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템(キステム, Kysstem)’은 일본의 통신사 NTT의 경비 외주업무를 맡고 있는 1100명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고용은 철저하게 유연화되어 있다. 전체 직원 중 150명만 정규직이고, 8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키스템에서 정규직은 연간 5.5개월분의 상여를 받지만, 비정규직은 전혀 받지 못하는 등 임금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동일노동을 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및 처우 차별이 계속해서 쟁점이 되어왔다. 불합리한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한 ‘파트타임ㆍ유기고용노동법’이 2020년 4월 실시되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2020년 10월에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도쿄메트로의 자회사 메트로커머스(メトロコマース), 오사카의과대학(大阪医科大学)에서 정규직과 동일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에 대해 상여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내려지는 등 비정규직 차별이 제도적으로 공고화되고 있다.
일본 ‘레이버넷’에 따르면 키스템 동북지사에서 일하는 58세 여성 A씨는 경비일지 업무 처리 등을 10년 넘게 맡아왔다. A씨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그와 같은 업무를 하는 직원이 4명 더 있다. 그러나 A씨 혼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기본급도 월 5만엔(한화 52만원 가량)이 낮고, 상여급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노동법을 근거로 회사에 상여금 지급과 처우개선을 요구했지만 ‘업무내용이 다르다’, 및 ‘취업규칙에 해당내용이 없다’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했고, 키스템 정규직 노조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좌절하지 않고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메트로커머스에 맞서 투쟁한 여성노동자회 (女闘労倶楽部, 메트로클럽) 등을 찾아 연대를 요청했다. 메트로클럽의 소개로 2021년 9월 미야기(宮城)현의 지역일반노조에 가입한 A씨는 회사와의 단체교섭을 신청했고,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답변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A씨는 2022년 1월부터 격차 시정을 요구하는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1월 17일 도쿄로 상경하여 키스템 본사 및 후생노동성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는 A씨의 싸움에 연대하는 50여 명이 모였다.
이 집회에서 A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정규직 여성의 자살이 늘고 있다”며, “적정한 생활을 유지할 임금을 보장하고, 파트타임·유기고용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생활고와 빈곤의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짚어내며, 차별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