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총궐기 | 신촌에서 울려퍼진 대학생들의 윤석열 퇴진 함성

대학생 총궐기 | 신촌에서 울려퍼진 대학생들의 윤석열 퇴진 함성

윤석열 즉각퇴진을 위해 각 대학 총학생회가 힘을 모아 총궐기에 나섰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이 소리높여 함께 외쳤던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주장은 중립적인 메세지가 아니라 선명한 ‘정치적 입장’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입장은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게 항의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2024년 12월 16일

[읽을거리]사회운동사회운동, 윤석열퇴진, 학생운동, 한국, 대중시위

지난 13일,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을 규탄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전국 19개 대학 총학생회가 뜻을 모아 결성한 ‘비상계엄 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주최한 집회였다. 총 44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문에 서명했으며,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4,500명이 참석했다.

연세로를 가득 채운 학생들은 깃발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민주동덕 총학생회’ 등 총학생회 깃발이 눈에 가장 많이 띄었고, 퇴진을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 깃발이나 ‘대학생 기후행동’,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와 같은 동아리 깃발도 보였다.

발언이나 진행 등 집회 전반에서 공유되는 가치는 민주주의였다. 무대 양 날개에는 “헌정질서 회복하라”와 “민주주의 수호하자”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으며, 피켓의 뒷면에도 동일한 구호가 적혀 있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말은 여러 발언에서 등장했다. 카이스트 총학생회 윤서진 총학생회장은는대통령 경호원들이 졸업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은 사건을 언급하며,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와 국민의 힘이 탄핵 표결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 헌법과 법치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육대학교 총학생회 윤상화 총학생회장은 AI 디지털 교과서 등을 교육 개혁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 서이초 교사 49제를 불법 집회로 규정한 점,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 사건 등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떳떳하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도록 외치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대학생 목소리의 순수성과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발언들도 눈에 띄었다. 공동행동의 박현민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학생들 본연의 순수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강대 총학생회 김석현 총학생회장은 “서강대학교 총학생회는 항상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지금의 대응은 그 중립을 피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

정치적 집회의 반입 금지 물품으로 “특정 정치단체의 깃발 등 본 집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물품”이 명시됐다. 이 자리에서 강조된 ‘정치적 중립’이 국민의힘 이나 민주당처럼 기존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특정 정치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공감할 만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두 보수양당에 대한 불신으로 모든 ‘정치적인’ 목소리를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고 ‘중립을 피력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이 소리높여 함께 외쳤던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주장은 중립적인 메세지가 아니라 선명한 ‘정치적 입장’이었다. 대학생 시국선언대회가 열린 날 발표된 탄핵관련 여론조사에 의하면 75%가 탄핵을 지지했지만, 국민의힘의 당론은 여전히 ‘탄핵반대’로 14일에 있었던 탄핵표결에서 찬성한 국민의 힘 의원이 12명뿐이었다. 즉 윤석열 탄핵을 지지한다는 목소리 자체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것으로 ‘정치적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윤석열은 14일 국회가 자신을 탄핵한 직후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는 입장을 내고, 검찰의 출석요구서 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윤석열 퇴진과 구속수감 요구 등의 정치적 목소리를 더욱 키워야 한다.

한국 사회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루었으나 노동 착취, 젠더 불평등, 장애인 권리 박탈 등 수많은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존재하며, 투쟁은 윤석열 이전에도 있었고, 탄핵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권력의 불균형함이 존재하는 가운데 정치적 중립은 결국 권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비호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입장은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게 항의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대학생들이 뭉쳐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한국 사회의 모순에 맞서, 캠퍼스와 거리에서 다양한 실천들을 기획하자!

글 : 차송현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