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플랫폼C 회원들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시민모임’)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태국-미얀마의 접경도시 매솟에 방문에 함께했다. 총 11명의 방문단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방위군(PDF) 지원 그룹들, 미얀마 내의 난민과 시민방위군의 비스킷 식량을 제조/지원하는 그룹, 미 얀마 출신 이주민들, 그리고 그 이주민의 자녀들이 공부하는 학교, 노동자운동 등 다양한 그룹들을 만났고, 개방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솟 방문 마지막날, 우리는 영치우 노동자협회(YCOWA; Yaung Chi Oo Workers Association)를 찾았다. YCOWA의 사무실은 매솟 시내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구글맵에 등재된 곳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공간에 들어서자, 이들의 오랜 활동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잠시 응접실에 들어가 대표 활동가를 기다렸는데, 이내 더 넓은 교육 공간으로 간담회 장소를 옮겨야 했다. 열한 명의 방문단과 YCOWA 활동가 3명, 그리고 매솟 현지에서 미얀마 노동운동과 국제 사회운동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두 활동가가 함께 했으니 총 16명의 사람들이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게 됐다.
웹사이트 상의 소개글에 따르면, YCOWA는 1999년부터 25년 동안 “인권, 노동권, 성평등을 지치지 않고 옹호”해 왔다. YCOWA의 주요 사업은 “태국에서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정의를 위한 법제도 개선 투쟁에서 시작”됐는데, “정의를 추구하는 것과 함께, 변혁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에 역량 강화를 지원”해왔다.
YCOWA의 활동과 비전은 노동자 대중 속에서 노동자계급 자신의 힘을 강화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지향한다. “노동자와 긴밀히 협력하여 노동권, 민주주의, 노동자를 위한 정의의 대의를 옹호”하고, “헌신적인 노력과 집단 행동을 통해 우리는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고양”시키며, “민 주적 가치가 옹호되고, 정의가 실현되도록 노력”하여, “모든 노동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표명하고 있다. 아래 질의 응답을 통해 YCOWA가 노동권 강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역사, 나아가 현재 맞서 싸우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간담화에서 방문단의 말은 모두 ‘방문단’으로 통일했고, 양치우 노동자협회 활동가들의 발언은 YCOWA로 통일했다.
방문단 : YCOWA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YCOWA : 사실 저희는 남한에 대해 낯설지는 않은데요. 2004년에 저희는 지학순 정의평화상을 수상한 적이 있고요. 또 최근에는 한국희망재단으로부터 미얀마 내부에서 저희가 펼치는 활동들에 대해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연구자들이나 관계자들과 줌미팅이나 세미나를 하기도 했죠.
어쨌든 YCOWA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드리자면, 저희는 1999년 6월 6일에 설립해 25년이 넘었습니다.
설립자들은 원래 미얀마 내부에서 함께 투쟁하고 또 총을 들었던 활동가들이었습니다. 1988년 미얀마에서는 8888항쟁과 함께 학생운동이 크게 일어났는데요. 당시 미얀마 학생운동은 정치적 전망을 위주로 활동한 그룹, 그리고 투쟁 전망을 중심에 둔 그룹 등 두 그룹으로 나뉘었었죠. 이때 많은 학생운동가들이 목숨을 잃게 되면서 더 이상 미얀마 국내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진 후에 매솟에 오게 됐습니다. 당시 매솟에는 이미 미얀마에서 넘어온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게 됐죠. 뭐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방문단 : 인상적이네요. 그렇다면 YCOWA의 미션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YCOWA : 저희는 이 조직을 설립하면서 비전을 세웠습니다. 그 비전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정의죠. 우리가 비록 매솟에 있지만 우리의 비전은 이주노동자운동에만 머무르진 않습니다. 물론 이주노동자는 모든 국가 경제의 중추 중 하나이지만 실제로는 이주노동자든 정주노동자든 모두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비전은 말 그대로 ‘노동자를 위한 정의’이고, 그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① 사회적 관계 강화, ② 노조할 권리, ③ 종합적인 투쟁 지원, ④ 민주화 운동 등 네 가지 핵심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미션들에 대한 접근 방식과 전술은 변하지 않았는데요. 첫 번째 미션은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가져야 하고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어느 나라 어느 부문에서 일하든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들이 연대를 위해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세 번째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미얀마의 민주주의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3년마다 우리의 미션과 비전을 점검합니다. 이를 변경해야 할지, 아니면 더 나아가기 위해 행동해야 할지 말이죠. 이는 우리 조직의 네 가지 주요 기둥이고, 우리는 이러한 미션과 비전으로 인해 다양한 활동과 다양한 전술을 수행하며 노동자를 위한 매우 단순한 정의를 추구하는 거죠.
방문단 : 두번째 미션과 세번째 미션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YCOWA : 조직화 자체와 노조 건설은 다른 미션입니다. 미션을 단계별로 보면서, 먼저 서로를 이해해야 하고, 그 다음에야 조직을 만들 수 있죠. 세 번째는 노조를 결성하는 것입니다. 노조는 민주주의의 본질입니다. 어느 국가에서든 노조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습니다. 어느 공장에 20명의 노동자가 있다고 치죠.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그건 그 공장 내 민주주의의 기초일 겁니다.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각각의 미션들에 대해 우리는 특정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제각각 다른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우리 협회에도 여러 유닛들이 있는데요. 첫 번째 유닛은 교육 유닛입니다. 이 교육 부문에서 기본적인 교육훈련과 목적 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요. 다음으로 조직 유닛에서는 조직화를 바탕으로 활동합니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여성 유닛에서는 건강권과 기본적인 인권 교육, 여성들의 권리에 대한 교육, 그밖에 피임법 같은 기본적인 교양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사실 태국에서 민간조직이 별도로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해야만 합니다. 그밖에 재정 유닛도 있고요. 각 유닛 리더 9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도 운영하면서, 여기서 중요한 결정들을 맡습니다.
- ⚡️편집주: YCOWA는 매솟의 쓰레기 매립장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독감 백신을 제공하고, 의료기관과 협력해 지역사회에 만연한 피부 및 위장 질환을 해결했다.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1인당 2인분 이상을 해야 하죠. 활동가들은 다 이렇지 살잖아요. 하지만 이런 한계를 벗어나려면 현장에서 풀뿌리 활동가들이 많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죠. 아, 여기까지 드리는 말씀은 모두 저희의 태국 내 활동에 대한 겁니다. 미얀마에서 하는 활동은 아직 말씀 안 드린 거고요. 아무튼 지난 25년 간 저희 YCOWA는 900건 이상의 노동자 쟁의들에 대해 조력을 해왔고요. 1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을 만나 교육하고 조직해왔습니다. 이게 우리 조직의 간략한 이정표입니다. 사실 저희는 25년밖에 안 된 젊은 조직이죠. (웃음)
YCOWA : 물론 지금 말씀드리는 건 이주민 대상 운동에 국한된 겁니다. 그런데 매솟에서만은 아니고요. 방콕을 포함해 태국 전역에서 일하는 약 1천 명의 노동자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중국 국경 지역에 있기도 하죠. 그들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나아갑니다.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노동자들 중 일부는 지금 두바이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인데, YCOWA를 통해 기본적인 권리를 이해하고 일하면 좋은 것이죠.
방문단 : 지금까지 말씀하신 게 태국 내에서의 활동에 국한해 소개해주셨다고 했는데요. 그럼 미얀마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펼쳐오셨는지도 궁금합니다.
YCOWA : 2007년부터 YCOWA 활동가들을 미얀마로 파견해 미얀마 내에서 지부를 만들고자 노력했는데요. 처음에는 언더그라운드 운동으로 시작했는데요. 왜냐하면 그땐 미얀마가 폐쇄적인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2007~8년도에 천천히 활동을 시작하면서 라이따이아 지역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 고요. 2010년 경에는 3개 구역으로 나눠 사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곳들에서 또 두 개의 도서관을 만들었죠. 우리의 전략은 심플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노동자들이 독서에 게으르다고 생각하지만, 노동자들은 그걸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뭘 읽어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자들이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했던 거죠. 이 (도서관)사업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했고요.
2012년부터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됐고, 풀뿌리 활동가들이 생기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미얀마에서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네트워킹을 시작했죠. 필리핀의 노동운동가들, 홍콩 AMRC, 프리다 같은 조직들을 초대해 파트너십을 형성해 나갔습니다.
미얀마 노동법에는 허점이 많았습니다. 제도 개선이 미비하고, 노동법 자체도 구식이라서 이걸 혁신하는 작업을 진행했죠. 바로 그 즈음(2012년 이후) 미얀마가 대외적인 개방을 하게 되면서 노조 등록이 좀 더 쉽게 개혁됐고요. 그러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미얀마 사회운동에 대한 많은 펀딩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사측에 의해 만들어진 황색노조(어용노조)들이 범람하기도 했죠.
저희는 (이런 경향에 맞서) 천천히 직접적인 노조 조직화를 도모했는데요. 일단 첫번째 단계로 공장 내부에 들어가 권리의식에 대해 교육하면서 노조를 만들어나갔죠.
방문단 : 그러니까 2007년부터 미얀마 사업을 시작하신 거군요.
YCOWA : 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2012년에 시작됐다고 할 수 있죠. 어쨌든 이런 과정을 천천히 밟아나가면서 사업을 점차 확대했습니다. 활동가 네트워크의 확장을 위해 연구자와 활동가 등도 초청해서 함께 세미나들을 진행했고요. 2015년 말 총선에서 민주파 세력이 승리하면서 이때부터 2021년 2월 쿠데타 전까지 미얀마 내 한 공단 지역의 공장들에서 총 10개의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천 명 이상의 조합원을 조직했죠. 그리고 또 하나, 시민사회와 협업해 노동권 증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 권고 사항을 (당시 집권당인) NLD 정부에 전달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방문단 : 그러던 와중에 쿠데타가 발생한 거군요?
YCOWA : 네, 쿠데타 이후로 좀 활동 방식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죠. 저희는 미얀마 군부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방문단 : 최근 미얀마 내의 상황으로 인해 접경도시인 이곳 태국 매솟으로 5만 명 이상이 이주해 왔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게 해서 온 미얀마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살아갈텐데, 급속하게 인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YCOWA가 특별히 집중하고 있는 노력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등록 이주민으로서 체류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텐데, 이렇게 비자가 없는 ‘불법’ 상태에서는 이런 노동자들을 조직하기도 어렵고 투쟁하기도 어려울 거란 짐작이 되는데요.
YCOWA : 맞습니다. 실제로 많은 미얀마 민중이 태국 으로 오고 있습니다. (쿠데타)초반에 저희는 이 지역의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긴급 지원과 조력을 함께 제공했고요.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많은 조직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고 우리가 하는 일들을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현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다시 우리가 본래 해온 일상적 사업들로 돌아갔습니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교육하고, 태국의 이주노동 관리나 정책 대응, 노동권과 인권 증진을 위한 업무들 말이죠. 이런 것들을 계속 하고 있고요. 태국 정부 당국이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작년(2023년) 4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0만 명 이상의 미얀마 노동자들이 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태국의 이주민 비자 정책에 따르면, 이곳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MOU(양해각서)나 일종의 한시적인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허가 비자를 받아 일하는 노동자들(한국으로 따지면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입니다. 기간이 짧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비자가 종료되죠. 두번째는 ‘보더 패스(Border Pass)’인데요. 국경 인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소규모 출입국 허가증입니다. 쉽게 말해서 정해진 국경도시들에서만 거주할 수 있는 허가증이죠.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우리가 ‘핑크카드(Pink Card)’라고 부르는 기초신원등록카드(Basic Identification Card)입니다.
- ⚡️편집주 : 보더패스는 엄밀히 말해 비자는 아니다. 태국 정부는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국경 인접지역 주민들이 좀 더 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도이다. 양국 간 왕래를 편리하게 하고 경제적,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며, 비자 없이 상대 국가에 단기 체류(보통 일주일)가 가능하다. 매솟-미야와디에는 잠은 미야와디(Myawaddy)의 집에서 자지만, 매일 국경을 넘어 매솟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핑크카드’는 태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나 등록이 지연된 이주민들에게 임시로 발급하는 카드다. 무단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의 경우, 안전하게 체류하려면 이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태국에 만연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인구수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현실적으로 태국 내 미얀마인 이주노동자는 350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상당수는 미등록 신분으로 살아가는 거죠. 이런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죠. 보통은 공장이나 건설 현장, 농장에서 일을 하고요. 미얀마에서 갖고 있던 기술을 살려 일하기도 하지만, 이주민 인구가 워낙 빠르게 증가하다보니 어떤 일이든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단기 혹은 장기적인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미등록 신세라는 겁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제도적 절차 자체가 미비한데요. (미얀마 쿠데타 이후) 지난 3년 동안 태국 정부는 이와 관련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법적 등록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태죠. 따라서 새로 이주해 온 노동자들은 매솟에서 취업 기회가 매우 한정적이고 구직에 성공해도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사용자들은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주거나, 노동법을 위반해도 된다고 생각하죠. 엄청난 착취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매솟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죠. 이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없지만, 오늘날의 태국 경제는 이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농업,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 그렇죠. 사실상 미얀마와 베트남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 과제는 YCOWA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태국 내의 다른 조직들과 함께 협업해야 하죠. 함께 고민하면서 장기적인 솔루션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방문단 : 쿠데타 이후 태국으로 오는 미얀마인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미얀마 군부도 뭔가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제가 치앙마이에 머무를 때, 미얀마 이주노동자 대상 단속이 아주 심하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뭔가 미얀마 군부가 태국 정부랑 공모해서 이뤄진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습니다.
YCOWA : 물론 추측해보자면 어떤 정부든 자신의 안보 정책을 갖고 있고, 만약 자국민들이 계속 빠져나간다면 아무래도 우려가 되니까 그렇게 타국 정부에 연락을 취해 단속을 종용하게 될 수 있겠죠. 정책 자체가 강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그걸 지키지 않을테니까요.
또 하나 문제는 법률적인 문서 등록에 있어 난점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바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겪는 현실과 관련돼 있죠. 미얀마 군부와 태국 군부 사이의 연계가 강하다고는 하는데, 정황상 증거들이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미얀마 군부는 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세율 25%를 매겨 걷어 가려고 했죠. 이와 관련해 태국 정부와 소통했고, 실제 올해 초 미얀마 군관계자가 미얀마인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태국 내 한 공장에 와서 답사까지 했습니다. 만약 미얀마 군부-태국 정부가 서로 소통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겠죠.
또 다른 문제는, 원래 태국 내 19개 지역에 이주노동자 지원 센터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곳들이 다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미얀마 이주민들이 비자를 갱신해야 하거나 이슈가 생기면 미얀마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가야 하죠. 그러면 해주겠지만, 너 여기 2년 있었으니까 세금을 많이 내라는 대답을 듣게 되죠. ‘이거 지불하면 비자 줄게’라는. 이런 식으로 강제적으로 세금을 걷는 겁니다. 핑크카드를 소지한 이주노동자가 170만 명 정도인데요. 이걸 연장하려면 미얀마로 다시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2주 전에 태국 경찰이 9만 명의 미얀마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해서 미얀마로 돌려보냈는데요. 그렇게 돌아간 노동자들은 미얀마 군부에 의해 체포되고 처벌받느냐, 아니면 군부 소속 군인으로 동원돼서 총알받이로 전쟁터에 나서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겁니다. 이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나의 패턴입니다.
매솟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은데요. 지난 3년간 태국 정부가 등록 절차에 대해 아무 공지도 하지 않았다보니 결국 노동자들은 매솟에 남아 계속 일하기 위해 지역 경찰에게 뇌물을 상납해야 합니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구독하듯 최소 매월 300바트(원화 12,000원)를 주고 단속을 피하는 거죠. YCOWA가 만나고 있는 노동자들이 1만 명인데요. 이것의 몇 배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매월 이 지역의 태국 경찰에게 주고 있는 겁니다. 엄청난 현찰을 쌓아두고 있겠죠. 아마 최소 240만 달러 정도는 매월 받을 겁니다. (매솟 내 미얀마인 미등록 노동자의 월 수입은 5,000~10,000바트 수준으로, 원화로는 20~40만원이다.) 이게 바로 현실입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태국 경찰 역시 미얀마 민중의 약점을 잡아 그렇게 하고 있는 거죠.
방문단 : 사실 방금 말씀하신 문제는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한국에 체류 중인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월 수입의 2%(미화 약 30달러)를 세금으로 의무적으로 내라고 요구했죠. 비자가 만료되면 이 기간을 갱신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대사관에 가면 6개월치 180달러를 한 번에 내라고 청구한다고 합니다. 한국 내에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약 3만 명 정도 있는데, 이들이 1년 동안 군부에 내야 하는 소 비세를 합치면 약 12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식으로 태국뿐만 아니라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에 나가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거죠. 아까 지역경찰이 월 300바트를 걷는다고 하셨는데요. 경찰이 이 뇌물을 직접 받으면 법에 위배되니까, 중간에 이 뇌물을 대신 수령해주는 브로커 집단들이 횡행한다고 들었습니다.
YCOWA : 네 맞습니다.
방문단 : 얼마 전에 태국에 있는 자영업자나 보수층 시민들이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을 이제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집회를 태국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했다고 들었는데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YCOWA : 그 사안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태국인 전체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좀 위험할 것 같아요. 어느 나라든 극단주의자들이나 그런 입장의 정치세력은 있는 것이고, 일종의 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공통적으로 이주민들에 대해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반발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이 이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시위한 거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동시대의 모든 국가에서 보이는 하나의 증상이지만, 전체로 확대해서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문단 : 맞습니다. 다른 질문인데요. 혹시 NUG(민족통합정부)와는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혹시 함께 협력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없으시다면 왜 그런 협력이 잘 안 되고 있는지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YCOWA : 사실 NUG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그쪽 사람들과 협력해왔는데요. 그 임시정부의 전체는 아니지만 특정 관계자들이과 좋은 관계를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미팅을 통해 태국 이주와 관련된 이슈나 정책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또 NUG 노동부와 협업을 하거나,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NUG는 이런 정보를 취합해 자신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 데 활용하겠죠. 이곳의 노동조합 어드바이저들은 미얀마 군부에 맞선 싸움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고, 우리같은 활동가 조직이나 대중조직은 그 자체로 자율성이 있죠. 서로 책임이나 역할도 다릅니다. 그러니 각자 자신의 일을 하다가 간혹 협업이 필요할 때 연락을 취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문단 : 오늘 만남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 한국 사회운동과 YCOWA가 함께 무엇을 하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매솟에 사는 미얀마 노동자들의 삶이 쿠데타 이슈에 가려지지 않고 오롯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우받고 또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함께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 운동이 엄청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데요. 이제는 산별노조나 민주노총도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관심과 역량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과제도 많습니다만, 오늘 나눠주신 얘기를 잘 정리하고 공유해서, 이후에 연대와 교류를 강화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YCOWA : 좋습니다. 최근 저희가 미얀마 이주노동자들 대상으로 노동조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매솟에서 생산한 물건들이 한국으로도 수출되기도 하고 있는데요. 이 자료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공유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 YCOWA 활동가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모임 집행위원회, 플랫폼C 회원들, 그밖에 현지 활동가들
정리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