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 선전 이리셩 테크놀로지 노동자 3천명, 다시 파업에 나선 이유
2025년 12월 26일
이 글은 중화권 노동운동 매체 YESTERDAY가 발표한 글 「深圳易力声3000工人重启罢工:否认“贪心要加班”,直指变相裁员」를 번역한 것이다.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이리셩 테크놀로지 유한공사(易力声科技有限公司) 노동자 3천명이 12월 첫째주의 주말 이후 찾아온 월요일(8일), 파업을 재개했다. 분 노한 노동자들은 파업 기간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에 의해 곧바로 해산되었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전 시위에서도 경찰은 파업을 접고 일터로 복귀하라고 설득하려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는 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대규모 노동자 시위는 2025년 12월 4일에 시작되었다. 당시 이리셩 테크놀로지의 현장 노동자 3천여 명은 공장 정문 앞에 모여 “오랫동안 저임금”을 지속함으로서 의도적으로 감원을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틀간의 파업 끝에 노동자들은 주말 동안 잠시 휴식을 취했고, 곧바로 「이리셩 노동자 공동성명(易力声员工联合声明)」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이 “초과근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체불 임금 지급과 노동자들에 대한 존중, 그리고 회사 경영 대안에 대한 알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한 해고’에 맞선 저항
온라인상에서 이번 파업이 ‘초과근무’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노동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를 명확히 부인했다. 오히려 이번 파업의 핵심 요구 사항은 회사가 생산능력 이전과 지분 변경을 핑계 삼아 노동자들을 향해 ‘은밀한 해고’와 억압을 자행하고 있는 것에 맞서 싸우기 위라고 밝혔다.
2024년 모회사에 인수되기 전, 이리셩 테크놀로지는 선전 공장의 핵심 생산 물량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2025년 11월까지 선전 공장의 생산 능력은 60% 이상 감소했으며, 한때 활발했던 생산 라인은 이제 애플 블루투 스 이어폰 한 종류만 생산하고 있다.
생산능력 활용률 저하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직결되었다. 이에 사측은 ‘주 5일, 8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이는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오랫동안 ‘기본급 + 초과근무 수당’ 임금 구조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 온 현장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임금 소득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노동자들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선전과 같은 1선 도시에서 살아가는데도 월 기본급이 2,750위안(한화 57만원)에 불과하며, 그마저 세후 실질 소득은 약 2,000위안(42만원)으로, 임대료와 기초적인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이 단지 회사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장기 근속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사직하게 만들어 법적으로 의무화된 'N+1' 경제적 보상을 회피하려는 의도적인 저임금 환경 조성 시도라고 주장한다.

지분 변동 은폐하고, 노동자 알 권리 무시
성명서는 또한 회사가 중요한 지분 변동을 은폐했다고 폭로했다. 2024년 하반기, 화친테크놀로지(华勤技术)는 이리셩 모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수천 명의 직원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이 중대한 변화는 2025년 11월이 되어서야 직원들에게 알려졌다. 직원들은 사측에 의해 자행되는 이러한 ‘정보공개 의무의 무시’가 저렴한 비용으로 인력을 감축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경찰과 자본의 이중 억압
마지막으로, 성명서는 이전 권리 보호 노력 과정에서 몇몇 직원들이 법률 교육 및 부정행위 방지 조치를 명목으로 한밤중에 경찰의 불시 방문을 받아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자들 사이에 광범위한 공포감을 조성했다.
당국의 압력 외에도 이리셩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한 노동자는 회사에서 만든 단체채팅방에서 ‘모든 직원이 출근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했다. 더 심각한 것은 월요일(8일) 아침 파업이 재개되자 회사가 직원들의 출근카드 스캔을 막기 위해 경비 인력을 배치했고, 인위적으로 ‘결근 상태’를 만들어 향후 징계나 해고를 정당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요구: 존엄성, 보호, 공정성
성명서 말미에서 노동자들은 회사의 글로벌 확장이나 산업 이전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장기 근속 직원들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은밀한 해고'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회 각계각층에 이번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회사와 화친홀딩스(华勤控股)가 핵심 요구사항에 직접적으로 응답할 것을 촉구했다. 핵심 요구사항은 생산 능력 이전 및 지분 변경에 대한 전체 계획을 공개하고, 법에 따라 해당 직원들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며, 선전 사업장의 고용 보장 대책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이리셩 노동자들은 당국이 경찰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노동자들이 온라인에 올린 수많은 정보를 삭제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억압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동자들은 굴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8일 오후까지 노동자들의 집회는 계속됐다.
노동자들의 반대편에 선 중국공산당
“노동자와 농민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공산당은 이번 이리셩 파업 사태에서 또다시 노동자 권리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생산 설비 이전, 악의적인 임금 삭감, 사직 강요 등 회사의 이른바 “합법적 해고”에 직면하여, 당국은 회사의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찰을 동원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차단하고, 쫓아냈다. 동시에, 온라인에 올라온 노동자들의 도움 요청 글들을 대대적으로 검열·삭제했다.
최근 몇 년간 폭스콘, BYD(比亚迪), 음식배달 플랫폼 등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때마다 중국공산당이 거의 항상 노동자 편이 아닌 자본 편에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이는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자기 이익에 기반한 노골적 선택이었다. 이는 명목상의 “계급적 기반”을 일관되게 위반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체계적으로 억압하며, 정당성도 결여하고 있다.

글 : YESTERDAY
번역 : 김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