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도네시아의 거대한 시위는 매번 미완으로 끝나는가?

왜 인도네시아의 거대한 시위는 매번 미완으로 끝나는가?

2020년 반(反)옴니버스법 시위부터 2025년 3월과 8월의 시위들까지, 인도네시아 민중의 불만이 절합되고 재절합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26년 2월 4일

[동아시아]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 사회운동, 대중시위, 노동조합, 노동운동

이 글은 인도네시아 정치 상황에 대한 현지 분석의 영역본을 번역한 것으로, '마자라 세다니(Majalah Sedane)'에 실렸다. 최근 대중 시위에 대한 구조적 모순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영어 제목 “Articulation and Re-articulation of Grassroots Grievances in Indonesia“는 “인도네시아에서 민중의 불만 절합과 재절합“을 뜻한다.

서론

2025년 8월, 격렬한 시위 물결이 인도네시아 여러 도시를 휩쓸었다. 자카르타와 그 주변 지역에서 시작된 이 시위는 순식간에 인도네시아 열도 전역의 수십 개 도시로 확산되었다. 소셜미디어에는 한 달 내내 평소 집회에서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집단들의 모습이 쏟아져 나왔다. 대학 동문 재킷을 입은 대학생들,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 히잡을 두르고 빗자루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쥔 어머니들까지. 이들은 8월 25일 발표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월 5천만 루피아(약 430만 원) 치의 주택 수당 소식에 맞서 힘을 모았다. 이 금액은 자카르타 최저임금인 540만 루피아(약 47만 원)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발표는 정부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공공서비스 제공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이 논평은 2025년 8월 말 발생한 민중운동을 지난 수십 년간 민주주의의 정당성 상실과 심화되는 불평등에 맞서 터져 나온 일련의 시위들의 연속선상에 위치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해당 시위들이 다양한 집단들 사이에서 산발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불만들이 체계적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한 공유된 틀을 제공하는 집단적 표현을 통해 조율되면서 민중의 불만이 일시적으로 일관되게 절합된 순간을 나타낸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여줄 것처럼,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절합(articulation)들은 서로 경쟁하는 과두파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포섭 전략, 상징적 양보, 운동 언어의 재전유 등의 전략으로 재절합되어 왔으며, 결국 새로 등장하는 계급연합의 일관성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절합(Articulation) :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단순히 하나의 중심(경제)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정치-이데올로기라는 서로 다른 층위들이 독자적인 운동 법칙을 가지면서도 특정 순간에 서로 결합해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한다. 각 사회적 요소들이 제각각 작동하면서도 '상대적 자율성'을 유지한 채 전체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논리다. '절합'은 사회 변화가 단순히 경제 모순 하나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모순들이 얽히고설키며 특정 시점에 '중층결정(Overdetermination)'되는 복잡한 과정을 포괄한다.

우리는 이러한 반복되는 절합과 재절합의 패턴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연대의 정치적 표현은 유기적으로 형성되어 일시적인 일관성을 이루지만, 곧바로 재절합된다. 각 시위의 물결은 헤게모니적 사회 질서에 대한 저항을 지속할 수 있는 생산적 세력으로 결집하는 대신 단기적 이익을 위한 순간적인 초계급적 연대로 전락한다. 장기적인 정치적 전망을 가지고 세력을 결집하고 대변할 역량이 거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절합과 재절합의 과정을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주요 모순 속에 위치시키고자 한다. 민주화 과정(1998~2024)을 통해 경쟁적인 정치 지형을 형성했지만, 30년 간의 권위주의 통치(1965~1998) 아래 공고화된 과두적 사회 구조는 그대로 유지시킨 모순 말이다. 이 사회 구조 내의 파벌들은 각자의 네트워크 내에서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투쟁하며 반대 세력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한편, 민중의 불만들은 각 조직의 정체성, 이해관계, 그리고 역량 뿐만 아니라 정치 주체들이 각자의 특정 투쟁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형성하는 역사적으로 구성된 과정에 의해 형성된 방식으로 이접(disjoint)되어 표현된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불만의 표현은 광범위한 반(反)헤게모니 세력의 이익이 아니라 경쟁하는 엘리트 프로젝트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재절합되는 경우가 많다.

과두적 민주주의와 불평등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일련의 시위들을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대응으로 위치 짓고자 한다. 이 민주주의 후퇴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이하 조코위) 대통령(2014-2024)의 정치 왕조 형성과 동반되었다. 이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와 조코위 대통령의 아들 기브란 라카무닝(Gibran Rakamuning)의 승리로 이어졌으며, 이는 민주화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경쟁적 선거가 이루어지고 선거 제도가 존재하는 정치경제 체제 내에서 과두적 사회구조체를 변형시키며 공고화시켰다.

사회구성체의 변형은 지난 수십 년간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의 부상을 촉진해 온 지역별 불균등 발전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이는 서자바 반둥시의 리드완 카밀(Ridwan Kamil)처럼 서민을 위하는 기술관료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인물이나, 동자바 수라바야시의 트리 리스마하리니(Tri RIsmaharini)처럼 관료적 관성에 맞서 가난한 이들을 어머니처럼 보호하는 이미지를 지닌 인물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2005년 중부 자바 솔로시 시장과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를 거쳐 2014년 대통령에 취임한 ‘친서민 정치인’ 조코위만큼 영향력 있게 부상하지는 못했다. 마지막 임기 동안 이 ‘친서민’ 이미지는 광범위한 인프라 개발과 복지 분배 프로그램과 함께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조코위 정부가 국영 은행을 통해 부실 국영 기업에 부채를 떠넘김으로써 채권 기반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렸다.

포퓰리즘 정책과 프로그램들은 엘리트들이 과두적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불균등 발전과 연관된 의미를 재절합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심지어 지방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 프로젝트는 위기나 불만을 야기하는 불평등의 구조적 근원을 해결하기보다는 주로 엘리트의 이익을 보호한다. 그동안 많은 시민들은 사회적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낮고 불안정한 소득으로 생존해야만 한다. 새로운 규제들은 시민들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 예로 2020년 제20호 법률(옴니버스법)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유연한 노동 형태를 장려한다. 디지털화와 긱 경제와 연계된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성은 노동자의 기본권 박탈을 정상화시켰다. 위험한 형태의 노동은 국가 지원 프로젝트의 중추를 이루는 동시에 기득권 엘리트 네트워크들의 지대 추구 구조를 용이하게 한다. 수비안토 대통령이 학생 및 취약 계층을 위한 ‘무료 건강 급식'과 지역사회 경제 역량 강화를 위한 '적백 협동조합’ 등 여러 포퓰리즘 정책이 도입했지만, 특히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득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 일관성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5년 8월 중순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수당 발표는 정부 관료들의 사치스러운 생활 방식과 점점 줄어드는 시민 복지 사이의 극명한 격차를 드러냈다. 경찰이 시위 중 오토바이 택시(오졸ojol**)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Affan Kurniawan)을 살해한 이후에도 시민들을 체포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고 소셜 미디어 계정을 차단하자 국가의 강압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고조되었다. 이로 인해 불만의 절합이 일시적으로 일관성을 이루었다. 다양한 집단이 파편화된 인식을 모아 체계적 문제에 대한 구조적 이해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 **ojol오졸 : 오토바이 택시를 의미하는 인도네시아어 오젝ojek과 온라인online의 합성어로 고젝Gojek이나 그랩Grab 어플을 통해 부르는 오토바이 택시.

이 짧은 단결의 순간에 수천 명의 오졸 운전자들이 아판의 장례 행렬을 호위하는 차량 행렬에 참여하여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학생 단체들은 국가폭력에 맞서 오졸 운전자들과 연대했다. 이에 오졸 운전자들은 학생 및 다른 집단들과 함께 일자리 부족, 제도적 불신, 경찰 및 군대 권력에 대한 우려와 같은 불만들을 표출하는 데 동참했다.

“용감한 분홍”과 “영웅의 녹색”이라는 구호가 디지털 플랫폼(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구X)과 거리 시위(현수막, 포스터)에 등장했다. “용감한 분홍”은 이부 안나Ibu Anna라는 평범한 어머니가 쓴 베일을 상징한다. 국회의사당 앞 시위에서 막대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들고 경찰 바리케이드를 맞서는 그녀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찬사를 받았다. 한편 “영웅의 그린”은 사망한 오졸 기사 아판이 착용했던 헬멧을 의미한다. 그의 죽음은 온라인 공간에서 '딜린다스(치여 죽다)'와 '디틴다스(억압당하다)'라는 표현으로 애도되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은 개별 활동가, 학자, 학생, 노동계, 민주화 지지 단체, 여성 단체들의 산발적이던 요구사항을 종합해 '17+8 요구사항'으로 정리했다. 이 요구사항이 형성되기까지의 찬반 논쟁은 불만이 절합되는 방식에 대한 경합적 과정을 반영한다. '17+8 요구사항'이 최종적으로 운동의 슬로건으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이전 시위들의 요구도 반영되었다. 이전 시위들에서 다양한 집단들이 내건 요구들이 확장되며 공통된 불만을 정의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된 틀을 반영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대통령과 군부를 대상으로 한 요구사항 1항과 12-14항은 군의 민간 치안 및 민사 업무 개입 중단을 촉구한다. 이는 2025년 3월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표출된, 권위주의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군부의 권력 재확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15~17번 요구사항은 노동부, 재무부 등 관련 부처에 적정 임금 보장, 대량 해고 방지, 노조와의 대화 개시를 촉구한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군부 지배 복귀에 대한 우려와 함께, 2020년 옴니버스법 시행 반대 시위를 포함한 과거 시위에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했던 요구사항과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불만의 재절합

그럼에도 급진적 이론가들은 의미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의미는 불안정한 방식으로 사상과 사회적 실천을 연결함으로써 구성된다는 것이다. 불만의 의미와 이해는 과두제적 사회구성체 내에서 ‘아래’(즉, 풀뿌리 활동가와 조직들 사이에서) 와 ‘위’(즉, 엘리트 네트워크에 의해)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재정의된다. 이 과정 속에서 다양한 운동 집단들이 일시적으로 일관된 절합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지만, 과두파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진하기 위해 이 주장들을 분산시키고 재조정할 수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두면 앱 기반 오토바이 기사, 학생 및 기타 집단들이 국가의 강압과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방식이 포퓰리즘적 제스처를 통해 신속히 재편입되는 과정이 보인다. 첫째, 수비안토가 직접 아판의 유족을 방문하고 유족에게 공개적으로 금전적으로 보상했다. 둘째, 차량 호출 업체들도 아판의 유족에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셋째, 전국에서 경찰들이 솔라트 가이브solat gaib(고인을 기리는 이슬람식 기도)에 참여했다. 넷째, 경찰서장들이 시위자들과 회의를 열어 아판을 위한 정의를 약속했다. 이 제스처들은 엘리트들이 불만을 재편입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대중의 분노를 달래면서 시위를 촉발한 구조적 불평등과 체계적 폭력 자체는 그대로 두는 것이었다.

포퓰리즘 프로그램의 시행은 공유된 불만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25년 9월 정부는 국가 지원 고용보험(BPJS Ketenagakerjaan) 보험료의 50% 할인을 발표했으며, 오졸(ojol) 운전사들을 그 주요 대상으로 지정했다. 2025년 10월에는 ‘오졸 카밋브마스(Ojol Kamtibmas)’ 프로그램이 출범했는데, 이는 대략 '공공 안전을 위한 오졸 운전사'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수십만 명의 운전사를 민간 보조원으로 모집하여 차량 공유 업체 및 경찰과 협력해 범죄 신고 및 예방 활동에 참여하도록 했다.

BPJS 보험료 할인을 통해 노동자들의 불만은 국가의 정당성 재구축으로 흡수되고 재절합된다. 한편 오졸 카밋브마스 프로그램은 노동자들의 국가 폭력에 맞선 정치적 연대 표현을 경찰을 지지하는 형태로 재절합한다. 이는 경찰과 군부가 지원하는 엘리트 네트워크 간 갈등이 포스트 권위주의 인도네시아에서 격화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주요 노동조합들이 2025년 3월 군법 개정으로 군대의 민간 개입에 맞서 계속해서 투쟁하는 가운데, 일부 오졸 운전사들이 경찰 지지자로 변모한 것은 미조직 긱 노동자와 조직화된 노동계 사이의 이미 취약한 관계를 더욱 긴장시켰다. 이는 2025년 8월 시위에서 드러났듯 국가의 강제력에 맞서 연대하는 이들 사이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기도 했다.

2020년 반(反)옴니버스법 시위부터 2025년 3월과 8월의 시위들까지, 민중의 불만이 절합되고 재절합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20년 시위로 돌아가 보자. 노동조합, 긱 노동자, 학생 및 청년 단체로 구성된 광범위한 연합이 초기에 시위를 지탱했지만, 여러 노동조합이 노동 및 환경 보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협의 약속을 조건으로 법안을 지지하는 선회한 이후 분열의 조짐이 드러났다. 2023년 헌법재판소가 일자리 창출법(일명 ‘옴니버스법’)에서 고용 규정을 제외하기로 한 판결 역시 엘리트 간 술책들을 반영한 것이다. 노조 지도부가 대통령 지지를 약속한 후에야 법적 양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결론

민중의 불만은 종종 잇따른 시위들을 일으키며, 그 속에서 다양한 집단은 일시적으로 자신의 주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공통된 틀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의 의미에 대한 논쟁은 주변화된 집단, 활동가 및 조직들이 각기 다른 물질적 조건에 의해 형성된 이접된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하는 맥락에서 발생한다. 한편 엘리트 네트워크에 의한 해당 불만의 포퓰리즘적 재편은 과두적 사회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우리에게 정치적 주체들이 구조적 문제를 추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간과 시간성 안에서 지역화된 일상적 실천을 통해 대면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파악할지에 관한 과제를 남긴다. 정치적 주체들이 다중적이고 종종 모순적인 힘과 관계의 연결망 안에 위치할지라도, 일관된 절합과 비일관된 절합이 교차하는 순간들 속에서 새로운 연결이 어떻게 생겨나고 오래된 연결이 어떻게 해체되는지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 시위 사례는 불만들의 이접된 절합 속에서 어떻게 순간적인 일관성이 출현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일관성은 시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주체들의 역사적으로 형성된 일상 속에서 진화하는 연결들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글 : 디아티카 위디아 페르마타 야시흐(Diatyka Widya Permata Yasih) & 이나야 라크마니(Inaya Rakhmani)

공동 필자 디아티카 위디아 페르마타 야시흐는 인도네시아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이자 아시아연구센터 공동 소장이다. 이나야 라크마니는 커뮤니케이션학과 부교수이자 아시아연구센터 초대 소장이다.

번역 : 보리

교열 : 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