절반이 중국인”과 같은 거짓말과 혐오에 편승한 선동을 쏟아낸다.
중국의 극소수 지배 엘리트들이 중국 안팎의 평범한 민중들에게 억압적이고 반민주적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근 국가의 부정적 면모를 그 나라의 국민 일반에 대한 혐오로 갈음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음모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검증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유포하는 시도들은 단호히 제어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는 100만여 명의 중국 출신 이주민들이 더불어 살고 있으며, 출신지역이 다를지라도 우리는 모두 자본의 착취와 사회적 모순들을 공히 겪는다. 억압적인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국적을 넘어선 평범한 사람들의 단결을 통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중국이 선관위를 해킹했다?
지난 1월 16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 ‘12345’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번호”라면서, 이는 “중국 통해서 이걸 풀고 들어오라고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가 부실하게 서버를 관리해 중국이 해킹하도록 했고, 이것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라는 것이다.
일단 중국의 ‘12345’는 시민들의 민원을 처리하기 위한 [120 같은] 공공기관 핫라인 서비스다. 이를 터무니 없이 한국 선관위 암호와 연루시키는 것은 집 비밀번호를 1225로 설정하면 산타클로스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헛소리에 가깝다.
선관위 내부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가 12345라는 주장 역시 침소봉대(針小棒大)다. 2023년 7월부터 9월까지 국정원이 실시한 선관위 합동 보안점검 결과에 따르면,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이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했고, 접근 권한 및 계정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선관위는 이를 즉시 시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가 해명했듯, 보안설계상 허점이 있었다고 해서 “해킹”이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령 우리가 트위터 계정 비밀번호를 조금 쉽게 설정하면 “보안이 취약하니까 비밀번호 좀 어렵게 해놔”라고 말할 순 있지만, “해킹됐어!”라고 말하는 것 사이엔 엄청난 논리 비약이 있다. 보안 점검을 하는 이유도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국정원의 지적 직후 선관위는 “보안 강화 조치를 취했으며, 2024년 총선 전까지 취약점들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과 북한이 투표용지 처리에 영향을 미쳐 가짜 투표용지를 삽입했다는 주장도 아스팔트 극우의 레퍼토리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선거일에 사용하는 투표용지 하단에는 투표관리관 날인이 찍히는 칸이 있는데, 만약 날인의 인주가 뭉개지게 되면 개표 과정에서 무효표로 분류된다. 약 200여 표가 뭉개진 인주로 인해 무효표로 분류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날인이 뭉개진 투표용지를 근거로 들면서 “가짜 투표용지가 섞여들어간 증거”라고 주장한다. 도장이 뭉개지지 않도록 유의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걸 근거로 ‘가짜 투표용지’라고 주장하는 건 황당한 소리일 뿐이다.
중국인 스파이 99명?
한편,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함께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가짜뉴스도 최근의 극우 대중운동을 추동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이 음모론은 지난해 12월 24일 <시사인> 보도를 왜곡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기사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선관위 관계자와 민간인 등 약 90여명이 외부 출입이 통제된 채 감금된 정황이 취재결과 확인됐다”며, “당시 연수원에서는 1박2일 일정으로 선관위 소속 승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고, 이들이 선관위의 선거 관련 업무 핵심 실무자들이라고 보도했다.
한데 이에 대해 극우 유튜버들이 갑자기 “사실 이 민간인들은 모두 중국인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음모론이 터졌고, <스카이데일리>라는 황색언론이 이를 받아 ‘언론 보도’라는 포장을 덧씌워 유포하기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는 과거 천공 인터뷰나 전광훈발 가짜뉴스들을 보도해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황당한 주장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는 선관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었다. 계엄군은 선거연수원 청사 내로 진입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주한미군 역시 “완전 거짓”이라며,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극우 세력은 진위 확인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근거 없이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가짜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는 식이다. 있지도 않은 사실인데 어떻게 가짜가 아니라는 증거가 있겠는가. 음모론자들은 로버트 케네디가 외계 인이 아니라는 증거부터 찾아보면 어떨까?
중국인들의 침입?
극우세력은 또한 윤석열 탄핵 시위에 중국인들이 참가하고 있고, 심지어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라고 까지 허황되게 주장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터무니 없는 사진들을 근거로 든다. 논박할 가치도 없는 주장들이지만, 처참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짚어보자.
극우주의자들이 근거로 드는 것 중 하나는 한자가 적힌 물건이나 옷들이다. 가령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점퍼 팔뚝에 한자가 새겨진 로고가 붙은 것을 근거로 “탄핵 찬성 집회는 중국인 대부분 맞네요”, “참석자가 중국 대학교 과 점퍼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 포스트를 공유한 바 있다. 김민전은 혐중 음모론에 절여진 나머지 “탄핵 찬성한 한국인들은 보시길. 국가전복에 동조하신 거다. 뉴스 보지 마라. 언론은 이미 위안화 그리고 한국 말하는 화교에게 다 넘어갔다. 스스로 사고하라. 한국인의 입장에서”라고 적힌 터무니 없는 내용의 포스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상기한 점퍼가 실제 중국 소재 대학의 ‘과잠’인지는 알 수 없다. 보통 중국 대학생들은 한국에서처럼 ‘과잠’을 맞추진 않는다. 설령 ‘과잠’이라고 해도 한국인 유학생인지(중국에는 약 10만 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있다) 혹은 대학생이 맞는지도 확인된 바 없다. 설령 중국인이면 또 어떤가? 중국인 유학생이나 이주민이 다른 나라에 와서 자국에서는 금지된 집회시위에 참가하는 경험을 갖는 건 중국 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에 좋으면 좋았지 나쁜 일이 아니다. 어쨌든 몇 시간 후 김민전은 아무 사과도 없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우유갑에 적힌 한자를 근거로 “중국인 조선족들이 간첩질은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여론 조작하러 왔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 빨갱이들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등의 헛소리도 횡행했다. 하지만 이 우유갑은 ‘메이드 인 타이완’이다. 더구나 언론의 취재를 통해 나타난 이 우유갑 촛불을 든 당사자들은 플랫폼c 사무실과도 가까운 서울 망원동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 직원들과 이곳을 애용하는 사람들의 모임 ‘알짜’의 멤버들이었다. 알맹상점 대표는 대안언론 <소리의숲>과의 통화에서 “1~2주 전 대만으로 휴가를 다녀온 한 직원이 밀크티와 두유를 먹은 뒤 남은 우유갑을 재활용하기 위해 씻어서 말려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자로 ‘윤석열퇴진(尹錫悅退陣)’이라고 적은 피켓도 극우주의자들이 내미는 ‘중국인 침입론’의 증거 중 하나였다. 알고 보니 이는 일본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 도쿄에서 주최한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사용한 피켓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극우주의자들의 가짜뉴스 릴레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탄핵 집회 초기 극우 남초 커뮤니티에는 중국어로 ‘扫韩行动组(소한행동조)'라는 문구가 적힌 한 차량의 사진을 근거로 제시하며, “중국인들이 ‘퇴진 투쟁’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유포했다. 이들의 주장 역시 용감한 무지와 단정에 근거했는데, 이 다섯 글자를 번역기를 통해 보면 “한국을 쓸어버리는 행동팀”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扫’에는 여러 의미가 있고, 통상 이 경우에는 쇼핑몰을 휩쓸듯 구매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소한행동조’란 한국으로 와서 상품 구매를 대행하는 업자들을 지칭한다. 진심이라 한들 대체 누가 “한국을 쓸어버리는 행동팀”이라고 써붙이고 다니겠는가.

혐오를 이기는 것은 오직
이처럼 극우주의자들은 너무도 단순하고 터무니 없이 가짜뉴스를 제조하고 음모론을 유포하며 대중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죄다 근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세력으로서 이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지만, 즉자적인 분노를 조직할 수만 있다면 전혀 신경쓰지도 않고, 자정 기능도 없어 보인다. 이런 식의 음모론을 설파하는 이들이 주저 없이 극우 집회의 연단에 서고, 주최자들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렇게나 싫다는 자들이 경우에 따라선 중국의 어떤 풍경을 제멋대로 끌어와 둔갑시키기도 한다. 가령 올해 초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탄핵반대 집회’ 모습이라며 한 영상을 공유했는데, 이 영상 조회수는 무려 67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널리 유포됐다. 해당 영상에는 붉은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풍선을 날리는 모습이 담겨 있고, 심지어 애국가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영상은 신년 맞이 카운트다운을 위해 중국 장시성 난창 도심에 모인 군중의 모습이다. 이쯤되면 더 이상 팔릴 수 있는 쪽도 없다.
오늘날 음모론과 이를 근거로 한 방향 잃은 분노는 당대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토양으로 삼아 형성된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사회변혁을 위한 대중운동의 조건이 취약할 때, 음모론자들이 성장한다. 이들은 마치 사이비 교주처럼, 외국이나 사회 내부의 어떤 소수자들을 ‘적’으로 설정하고 공격한다. 이들에 대한 혐오를 양산하면서 “우리의 고통은 저들 때문”이라고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 이는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는 <워킹데드> 시리즈에서 익숙한 모습이다. 공동체의 위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중될 때 나쁜 통치자들은 공동체 성원들의 불만이 약자를 공격하도록 지목한다. 성원들의 불만이 자신의 통치에 대한 불만으로 몰릴까 두렵기 때문이다. 잘못된 리더를 교체하거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사회운동이 취약하거나 민주적 통제가 미비하다면 그 사회를 보다 위계적이고 불평등하게 만드는 대안이 힘을 얻게 된다. 정치나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반공주의’ 수사가 폭증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는 중국이나 북한이라고 다르지 않다. 중국의 통치 엘리트들은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불만을 쏟고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조직하려는 노동운동가들이나 인권운동가들을 탄압하면서 “경외세력과 담합하고 있다”며 공격한다. 2018년 자스커지 사건에서도, 2019년 홍콩 항쟁에서도, 2022년 백지 시위에서도 일맥상통했다. 한국 극우주의자들은 모든 걸 ‘혐중’으로 치환하며 대중의 불만을 조직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이 가장 닮은 것은 바로 중국의 통치엘리트들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들은 사회운동이나 민주주의를 공격하면서, 누구보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권위주의 리더들을 닮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가 붕괴될 위기, 삶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자본주의적 착취와 극우주의자들의 혐오에 맞서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 사회를 보다 평등하고 자유롭게, 보다 민주주의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는 자기 변호나 소극적인 사실 확인만으로 멈춰선 안 된다. 만약 그것에 그친다면 극우 세력은 더 극심하게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혐오와 폭력을 심화하기만 할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와 거리에 이주민·이주노동자가 함께하는 것이 대체 뭐가 문제인지” 되물어야 한다. 아니, 적극적으로 이주민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야 한다.
오늘날 한국과 중국·일본·대만·베트남·미얀마·태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어디서든, 아니 세계 어디서든 불평등과 권위주의적 통치에 맞서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모든 외침들을 연결해야 한다. 그런 연대와 투쟁이 혐오와 착취로 점철되고 있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풀뿌리의 대안을 만들 수 있다.
계엄이 파괴하는 일상은 국적을 구분하지 않는다. 삶의 공간과 일터가 무너질 때 고통받는 것은 선주민이나 이주민 마찬가지다. 우리의 연대만이 혐오를 이긴다.
글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