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는 왜 죽음이 되었나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는 왜 죽음이 되었나

원청 CU BGF의 책임회피, 정부의 방관, 경찰의 과잉진압이 만든 죽음

2026년 4월 21일

[읽을거리]노동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노동조건, 노동법, 노동운동

4월 20일,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전남컨테이너지부장이 경남 CU 진주물류센터 파업 현장에서 사용자 측 수송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공권력과 원청의 책임이 교차하는 이 참극의 현장을 기록한 글로, 오마이뉴스에 중복 게재되었다.

2026년 4월 20일 오후 8시 30분. 고 서광석 화물연대 조합원의 마지막 연대 장소에 참극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에 방문했다. CU물류센터로 향하는 길목마다 경찰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현장으로 향하는 사거리에서는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물류센터로 갈수록 경찰 버스와 함께 '화물연대 00지부'라는 이름이 적힌 차량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저 멀리 "서광석을 살려내라"라는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CU물류센터 정문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 정의당·진보당 등 진보정당 정치인들, 그리고 연대 시민들이 수백 명 모여 있었다. 정문을 막고 선 경찰 병력과 대치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 옆으로 무너진 펜스들과 함께 "저것들이 살인자 아인교"라는 외침은 동지를 잃은 조합원들의 분노를 실감케 했다.

방송차량 위에 올라간 김지환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장은 "명백한 공권력의 살인이다. 노동자를 지켜야 할 민주경찰이 서광석 동지를 차에 깔리게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본부장은 "화물연대에서 여태 최복남·김동윤·박종태 열사 세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의 열사가 더 나왔다. 이게 말이 되나. 대체차량이 서광석 열사를 타고 넘었다가 후진해 한 번 더 깔아뭉갰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라며 울부짖으며 "서광석을 살려내라. 너희들이 서광석을 죽였다. 너희도 공범이다"라고 외쳤다. 수백 명 화물연대 조합원이 선창에 화답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 투쟁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건 2009년 박종태 열사 이후 17년 만이다.

방송차량 위에 올라간 김지환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장은 "명백한 공권력의 살인이다. 노동자를 지켜야 할 민주경찰이 서아무 동지를 차에 깔리게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성우
방송차량 위에 올라간 김지환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장은 "명백한 공권력의 살인이다. 노동자를 지켜야 할 민주경찰이 서아무 동지를 차에 깔리게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성우

‘공권력’의 살인

당일 오전부터 현장에 함께한 배용수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장은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서 고인이 숨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배 본부장은 "아침에는 조합원이 30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경찰이 대체차량 이동을 위해 길을 뚫는 과정에서 참변이 일어난 것"이라며 "사고가 났다고 하길래 현장에 가려고 하니 경찰이 벽을 치며 막았다. 겨우 뚫어서 현장을 보니 119도 부르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도 구급차로 이송된 후 '괜찮겠거니'했는데 11시 45분 경에 사망선고 소식을 들었다"며 "경찰이 BGF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국민이고 세금 내는 시민인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죽음으로 내몰 수 있나"라며 울분을 털어놓았다.

이어 "우리가 바란 교섭 내용은 간단하다. 가정에서 자녀들과 단란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많게는 하루 15시간 일하는 우리가 타사 편의점 화물 노동자들은 하지도 않는 분류·진열 작업 정도는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물류비를 현실에 맞게 인상해달라고 원청에 요구한 것이 전부"라며 "지난 18일 진천에서 진행한 결의대회에서 한 조합원분이 '지금처럼 일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라고 토로하더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목숨까지 걸 일인가"라고 했다.

그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회사는 도의적 차원의 사과조차 전혀 없다"라면서 물류센터 정문을 가리키며 "저기 저 젊은 경찰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다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 아닌가. 진주경찰서와 경남경찰청 수뇌부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배 본부장의 뒤로 고인을 친 2.5톤 탑차의 모습이 보였다. 경찰의 견인 시도를 막기 위해 화물연대 차량으로 앞뒤를 막은 해당 차량의 주변에는 사고 현장을 표시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고인의 30년 지기라는 강은미 정의당 전남광주특별시장 예비후보도 자리했다. 강 예비후보는 "행안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은 현장에 와서 유가족에게, 화물연대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박성우
이날 현장에는 고인의 30년 지기라는 강은미 정의당 전남광주특별시장 예비후보도 자리했다. 강 예비후보는 "행안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은 현장에 와서 유가족에게, 화물연대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박성우


행안부·노동부 장관은 사과하라

이날 현장에는 고인의 30년 지기라는 강은미 정의당 전남광주특별시장 예비후보도 자리했다. 최근 화물연대 광양지부 체육대회에서 서광석 동지를 마주했다는 강 예비후보는 고인이 "저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30년도 훨씬 전에 제가 도와줬던 어떤 일을 기억하고, 그 신세 진 것 이번에 좀 갚아주겠다고 하면서, 천막을 돌아다니면서 저를 소개했다"며 "정말 따뜻한 사람이고,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멋지게 힘차게 투쟁했던 동지"라고 했다.

그는 "오늘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며칠 전에 활짝 웃으면서 '강은미 동지 반갑다'고 하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 맞나? 어떻게 선진국에서 명절 때 밥 한끼만 가족들한테 먹게 해달라는 그런 요구를 이렇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나? 여름휴가 이틀에서 하루만 더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은 현장에 와서 유가족에게, 화물연대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한 강 예비후보는 "많은 시민들의 안전과 산업을 책임지는 이 화물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 서광석 동지의 억울한 죽음, 반드시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도록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말했다. "노동3권은 헌법이 정한 것"이니 "노동운동 열심히 하라"고. 노동운동 열심히 하라는 대통령 말대로 했더니 경찰의 방관 아래 사람이 죽었다. 원청과의 교섭을 가능케한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된 나라에서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한 노동자가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 죽음에 정부는 책임질 의무가 있다.


글 : 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