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그만 | ② 오키나와 전쟁 시나리오 폭로
2022년 12월 31일
📌 #전쟁은_그만 첫번째 글「더 이상 오키나와에 전쟁은 없다」에서는 No more 오키나와 전쟁, 금은보화보다 생명 모임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 2022년 9월 25일, 이 모임은 오키나와 기노완(宜野湾)시에서 ‘대만 유사사태(만일의 사태)와 미일공동작전의 정체 : 미디어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나’(台湾有事・日米共同作戦の正体~メディアはどうたたかうか)라는 제목의 심 포지움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저널리스트 이시이 교(石井暁)는 「오키나와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데 정말인가요?」라는 팜플렛을 소개한다. 강연 후 한 일본공산당 활동가가 진보적인 지역언론 <죠슈신문>(長周新聞)에 녹취록 형식으로 이시이 교의 강연을 녹취해 옮겼다. 작금의 정세가 전쟁 위기로 치달아갈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강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전쟁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지금, 이런 문제의식은 한국 내에서도 공유될만한 가치가 있다. 해당 글을 축약 번역하여 플랫폼c 동아시아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한다.
나는 1994년 당시 도쿄 롯폰기에 있던 방위청(현 방위성) 취재를 30년 동안 담당한 기자다. 여러분처럼 반전과 평화를 늘 생각하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다. 그래서인지 내가 강연하는 곳 마다 자위대의 정보부대나 공안 경찰들이 따라오기도 한다. [오늘도 참석했다면] 그분들도 꼭 같이 들어주시기 바란다.
내 아버지는 규슈의 야쿠시마 출신으로 오키나와의 정치인 세나가 가메지로(瀬長亀次郎, 일본공산당 소속의 정치인으로서 태평양 전쟁 이후 오키나와를 미군이 통치할 시기에 오키나와 시민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맞서 싸운 활동가)씨를 존경했다. 어릴 적 살던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쓰루미(鶴見)에서 평화 집회가 열릴 때마다 부모님은 철 모르는 나를 데리고 참가했기에 <오키나와를 돌려줘> 노래(沖縄を返せ, 1956년 당시 미군정이 이뤄지던 오키나와 지역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하며 창작된 민중가요)도 부를 줄 안 다. 그래서 오키나와 사람들 앞에 설 자격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2021년 말 나는 ‘대만 유사사태가 가까워진 시점에 미군이 난세이 제도를 임시 공격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라는 취지의 기사를 썼고, 그것이 2021년 12월 24일 자 오키나와 지역 언론인 <류큐신보>(琉球新報)와 <오키나와타임즈>(沖縄タイムス)의 1면에 실렸다.
기사 내용은 대만에 유사사태가 났을 때를 가정해 주일미군이 난세이 제도를 임시거점으로 삼는 ‘미일공동작전계획’이 책정되었고, 해당 계획이 실행될 경우 주민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것과 ‘2+2 미일외무방위장관회합’에서 협의를 시작하도록 합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듬해 1월에 미국과 일본의 2+2 협의가 이루어졌다.) 공동작전을 계획한 배경은 미중 대립의 격화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기본적으로 대만과 평화통일을 이루겠다고 하지만 대만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무력통일을 배제하지않겠다고 몇 번이나 공언했다. 그리고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역대 대만 정권 중 가장 대만의 독립을 지향하는 정권이다. 그래서 시진핑 정권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해마다 강화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 강한 대결 의지를 보였고 그 다음 조 바이든 정권도 트럼프의 대중강경노선을 전환하지 않고 ‘미국의 유일한 경쟁상대는 중국’, ‘민주주의 vs 전제주의’라고 잘라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이 대만의 방공식별권(ADIZ)에 전투기를 반복해 투입하자 이에 맞서 미국은 주변 해역에서 일본과 같은 동맹국, 우호국과 함께하는 군사 훈련을 늘리고 있다. 동시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미 해군이 보유한 프리게이트함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일명 ‘항행의 자유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도 계속 시행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11월에 새로 취임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의 존 아킬리노(John C. Aquilino) 사령관이 일본을 방문하여 자위대의 야마자키 고지(山崎幸二) 통합막료장(주 : 統合幕僚長.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장에 해당하는 직책.)의 안내로 요나구니 섬(주 : 与那国島. 일본 류큐 열도 최남단의 섬이며, 그로 인해 육상자위대가 주둔하는 곳이기도 하다.) 등을 시찰했다. 그 후 아킬리노 사령관은 회의를 열어 자위대의 통합막료장, 육상·해상·항공막료장(참모총장)에게 매우 강한 어조로 “빨리 공동작전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늦어!”라며 재촉했다고 한다. 미군 사령관에게 질책을 들은 네 명의 막료장들은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고 합석한 자위대 간부가 알려줬다. 간부는 ”정말 심하게 몰아세웠다”고도 함께 전했다.
대만 유사사태를 둘러싼 미일공동작전계획의 기초는 2016년에 발표된 ‘EABO’(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s, 원정전방기지작전)이라는 미 해병대의 작전구상이다. 지금까지 미군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해왔지만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다.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며,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군은 작전을 바꿨다. 미군 전체의 전략적 목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국 봉쇄’로 바뀌었고 해군과 공군이 그 중심이다. 미 육군과 해병대가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렸다는 조급한 마음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생각한 것이 바로 EABO다.
이 작전 구상은 난세이 제도의 섬들을 거점으로 미 해병대가 수십 명의 소규모 부대로 분산하여 중국의 해병대와 싸우는 것이다. 미사일을 가진 중국 함정과 항공기를 공격하는 셈이다. 이러한 작전 구상을 바탕으로 대만 유사사태를 준비하는 미일공동작전계획을 수립했다.
실제로 2021년 12월,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에서는 이 작전 구상에 근거한 검증 훈련이 실시되었다. 나도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주 : 八戸, 해상자위대의 항공기지가 설치되어 있다.)와 미야기현의 오조지하라(王城寺原) 육상자위대 훈련장의 검증 훈련에 취재하러 갔다. 오조지하라에선 진흙밭에서 취재하느라 신발이 엉망이 되었다.
계획 원안은 ‘특정비밀’
대만유사사태를 둘러싼 미일공동작전계획의 원안은, 특정비밀보호법(주 : 特定秘密保護法. 지난 2013년에 제정된 일본 법률로, 국가 안정보장과 관련된 정보 중 비밀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것들을 ‘특정비밀’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정비밀’ 지정에 대한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 등이 제기되어 제정 당시 큰 반발이 있었다.) 에 의한 특정비밀이다. 내가 이 기사를 쓴 것 자체가 정부로선 매우 불쾌한 일이다. 기사가 나갔을 때 수상의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국(国家安全保障局, NSS) 간부회의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이 기사에 특정(특급)비밀이 드러났다’며 내각정보조사실은 정보원을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이 말이 다시 내 귀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난세이 제도에는 약 200개의 섬이 있다. 해상보안청과 국토지리원에 남서제도에 속한 유인도와 무인도의 수가 얼마 인지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한다. 가고시마현과 오키나와현에 물어도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러므로 대충 200개라고 했지만 이 중 40곳의 섬이 미해병대의 군사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40곳의 섬은 사람이 사는 섬으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미군도 섬에 물까지 운반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 것이다. 기사에선 섬 주민의 불안을 고려하여 정확한 섬 이름을 쓰지 않았다.
안보법제와 밀접하게 연동
이 시점에서 2015년에 성립된 안전보장관련법(주 : 통칭 안보법제, 자위대법 개정 및 국제평화지원법 제정을 비롯해 군사·안보 관련 11개 법률이 동시에 재개정된 것을 의미)를 살펴보려한다. 왜냐하면 아베 정권이 안보법제를 만듦으로 대만 유사사태를 둘러싼 ‘미일공동작전 책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지난 2014년 기자회견 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아이를 업고 피난오는 어머니가 탄 미군 함선을 자위대가 지켜야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안보법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나도 이 말에 속았다.
안보법제의 가장 큰 목적은 조선반도(주: 일본에서 ‘한반도’를 칭하는 표현) 유사사태가 아니라 대만 유사사태 시 미군과 함께 자위대가 자동 참전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안보법제에서 ‘중요영향사태’라고 하는 사태인정의 단계가 만들어졌다. 원래 ‘주변사태’라는 단계가 있었고 이는 조선반도의 유사사태를 상정한 것이었기에 조선반도로만 지리적 범위를 한정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에서 안전보장관련법을 만들어) 이 ‘주변사태’를 ‘중요영향사태’로 바꿈으로써 지리적 제약이 사라지고 대만 유사사태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전쟁터 바깥에서는 미군에 후방지원이 가능해졌고 미군 외에 호주 등에도 후방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후방지원의 내용도 확대되어 탄약 제공까지 가능해졌다.
미 해병대가 난세이 제도에 분산되어 중국과 전투한다는 미일공동작전계획은 일본 정부가 ‘중요영향사태’를 인정할 경우 시행된다. 또한 안보법제는 ‘존립위기사태’도 만들었다. 이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 즉 미국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 (미국과 함께 미국의 적국과 싸우는) ‘집단적 자위권’ 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더해서 ‘무력공격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사태이다.
결국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안전보장관련법은 대만유사사태에 미국이 참전 시 자위대가 자동적으로 참전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던 셈이다.
예상되는 시나리오
다음의 내용은 자위대 간부와 정부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기 전에 잡지에 기고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전쟁 불안감을 부추기고 싶지는 않지만 실제 자위대 간부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들어주시길 바란다.
우선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중국이 대만에 군사를 이끌고 침공한다. 이 시기에 아직 미군은 참전하지 않지만 곧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을 예상하고 난세이 제도의 섬들에 해병대 부대를 배치하도록 결단한다. 이 때 일본 정부는 ‘중요영향사태’라고 인정(선포)한다.
그러면 미 해병대는 작은 규모의 부대를 난세이 제도의 섬들로 이동하고 대공미사일, 대함미사일을 배치해 공격할 준비를 한다. 이 때 자위대는 미군 요원을 섬들에 배치하거나 무기와 식량, 탄약 등을 보내는 것으로 미군을 후방지원한다. 그 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제 전투가 벌어지면 일본 정부는 이를 ‘존립위기사태’라고 인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한 다음, 이번에는 자위대가 무력행사가 가능하도록 조치한다. 이것은 자위대의 완전한 방위 출동이다. 자위대는 미군과 함께 미국의 적인 중국과 싸우는 것이다.
그 다음 중국이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와 후텐마(普天間), 캠프 화이트 비치(Camp White Beach)같은 미군 기지나 미 해병대가 분산되어 배치된 섬들을 공격하면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사태’로 간주하고 이번에는 자위대가 개별적 자위권에 의 거해 무력행사를 하게 된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안보법제가 제정되어 ‘중요영향사태’와 ‘존립위기사태’같은 사태 단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가데나와 후텐마의 미군기지가 공격받지 않는 이상 일본이 대만 유사사태에 휘말려 미국과 함께 전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안보법제가 이러한 ‘사태 인정’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중국과 싸우자는 제안을 거절할 명분이 사라졌다. 지금까지처럼 “일본에는 ‘개별적자위권’ 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미국과 함께 중국과 싸울 수는 없다. 기껏해야 한정적으로 후방지원만 할 수 있다”라고 거절할 수 있었으나 안보법제에 의해 거절이 불가능해졌다.
긴박해지는 대만해협
2022년 1월 7일에 실시된 미일 2+2 회담 공동발표에서 ‘긴급사태에 관한 공동계획작성의 확고한 진전을 환영함’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는 내가 기사에 쓴 미일공동작전계획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2021년 12월 23일의 내 기사가 오보가 아님을 증명한다.
2+2 미일 회담관련 일본 외무성 자료 : https://www.mofa.go.jp/na/st/page4e_001197.html
또 하나 공동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의 행동에 ‘공동 대처’한다고 명기한 부분이다. 매우 짧은 표현이지만 중국에 맞서 미일이 협력해서 싸우겠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2+2 회담 이후 한 자위대 간부는 “일본이 중요영향사태를 인정할 때 자위대는 미군의 후방지원을 최우선 으로 실행한다. 주민을 피난시킬 여유 따위 없다”고 밝혔다.
오키나와 전투의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군대와 군사조직의 주된 임무는 전투 행위이며 주민보호나 피난은 주 임무가 아니다. 구 일본군과 자위대가 다르다는 견해가 있지만, 두 조직 모두 군대라는 점에서 같은 연속성을 고려해야한다.
2+2 회담에서 ‘공동계획작전’을 발표했기에 방위장관 기자회견에서 내가 직접 질문했다. 당시 장관은 아베 신조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였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나와 기사 장관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오갔다.
- 이시이 : 공동작전계획에 대해 묻겠다. ‘공동작전계획의 진전’이라고 하는데 조선반도 유사사태의 공동작전계획은 아주 예전에 완성되었고 최근 센카쿠 열도(주 : 尖閣諸島. 중국에서는 ‘댜오위다오’라고 호칭한다. 일본, 중국, 대만 국경 사이에 놓인 섬으로 오랜 시간 국경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의 실효 지배 아래 놓여 있다.) 사태의 공동작전계획도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이 ‘진전’은 대만 유사사태를 가정한 공동작전계획의 원안이라고 봐도 되는 것인가?
- 기시 장관 : 공동작전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할 수 없다.
- 이시이 : 그 (공동작전계획의) 원안에는, 난세이 제도에 미군의 공격용 군사거점을 임시로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은 난세이 제도의 주민에게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 기시 장관 : 송구스럽지만 구체적 답변은 할 수 없다.
- 이시이 : 주민의 생활, 삶,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인가?
- 기시 장관 : 대답할 수 없다.
하위 관료가 준비한 내용 그대로 답변하고 끝내는 모습에 분노를 느꼈다. 그 후 대만을 둘러싼 상황이 급변했다.
2022년 8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한 다음부터 중국군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사실상의 정전라인인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중국의 전투기와 함정이 대만쪽을 침범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더해 같은 달 8월에 미 육군은 대만 유사사태를 상정한 대함훈련을, 하필이면 아마미오섬(奄美大島)에서 육상자위대와 함께 실시했다. 즉, 미 해병대 뿐만 아니라 미 육군도 마찬가지로 하이마스(주 : HIMARS. 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의 줄임말로 미군이 운용하는 트럭 기반 다연장 로켓 발사 체계를 의미한다.)를 난세이 제도의 섬들에 배치하고 자위대의 도움을 받아 싸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난세이 제도의 섬들에는 미 해병대뿐만 아니라 미 육군도 배치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달 10월에는 미 해병대와 육상자위대가 홋카이도를 무대로 대만 유사사태를 상정한 원정전방기지작전(EABO)의 대함훈련을 시행한다. 2021년에는 연대 규모의 비교적 작은 규모였으나 올해(2022년)는 사단 규모로 확대하여 실시한다. 이제 난세이 제도를 무대로 중국과의 교전을 가정한 훈련이 본격화되 었다.
적 기지 공격이 낳을 최악의 사태
대만 유사사태를 둘러싼 미일공동작전계획은 지금으로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자위대 간부에게 물었을 때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다. 자위대와 미군 사이에 공동작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공동작전계획을 실행하려면 일본 정부로서는 정책을 결정하고 토지 사용과 국민 보호를 둘러싼 국내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움직임이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서서히 나타난다.
최근 보도되었듯 요나구니와 이시가키섬(주 : 石垣島 오키나와현 서쪽에 속한 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섬으로 2015년 안보법제 제정 이후로 육상자위대원이 500명 가량 파견되었다.) 등에서 주민 보호 목적의 방공호 정비와 국민을 보호하는 피난 훈련이 시작되려한다. 이는 맥락 상 전쟁을 하기 위한 터를 닦겠다는 정부와 방위성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의 지론이었던 ‘일본도 NATO처럼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늘려야한다’는 정부 방침은 기 시다 정권에게 그대로 이어져 ‘5년 이내’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삼았다.
아베 전 총리가 주장했던 다른 하나는 ‘적 기지 공격 능력’보유이다. 자민당은 ‘반격 능력’이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내용은 같다. 이는 상대편 영역의 미사일과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연말까지 개정될 안보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에 담길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12월 16일 일본 정부는 안보 관련 3대 문서를 개정하며 ‘반격 능력’을 명시하였다.
📜참고 기사: 일본, 3대 안보 문서에 ‘반격 능력’ 명시…전쟁 가능 국가로 ‘한발 더’
그리고 난세이 제도를 군사요새화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이시가키섬에 대함·대공 미사일 부대와 경비 부대가 배치된다. 2019년 일본 정부가 매입한 가고시마현의 마게섬(馬毛島)에 대공자위대의 기지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기지를 육해공 자위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며 미군 항공모함 함재기의 훈련기지로도 사용한다. 이렇게 마게섬은 일대군사거점이 된다. [참고 : 「日이 매입계약 완료한 마게시마, 미일동맹 新전략거점으로」, 조선일보, 2019-12-23]
나는 전쟁 위기감을 부추기고 ‘대만 유사사태가 가까워왔다’고 소리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키나와 전투의 희생양이었던 난세이 제도의 주민이 또 다시 전쟁의 총알받이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는 집단적 자위권과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이 합쳐졌을 때 일어날 상황이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투가 시작되면,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가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본은 ‘존립위기사태’를 인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한다. 거기에 적기지공격능력을 더하면 일본은 전혀 공격 받지 않았는데도 중국 미사일을 먼저 공격하게 된다.
자민당이 말하는 반격 능력(=적기지 공격능력)은 미사일 기지 뿐만 아니라 상대의 지휘통제거점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지휘통제거점이란 일본의 경우를 들면 도쿄 이치가야의 방위성이나 해상자위대가 있는 가나가와현의 요코스카(横須賀), 항공자위대가 있는 도쿄의 요코타(横田), 육상자위대가 있는 사이타마현의 아사카(朝霞)가 된다. 일본이 공격받지 않은 시점에서 중국의 이러한 중추기능(거점)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 최악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추측할 수 있다.
지금의 자민당 정부는 대만 유사사태의 위기를 최대한 부추기고 일부 미디어 언론도 여기에 놀아나 ‘대만 유사사태가 가까워왔다’, ‘일본은 참전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냐고 내게 묻는다면 대답은 쉽지 않다. 냉정한 말일지 모르지만 중국과 대만이 충돌하더라도 일본은 참전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참전하는 것도 막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안보법제가 이미 성립되긴 했지만 폐지하도록 강하게 주장해야한다. 그리고 중요영향사태, 존립위기사태 라고 하는 ‘사태 인정’을 막기 위해 국회를 움직여야한다. 또 중국과의 전쟁에 가데나 기지에서 미군 전투기를 출격시키기 위해서는 미일이 사전협의하도록 미일안전보장조약의 교환공문에 나와있으므로 그 사전협의에서 확실하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일본국 헌법 9조는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영구히 무력행사를 포기한다’(国際紛争を解決する手段としては、永久にこれを放棄する)고 쓰여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더라도 절대 일본이 참전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참전하는 것도 어떻게든 막아야한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절대 대만 유사사태에 휘말려선 안된다. 이것이 난세이 제도를 두 번 다시 전쟁의 희생물로 삼지 않겠다는 우리의 맹세라고 생각한다. ✒️
글 : 이시이 아키라(石井暁)
번역 : 박근영
교열 : 성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