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단속 정책이 야기한 베트남 노동자의 죽음

이재명 정부의 단속 정책이 야기한 베트남 노동자의 죽음

"이재명 정부는 고인에게 사과하라"

2025년 11월 21일

[읽을거리]노동이주노동자, 베트남, 이재명, 이주여성, 불안정노동자

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5살 베트남 청년 뚜안 님이 정부 합동단속을 피해 숨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그는 유학생으로 한국에 와 계명문화대 어학당 과정을 거쳐 학부를 졸업하고, 올해 2월 계명대학교 관광경영학과까지 끝낸 평범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위한 유학’이라는 그의 선택은 한국의 이주민 단속 체계 아래 비극으로 끝났다.

그가 친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무섭다. 너무 무섭다. 숨쉬기가 힘들어…”였다. APEC 성공 개최를 명분으로 한 강압적·폭력적 단속이 3시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뚜안은 몸을 펼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 숨어 있어야 했다.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 속에서 그는 결국 3층 아래로 추락했다.

뚜안의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만들어낸 비극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 왔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중은 2024년 약 44%에 달한다. 올해 한국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수는 25만 3천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작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좁고, 구직비자(D-10)로 생활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대부분은 제조업·물류·농업 등 단기 노동이며, 이 영역은 이미 오랜 기간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파견업체에 의존하는 착취 구조가 고착돼 있다.

정부는 원청의 불법파견·중간착취 구조를 엄정히 단속하는 대신,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규정해 추적·단속·추방해 왔다. 구조적 착취는 방치되고, 오히려 그 구조 속에서 일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처벌받는 구조다.

APEC을 빌미로 자행된 반인권적 합동단속이 베트남 이주여성 노동자의 생명을 앗았다. 11월 4일 대통령실 앞에서 책임자 ��처벌 및 강제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APEC을 빌미로 자행된 반인권적 합동단속이 베트남 이주여성 노동자의 생명을 앗았다. 11월 4일 대통령실 앞에서 책임자 처벌 및 강제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예견된 비극

정부는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3~’27)’을 다각도로 추진하며,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을 통해 ‘APEC 2025 KOREA’를 ‘성공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명분으로 9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68일간 정부합동단속 실시 계획을 밝히고 집행했다.

이재명 정부의 표면적인 ‘이주민 인권 존중·보장’ 발언에 항의하며 전국의 이주·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반인권적·폭력적 합동단속을 강력 규탄하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 보장 정책도 함께 요구했다.

지난 10월 17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에 반대하며 “죽음을 부르는 법무부의 폭력단속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했고, 폭력적 단속은 결국 현실이 되어 뚜안의 생명을 앗아갔다. 즉, 그의 사망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비극이었다.

10월 17일 기자회견
10월 17일 기자회견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면 누구나 그것이 명백한 중대재해임을 안다. 원인 규명, 작업 중지, 재발 방지 대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정부는 이 기본을 외면했다. 뚜안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기는커녕,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부수적 상황” 정도로 취급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가 스스로 만든 위험을 ‘노동의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단속이 만든 죽음을 산업재해로 보지 않는 한, 같은 방식의 비극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뚜안이 추락사한 직후에도 대구출입국은 강제단속을 멈추지 않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단속의 구조적 문제를 밝히기는커녕,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단속반 30~40명이 들이닥쳤을 때 들렸던 고함, “무섭다”고 남긴 메시지, 그 공포 속에서 맞이했을 마지막 순간 — 이 모든 것은 지금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열린 〈이재명 정부 강제단속 규탄! 故 뚜안님 3차 추모 촛불행진〉에서 뚜안의 아버지는 “출입국이 죽여놓고 왜 책임이 없다고 하느냐. 일을 하면 안 됐지만, 일을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어야 하느냐”라고 절규했다. 이 말은 너무나 분명하다. 뚜안의 죽음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직접적 결과다. 정부는 이 지적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11월 17일, 고 뚜�안 님을 추모하는 집회에 참석한 뚜안 님의 아버지와 어머니
11월 17일, 고 뚜안 님을 추모하는 집회에 참석한 뚜안 님의 아버지와 어머니

동등한 구성원?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은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단속과 추방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미등록 이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계엄 상태’와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상황은 1990년대 국제행사, 그리고 2010년 이명박 정부가 G20 정상회담 개최를 빌미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였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 역시 거대한 행사를 앞두고 도시의 불평등을 해결하기보다 취약한 존재를 배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형 국제행사 때마다 빈민, 노숙인, 철거민이 피해를 당했던 암울한 과거가 이제는 이주민에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체류질서 확립’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 관리 전략의 반복이다.

이 방식은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치안 통치(policing governance)의 전형이다. APEC이라는 국제행사는 구조적 폭력을 가리는 홍보무대가 되고, 단속은 그 폭력을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수단이 되었다.

참혹한 단속의 현실

이주민에 대한 강제단속은 올해 알려진 사례만 보아도 충격적이고 야만적이다.

  • 1월 31일 인천: 단속을 피해 목재 야적장에 숨었던 베트남 노동자가 사망한 채 발견.
  • 2월 26일 경기 화성: 카자흐스탄 여성 노동자가 단속 과정에서 3층에서 추락, 8일간 의식불명·전신 골절.
  • 같은 날 경북 경산: 7명 중·경상, 그중 베트남 노동자 한 명은 척추 골절.
  • 경기 남양주: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대책 신청 부모 포함 16명 단속.
  • 3월 19일 경기 파주: 25명 대규모 단속 중 베트남 노동자 한 명 중상.
  • 3월 26일 경기 파주: 에티오피아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대형 기계 안에 숨었다가 기계 작동으로 발목 절단.
  • 9월 16일 현대차 출고사무소 앞: 50여 명을 한꺼번에 체포하며 서로 수갑으로 연결해 연행, ‘중범죄자 취급’ 보도.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쇠사슬과 수갑에 묶여 체포되는 장면에 한국사회는 크게 분노했다. 그러나 한국 내부에서는 이보다 더 심각한 반인권적 단속, 사실상의 ‘인간사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가 동료들에게 지게차에 묶여 끌려다닌 사건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이 사건을 두고 “야만적 인권침해”라며 엄단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주민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엄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그 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

미등록은 ‘제도의 산물’

지난 3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단속·추방 정책은 정부가 바라는 미등록 이주민 숫자 축소도 달성하지 못했고, 가장 취약한 이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도 실패했다. 정부는 미등록을 양산하는 잘못된 제도는 고치지 않으면서, 미등록 이주민만 집중 단속하고 있다.

국가는 한편으로 이주민 유입을 늘려 지역소멸을 막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필요한 일을 해 온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해 쫓아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정부는 미등록 상태를 ‘질서 위협’으로 규정하지만, 실제로 미등록은 제도가 만든 결과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재입국 제한, 구직 기간의 불합리한 구조, 유학생·구직비자 유지의 극단적 난이도, 그리고 하도급·파견 중심의 산업구조는 이주노동자를 쉽게 미등록 상태로 내몬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미등록 노동을 필요로 하면서도, 이들을 단속 대상으로만 취급해 노동권·안전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공장·농촌·건설·서비스업 등 한국의 생산 현장은 이주노동자의 노동 없이 돌아가지 않지만, 그들의 안전과 권리는 언제나 ‘조건부’, ‘예외’, ‘불안정’으로 밀려나 있다.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단속 속으로 밀어 넣는 현실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위험한 노동환경과 더 높은 착취율을 만들고, 병원 접근을 차단하며, 임금체불을 신고하면 추방될 위험까지 감수하게 한다.

생산에는 포함시키되 공동체에서는 배제하고, 노동을 요구하면서 안전은 외면하며, ‘노동력’으로 대하면서 ‘사람’으로는 대하지 않는 구조 — 바로 이 모순이 뚜안 님의 죽음을 가능하게 했다.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지금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끝내야 할 폭력

뚜안의 죽음은 한국의 이주정책·노동정책·도시정책이 함께 만들어낸 구조적 비극이다. 이를 끝내기 위해 〈사람이 왔다_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故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등 전국의 이주인권·노동·시민사회단체가 추모 촛불행진을 진행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했다.

  • 1. 베트남 이주노동자 故 뚜안의 사망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 뚜안의 죽음은 인권을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여전히 구시대적 단속·추방 중심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 2.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대책위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경찰은 신속히 수사 결과(또는 중간 결과)를 유가족과 대책위에 공개해야 한다. 강제단속 과정의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대책위 법률지원단·진상조사단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이 필요하다. 또한 무리한 단속을 지휘한 대구출입국관리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 3.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제단속을 중단하고, 안정적 체류를 보장하라! 단속 중심 정책은 이미 30년 넘게 실패한 방식이다.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는 잘못된 법·제도를 먼저 개선하고, 실질적 체류 보장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 4. 故 뚜안의 유가족이 체류와 생계에서 불안에 놓이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보장하라! 유가족은 안정적 비자 없이 한국에 머물고 있다. “가난한 것이 죄인가, 생계를 위해 일한 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라는 유가족의 질문에 정부는 성실히 답해야 한다. 안정적 체류보장과 함께 정부·지자체의 피해 지원, 심리 안정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가 제공되어야 한다.

위 요구들은 유가족의 슬픔을 덜고 또 다른 뚜안이 생기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정부가 이를 충실히 수용할 때, 비로소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이 요구가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이 정부가 외면할 수 없도록 지속적인 압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 매주 수요일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으며, 11월 23일 이주노동자 공동행동, 11월 30일 이주노동자 오체투지도 예정되어 있다.

글 : 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