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노조법 2·3조 개정 목소리

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노조법 2·3조 개정 목소리

‘노동자로 인정하라’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파업권을 보장하라’

2023년 1월 19일

[읽을거리]노동노동조합, 노동운동, 파업

2022년이 저물어가던 지난 12월 27일 오후,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한지 28일째였다. 그는 2022년 여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1제곱미터의 철제 감옥을 용접해 그 안에서 31일째 파업을 하며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알렸다. 그 힘겨운 싸움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왜 그는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에 또 나서게 되었을까?

파업 후 회사가 청구한 470억 원

총 51일간의 파업 끝에, 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단은 2022년 7월 22일 업체별 평균 4.5% 임금 인상, 내년부터 설·추석 각 50만 원과 여름휴가비 40만 원 등 상여금 140만 원 지급 등을 합의했다. 처음 요구는 그동안 삭감된 임금 30%를 회복하라는 것이었으므로, 합의는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파업이 끝나고 약 한 달 뒤인 8월 26일,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지회 집행부 5명에게 총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인당 94억 원을 물어내라는 것이다.

파업은 생산을 멈춰 노동자들이 사용자를 압박하여 더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행위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은 헌법을 통해 보장된다. 이는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수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얻어 낸 집단적인 시민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과 노동자 개인이 대등한 관계가 아니므로, 불평등을 집단적 방식으로 바꿔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헌법을 통해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1인당 100억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액을 물어줘야 한다면, 대체 누가 파업에 나설 수 있을까?

파업을 하면 손해가 당연히 나는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해 노동3권이 제약되는 일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법 제3조에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곧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이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손해배상 청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었나? 문제는 한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합법적’ 쟁의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에서 파업권을 얻으려면 법으로 정해진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은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목적이 아니라며 위법으로 규정되고, 노동법 개악에 맞선 파업은 정치파업으로 여겨져 역시 불법이 된다.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도 ‘필수공익’이라며 제한된다.

사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합법적 쟁의권을 얻어서 파업을 했다. 그럼 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을까? 이들이 ‘하청노동자’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잠깐 돌아가서 대우조선 하청지회가 어디랑 합의를 했는지를 보자.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단’이다. 하청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곳은 하청업체(협력업체)이기 때문에, 이들의 쟁의권은 협력업체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이고, 파업을 통해 생산을 멈춰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다. 또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자신들은 ‘제3자’라면서, 대우조선해양 도크(배를 건조하는 곳)에서 쟁의행위를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빗자루를 놓고 대학 본관을 점거하면, 왜 하청이 아니라 원청을 상대로 손해를 입히냐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쟁의행위를 했을 뿐이다. 이런 간접고용 구조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의 원청을 향한 쟁의행위가 합법이 아니게 되면서 노조법 제3조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과 관련한 조항인 제3조 말고도, 노조법 제2조도 개정이 되어야 한다. 제2조에서는 근로자, 사용자, 사용자단체, 노동조합, 노동쟁의, 쟁의행위를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정의를 변경해야 원청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앞 농성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동시에 내걸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조항의 동시 개정이 요구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처럼 이 두 조항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 교집합에 속하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규직 노동조합이었던 쌍용자동차지부, 철도노조 등도 거액의 손해배상에 고통받았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손해배상 뿐만이 아니었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맞선 싸움(노조법 3조 관련)과,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는 싸움(노조법 2조 관련)에는 고유한 역사가 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노조탄압의 도구,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의 역사

민법의 일반조항인 손해배상이 노동조합의 투쟁을 탄압할 용도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89년부터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회사 측의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되었고, 90년부터 법원이 노동조합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 시작했다. 1990년에 시작되어 1994년까지 간 대구 동산의료원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에 손해배상 소송이 본격화되었다. 손해배상 소송 확대에는 정부 지침도 큰 역할을 했다,

1990년 10월 22일, 당시 노동부 장관이었던 최병렬은 “노동운동의 준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노조 쪽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주목했을까? 그전까지 정부는 공권력을 대규모로 투입하거나 주동자를 형사범으로 처벌하는 방식으로 노사분규에 개입했는데, 공권력 투입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과 주동자가 형사처벌 하는데 드는 부담이 있었다. 이에 비해 법정에서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교적 신사적으로 보였고, 여론의 거부감을 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판결 전에도 법원에서 쉽게 가압류 명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노조를 보이지 않게 압박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1990년 노태우 정권 당시 최병렬 노동부 장관
1990년 노태우 정권 당시 최병렬 노동부 장관

2003년,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가 노동운동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가압류로 인해 월급을 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으면서였다. 2003년 1월 9일,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던 노동자 배달호씨가 유서를 쓰고 분신자살했다.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에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중략) 이제 이틀 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 고 배달호 열사 유서 중-

그는 전년에 노조 파업에 동참했다가 회사측이 제기한 손배·가압류로 고통을 겪었다. 그가 유서에 적은 이틀 후인 월급날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은 고작 2만 5천 원이었다. 배달호 열사의 죽음이 이슈화되면서, 두 달 뒤 두산중공업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했다. 그러나 손해배상 소송은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해 가을, 당시 한진중공업 지회장이었던 김주익은 노조간부들에게 7억 9천만 원의 손배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다 크레인에서 목을 맸다. 농성 직전 김주익 당시 지회장의 월급 실수령액은 13만 5080원이었다. 가압류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에 손배‧가압류가 이렇게 노동자들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게 된 이유는, 이전에는 노동조합 자체에 한정되었던 손해배상 소송을 노조간부와 일반 조합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즉 조합비 압류를 넘어, 노동자 개인의 임금 및 부동산까지 압류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심한 경우는 조합원의 보증인(대부분 가족)에게까지 손배‧가압류가 확대되었다. 임금을 거의 못 받거나 부모나 형제, 가까운 친척의 집까지 가압류를 당한 사례들이 이어졌다. 회사는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빼주겠다며 조합원들을 회유했다. 손배‧가압류는 ‘신종 노동탄압’으로 불렸다. 당시 사회적 이슈화로 2004년 급여 중 최저생계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만 가압류가 가능하도록 민사집행법이 개정되었지만, 근본적 해결은 아니었다.

생전의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생전의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2003년 손배‧가압류로 두 열사를 보낸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2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가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듬해인 2013년 12월에는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옥쇄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회사와 경찰에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는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면서 2012~2013년 대한문 앞에는 임시분향소가 차려지고 복직을 요구하는 농성이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문제해결은 요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나온 것이다. 또 2013년 연말과 2014년 초에는 쌍용자동차 뿐 아니라 철도노조, 한진중공업, 현대차비정규직 노조 등도 손해배상과 가압류 판결을 받아들었던 시기였다.

시민들은 분노했고, 시사인에 한 독자가 4만 7천원씩 10만 명이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자며 편지와 돈을 보내면서,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노란봉투’라는 이름은 예전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운동조직인 ‘손잡고’도 2014년 2월 26일 출범했다. 또 이전까지는 손배·가압류 사례가 이슈가 될 때마다 그때그때 수집되었지만, 2014년부터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동으로 관련 현황을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하기 시작했다.

노란봉투 캠페인에는 4만 7천여 명이 참여해 14억 6천여만 원이 모였다. 손해배상 문제가 노동운동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손해배상은 곳곳에서 계속되는데, 언제까지고 모금을 통해 노동자들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이상 노동조합이 투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손해배상에 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 2015년 4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발의되었다. 이것이 노조법 3조 개정 요구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노조법 3조 개정안은 19대 국회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 노조법 3조 개정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또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로 인정하라…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노조법 2조 개정 요구

1990년을 전후로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송차주, 애니메이션 노동자, A/S기사 등의 직종에서 특수고용 노동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수고용은 기업이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 등의 형태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IMF외환위기를 빌미로 1998년 파견법이 통과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도 늘어났다. 간접고용은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기업이 직접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하청업체를 끼는 형태를 뜻한다. 이 두 형태 모두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 생기는 고용유지, 복지, 산재 등의 책임을 회피하고, 필요에 따라 노동력을 쉽게 채용했다 쉽게 해고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가 노조법 3조 개정 요구로 모아지는 데까지 긴 역사가 있었듯이, 노조법 2조 개정 요구 역시 탁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차례로 살펴보자.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할 때 특수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힐까? 우선 둘 모두 사용자와 교섭을 하고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하청업체 소속의 ‘근로자’로는 인정되기 때문에 노조 설립 자체가 법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설립 후 고용노동부에서 필증을 교부받아야 하는데, 2003년 설립된 화물연대, 2006년 설립된 퀵서비스노동조합, 2012년 설립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은 수년 동안, 혹은 아직까지도 필증을 교부받지 못했다. 근로계약을 체약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이 만든 조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노동조합 필증을 받은 경우에도 노동조합 활동이 계속 보장되지도 않았다. 재능교육교사노조(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재능교육에서 일하던 학습지교사들은 1999년 11월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고용노동부로부터 필증도 교부받았다. 2000년 7월에는 특수고용 노동자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런 집단적 노사관계가 2007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2007년 재능교육이 학습지교사들의 수수료(보수)체계를 불리하게 개편하려는 데 노조가 반발하며 농성에 돌입하자, 2008년에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 회사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학습지교사는 개인사업자이며 노동조합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재능교육은 계약서를 계속 수정하여 법원에서 노동자로 판단받을 만한 소지를 계속 없앴다. 또 2005년에는 대법원에서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재능교육이 아니라 다른 학습지 회사 노동자에 대한 판결이었지만, 재능교육이 ‘거봐라, 당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빌미를 제공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레미콘 운송차주, 화물노동자, 덤프노동자 등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이들은 동일한 어려움에 부딪혔다.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필증도 나오지 않고, 필증이 나와도 회사가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행동을 계속하고, 법원에서는 보수적인 판결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우선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이 필요했다. 2006년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의 대표발의로 ‘근로자’ 개념을 명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2007년 상당한 규모의 공동투쟁을 벌였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09년에는 고용노동부가 공공운수노조와 건설노조에 ‘노동자가 아닌 자’를 포괄하고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2010년 노동자 범위 확대를 위한 노조법 2조 개정을 내걸었다.

노조법 2조의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투쟁 요구를 모으게 된 것은 근로기준법보다 노동조합법의 근로자 범위가 넓어, 실현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특정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보는 반면, 노동조합법은 ‘임금이나 급료 또는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보는데, 후자가 더 너른 범위의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일하는 사업장과 사용자가 계속 바뀌는데, 이들은 근기법 상의 노동자는 아니어도 노조법 상의 노동자다. 건당 수수료로 생활을 영위하는 학습지 교사나 택배 노동자의 경우 수수료가 ‘임금’은 아니지만 임금에 준하는 수입이기 때문에 근기법은 아니지만 노조법 상의 노동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실업자나 구직자처럼 현재 고용되어 있는 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노조법이 ‘단결 활동의 보장 필요성’이 있으면 그 사람을 노동자로 보기 때문이다. 즉 특정 사업장에 고용되지 않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종속적 위치에 있다면, 그 사람은 단결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노조법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면 단결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일단 노조인정을 받고,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그 뒤에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으로의 길을 열고자 한 것이다.

오랜 소송과 투쟁으로 많은 특수고용 노동조합이 ‘합법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4년 대법원은 캐디 노동자들이 근기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조법 상 노동자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8년에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2010년대 후반에 특수고용 노동조합에 대한 노조 설립 필증도 발급되기 시작해, 2017년 택배노조, 2019년 대리운전기사 노조, 2020년에 방과후강사 노조가 필증을 받았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여전히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로 보지 않는 데 일조했다. 여러 직종과 기업의 노동자들이 개개별로 싸우게 두는 것이 아니라, 이런 흐름에 맞게 노조법 2조의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노조법 2조의 사용자 개념으로 가보자. 우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자 개념을 확대해 노동조합으로 인정받더라도 원청 사용자들이 ‘자신들은 사용자 지위가 아니다’라며 교섭을 거부한다. 2017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은 전국택배노조는 2020년 3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3년여가 지난 올해 1월 12일에서야 CJ대한통운이 교섭 상대라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지 않으면 특수고용 노동조합이 인정되더라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어렵다.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필요성이 계속 확인되어 왔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오랫동안 싸워왔다.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실질적인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는데 법적으로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라는 것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3년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노동조합이 결성되었는데, 이들은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현대자동차를 만들지만, 현대자동차와 교섭할 권리가 없었다. 현대자동차가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법원은 비정규직 노조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현대자동차 사업장에 조합활동을 위해 출입하는 것, 비정규직노조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벌인 쟁의행위를 합법으로 보는 것, 이 모두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고, 회사 역시 계속해서 비정규직노조와 직접 교섭하는 것을 거부했다. 현대자동차가 쟁의행위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와 조합원들도 투쟁을 할 때마다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렸다.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행위자가 원청임에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없는 일은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투쟁에서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투쟁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 나와라’를 외치며 투쟁을 했고, 이는 결국 노조법 2조의 사용자 개념에 ‘원청’이 포함될 수 있도록 바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까지 모였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에 더 많은 힘을 모으자

지금도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아래와 같은 개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정의를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도록 요구한다. 노동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단결권을 향유하고, 이들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적 다툼이 발생하더라도 재판기간 동안 이들의 노동2권 행사를 허용하기 위함이다. ‘사용자’ 정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관계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있는”을 추가하여 노동3권을 행사할 때 그 반대 위치에 있는 자가 사용자가 되게끔 하며, 원사업주도 사용자로 볼 수 있게끔 하는 규정을 포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노동쟁의의 정의도 해고나 지위 변동에 대한 쟁의도 합법적인 것으로 하고자 한다.

노조법 3조는 합법 파업의 범위가 실질적으로는 매우 좁다는 것을 고려하여, 노조법이 아니라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등에 의한 손해는 해당하지 않도록 하고, 또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 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노동조합 뿐 아니라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고 신원보증인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변경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는 특수고용‧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20여 년에 걸친 투쟁, 수많은 노동자들의 걸음걸음이 모여 만들어낸 요구다. 한국의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이 스스로 싸워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싸움, 노동조합이 곳곳에서 꽃피도록 하는 투쟁에 힘을 보태자. ✊

참고자료

  • 51개 단체 공동, “신종 노동탄압 손배,가압류로 인한 노동기본권 제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자료집. 2003
  • 국민일보. “[경제 히스토리] 파업 손배소 '초강력 카드' 뒤엔 90년 최병렬 지침 있었다” 2016.10.28.
  • 권두섭. 2017.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에 관한 판례의 변화와 권리보장 입법의 필요성.’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판례의 변화와 노동기본권보장 입법” 토론회 자료집. 2017.2.28.
  •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노조법 제2조 개정 토론회” 자료집, 2022.10.25.
  •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노조법 제3조 개정 토론회” 자료집, 2022.11.1.
  • 매일노동뉴스. “[노조법 제2조를 개정하라] 노동자를 노동자라, 사장을 사장이라 부르지 못하는…”2012.7.28.
  • 매일노동뉴스.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를 기억하시나요?” 2018.1.10.
  • 민주노총 법률원·오준호. 2013. “4장 이 사람은 노동자일까 아닐까” 『노동자의 변호사들 – 대한민국을 뒤흔든 노동사건 10장면』
  • 엄진령. “특수고용 노동자 조직‧투쟁의 역사.” 『비정규직 노동운동사 – 주제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17.
  • 윤애림. “2000년대 비정규직 연대운동과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의 권리입법 투쟁을 중심으로.” 『산업노동연구』 22권 1호. 2016

글 :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