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에서 확산되는 팔레스타인 학살 공모 기업 규탄 목소리
2026년 3월 11일
취업하기 너무 힘든 요즘이다. 대학을 다니며 소위 스펙을 많이 쌓은 이들도 힘들어하고, 수백 군데 지원해도 서류 합격도 어렵다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취업박람회는 학생들에게 유수의 기업들을 소개하고, 조언을 제공하는 기회이다. 청년들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아지고 소개되어야 한다.
올해 대학 취업박람회에는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집단학살에 연루된 대표적인 기업들이 초청장을 받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가담하는 기업들이 취업박람회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 작년부터 여러 학생자치단위들이 이에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해당 기업들의 참여가 철회된 경우는 없었다. 2025년 9월에 이어, 올해 3월에도 여러 학교에서 집단학살 공모 기업에 대한 규탄 행동이 진행됐다.
지난 2월부터 이스라엘 학술 보이콧 캠페인 ‘잔물결’은 학살공모 기업에 대한 취업박람회 저항행동을 조직했다. 새학기를 앞두고 ‘잔물결’에 참여한 41개 학생 단위들이 연명한 공동성명문이 발표됐다.
- 연명 참여 단위 : 2026 노학연대 기획단 손잡이, 경기대학교 자치언론 경기문화,계원예술대학교 학생•소수자권리위원회 [잡초],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 연세대분회,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 KAIST분회,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대학생기후행동 연세대지부, 대학생기후행동 이대지부 ,대학원 여성학과 자치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서강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교지서강 · 비건 동아리 서리태 ·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 페미니즘 동아리 서성이다, 성공회대학교 중앙율동패 아침햇살, 숭실대학교 사회참여 동아리 틈새,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교지편집위원회 문우 ·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 ·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 · 사회과학대학 자치 도서관, 연세편집위원회, 이화생활도서관,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 · 비거니즘 지향 자치단위 솔찬 · 성소수자인권연대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 장애인권 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 ·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중앙대학교 여성주의학회 여백 · 인권네트워크, 진보대학생넷 건국대지회 · 경희대지회 · 동국대지회 · 서울여대지회 · 성공회대지회 · 숙명여대지회 · 이화여대지회 · 인천지부 · 한양대지회,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학생 공동행동,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한양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모임 자이투나.
그밖에 고려대와 계원예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등 대학들에서는 학교 당국과 취업정보 플랫폼 커리어톡에 집단학살과 연루된 기업들의 참여를 거부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고, 취업박람회 당일에는 피켓팅과 유인물 배부 등 직접행동을 진행했다. 3월 5일에는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학생들을 비롯한 대중에게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알리고, 학살 공모 기업에 대한 보이콧 동참을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

서강대에서도 취업박람회가 열리는 3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보이콧이 이루어졌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무기를 지원하고, 이스라엘 무기 기업과 협력하는 기업들인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을 보이콧해달라는 취지의 행동이었다.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 리(이하 ‘노고지리’)는 취업지원팀에 공문을 보내 학살 공모 기업들의 참여를 거부할 것을 요구했으나, 학생지원팀과의 면담에서 당국은 기업들의 참여를 거부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보이콧 행동을 미리 예고해줘서 고맙다며 교내 정치적 행동을 통제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선전전 장소를 체육관 앞이 아닌 코너에서 하는 것으로 협의해야 했다.
3월 3일부터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의 부원들과 오픈카톡방을 통해 모인 서강대 학생들은 취업박람회가 열리는 체육관 인근에서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주었다. "보이콧 해달라"고 요청하고, 학살 공모 기업들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우리의 삶은 팔레스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다니는 대학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에 팔레스타인을 부당하게 점령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해 온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는) 방산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우리의 삶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폭격당하고, 살해당하고, 봉쇄로 인해 물과 음식, 집과 같은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박탈된 채 살아간다.
집단학살 2년 간, 2,700개 가구의 일가족이 몰살당했다. 아동 사망자는 2만 명, 12개월도 채 살지 못한 아기는 1,015명이다. 이것이 정말 테러리스트들을 괴멸하기 위한 공격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체계적으로 자행되고 국제적으로 묵인되고 있는 전쟁범죄이며 집단학살이다. 휴전 중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과 봉쇄를 멈추지 않았다.
취업박람회에 몇 개의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팔레스타인의 현실보다 절박한가? 대학은 ‘워라벨이 좋은 직장’이라면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기업이라도 학생들이 취직하도록 장려할 것인가?
대학은 파괴를 종식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학이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기업들을 취업박람회에 초청하는 것은 스스로 집단학살을 묵인하는 것과 같다. 이는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니다. 군수기업 한화시스템은 이스라엘의 방산기업 엘타 시스템즈, 엘빗 시스템즈와 무기 개발 협력을 해왔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스라엘 방산기업 IAI와 협력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인수한 고스트 로보틱스의 군용 로봇은 이스라엘군에 공급되어 그들의 군사작전에 활용되었다. 그 무기들이 팔레스타인의 무고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여성과 노인들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가운데 가족을 잃은 슬픔이 없는 이가 드물고, 회복이 불가능한 손상을 입은 부상자들도 많다. 이러한 전쟁범죄에 공모하는 기업을 거부하는 행동이 폭넓게 확산될 때, 우리는 비로소 이들 기업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전쟁범죄에 공모하는 기업들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아무일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학살범들과 공모자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전쟁범죄를 지속할 것이다.

우리의 믿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보이콧'이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막는 행동이며, 표현의 자유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들이 게시되기도 했다. 물론 치열한 취업경쟁 속에서 학생들은 불안과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쟁범죄에 공모하는 기업들을 그대로 둔다고 해서 취업의 기회가 더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성장이 중요하다며 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을 펴고, 혜택을 받는 민간기업들이 그 이윤은 쌓아놓은 채 채용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공습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물가인상 우려도 높아졌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을 올려 큰 이윤을 얻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 된다. 기업들은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핑계로 좋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예산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데 써야한다. 무기산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의료부문이나 돌봄, 교육 등에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노고지리’ SNS 계정으로는 유인물을 받은 뒤 의문이 생겼다며 질문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는 국가 간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방위 산업이 불가피하다며,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남한의 현실을 언급했다. 나아가 무기를 생산하는 방산 기업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방위산업은 전쟁 위험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동력이 되며, 전쟁위기를 가중시킨다는 점을 보여주어왔다. 가장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세계에 벌이고 있는 학살과 개입이 그것을 증명한다. 무기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생산한 무기들이 많이 팔릴수록, 즉 전쟁이 자주 일어날수록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한다. 무기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 전쟁은 줄어들지 않는다. 한국의 무기기업들 역시 일방적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과 중동의 여러 국가들에 무기를 공급하며 피묻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방어’만을 위한 무기산업은 없다.
무기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합리적이라 여긴다. 집단학살과 전쟁으로 방산관련 주가가 오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이스라엘은 7만명 이상의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을 집단학살했다. 미국의 공습을 받은 이란에서 죽은 수백 명의 여학생들은 이란의 권력자들이 아니고, 평범 한 어린이들이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매일매일 일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우리의 적이 아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무기를 공급해 우리의 가족과 친구를 죽이는 무기업체들을 환영해야 할까?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학살과 희생을 낳을 뿐인 무기산업을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 무기 회사의 이윤 추구 행위, 특히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니며 우리는 현실에 수긍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은 지금껏 세상을 바꾸어 왔다.
보이콧 행동에서 본 희망
오프라인 선전전을 진행하며, 학내에서 아직은 취업박람회 저항행동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희망도 감지할 수 있었다. 150부의 유인물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소진되어서 150부를 추가로 인쇄한 날도 있었고, 여러 학생들(특히 유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며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국제적으로 동조되는 이슈”이며, 시위를 두고 욕하는 것은 “사회적 참여를 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거나, “우리 선배들은 국가권력과도 싸웠”는데, “넥스원이라고 못 싸울 리가”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번 행동은 집단학살의 심각성과 학살 공모 기업을 보이콧해야 하는 이유를 여러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알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취업박람회 보이콧 행동이 앞으로도 지속되고, 더 많은 학교의 구성원들이 취지에 공감하게 되길 바란다. 학살 공모 기업들을 대학에서 추방하는 날까지, 그리고 마침내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는 날까지 함께 투쟁하자!

글 : 차송현(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