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3자변제와 미래기금에 대한 일본 시민사회의 반응

강제징용 3자변제와 미래기금에 대한 일본 시민사회의 반응

일본 언론과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2023년 4월 12일

[동아시아]일본반전평화, 일본, 윤석열, 식민지

2023년 1월 13일 윤석열 정부는 가해 전범기업의 사죄와 배상 참여 없이 제3자(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하 '지원재단')를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즉각 종로에서 촛불집회를 열며 크게 반발했다.

전날인 1월 12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공동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참석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정부는 그 간 피해자들이 일본을 향해 싸운 80년의 노력을 2시간짜리 토론회로 끝내려고 했다. 인권의 존엄을 위해 평생 싸워온 분들을 단순 채권자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3월 16~17일 이틀간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국 언론은 물론, 일본 언론도 윤석열 정부의 "파격적인 제안"을 두고 많은 기사와 인터뷰를 쏟아냈다. 이 글에서는 ① 일본 언론이 윤석열 정부 제안의 의도를 어떻게 보는지 살펴보고, ② 일본 매체와 최선두에서 싸워온 한국 활동가들과의 인터뷰를 소개하고자 한다. ③ 또, 회담 직후 매체들의 반응을 알아보았다.

윤석열 제안에 대한 일본 언론의 시각

3월 7일 FNN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해법’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당일에 ‘징용노동자 문제해결책의 속내’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FNN 서울지국의 이치노세 노보루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러한 해결책을 서둘러 일본에 제시한 가장 큰 이유가 미국 방문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일 현안 해결"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에서 각 정상들에게 ‘한일문제 타결’’을 어필하기 위함이라고 추측했다.

패널로 나선 미야케 구니히코 전 외교관은 "그러한 속내가 있긴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어렵고도 중요한 결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진행자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윗 세대에 비해 일본에 대한 호감이 높고, 이번 해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여론조사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슬램덩크>의 인기나 일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제안에 대한 한국 내 입장 차이가 매우 커서 논란 중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거에 비해 반일 감정이 약해지고 있으므로 윤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이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셈이다. 해결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행동을 오래된 반일 감정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3월 13일 방송된 TBS 라디오 뉴스의 분석은 조금 달랐다. 일단 윤석열 정부가 G7에 초대를 받기 위해 강제징용문제 해결책을 서둘렀을 것으로 보는 점은 FNN의 시각과 일치했다. (3월 3일 일본 정부는 초청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3월21일 대통령실은 G7에 정식으로 초청받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출연자로 나선 마츠다 부교수는 강제동원 문제의 발생 경위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일본 정부가 (전쟁) 당시 공습 등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기에 강제징용문제가 이슈화되어 보상을 청구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서로의 문화에 대한 호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역사 자체에 관심이 없는 일본인’에 대한 반감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해결책이 나온 이유가 한국의 상황이 변한 것이 아닌, 일본의 태도가 너무 강경한 것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 진행자 : 징용노동자 문제 소송의 원고, 그리고 이를 돕는 시민단체는 ‘청구권 기각’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분들이 어떤 것을 요구하고 주장해 온 것인가요?
  • 패널 : 실현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해 갈등이 있었지만, 최근 2018년 10월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는 ‘피고 기업의 사죄와 배상’ 나아가 일본이 지금까지 선언문에 언급하지 않은 ‘강제동원’을 명시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태도가 강경하고 원고의 나이도 90을 넘어 100세인 분까지 있는 상황에서 피고 기업의 사죄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사죄를 받는다면 ‘일생의 한’이 조금 풀릴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대치가 낮아졌습니다).
  • 진행자 : 강제징용문제 해결을 요구한 분들이 시간도 많이 지나고 해서 최소한 사죄라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신건지 이분들이 양보를 하게 된 일련의 변화가 생긴건가요?
  • 패널 : 일본정부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서요. 당시 징용된 노동자들이 피고 기업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 일본 정부가 ‘청구권 없음’을 내세우며 갑자기 끼어든 상황인데요. 원래 소송의 목적은 피고 기업에게 사죄를 받기 위한 것이었고 일본 정부와는 별도의 일(소송)인데도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한 상황에서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는 어려운 법률적 이야기를 하니까 원고들 중에는 (일본정부가) 자신을 기만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생기는 것 같아요.

한반도 주변 상황을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두 패널은 회담 중에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전쟁에 대한 위기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 진행자 : 한국내에선 예를 들어 지금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미국, 일본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나요?
  • 패널 : 그런 여론은 정권과 함께 움직입니다. 말하자면 보수정권은 반드시 그러한(한미일이 공조해야한다는)쪽으로 여론을 유도한다는 걸 이미 한국 시민들이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오늘부터 한국에서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의 경우, 한국인들은 ‘훈련을 하나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원래 전쟁 연습훈련은 첫째 목적이 방어, 두번째 목적이 공격인데 이번 훈련은 방어는 완전히 제외하고 공격훈련으로만 이루어져만 있습니다. 게다가 남한이 아니라 전체 한반도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이란 말이죠. 이게 시뮬레이션이 아니고 실제 훈련이기 때문에 큰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이 벌어지고 북한이 공격해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거든요. 보수정권이니까 이런 훈련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다고 할까, 이런 훈련까지 하게 됐구나 싶습니다.
  • 진행자 : 그렇다면 안전보장에 대한 (한국정부의 시각이) 바뀐건가요 아니면 윤석열정권이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인가요?
  • 패널 : 이 상황의 배경엔 미국이 생각하는 그림이 있지 않을까요? 거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협력한다고 봐야겠지요.
  • 진행자 : 그렇군요. 미국이 지금 대만정세나 북한정세에 대해 만일의 사태에 대한 긴장감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것이 (미국의 인식이) 훈련 내용에 영향을 준다고 보십니까?
  • 패널 : 그렇죠. 지금 한일이 타협해 나가는 과정도 당연히 미국의 그림대로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진행자 : 마츠다 씨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 패널 : 말씀하신대로 (훈련이)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구요, 북한 지도자를 제거한다는 참수작전이라는 것도 역시 만일의 사태를 상정한 것이라서 우발적으로 충돌이 일어나면 북한이 크게 반발할 것이구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3월 29일 대규모 한미연합상륙훈련 반대 시위
3월 29일 대규모 한미연합상륙훈련 반대 시위

양금덕 할머니의 바람

지난 1월 12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하자 한국 내 여론은 찬반으로 들썩였다. 리버럴에 속하는 일본의 인터넷매체 폴리타스(POLITAS)의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는 2월 초 한국을 방문해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씨와 임재성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을 차례로 만났고, 3월 초에 이를 공개했다. 투쟁의 선봉에서 싸웠던 사람들이었으나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양금덕 씨는 “나는 소학교 내내 급장을 했어요. 지금도 일본어를 잘 하죠. 젊은이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해줘서 참 기뻐요”라고 하면서도, “일본의 군수공장에서는 우릴 사람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쌀은 자기네가 다 가져가고 농사짓는 고향 사람들과 공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납작보리나 맛없는 쌀만 먹었고 그것도 양이 모자라 너무 배가 고팠죠. 그게 가장 억울해요”라고 말을 이었다.

인터뷰어가 양금자 씨에게 ‘일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제가 무릎꿇고 사과하라는 말까진 하지 않아요. 옛날이니까, 잘못 할 수도 있죠. 다만 일본이 이제라도 과거를 제대로 사과한다면, 다른 국가가 얼마나 일본을 칭찬하겠어요. 한국하고도 잘 지낼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답했다.

NO JAPAN이 아니라 NO ABE

또 다른 인터뷰이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도 1시간 넘게 자신이 해온 활동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일본 정부에 대한 반대와 일본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들은 편견에 의한 반일 감정이 없기 때문에 한일 관계의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오히려 인터뷰어 쪽에서 ‘굉장히 긍정적이시네요’라며, 당황해 했다. 아래는 이 인터뷰의 일부다.

  • 아오키 오사무 : 한일 시민연대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 김영환 : 1997년부터 홋카이도의 슈마리나이 지역에서 전쟁중에 강제연행되고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의 유골을 발굴하는 작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동아시아공동워크숍 이름으로 지금도 재일한국인과 아이누의 젊은이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저도 참가한 것을 계기로 2022년부터 6년정도 고치현의 평화자료관, 구사노이에(초가집)에서 평화활동을 했고, 그 후엔 한국에 돌아와서 한일시민연대와 동아시아 평화와 관련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 아오키 오사무 : 예전에 아베와 박근혜의 위안부 합의 때 (일본이 피해자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요 저도 궁금하게 생각합니다만, 만약 그 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피해자에게 사죄했다면 상황이 좀 달라졌을까요?
  • 김영환 : 네,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죄’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장소에서 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안부합의의 경우에도 당시 아베 총리가 아니라 기시다 씨가 선언을 대독했는데요 ‘사죄’가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했을 때 오스트레일리아의 케빈 러드 총리가 원주민에게 사과했던 모습을 상기하면 총리가 직접 의회에서 사과문을 읽지 않았습니까. (…) 저는 아베담화를 역사수정주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이 직접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 아오키 오사무 : 일본 입장에선 1965년 한일협정이 정치적 타협입니다. 당시 냉전체제에서 미국이 하라는대로 한국의 군사독재정권과 타협을 한 건데요. 국가간의 약속이니까 (한국의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가 더는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도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협정 때 받은 돈으로 한국정부가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사용했다는 건 별개로 하더라도 어쨌든 고노 담화를 답습하거나 아베 담화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직접 성의있게 사과한다면, 아까 말씀하신대로 사죄의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배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 김영환 : 그렇죠. 기본적으로 (사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불법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해서요. (…) 1965년에 식민지 지에 대한 불법성과 관련해 일본 사회가 애매한 입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을 일본 사회가 '불법이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아오키 오사무 : 김영환씨에게 좀 실례되는 발언일지 모르겠는데요, 김영환씨는 활동가의 관점에서 말씀하시는 것이고, 일본이 리버럴계 정권(민주당)이 된다고 해도 1965년 협정에서 말하지 못한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선언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피해자도 고령화하고 있고 한일관계가 이 문제로만 언제까지나 대립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말고 윤석열 정권과 기시다 정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영환 : 저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이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방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이 문제를 일본기업이 책임지라고 말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개인의 청구권 자체는 인정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보고, 나아가 일본 사회를 위해서도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한일관계가 파탄났다고들 하지만 저는 이 말이 이데올로기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고 보고 오히려 시민들은 그런 것과 관계없이 잘 지내고 있거든요. 지금은 엔이 싸니까 일본에 여행도 많이 가고, 이미 이러한 시민 교류의 흐름은 정권이 사이가 좋든 나쁘든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봅니다.
  • 아오키 오사무 :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1965년 협정은 당시에 한국도 그렇고 (협정을 맺을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국가 간의 사정이 있었지만 이제 50년이 지난 지금, 냉전 체제도 끝나고 지금 같은 법정 소송도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1965년 협정의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으니 그 다음버전으로 나가는 계기의 하나로써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고 이걸 한국 혼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협력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영환 : 일본에게도 (새로운 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매스미디어는 문재인 정권이 반일이라느니 노무현 정권이 반일이라느니 하지만 한국에서 더 이상 ‘반일’은 통하지 않습니다. 저희 세대때만 해도 불매 운동을 하거나, “미군 기지는 다 일본에 보내버려”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모두들 가까운 일본에 잘 놀러갑니다. 냉전체제 아래서 기득권을 보전했던 국가권력과 달리,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시민들은 NO JAPAN이 아니라 NO ABE를 주장했던 것이구요. 저는 미래를 어둡게 보지 않습니다. 일본에게 있어서도 이른바 민주화를 이루는 것, 평화를 지키는 것이 북한의 평화와도 연결되고, 한반도 평화와도 직접 연결됩니다.

윤석열 정부는 문제 해결에 아무 관심이 없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일본기업 배상을 결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사람들이 “1965년 한일협정을 어겼으므로 국제법 위반”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해서 한국에서도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며, ‘국제법’이란 추상적인 개념이지 실제 존재하는 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1965년 한일 협정’의 법률적 효력을 판단하는 기구가 ‘대법원’이기에 대법원의 해석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일 대법원간의 법적 해석의 차이는 서로 논의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논의 대신 자신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임 변호사는 재판은 이겼지만 기획소송의 관점에서 강제징용배상소송이 성공하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문제 해결에 전혀 관심이 없기에 이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 아오키 오사무 : 근 10년 전부터 일본측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완고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고 그 배경에 아베 정권이 있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만, 아베 정권이 시작된 후의 일본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임재성 : 강제징용배상소송은 일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미쓰비시 중공업, 2005년부터 일본제철과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이건 기획소송입니다. 피해자가 몇 천, 몇 만명인데 일본제철에 소송한 사람은 네 명이고, 미쓰비시 중공업은 다섯 명이 소송을 했습니다. 이 네 명이 일 억씩 받는 것이 소송의 목표는 아니었어요. 미쓰비시 중공업에 다섯 명이 일 억씩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기획소송이란 소송을 통해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정부의 태도를 바꾸는 방아쇠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이 방아쇠를 당겨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판결이 이루어질 당시 사회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런 조건이 갖추지 못한다면 판결에서 이겨도 사회적으론(운동의 관점에선) 실패할 수 있겠죠. 반대로 그런 조건을 잘 갖춘다면 소송에선 졌다고 해도 패소판결 만으로도 문제의식을 촉발할 수 있죠. 정부에서도 소송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교섭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겠죠. 강제징용 배상소송은 1~2심에서 지고 대법원에서 2012년 승소했습니다. 그리고 아베 정부가 2012년에 두번째 내각을 시작했죠.
    사실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대두되면서 역사문제에 대해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여지가 좁아졌고 두번째 아베 내각 출범 이후엔 더욱 좁아졌습니다. 기획소송으로 시작해서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하고 2018년에서 다시 승소했지만 이것이 일본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여건들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활동범위가) 좁아졌죠. 이 대법원 판결이 일본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 못했고 사회를 바꾸고 정부를 바꾸는 기획소송으로써는 결국 실패한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
  • 아오키 오사무 :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와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그 후에 예를 들어 사죄를 표명하는 식으로 결국 일본 정부의 태도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해결책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겠네요?
  • 임재성 : 윤석열 정부가 (사죄를 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이지 않아요. 일본 지도자의 사죄를 받는 것이 목표라면 사죄를 받아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성공의 기준으로 보는 것 같지 않습니다.
  • 아오키 오사무 :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교섭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
  • 임재성 : 누구 입장에서 ‘성공’을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일본 같은 경우는 원하는 것들이 다 실현되는 상황이니까 교섭이 잘 된다고 볼 것이고 윤석열 정부도 ‘일본 기업의 참여가 없으면 협상을 깨겠다’이렇게 해야 어려운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 교섭을 할 때까지 하다가 (일본의 요구를) 다 수용하지 않을까요?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 사죄에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사과를 하고 가해기업이 기금에 참여해도 좋지만 안해도 좋다는 거에요. 가해기업이 사죄할 일은 없을 겁니다.

한일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기업에 피해자들이 원했던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기시다와 소맥을 마셨다.

문제는 한·미·일 군사공조

폴리타스 취재에 동행한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는 3월 7일자 <ARC TIMES>의 <더 뉴스>에 출연해 “어쨌든 일본이 피해자에게 성의를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이 기금을 좀 내면 얼마나 좋겠냐”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의 배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절대 반일이 아니다. 임재성 변호사를 봐라. 이 사람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만행을 고발한 피해자의 변호인이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 아오키 오사무 : 2015년 미국이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위안부 합의를 했잖아요, 당시 외무대신(외교부장관)인 기시다가 한국에 가서 했죠. 그 때 만약에 기시다 말고 아베총리가 직접 퍼포먼스라고 해도 좋으니까 박근혜 전대통령과 서울에서 회견하고 경우에 따라 위안부 할머니와 손 잡고 죄송합니라고 했으면 좀 상황이 바뀌었을텐데 말이죠.
  • 진행자 : 아베는 절대 안 하죠.
  • 아오키 오사무 : 아베가 선언문을 읽지 않는 걸 보고 (아베가) 하기 싫구나 했어요. 이번 회담 때 윤석열이 뭐 순수해보이진 않지만 그도 아마 ‘반일’이란 구호로는 (한국에서)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걸 알거에요. () 그러니까 한 발짝 더 나가서 아까 말한 것처럼 피고기업이 돈을 내거나 옛징용노동자들에게 (사죄하거나). 그분들에게 어떤 사죄를 말하는 건지 물어보니 식민지지배에 대한 사죄, 반성을, 진짜 진심어린 반성을 했으면 하더라구요. 사실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몇 번 반성한다고 표현하긴 했는데 강제징용에 대해선 한 적이 없다고.
  • 진행자 : 아 그렇군요.
  • 아오키 오사무 : 이번에 만약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이 재단이 지금이나 나중에라도 기부하고 기시다 정권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예를 들어 3월엔 윤석열 대통령이 왔으니까 그 다음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가서 윤석열과 악수하고 둘이서 일본도 나빴지만 한국도 잘한 것 없으니까, 사실 한국 군사정권이 당시에 (배상을 제대로 안 한 것이) 잘못이니까 (한일 모두) 우리 보수 정권이 잘못했습니다라고 하면 분위기가 좀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토크쇼 형식의 이 뉴스에선 한국 현대사, 일본 나카소네 전 수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1965년 협정 당시 한국의 독재정권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 아베 전 수상이 미국의 반강요로 합의를 한 것이기에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해 기업의 기부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Arc Times 방송 화면
Arc Times 방송 화면

둘의 대화는 두 가지 점에서 아쉽다. 우선 아베 전 수상이 ‘사죄 퍼포먼스’를 하지 않은 것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또, 가해 기업이 기부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방해로 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베는 왜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 할 필요도 없고, 일본 우익의 입장에서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위안부 합의 당시 10억엔을 들여 재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위안부 운동을 했던 한일 양쪽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가령 재일교포 저널리스트 서경식은 기금에 찬성했던 친한파 와다 하루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해결’이라는 말은 ‘유대인 문제의 최종해결’이라는 나치의 행정용어를 연상시킵니다. 이 말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유대인’에게 억지로 떠안기는 심리적 기능을 수행했고, 대량학살로 귀결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위안부 문제’라는 말은 그것이 본래 ‘일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위안부’에게 문제가 있는 듯한 편견을 조성합니다.”

일본 언론들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을 답답해하는 한국 언론들이 제대로 전하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최근 양국 정상의 합의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한·미·일 군사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의 하나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언론이 자주 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성향'이나 '반문재인' 행보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의제일지 모른다. 각국의 군비 증강과 더불어, 동아시아 민중의 평화 전체를 뒤흔드는 문제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

글 : 박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