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7일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한 시민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반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월 24일 침공 이래 대만에서도 푸틴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규탄하는 시위와 연서명이 이어져 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인 2월 25일과 26일 대만 타이베이의 모스크바-타이베이 조정위원회 대표부 앞에서 반전 시위가 열렸다.1) 3월 1일에는 대만의 시민단체와 우크라이나인들이 공동으로 비판 성명을 냈고, 시민단체들은 단기간에 4천여 명에 달하는 연서를 모았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 참가자인 ‘인권 공약 실행 감독 연맹’의 양강(楊剛) 연구원은 러시아의 침공을 유엔 헌장을 위반한 “정의롭지 못한 전쟁”으로 평가하며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지했다.2)
대만 중앙 통신사에 따르면 3월 6일 대만 타이베이 중심가의 자유광장에서도 수백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2월 이래 타이베이에서 열린 일련의 연대 시위 중 가장 큰 규모의 집회에는 대만인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2019년의 홍콩 항쟁을 상징하는 검은색 보히니아 깃발을 든 홍콩인부터 벨리즈인, 필리핀인, 말레이시아인 등이 동참했으며 러시아 깃발을 들고 반전 운동에 나선 러시아인도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인이다.”,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3)
같은 날 일본에서도 일본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만, 홍콩 등 다양한 출신 배경의 시민 4000여 명이 도쿄의 시부야 역에 결집했다. 재일본 우크라이나 시민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탠드 위드 우크라이나 재팬’이 기획한 이번 시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에서 진행된 가장 큰 규모의 반전 행진이 되었다. 시민들은 ‘대만 시민들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강하다’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이와 함께 홍콩의 자유를 의미하는 ‘시대 혁명, 광복 홍콩’이라는 문구도 시위 팻말에 등장했다.4)
대만의 반전 시위에 등장한 구호에는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더불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 대만 강경 노선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어 있다. 2월 26일에 진행된 뉴욕타임스의 인터뷰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인 저스틴 황(23)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근거를 찾게 될 것이며, 이번 사태로 인해 독재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 같다는 불안감을 표했다. 릴리안 린(50)도 독재자들의 결정은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대만도 우크라이나와 다르지 않다며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사이에 놓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질감을 드러냈다.5)
한편 슈이샹(施逸翔) 대만인권추진회 사무총장은 대만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권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저 멀리서 벌어졌지만 사상자가 발생하고 민간인 주거지가 파괴되는 상황은 마치 미얀마 군정의 인민 탄압, 탈레반 정권의 아프가니스탄 침략, 태국 정부의 인민운동 탄압, 그리고 중국 정부의 티베트인, 위구르인 탄압과 대만에 대한 침략과 탄압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슈이샹은 대만이 러시아에 반전을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만은 도울 수 있다!”는 구호를 다시 외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비하여 난민법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6)6)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