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1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일본 국철치바동력차노동조합(이하 '도로치바')의 국제연대 사업이 한·일 양국에서 연달아 진행됐다. 1979년 국철노조 동노본부로부터 분리독립한 도로치바는 1998년부터 매년 11월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동조합의 간사이지구 레미콘지부, 전국금속기계노동조합 미나토 합동과 함께 ‘투쟁하는 노 동조합운동을 되살리자’라는 기조로 전국노동자총궐기집회를 진행해왔다.
두 조직의 국제 교류는 20년 전 이라크 전쟁과 파병 반대 투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도로치바가 이 대회에 미국의 IWLU(샌프란시스코 노동자 평의회의 핵심노조인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과 한국의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초청하면서 전쟁에 반대하는 노동자 국제연대 사업을 강화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 도로치바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둔 2003년 2월, 전쟁 반대를 위한 72시간 파업을 조직한 바 있으며, 전쟁 반대와 평화헌법 9조 개정 반대 등을 내걸고 꾸준히 반전운동을 전개했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2023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학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연대 활동이 더욱 의미심장해진 해였다. 또한 일·한 양국 공히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민영화 공세가 이어져, 사회공공성과 민중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저항세력인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우리는 전쟁 반대, 민영화와 신자유주의 공세 저지, 노동탄압 저지라는 공동과제를 중심으로 이어진 한·일 국제연대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민영화 막아내는 한-일 철도노동자 연대
11월 10일 도로치바 방문단의 첫 일정은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방문 간담회였다. 당시 철도노조는 KTX 분할매각 민영화 중단과 KTX-SRT 통합을 주요 요구로 한 9월 1차 파업 이후, 철도산업안전법 개악안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2차 파업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날의 간담회와 뒤풀이에서는 투쟁을 결의하며 삭발한 철도노조 대표자들을 바라보는 도로치바 동지들의 눈시울이 종종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공공부문 민영화가 본격화됐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2002년 발전, 가스, 철도 공동투쟁)과 민중적 저항(2001년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사유화) 및 해외매각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 이러한 흐름을 일정하게 저지한 힘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 역시 철도 민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저항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의 국철 분할, 민영화 추진과정은 1983년 본격화되어 1987년 4월 1일 7개 JR 각사가 발족해 분할매각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도로치바는 굽히지 않는 민영화 저지 투쟁을 이어왔다. 1985년, 1986년에 걸쳐 분할 민영화 반대를 위한 두 차례의 파업투쟁을 전개하였고, 1988년 히가시나카노역 탈선 전복사고를 계기로 반합리화·운전안전 투쟁을 강화했다.
민영화가 이뤄지던 1990년에는 1047명 국철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가 단행됐다. 도로치바는 이들 해고자 투쟁을 지속해오는 데 역할을 해왔으며, 이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은 민영화와 노동탄압의 쟁점을 드러내는 불씨로서 이어지고 있다. 도로치바는 적자노선 폐선, 외주화에 대한 반대운동을 조직하는 등 끝나지 않은 민영화 저지 싸움을 헌신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노동자 국제연대
최근 한국 사회에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에 대한 규탄행동 등 반전 운동은 2003년 이라크 전쟁반대 운동에 비해 아직은 널리 확산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 전쟁반대 행동에 아직까지 나서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1월 12일 도로치바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교류 20주년 대회에서 전쟁반대를 결의하는 한일 노동자 공동성명(아래 첨부)이 발표된 점은 매우 뜻 깊다. 그에 합당한 실천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