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보수양당의 해법이 무엇이든, 사회운동의 대안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보수양당의 해법이 무엇이든, 사회운동의 대안은 아니다

위성정당을 거부합니다. 노동당과 녹색정의당을 선택합니다.

2024년 4월 5일

[읽을거리]정치정치, 사회운동, 진보정당, 신자유주의

"양당체제 들러리 비례위성정당 거부!"와 "올바른 체제전환 정치세력화 추진!"을 기치로 내건 정당-노조-사회운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당으로는 노동당과 녹색정의당이 참가했고, 민주노총 산하 5개 산별노조 위원장(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대학노조, 보건의료노조, 화학섬유식품노조)과 7개 지역본부장(서울본부, 경기본부, 충북본부, 충남본부, 경북본부, 대구본부, 제주본부)이 참가했으며, 플랫폼C와 전환,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 추진모임 등 사회운동단체들도 함께 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과 현장노동자 선언, 플랫폼C 활동가의 발언문 등을 함께 공유한다.

지난 4월 3일 열린 노동당 및 녹색정의당 등 진보정당들과 산별노조 및 지역본부 대표자들, 그리고 사회운동단체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취지는 명확하다. 진보당이 민주당 주도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고, 이러한 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 요구가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유회로 이어지는 등, 진보정치에 일대 격랑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당의 결정은 오랜 기간 노동자의 투쟁과 희생으로 힘겹게 일궈왔던 진보정치에서의 일탈이자, ‘의석’이라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진보정치의 대의와 원칙을 외면한 투항이라고 본 것이다.

다가오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열리는 첫 총선으로, 한국사회의 체제전환 방향과 과제가 제시되고 토론돼야 하는 선거다. 하지만 일부 진보정당이 의석 확보만을 위한 정치공학 위주 총선 대응에 나서면서, 마치 이들의 행보가 진보정치와 노동운동, 사회운동을 대표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오인되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다.

참가단위들은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비례정당 참여’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올바른 체제전환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움켜쥐고 이번 총선에 임하고 있는 세력이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는 것을 노동자-민중에 알리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을 거부하고 힘겹지만 올바른 총선 투쟁을 펼치고 있는 여러 단위가 함께 모여, ①기만적인 위성정당 거부를 선언하고, ②22대 총선에서 노동당-녹색정의당을 적극 지지하며, ③총선 이후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을 위한 민주노조-진보정치-사회운동 공동 모색을 표명했다.

양당체제에 들러리 서는 위성정당 거부하고
올바른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길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가 부끄럽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고 사표를 줄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보수 양당이 자신이 받은 지지율 이상으로 과대 대표되는 잘못된 현실을 고치고, 지지율에 따른 의석 배분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며, 선거제도 개정 취지는 누더기가 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위성정당의 위헌을 주장하는 모든 헌법 소원을 각하하고 기각했습니다. 위성정당 출현 이후 지난 4년 동안, 국회는 이 뒤틀린 편법을 개선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3권 분립을 이루는 모든 국가기관이 한 몸이 된 듯 기만적이며 불법적인 위성정당을 승인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위성정당을 만들어 국민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위성정당을 거부합니다. 노동당과 녹색정의당을 선택합니다.

거대 보수양당의 위성정당 꼼수를 목소리 높여 비판하던 진보당은, 22대 총선에서 돌연 입장을 바꿔 민주당 주도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했습니다. 진보당과 민주노총 전 간부들의 위성정당 참여는 오랜 기간 노동자의 투쟁과 희생으로 힘겹게 일궈왔던 진보정치의 대의와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진보당이 공표하는 말들은 더욱 위험합니다. ‘윤석열 심판을 위해서’라는 이유는, 그 윤석열과 보수 양당정치를 함께 누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한 몸을 이루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이 반미노선과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부당하게 공격하였는데도, 진보당 스스로 비례대표 후보를 교체한 것은, 자신을 배반하는 정치입니다. 허황된 목적을 위해 잘못된 수단을 정당화하는 말잔치는 결코 진보정치의 것이 아닙니다. 진보당의 선택은 진보정치의 원내 진출을 가로막고, 진보정치의 가치 실현을 훼방놓아온 거대 양당체제에 공범이 되는 행동으로 진보정치에 대한 자해라 할 수 있습니다.

진보정치를 거부한 진보당을 우리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진보당은 잘못된 선택을 교정하고 보수 양당과 독립적인 진보정치를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올바른 노동자-민중의 체제전환 정치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힘겹지만 꿋꿋하게 진보정치의 길을 걷고 있는, 노동당과 녹색정의당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비민주적인 위성정당 이라도 당선만 되면 진보정치의 성과’라는 ‘거짓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결과를 위해 잘못된 수단을 용인하는 교활함이 진보정치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진보정치의 원칙을 지킨 패배는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을 제공하겠지만, 원칙 없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에 ‘성공’하는 것은 오히려 진보정치를 좀먹고 독자적인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 비례정당 참여’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올바른 체제전환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바른 길을 걷는 진보정당이 지지받는 것이 옳습니다. 오늘 모인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사회운동은 새로운 진보정치운동을 위한 모색과 실천에 나서겠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더 많은 노동조합과 더 넓은 사회운동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간 진보정치를 응원하고, 또 관심 있게 지켜봐왔던 여러분에게 제안합니다. 옳은 것이 승리한다는 교훈을, 한국 진보정치 역사에 남겨 주십시오.

2024년 4월 3일

(정당-정치단체)노동당, 녹색정의당,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 추진모임

(노조)민주노총 권수정 부위원장,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민주노총 홍지욱 부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 금속노조 장창열 위원장, 대학노조 류시태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 화학섬유식품노조 신환섭 위원장,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 민주노총 경기본부 김진희 본부장, 민주노총 충북본부 박옥주 본부장, 민주노총 충남본부 유희종 본부장, 민주노총 경북본부 김태영 본부장, 민주노총 대구본부 이길우 본부장,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

(사회운동)플랫폼C, 만유인력,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멸종반란가톨릭, 전환, 청년녹색당, 사회진보연대, 멸종반란, 녹색정치로 골목을 도는 당원들,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신자유주의 보수양당의 해법이 무엇이든
사회운동의 대안은 아닙니다

매우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지금 보수양당이 하고 있는 위성정당의 불법성과 기만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차 이를 잘 알고 있어, 지난 2월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네 번이나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과반이 훌쩍 넘는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4년 동안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윤석열 정권을 막겠다는 말뿐인 허울로 다시 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사과는 그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아무런 진정성도 없습니다.

민주당과 발맞추어 위성정당에 함께 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진영’사람들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다음은 지난 8월 31일 진보당은 양당의 위성정당을 비판하며 다음 과 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논평하였습니다.

“'위성정당'은 철저하게 양당의 탐욕과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편법행위'였다.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끌어올렸던 '민심을 반영한 국회 구성'을 양당이 노골적으로 능멸하고 짓밟았다. “

진보당은 이와 같은 입장을 작년에 5월 7월 8월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하여 냈습니다. 이와 같이 앞장서 더불어 민주당의 위성정당 꼼수를 옳게 비판하던 진보당은 22대 총선에서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꾸어 더불어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며 진보정치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출마는 9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총선 방침 “민주노총은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제가 오늘 오전 진보당에게 받은 SNS 홍보물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비례투표용지에 진보당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보당은 단지 비례투표용지에서만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한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회운동 속에서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이 보수 양당과 독립하여 독자적인 정치를 세우고자 노력한 세월은 아무리 짧게 보아도 이미 25년이 지났습니다. 무려 4반세기 동안 계속되어 온 노력을 한순간에 무위로 돌려버리는 이런 행태를 사회운동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을 믿고 묵묵히 우리의 정치를 세우려는 진정한 진보정당,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녹색정의당 / 노동당을 지지하겠습니다. 갭투자로 전세사기의 위험성을 높여온 사람들과 같은 번호를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집단 입당한 녹색정의당을 선택하겠습니다. 장애인들의 정당한 투쟁을 외면하는 사람들과 같은 번호를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투쟁하는 장애인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운 노동당을 선택하겠습니다.

윤석열 집권 이후 사회 전 영역에서 엄청난 퇴보, 더 많은 폭력, 과로와 부채, 공세적 차별 등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우리는 총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수 양당 구도에서 형성되는 논쟁은 이에 응답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세계로 나아갈 길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한국 정치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신자유주의 위기가 심화하면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확산하거나 양당구도가 부족화되는 등 정치의 위기는 전세계적 경향입니다. 신자유주의 보수양당이 공모하며 만들어온 결과에 대한 이들의 해법이 무엇이든 한국 사회운동의 대안은 아닙니다. 독자적인 발걸음을 묵묵히 해나갈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힙니다.

발언 : 류민희 (플랫폼C 활동가)

다시 한 번 노동당, 녹색정의당과 함께 노동정치의 불씨를 살립시다! 독립된 진보정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현장 노동자 선언

“노동자의 정당이 있었더라면...”

힘들게 싸운 96~97 정치총파업의 성과가 보수야당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우리 노동자는 울분의 주먹을 쥐어야만 했습니다. 그 분노가 권영길 위원장의 대선 투쟁과 독립적인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을 만든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다시 울분의 주먹을 쥐게 만듭니다. 기업가 정당 민주당이 진보정당 행세를 하고, 민주노총의 다수 세력은 그런 민주당의 우산 아래로 들어갔으며,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에 치를 떨지만 정치대안을 못 찾아 무당파와 정치혐오에 빠지고 있습니다.

돌아서 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등에 업혀 갈 수는 없습니다.

운동은 정의로움의 문제이고, 그 기준은 원칙입니다. 우리가 세상과 타협했다면 독재자 이승만·박정희·전두환과의 투쟁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 안주했다면 노태우·이명박·박근혜와의 투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엄혹한 시절과 참담한 순간에도 버리지 않은 원칙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온전히 노동자의 힘으로 이루고 성공해야 한다는 독자성의 원칙”입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투쟁에 대해서만 이 원칙을 접고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확히 20년 전, 나란히 국회 문을 넘는 단병호,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 동지를 보며 우리가 느꼈던 그 감격과 환희가, 왜 20년 동안 자라고 자라서 더 큰 감동을 만들지 못했는지 반성합니다. 하지만 반성의 결과가 진보정치 20년의 성과와 역사를 부정하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에 죽음으로 저항한 열사의 혼을 부정하는 청산이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백기완 선생님의 죽비를 부를 정치 일탈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대중운동을 장악하지 않는 정치운동, 대중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대중운동입니다. 의석과 정당이 정치의 주인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그들의 투쟁이 정치의 중심이어야 합니다. 진보당의 조급함이 진보의 원칙과 역사를 송두리째 파괴하며, 윤석열의 실정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을 덮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디 가더라도 우리의 힘으로, 부족하더라도 노동자·민중의 지혜로 만든 진보의 독자 정당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우리는 노동자 정치의 독자성을 살리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개혁 취지를 지키는 녹색정의당과 노동당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 우리는 진보정치의 지속과 성장을 위해 녹색정의당과 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현장에 호소하고, 우리의 뜻을 지지선언과 기자회견으로 모아내겠습니다.
  • 우리의 노력은 총선을 넘어,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를 극복할 체제전환 대안을 정치로 만드는 제2의 정치세력화 운동으로 이어집니다.

선언합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진보정치는 결과가 아니라 방법으로 떳떳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당당한 노동자의 길입니다. 우리 선언 노동자 모두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20년 노동정치의 실험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겠습니다.

2024년 4월 3일

독립된 노동자 계급의 정치를 지지하는 현장 노동자 1,346인 일동

건설산업연맹 11명, 공공운수노조 352명, 금속노조 376명, 교수노조 6명, 민주일반연맹 17명, 서비스연맹 39명, 사무금융노조 3명, 보건의료노조 155명, 비정규교수노조 2명, 전교조 3명, 언론노조 1명, 화섬식품노조 311명, 기타 7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