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가 최저임금 인상과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 요동치고 있다. 초국적 의류브랜드 하청공장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파업이 동력이 됐고, 야당들의 정권 퇴진 요구가 보태졌다.
방글라데시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 국민당(BNP)과 방글라데시 자마트-이슬라미, 그밖의 군소정당들 역시 지난 2022년 12월부 터 현 총리인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정부의 퇴진과 1월 총선을 위한 중립 정부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퇴진 요구의 근거는 현 정부의 지난 선거 조작 의혹이다. 지난 2022년 실시된 12대 총선에서 쓰인 전자투표기의 오작동과 결함 등으로 다수 선거구에서 선거 중단과 지연이 발생한 바 있다. 2014년과 2018년 총선에서도 기술적 결함에 더해 부정투표와 조작 의혹이 제기된 적 있다. 현 정부는 투표 조작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야권은 중립내각이 들어서지 않으면 총선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다. 10월 28일부터 총선을 앞두고 중립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와 파업이 벌어졌다. 방글라데시 국민당(Bangladesh National Party; 이하 '국민당')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총파업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방글라데시 당국은 국민당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국민당 사무실을 범죄 현장으로 규정했다.
국민당에 따르면 시위와 파업 참가자, 야당 지도자, 활동가를 포함해 지금까지 2만8,300명 이상이 체포되었고 최소 16명이 죽었으며, 5,500명 이상이 다쳤다.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 대원 및 경찰 부대가 배치되어 최루탄, 고무탄을 발사하며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등 시위 참가자들을 탄압했다. 고막 파열과 균형 상실, 난청을 포함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음향 수류탄이 사용되기도 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민당 당원 500만 명의 절반이 기소될 위협에 직면해 있다. 국민당 사무총장 미르자 파흐룰 이슬람 알람기르, 공동 사무총장 카이룰 카비르 호콘을 비롯해 부의장, 상임위원 등 수많은 지도부들은 뚜렷한 혐의도 없이 체포되었다. 교도소는 이미 수용인원의 2배 이상 수감으로 포화상태며, 방글라데시 경찰과 군은 무력사용, 임의체포, 고문, 살해 등을 자행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대한 서구 자본의 복잡한 속내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식민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완수한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장녀인 현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1996년부터 5년간 총리를 지냈고, 2009년부터 3연임에 성공했다. 군사 쿠데타가 계속되었던 정치상황에서 2004년에는 야당 대표로 암살 표적이 되기도 했으며, 과거 군사정권 소속 인사들이 함께하는 국민당 정권의 탄압으로 구속된 적도 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하시나 정부가 정권을 잡았고, 국민당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국민당도 하시나를 억압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 국민당이 주장하는 정부 탄압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시나 총리는 집권 기간 동안 경제 성장으로 인정받았으나, 이후 철권통치로 야권과 인권단체, 노동자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하시나 총리의 아와미 동맹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 를 통해 수출 중심 의류산업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방글라데시가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직후 방글라데시에 60억 달러(한화 약 7조 6,020억 원) 이상을 지원한 바 있다. 2021년 기준 방글라데시의 대미 수출액은 83억 달러(약 10조원 5000억)인데 반해, 대미 수입은 23억 달러(약 2조9000억)로 큰 대미 무역흑자를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필수원자재 가격 급등과 사상 최고 실업률 기록 등 경제 상황이 매우 악화되었고, 방글라데시의 대중들의 삶은 점점 더 열악해졌다.
한편 2013년 제 1야당인 국민당의 한 인사가 실종되었는데, 최근 미국 대사가 실종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면서 여당인 아와이연맹이 수세에 몰리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아와미연맹은 국민당 집권 하에서 발생한 실종과 살해 혐의도 조사하라며 미국 대사를 협박해 대사의 방문 일정이 단축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미국 대사는 방글라데시의 모든 의혹을 심각하게 다루겠다며 방글라데시 인권단체들과 회합을 갖고 있다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 집권당 아와미 동맹과 미국과의 관계가 미묘하게 틀어진 것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 시위와 파업으로 미국의 수많은 패션브랜드들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현 여당 아와이연맹과 국민당 사이의 오랜 기간 동안의 싸움과 군부 개입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있으며, 현 총리인 하시나가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 역시 영향을 준 것 같다. 미국은 UN감독 하에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