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사회운동 최전선을 지키던 진보정당의 해산
2025년 6월 30일
사회민주연선 해산
지난 6월 29일 일요일, 홍콩의 좌파정당 사회민주연선(이하 ‘사민련’, 社會民主連線, League of Social Democrats)이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사민련은 성명을 통해 “내년이 2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날을 보지 못하고 해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수많은 민주화 단체들이 문을 닫은 가운데, 홍콩 내 마지막 남은 주요 야당 중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홍콩의 정치적 환경은 급변했다. 이 법은 “분리주의·전복·테러·외세와의 결탁”이란 항목을 통해 일련의 저항들을 범죄화했고, 이를 체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활용해 왔다. 이로 인해 수많은 활동가들이 체포되거나 투옥됐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줄줄이 해산했다.
2021년에는 선거제도가 개편되어, “애국자”만이 입법회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반대 진영의 출마를 봉쇄했다. 이로 인해 사회민주연선은 물론, 다른 민주파 정당들도 의회에서 의석을 잃고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이러한 정치적 탄압은 대중 정서를 극심하게 악화시켰고, 단체들은 극심한 재정난을 겪었다. 사민련 외에도 주요 야당 공민당(Civic Party)이 2024년 3월에 해산했으며, 오랜 기간 가장 큰 야당이었던 민주당(Democratic Party)도 2025년 2월 해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사민련 해산은 홍콩에서 세 번째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민주파 주요 정당의 해산이다.
과거 사회민주연선은 과감한 거리 시위와 민주주의를 위한 왕성한 활동으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소규모 시위조차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거리 모금 활동에 대한 벌금 부과 등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사민련 해산은 홍콩 사회운동이 극심하게 움츠려들고, 민주파의 정치적 공간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홍콩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보장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이 거의 무력화되었음을 가리킨다.

민주와 평등 위한 투쟁의 역사
사회민주연선은 2006년 10월 1일 당시 홍콩 민주파 내에서 급진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주의를 지향하던 세력들이 모여 결성됐다. 특히 기존 민주당에서 탈당한 일부 진보적 인사들과 트로츠키주의 조직에서 이탈한 좌파 활동가들이 주축이 됐다. ‘민주사회주의’와 ‘좌익 포퓰리즘’ 성격을 가졌으며, ‘민주주의 확대’를 핵심 이념으로 삼았다. 이는 홍콩 민주파 정당 중에서도 가장 좌파적인 색채를 띠는 것으로 평가됐다.
사민련은 복지 정책 확대, 노동권의 강화, 불평등 해소 등을 강조했고, 홍콩이라는 글로벌 무역도시에서 가장 소외되고 빈곤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직접적인 투쟁 조직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 했다. 거리 시위와 대규모 집회를 통해 대중의 지지를 얻는 데 적극적이었다.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추진한 친시장 정책이 홍콩 자본가와 다국적기업에게만 혜택을 주고 노동자와 서민들에게는 소외를 가져온다고 비판하며,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