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껍데기만 남은 춘투?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노동운동을 바꾼다! | 비정규춘투 ③
2025년 7월 15일
2024년에 작성된 종합서포트유니온의 아오키 코타로(青木耕太郎)의 글 '今年で2年目を迎えた非正規春闘―2023春闘の成果と2024春闘での広がり―'을 번역해 소개한다.
이 글은 일본에서 기존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가 조직해내지 못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주도로 이뤄지는 비정규춘투의 소개 시리즈의 3번째 글이다. 2023-4년간 이뤄졌던 비정규춘투의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한국의 쿠팡에 해당하는 Amazon재팬 등의 물류파업부터 1명의 투쟁으로 시작하여 전체 노동자의 고용조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달성한 ABC마트 등 다양한 일본 비정규노동의 현황을 안내하고 있다.
비정규춘투란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맞이한 2023년 3월의 춘투 집중교섭은 '만장일치', '이례적 조기 타결', '30년 만의 고공행진' 등 경사스러운 단어들이 가득한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질임금은 그 후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후 2024년 1월까지 실질임금은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춘투는 일본 사회의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 춘투의 파급 효과는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우선 임금 결정에 있어 '세간의 시세'를 중시하는 기업의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실제 후생노동성의 '임금인상 등의 실태에 관한 조사'에는 '임금 개정의 결정에서 중시하는 요소'라는 질문 항목이 있는데, '시중시세'를 가장 중시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997년 18.9%였으나 2023년에는 6.7%로 감소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뒤를 쫓아가서 뒤늦게 임금을 인상하는 역동성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 정규직 노동시장과 중소영세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장 간에는 깊은 격차가 존재한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좋은 노동조건과 사내 노동조합이 있지만, 후자는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도 많다.
비정규직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의 60% 정도이고, 노조 조직률도 8.5%로, 전체 노동자(16.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본 전체의 임금 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조직 노동자, 특히 노동자 인구의 4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운동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비정규춘투 운동은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을 겪은 2023년 1월에 시작됐다. 계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조합원들의 생활고를 호소하는 목소리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조직하는 수도권 4개 노조(도쿄일반유니온, 수도권청년유니온, 전국일반도쿄동부노조, 종합지원유니온 등 정파 성향이 모두 다름)가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를 발족하고, 내셔널센터 계열을 넘어 전국 각지의 개인 가맹 유니온이 참가했다.
비정규춘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각지의 개인 가맹 유니온 및 노동조합(산별노조 등)이 공투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이다. 특징으로는 노동자 개인의 상담도 받아 춘투에 '한 사람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비정규춘투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춘투'이지만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춘투'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조합원 한 명 혹은 소수이더라도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노조의 요구와 행동이 직장 동료 혹은 사회(소비자이기도 한)의 지지와 공 감을 얻을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직장에 노동조합이 없어도 노동자가 개인 자격으로 노조에 가입해 춘투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춘투를 누구에게나 '열린'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실제로 개인 노동상담에서 시작된 춘투 교섭으로 임금인상을 쟁취한 사례도 여럿 있다.
또한 비정규춘투는 간부 대리주의가 아닌 당사자(비정규직 노동자)가 전면에 서서 투쟁하는 춘투를 지향한다. 기존 춘투는 당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운동이 되기 쉽지만, 비정규춘투는 당사자의 교섭 참여는 물론 기자회견 등을 통해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생활고와 춘투에 대한 포부를 밝힘으로써 '얼굴이 보이는' 춘투를 지향하고 있다. 파업이나 기업 앞 행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 모습을 발신하고 있다.
지난 투쟁 돌아보기
2023년 1월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가 발족해 삿포로, 센다이, 니가타, 나고야, 오사카 등 각지에서 16개 개인 가맹 유니온이 참가했다. 이듬해 2월부터 16개 노조에 가입한 약 300명이 근무하는 36개 회사를 상대로 일제히 임금 10% 인상을 요구하며 춘투 교섭을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엔 코로나 사태의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 문제에 직면해 개인 가맹 유니온으로 찾아왔다. 상담 내용으로는 휴업수당 미지급, 감염 대책 미비, 해고 등이 많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동정 여론과 정책적 지원(노동운동의 요구로 고용조정 보조금 확대를 실현하는 등)을 배경으로 각지의 유니온은 노사협상을 통해 비정규직직 노동자의 휴업 보상과 감염 대책을 얻어내고 작업환경 개선을 실현했다. 이를 통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과 유니온에 정착하는 형태로 지속적인 노사관계가 만들어졌고, 코로나 사태에서 이러한 조직화와 노사관계의 진전이 비정규춘투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도구(Zoom 등)를 활용하여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개인 가맹 유니온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도 비정규춘투의 기초가 되었다.
2023년 비정규춘투는 2월 15일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앞에서 춘투 시작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대기업 정규직의 춘투 협상이 절정에 달하는 3월 중순에 맞춰 집중파업 행동도 진행했다. 3월 중순 현재 비정규춘투는 아직 단 한 곳도 임금인상 답변을 얻지 못했지만, 파업과 기업 앞 행동, 언론과 SNS를 통한 정보 전달을 배경으로 협상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신발 유통 대기업 ABC마트의 아르바이트 직원 약 5,000명의 6% 임금 인상과 종합 유통 대기업 베이시아의 아르바이트 직원 약 9,000명의 5.44% 인상을 필두로 16개 기업에서 비정규직 임금인상을 실현했다.
위와 같이 임금 인상을 쟁취한 사례 중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노조 가입 경위, 춘투 교섭 경과, 타결 내용 및 조직화 진행 상황을 살펴본다.


카츠야의 비정규춘투
A씨(50대, 남성, 아르바이트)는 2011년부터 도쿄의 가쓰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A씨의 가게는 코로나 사태에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감염 대책을 소홀히 한 회사에 대해 비상사태 선언이 끝날 때까지(2020년 5월 말까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출근거부 보이콧을 벌였다. 그 결과, 회사를 보이콧한 아르바이트생들은 이전보다 적은 교대근무만 할 수 있게 됐다.
보이콧 후 근무시간 회복과 보이콧으로 인해 줄어든 근무시간에 대한 휴업 보상을 요구하며, A씨를 비롯한 일본인 아르바이트생 3명이 음식점 유니온에 가입했다. 가쓰야에는 사내 노동조합이 있고, 유니온숍 협정에서 아르바이트생도 원칙적으로 가입할 수 있었지만, 활동 실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단체교섭 및 노동심판 결과 풀타임으로 근무시간 회복을 쟁취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법정 노동시간을 훨씬 넘는 장시간 노동을 했기 때문에 풀타임으로 회복해도 여전히 코로나 이전보다 수입이 줄어들어, 애초 너무 낮은 시급에 대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다시 단협을 시작했다. 마침 그 무렵 비정규 춘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1월, A씨는 소속된 음식점 유니온을 통해 비정규 춘투에 참여하여 가쓰야에 10%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같은 해 2월에는 비정규춘투에 참여하는 다른 노조의 지원을 받아 30명 규모로 회사 앞 행동을 했고, 2023년 3월에는 파업을 결의했다. 이후 동료 이주노동자(미얀마인과 네팔인) 10여 명이 유니온에 가입했다. 원래 A씨는 점장이 이주노동자에게 연차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개선 요구를 하거나, 이주노동자들의 생활 상담에 나서기도 하는 등 동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이 배경이 됐다. 조합원이 늘어난 것도 컸는지, 2023년 여름에 A씨의 점포에서 시간당 100엔(8.9%)의 임금인상을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ABC마트의 비정규춘투
B씨(40대, 여성, 아르바이트)는 ABC마트 지바현 내 매장에서 시급 1030엔(기본급 1000엔+가산 시급 30엔)으로 10년 가까이 일했지만 최저임금 개정을 제외하고는 시급이 인상된 적이 없다. 2023년 1월, 가산 시급 평가 방식이 변경되어 시급이 20엔 인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플레이션인데 이건 아닌 것 같아 종합지원유니온에 상담을 요청했다.
2월 중순, 종합지원유니온은 ABC마트에 임금인하 철회와 10%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제안했다. 이후 파업통보, 기업 앞 행동, 기자회견 등을 연이어 진행하며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킨 결과, 1차 단체교섭(3월 13일)에서 임금인하가 철회됐다. 반면 임금인상 요구는 거부당하자 교섭 다음날인 3월 14일 파업을 결의했다.
B씨의 동료 1명이 노조에 가입한 후 맞이한 2차 단체교섭(3월 30일)에서 회사 측은 '5% 임금인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ABC마트의 재무제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10%의 임금 인상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실적이라는 것. B씨 등은 다시 파업을 예고하고 세 번째 단체교섭에 임했다. 교섭이 결렬되면 교섭 다음날 파업을 결행할 예정이었다. 세 번째 교섭(4월 20일) 자리에서 회사 측은 '6% 임금 인상'까지 양보하며 노사가 합의에 이르렀다.

스시로의 비정규춘투
도쿄도 내 스시로에서 일하는 C씨(20대, 남성,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업무 준비 시간이나 1분 단위의 지불 등을 요구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상담했다. 단체교섭이 시작되자마자 임금 지급 방식이 1분 단위로 개선되어 업무 준비 시간에도 임금을 지급하게 되었고, 2022년 10월에는 C씨와 또 다른 1명의 조합원(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주축이 되어 회전초밥 유니온 결 성을 발표하는 회견을 열었다.
이 회견에 반응하여 센다이에서 60대 여성 파트, 도쿠시마현에서 50대 여성 파트 두 명이 유니온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업무에 비해 임금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요구사항을 묻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직장 활동을 전개해 직장의 지지를 얻었다.
2023년 1월에는 비정규춘투의 일환으로 10% 임금인상 요구를 내걸고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언론과 SNS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3월에는 도쿄, 사이타마, 센다이에서 동시 파업을 실시했으며, 센다이와 도쿄의 매장 앞에서는 선전 활동도 진행했다. 그러자 2023년 7월부터 도쿄 매장의 시급이 1200엔에서 1400엔으로 대폭 인상되었고, 센다이와 도쿠시마 매장도 수십 엔 단위로 시급이 인상되었다.
이러한 조합의 활동과 성과는 조합원들의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센다이 매장에서는 직장 내 과반수 직원들의 임금인상 서명을 받아 회사에 제출하거나, 조합원이 직원 대표 선거에 출마해 회사 측 후보를 꺾고 직원 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한, 도쿄점에서는 2023년 춘투에서 임금인상이 실현된 후 방글라데시 유학생 2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가입 후 단체교섭에서 수염을 기를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데 이어 2024년 봄 투쟁에서 파업을 결의하고 기업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아마존 물류센터 파견업체의 투쟁
D씨(20대, 남성, 아르바이트)는 비정규춘투 보도를 보고 2023년 2월 중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임금인상 상담 핫라인'에 처음 전화를 걸었다. D씨는 대학 졸업 후 IT기업에서 6개월간 근무한 후 아마존 창고에서 파견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창고에서의 업무는 주로 선반에 물건을 넣는 일이었는데, 1시간에 400개씩 선반에 물건을 채워야 하는 가혹한 할당량이 정해져 있었다. D씨는 이런 힘든 일에 비해 시간당 1,150엔, 풀타임으로 일해도 월 18만 엔에 불과한 임금 수준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전화 상담 후 Zoom으로 회의를 진행하여 종합지원유니온에 가입했다. 곧바로 단체교섭 신청서와 요구서를 작성했다. 2월 28일 파견업체 X사에 단체교섭을 신청하는 한편, 파견업체(창고 도급)인 닛통(일본통운)과 원청 아마존 재팬 합자회사에도 단체교섭을 신청했다. 닛통과 Amazon 재팬은 단체교섭을 거부했지만, 3월 초에 파견업체 X사와의 단체교섭이 열렸으며, X사는 재무상황을 공개하면서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확실히 양호한 재정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충분한 파견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닛통과 그 원청인 Amazon 재팬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체교섭 후 3월 중순 비정규춘투 집중행동 기간에 맞춰 D씨는 1주일간의 파업을 결정했다. 이 사실은 언론에도 소개됐다. 그러자 4월 초에 파견업체 X사로부터 약 4.3%의 임금 인 상 응답이 왔다. 닛통과의 파견료 개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협상력의 원천과 근거
비정규춘투 교섭에서 요구의 근거와 논리는 사업장과 노동자의 현실에 따라 다양하지만, 핵심은 '생활임금' 요구와 '직무급' 요구다. 먼저 (1) '생활임금' 요구에 대해. 인플레이션에 따른 임금 인상은 물론 생계비 조사를 활용하면서 생활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2) '직무급' 요구에 대해. 일의 내용, 역할, 가치, 난이도에 맞는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의 노동상담에 주로 접수되는 것은 '직무급' 논리에 근거한 것이 가장 많다. '직무급' 요구와 관련하여 (3) '동일노동 동일임금'(기간제고용법의 균등, 균형대우)을 근거로 한 임금인상 요구도 한다. 직장에 비교 가능한 정규직이 있다면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4) '지역 시세'를 의식한 임금 인상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요식업이나 소매업 등의 파트타임 노동시장은 지역 노동시장으로 형성되어 있어 어느 정도 시간당 '지역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일손 부족'을 배경으로 지역의 다른 점포의 시급과 같거나 그보다 높아야 사람을 모집할 수 있다고 설득하기도 한 다.
다음으로 '지불능력'이나 '능무급'과 같이 노동조합으로서는 다소 양가적 측면이 있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5) '지불능력'을 거론하는 것은 상장 대기업들이 일제히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불공평성을 문제 삼기 위해서다. 노사 교섭에서는 매출과 이익 증가로 주주 배당과 임원 보수도 인상하고 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만 인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게 된다.
- 역주: 일본은 주주 배당뿐만 아니라 주주에게 주어지는 기업 차원의 혜택이 다양한 편이다.
(6) '능력급' 요구는 노동자의 능력-기술-경험 등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인사평가, 능력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도 많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숙련도를 제대로 평가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근속연수가 5년, 10년이나 되는 직장 내 리더급 아르바이트생이 신입 대학생 아르바이트생과 거의 같은 시급을 받는 것은 분명 불만이 커질 것이다. 한편, '능력급'은 평가가 따르기 때문에 근로자 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춘투는 임금인상 이전의 문제(요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는 (7) '미지급분'의 지급 요구다. 비정규직 사업장에서는 애초에 임금이 전액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준비시간, 옷을 갈아입는 시간에 대한 미지급이나 15분 단위의 임금 삭감 등에 대한 시정과 임금인상 요구가 한 세트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요구의 논리와 근거를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사용자 측에 충분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는 언론과 SNS를 활용해 비정규직 임금인상의 사회적 분위기와 정세를 조성하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서비스업 등 기업은 소비자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협상 대상 기업명을 공개해 압박을 가하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속에서 고집스럽게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에 응하지 않는 것은 '기업 이미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수의 조합원이라도 협상 여하에 따라 대기업 전체의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다. 조합원이 한 명 또는 몇 명이라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지지와 공감대가 확산되면 경영 측도 무시할 수 없다. 임금인상 요구에 응하든지, 아니면 거부하고 직원과 대중의 지지를 잃든지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임금인상 요구에 응하더라도 조합원만 임금을 올리면 노조 가입자가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투쟁하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싶은 경영자는 없다. 따라서 당연히 임금 인상은 모두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여 단 한 명 또는 소수의 조합원들의 투쟁이 대기업 전체의 임금 인상으로 결실을 맺는다. 이는 유니온이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해 다투는 사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비록 목소리를 높인 조합원이 한 명 또는 소수에 불과하더라도, 회사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 (기밀유지를 전제로 한 합의를 하지 않는 한) 대개 수천, 수만 명의 직원 모두에게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된다. 다만, 비정규직은 지역 노동시장이기 때문에 점포별 임금인상에만 대응하고 전사적인 임금인상에는 응하지 않는 기업도 있어, 이를 어떻게 타파할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2024년 춘투를 어떻게 볼 것인가
2024년 춘투는 2023년 춘투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경향인 '경영자 주도형 춘투'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춘투 교섭이 시작되기 전인 12월~1월에 경영 측의 선제적인 행동으로 대기업들이 잇따라 임금인상을 발표했다. 이온에 이르러서는 새해 전날 밤에 아르바이트생 7% 임금 인상을 언론에 발표하는 기염을 토했다(작년에는 2월 1일에 7% 인상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한 달 정도 앞당긴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인력 부족' 기조 속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어필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화제가 된 초봉의 대폭 인상 트렌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기업이 솔선수범하여 임금인상에 나서는 것이 노동자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조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 대기업 노조는 경영계가 선제적으로 발표한 임금 인상액과 동일한 금액으로 연이어 타결하고 있다. 왜 경영계가 선제적으로 발표한 수치보다 더 높은 요구액을 제시하지 않는 것일까. 경영계가 춘투 교섭을 기다리지 않고도 가벼운 태도로 임금 인상폭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은 노사 간 긴장관계가 부족하고, 노조가 간만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2024년 춘투에서 제시한 '5%'라는 요구 방침은 일부 기업의 선행 발표와 비슷하거나 그 이하 수준이어서 노사의 대립축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실제 춘투 교섭의 시작을 알리는 '노사포럼'에서 연합회장이 '노사 인식의 일치'를 강조하고, 일본경제단체연합회도 '함께 하자'고 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온의 경우, 12월 31일 경영측이 7% 임금인상을 발표했고, 2월 21일 노조 측이 7% 임금인상으로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그 사이에 어떤 협상이 진행되었는지는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노사의 협상, 쟁의→노사의 합의'라는 명분과 형식이 전혀 무시되고, 외부에서 보기에 경영측의 독단으로 임금인상 폭이 결정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전부터 춘투가 껍데기만 남게 되었다는 말이 있었지만, 춘투의 명분과 형식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춘투의 존재 의의 자체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2024년 춘투의 정세를 감안하여 2024년 비정규춘투의 요구방침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했다.
- (1) 비정규직 노동자의 10% 이상 임금 인상
- (2)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동등한 대우(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 (3) 전국 일률 최저임금 1500엔의 즉각적인 실현. 참고로 일본은 지역별로 서로 다른 최저임금이 적용되어 수도권 집중 심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작년에는 '일률 10%'였던 요구 수준을 올해는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15%, 20%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지부, 분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규직, 비정규직의 동등한 대우를 포함시켜 차별임금을 몇 % 올리면 그만이라는 것이 아니라 차별임금 철폐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해 2월 8일에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앞에서 요구행동을 진행함과 동시에 2024 비정규춘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춘투의 시작은 각 언론사에서 크게 보도됐다.
2024 비정규춘투에는 간사이 등 지역의 커뮤니티유니온 참가가 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조직한 생협노련이 참여하면서, 실행위원회 참가 단체와 인원이 23개 노조, 약 3만 명으로 늘어났다. 교섭 대상 기업도 약 120개사, 종업원 총수 30만 명 정도로 늘어나 비정규춘투의 교섭 결과가 영향을 미치는 기업, 노동자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2024 비정규춘투의 특징은 '지역공투'와 '업종별 공투'의 도전이다. 미야기현에서는 미야기 청년유니온과 센다이 케야키유니온(仙台けやきユニオン) 등 두 노조가 미야기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를 발족했다. 기존 분회와 노동상담소에서 3개 회사에 춘투 요구안을 제출하고, 지역 경제계(센다이 상공회의소, 도호쿠 경제연합회)에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번화가에서 가두 선전활동과 임금인상 상담 핫라인을 열었고, 현청 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지역신문인 하북신문과 지역 TV에서 보도됐다. 또한, 회전초밥유니온이 조직한 스시로의 센다이 매장 앞에서의 선전 활동에는 현지의 2개 노조가 지원했다.

간사이 지역에서는 4개의 커뮤니티유니온이 협력하여 간사이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를 발족하고, 2월 23일에는 간사이 비정규춘투 킥오프 집회를 열었다. 또한 3월 1일에는 간사이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의 나카마(역주: 동료)유니온이 젠쇼 그룹의 '나카우'에 15%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간사이에서도 비정규춘투의 춘투 교섭이 실질적으로 시작되었다.
돌봄 부문 '업종별 공투'의 움직임도 있다. 사학 비정규교원 노조는 '사학 비정규춘투'를 시작으로 사학 3법인과 임금인상 교섭을 하고 있다. 3월 중순 현재 이미 2개 법인에서 임금인상 답변을 받았고, 그 중 히로오학원에서는 평균 8%의 임금인상 답변을 이끌어냈다. 개호노동자(역주: 한국의 간병 요양에 해당함) 노동조합도 '개호 춘투'를 시작으로 개호 3법인을 상대로 춘투 요구를 실시했다. 또한, 월 7만 엔의 임금 인상이 가능한 재정적 조치를 요구하는 요청서도 후생노동성에 제출했다.

비정규춘투 파업과 이후 과제
2024 비정규춘투에서도 3월 초 시점에서 충분한 임금인상 응답을 받은 기업은 거의 없었다. 또한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가 3월 1일~10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유효응답수 264건)에서 80%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해 1월 이후 임금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계획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반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임금이 인상되었다'거나 '향후 임금인상 계획을 전달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이에 실행위원회는 3월 13일 비정규춘투 집중파업 행동을 기획했다. 당일은 학습지의 이치신 홀딩스, 종합슈퍼 베이시아, 회전초밥 아킨도 스시로, 영어회화 교실 Gaba 등 4개 업체를 대상으로 파업 및 회사 앞 행동을 전개했다. 행동 후 기자회견도 열었고, TV와 신문사에서 파업 행동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3월 13일은 대기업 노조의 집중 답변일이기도 했다. 올해도 '30년 만에 최고치', '만장일치' 등 호재성 단어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연스레 중소영세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파급되지는 않는다. 비정규춘투에 있어서는 대기업 노조의 집중 답변일이 지난 3월 중순 이후가 춘투 교섭의 진짜 고비가 될 것이다. 올해는 3월 말까지 15개사 이상을 대상으로 파업을 실시해 임금 인상을 강하게 압박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비정규춘투의 실천은 조합원 한 명이나 소수더라도 기업 전체의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인 가맹 유니온이나 연합노조에는 비정규로 고용되어 일하는 조합원들이 일정하게 가입되어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매일 상담을 받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춘투를 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전국 각지의 유니온, 노조와 협력하여 전국 어디에서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춘투에 참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
또한, 아직은 역부족이겠지만 2025년 춘투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때 비정규직 공무원과 돌봄노동자 등이 그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을 위해서는 역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에는 그럴 의지도 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춘투를 활성화하고 대폭 인상을 쟁취하여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글 : 아오키 코타로 (종합서포트유니온 공동대표)
번역 : 군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