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과 몰이해로 점철된 이재명과 한동훈의 외교관

무능과 몰이해로 점철된 이재명과 한동훈의 외교관

중국과 타이완 문제는 한반도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정의의 편"인 것도 아니다. 거대 양당 모두 심각한 몰이해 속에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2024년 4월 4일

[읽을거리]정치반전평화, 이재명, 민주당, 국민의힘, 정치, 외교, 대만해협

바야흐로 총선 국면이다. 이번 선거처럼 ‘정책이 실종된’ 선거는 없었다는 게 언론과 지식인들의 중론인 듯하다. 하지만 이는 매번 선거 때마다 들리던 얘기. 별로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다. 문제는 이런 정책 실종을 인식하고 비판하는 시민사회의 시각이다. 제도정치가 시민사회의 비판 역량이나 대중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라면, 사회운동 역시 반성할 바가 적지 않다.

지난 3월 22일 금요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상임 선대위원장은 충남 서선과 당진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 타이완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중국과 타이완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어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 우리가 왜 껴요?”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을 비판하며 “[국민의힘이] 친일 색채가 강한 사람들을 매우 많이 공천했다”고 규탄했다.

지난 3월 3일 열린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성일종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자 “장학사업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비유가 적절치 못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정말 한국 정부가 양안관계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가 “그냥 셰셰. 타이완에도 셰셰. 이러면 되는 것”일까? “중국과 타이완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대만해협(양안)에서의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은 일본의 재무장과 깊게 연루되어 있고, 이는 다시 남한에 주둔하는 미군의 전투력 배치와도 연동돼 있다. 대만해협이 전쟁 위기로 치달아 주한미군이 출동할 경우 한국군은 이것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한반도는 전쟁의 한복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일본 내각부 산하 안전보장자문회의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제2항 9조) 해석을 재검토하면서, 일본 열도의 안보 위협에 대응해 해상 자위대의 전략 배치를 재검토하는 방위전략 수정안을 도출했다. 수정안은 1976년 제정된 자위대의 균형배치 방위구상을 폐지하고 오키나와와 난세이제도에 해상 자위대를 집중 배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난세이제도에서의 군비 증강은 미국의 대중 억지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 중 동북아시아에 대한 최우선 목표는 이른바 ‘제1열도선’ 바깥으로 중국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이 아니라 남중국해 한복판에서 준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한국군은 미국이 짜놓은 반중 연대라는 질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오히려 조선일보 등 극우세력은 ‘신냉전’이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임을 강요하면서 향후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를 정쟁의 프레임으로 제시해왔다. 민주당과 이재명은 이런 쟁점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대응하기로 결심한 듯하지만, 이런 회피는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의 해당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 한동훈이 반박하고 나섰다. “양안관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얘기했는데 그게 도대체 뭐하는 소리입니까. 그거 없이 세계질서 속에서의 어떤 역할과 정의의 편에 서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습니까?”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이 양안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은 맞지만, “정의의 편”이라는 말은 조야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대아시아 군사화 전략은 중국과의 패권 다툼의 일환에서 이뤄지는 철저히 제국주의적인 노선이지, 평범한 사람들의 ‘정의’와 무관하다. 대만 민중의 평화는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하고 대만에 대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협은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20세기 내내 미국은 한반도와 베트남 일대에서 부정의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장본인이다. 둘 중 어느 쪽도 “정의의 편”이 아니다.

총선 정국에서 수세에 몰려 있는 한동훈은 몇 주가 지난 지난 4월 2일 내부 결속과 보수표 결집을 호소하면서 “한미일 공조를 다시 파탄 내고 친중 정책으로 돌아가고 싶나”라고 외쳤다. 현 국면에서 전혀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할 발언이지만, 그와 윤석열, 국민의힘의 이런 노선은 극우 정치세력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양당 통치 엘리트들이 집권할 정부가 ‘친중 정책’을 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적극적인 ‘친미 정책’을 펴며 군비 증강에 올인하는 것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평화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운동은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입장 정리와 실천을 전개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세 가지 차원의 실천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단순히 ‘균형 외교’를 위한 강조하는 것으로는 친미 혹은 친중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지정학적 조건의 강제를 피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한편으로는 군비 증강과 무기 도입에 집중하고 다른 한편에선 균형 외교를 운운하는 것은 아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사회운동과 진보정당들은 정부 균형 외교의 ‘응원부대’가 아니라, 거대 양당 세력으로부터 독립적인 평화운동을 국내에서부터 재건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지역과 현장 곳곳에서 현재의 위기 정세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갖은 노력을 펼쳐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동아시아 각국의 군비 증강이 이뤄지고, 한반도에서도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운동은 내내 무기력했다. 그것은 현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뒷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식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언제든 호전적인 세력이나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가 강화되어야 한다. 동중국해‧남중국해 분쟁의 중단과 협상을 촉구하는 동아시아 민중 공동 평화선언 등의 행동을 통해서라도 국경을 초월한 민중의 목소리를 드러내야 한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두 슈퍼파워들 사이의 전쟁에 의해 동아시아 각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이 빼앗겨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함께 확인함으로써, ‘신냉전’ 논리에 맞선 새로운 운동을 구축해야 한다.

글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