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신발 만드는 후난성의 여성노동자 100여 명이 파업에 나서다

나이키 신발 만드는 후난성의 여성노동자 100여 명이 파업에 나서다

지난 2월 16일,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카이성 신발공장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체불 임금 문제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였다.

2023년 4월 14일

[동아시아]중국대륙의류봉제업, 글로벌 공급사슬, 중국, 후난성, 파업, 노동조합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카이셩신발제조유한공사(湖南凯盛鞋业有限公司, 이하 '카이셩 신발공장')는 광슈어그룹 야롱신발산업유한회사(亞榮鞋業有限公司)가 투자한 신발 하청기업이다. 광슈어그룹은 1987년 대만 자본가 장롱우(張榮梧)가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고 중국 대륙에 설립한 거대한 제조기업이다.

2010년, 광슈어 자본은 자신의 신발 제조공장을 기존의 광둥성에서 후난성의 소도시 용저우(永州)의 치양(祁阳)공단으로 옮겼다. 후난성 정부는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동부연안에 위치한 공장들을 적극 유치했는데, 그러면서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이렇게 해서 세워진 카이셩 신발공장은 나이키(Nike), 크록스(Crocs) 등 다국적 브랜드 신발을 제조하는 하청공장이다. 올해 1월 31일, 치양시 정부는 2022년 업무에 대한 종합표창회의를 개최해 카이셩 신발공장을 "후난성에서 용저우의 위상을 높인 1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난 10여년 동안 이 공장은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한데 표창장 수여가 이뤄진지 불과 2주 만인 2월 16일, 1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공장 앞에 집결한 노동자들은 작업을 거부하며 항의 시위를 펼쳤고, 이에 곧바로 경찰이 출동해 노동자들과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2월 16일 카이셩 신발공장 파업
2월 16일 카이셩 신발공장 파업

노동자들은 사측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항의했다. 사측이 공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의 공급사슬망 현황을 보여주는 데이터에 따르면 카이셩 신발공장은 현재 약 3,4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중 거의 4분의 3이 여성이다.

중국노공통신의 '파업 지도'에 따르면 제조업에서의 월별 파업건수는 2022년 12월 약 3.5%에서 2023년 2월 25%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해외 주문이 감소해 공장 이전과 폐쇄가 가속화된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업종별 파업 추정 건수 (2022년 9월~2023년 2월)
중국의 업종별 파업 추정 건수 (2022년 9월~2023년 2월)
2023년 1~2월 중국의 수입과 수출은 예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는 세계 경기 침체와 중국 내수의 부친을 반영한다.
2023년 1~2월 중국의 수입과 수출은 예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는 세계 경기 침체와 중국 내수의 부친을 반영한다.

2월 16일 파업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외쳤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우리의 삶은 너무 힘듭니다. 하지만 사장과 관리들은 노동자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모르겠죠!”

파업 발발 전부터 카이셩 신발공장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불만을 가져왔다. 이 공장에서 6개월 짜리 청년 실습 노동자들을 고용해왔는데, 이러한 실습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고작 1,000~2,000위안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카이셩 신발공장의 노동자들은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포함해 월 4,000위안을 받는다. 그렇게 받아도 간신히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다. 아무리 중소도시라고 해도, 1~2천 위안으로 삶을 꾸려나가기란 매우 힘들다.

"보통 6개월짜리 실습 노동자의 월급은 1~2천 위안에 불과해요." (출처=바이두)
"보통 6개월짜리 실습 노동자의 월급은 1~2천 위안에 불과해요." (출처=바이두)

2월 16일 파업은 아무도 체포되지 않은 채로 순조롭게 끝난 듯했다. 하지만 이날 파업 이후에도 카이셩 신발공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파업 5일 후인 21일, 치양시 당위원회의 랴오진쏭(廖劲松) 부서기는 이 신발공장을 방문했다. 공장장으로부터 현재 처해 있는 운영상의 어려움에 대해 듣고는 "이 공장이 경제 반등의 유리한 기회를 포착하고, 고품질 발전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요식 행위처럼 보이기만 한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체불 임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3월 17일, 치양시 정부는 카이셩 신발공장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정리해고와 임금 문제는 여전히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역 공회(노조)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파업 며칠 전인 2월 3일, 치양현 지역공회는 "당의 20차 대회 정신을 관철하기 위한 집중 선전 보고회(学习贯彻党的二十大精神集中宣讲报告会)"를 열어 100여 명의 기업공회 대표들을 소집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지역공회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시진핑 총서기의 위대한 사상을 전면 관철하며 창당정신을 고취하고 혁신하며 용감하게 나아가야 하며,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사명임무를 깊이 깨닫고 파악하여 중국식 현대화의 길에 지속적으로 분진해야 하며, 핵심을 잘 잡고, 실사를 잘 수행하고, 당의 말을 잘 듣고, 당을 따라가야 하며, 전체 노조직원들은 항심하고 깊이 공부하여 당의 20대 정신을 철저히 관철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세계 여성의날에도 지역공회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었다. 48개 개별 공회 소속 여성들이 참여하는 배구대회를 개최했고, 치아 위생을 위한 진료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무려 1천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카이셩 신발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임금 삭감과 해고 등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의날 맞이 치양현 여성노동자 배구대회
여성의날 맞이 치양현 여성노동자 배구대회

카이성 신발공장의 모기업 야롱신발산업유한회사는 중국대륙 최초의 나이키 하청공장으로, 나이키의 5대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하나다. 나이키는 전 세계 37개국에 이러한 하청공장 497개와 하청 관계를 맺고 있고, 이들 공장에서 약 120만 명의 노동자들이 초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중국 내의 외국인투자기업들은 일감 부족이나 수지 악화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정리 해고하고, 아무런 보상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일방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삭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참고 자료

  • 今天早上九点多钟祁阳凯盛鞋厂全体员工罢工了,@又有好多人要面对失业了,哎!工友们加油✊✊✊#祁阳凯盛鞋厂#d0u十抖音小助手 | 抖音
  • 台企湖南凯盛鞋业获评“祁阳市十佳企业” | 中共湖南省委台办 湖南省政府台办
  • 祁阳鞋厂凯盛工资怎么样 | 百度知道
  • 祁阳市委副书记廖劲松专题调研台企湖南凯盛鞋业 | 中共湖南省委台办 湖南省政府台办
  • 祁阳市庆“三八”建功新时代第二届女职工气排球赛开幕 | 祁阳融媒体中心
  • NIKE MANUFACTURING MAP
  • China Jan-Feb trade slumps again as global demand falters | REUTERS
  • Workers protest against wage arrears of a shoe factory in Qiyang, Hunan | CLB
  • Over a hundred workers at foreign shoe supplier go on strike in Hunan | CLB

정리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