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중심 춘투의 한계 넘는 가능성 | 비정규춘투 ②
2025년 5월 27일
일본 「비정규춘투」를 소개하기 위해 2023년에 작성된 종합서포트유니온의 아오키 코타로(青木耕太郎)의 글 '労働組合運動の新たな形――「非正規春闘」とは何か'을 번역해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최저임금 결정과 별개로 봄철의 임 금교섭인 춘투가 존재하는데, 대기업 노동조합의 선도투에 의존하는 기존의 춘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파급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1인의 가입도 가능한 형태의 유니온이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춘투」라는 대안적 형태의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춘투」의 성과
2023년 4월 26일 비정규춘투 실행위원회는 「비정규춘투」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보고했다. 기자회견 당시 9개 업체로부터 부분적 인상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신발 유통 대기업 ABC마트에서는 아르바이트 직원 약 5천 명의 6% 임금 인상 답변을, 종합유통기업 베이시아에서는 아르바이트 직원 약 9천 명의 5.44% 임금 인상 답변을 얻어냈다.
유례없는 물가 폭등으로 올해 1월 「비정규춘투」는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처음엔 모든 교섭 상대가 「임금인상 거부」 상태였으나, 파업(3월 9일부터 18일까지 10개사 50명이 파업)과 사내 행동, 언론 홍보 등으로 압박을 가한 결과, 3월 말 이후 일부 기업에서 교섭이 진전됐고, 부분적인 인상 답변을 끌어냈다.
여기서 강 조하고 싶은 것은 한 명 또는 소수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해 「비정규춘투」를 함으로써,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소수라도 노조에 가입해 투쟁하면 회사 전체에 대한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노동상담을 통해 춘투 교섭에 참여해 임금인상을 쟁취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ABC마트는 올해 2월 초 상담을 받고 2월 중순에 신청, 3월 초에 단체교섭과 파업을 진행했고, 4월 중순 임금 6% 인상을 타결했다. 아마존 물류창고 파견업체인 '마스태프'도 2월 중순 상담을 받고 3월 중순에 단체교섭과 파업을 진행했고, 4월 말에 약 4.3%의 임금인상을 실현했다. 유니온(노조) 개별 가입자의 춘투 교섭을 통해 전 직원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는 길이 제시된 것이다.
홀로 시작한 「비정규춘투」에 같은 직장과 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공감하고 노조에 가입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혼자서도 투쟁을 시작할 수 있지만, 투쟁을 시작하며 동료가 늘어나는 것이다.

침묵하는 노동자들의 춘투
「비정규춘투」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보자. 이번 「비정규춘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노동 문제를 겪어 유니온에 상담하고 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무 보상 없이 휴업하거나 감염 위험이 높은 업무를 정규직 대신 맡게 되는 등 심각한 노동 문제를 겪었다. 그들 중 일부는 각지의 개별 가맹노조(유니온)에 가입해 사업장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팬데믹 시기 비정규직 투쟁에는 이전과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노조의 「협상력」을 높여줬다. 실제 많은 사례에서 휴업수당 지급과 감염 대책 개선을 얻어내면서 고용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물가 상승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비정규춘투」에 나선 것이다.
「비정규춘투」는 여성노동자·아르바이트·이주노동자·장애인·고령자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일본 최대의 회전초밥 프랜차이즈 '스시로'의 도쿄 매장에서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학생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된 보도를 본 미야기현 매장의 68세 여성이 "나도 동참하고 싶다"며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청소년과 고령자가 세대를 넘어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함께 단체교섭과 파업 투쟁을 벌인 것이다.
일본 정주 노동자들이 「비정규춘투」를 시작하자 직장 내 이 주노동자들이 이에 공감하고, 노조에 가입한 사례도 있다. 직장 단위 「비정규춘투」를 통해 국적을 넘어선 공동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복지 범주에 속하는 속성을 가진 노동자들이 「비정규춘투」에 속속 합류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정년 후 재취업(혹은 계속고용)이나 특례 자회사(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 목적의 자회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부수입」, 「연수생」, 「언젠가 귀국할 사람」, 「복지적 노동」, 「고령 취업」 등의 이유로 「생활임금」을 지급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국가나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역시 이들을 주요한 조직 대상(1명의 노동자)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수입으로 가계를 꾸려나가는 생활을 책임지는 노동자이자 직장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다. 지난 30년간 고용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상승하면서 생활을 책임지는 노동자 및 핵심 업무 종사자의 비율도 크게 증가해왔다. 생활을 책임지는, 핵심적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하고 저임금인 비정규직이야말로 노동조합이 조직해야 할 대상이며, 춘투 임금인상 교섭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번 「비정규춘투」의 의의 중 하나는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 노동자, 이른바 침묵의 노동자들이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수자 문제에서 비정규직 노동운동으로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간 소수자 문제로 특수화되고 주변화되어 왔다. 물론 특수성에 주목한 지원과 보도도 필요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여성노동자·아르바이트·장애인 고용·고령자 고용이 각각 특수한 문제로만 다루어지고, 비정규직 혹은 「하층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노동자로서의 공통성과 보편성을 잃게 되면, 사회로부터의 관심과 공감을 얻기 어려워지고, 폭넓은 연대가 형성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공통의 어려움과 필요를 발견하고, 자신들이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노동을 하는 보편적인 존재임을 자각하고 표현할 수 있다면, 임파워먼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자라고 여겨지는 다양한 집단이 노동시장에서의 공통성을 바탕으로 연결된다면, 사실은 자신들이 이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편적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실제로 동젠노련(도쿄제네럴유니온) 쉐인지부 소속 영어회화 강사는 이번 「비정규춘투」에 참여하면서 언론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회사 앞에서의 집회에 많은 동료들이 응원해 주는 등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주노동 문제' 혹은 '이주노동운동'으로 특수화-주변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비정규춘투」를 함께하면서 자신들의 싸움이 보편적 투쟁으로 비춰지게 됐고, 연대의 고리와 공감대가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