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청년들의 분노, 반정부 시위로 확산

방글라데시 청년들의 분노, 반정부 시위로 확산

할당제 내의 불공정한 특혜 비율 축소 요구에서 더 나아가,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부의 재분배로 일자리와 복지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2024년 8월 8일

[읽을거리]국제방글라데시, 인플레이션, 불평등, 대중운동, 학생운동, 사회복지

지난 7월 19일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방글라데시 학생회(Bangladeshi Students Association, KNU)구성원들이 집회를 열고 당국의 ‘방글라데시 학생들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21일에는 수천 명의 방글라데시인들이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방글라데시 내 공직 할당제 반대 시위 폭력진압 규탄 집회’를 열었다.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공직할당제 철회를 요구하며 수만 명이 거센 시위를 벌여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거센 탄압에도 굴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저항으로 정부가 공직할당량 방침을 철회했으며, 총리인 하시나 셰이크를 퇴진시키는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공직할당제의 내용과 사회적 배경은 무엇일까?

특혜성 공직할당제의 폐지를 요구한 시위대

방글라데시 청년들이 정부의 공직할당제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 7월 1일이다. 7월 5일 법원이 할당제 유지판결을 내린 후 2주 만에 대부분의 공립대 학생들이 할당제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시위대는 경찰 및 집권여당인 아와미연맹(Awami League) 지지자들과 크게 충돌했다. 아와미연맹 지지 학생들은 무기를 소지한 채 캠퍼스에 들어와 평화롭게 시위하던 학생들을 공격했다. 또한 도시 곳곳에서 보안군이 고무탄과 최루탄을 동원,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한주에만 39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폭력적인 진압에 분노한 시위대는 국영방송사 건물을 공격하고 불을 질렀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대학교를 포함한 정부의 모든 교육 기관에 폐쇄 명령을 내렸으며, 인터넷 연결 차단, 통금령, 군대배치가 결정됐다.

방글라데시에서 공무원직은 높은 임금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일자리다. 40만 명의 졸업생들이 공직 3천 개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데, 전체 공직 중 55%가 특정 그룹에 할당된다. 공직할당제는 1971년 12월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직후 도입됐다. 당시 방글라데시 정부는 독립유공자들을 위해 정부 일자리의 30%를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10%는 여성들을, 또 다른 10%는 원주민과 낙후된 공동체를 위해 할당됐다. 또한 신체 장애가 있지만 국가적 공로가 있는 이들에게도 5%가 할당됐다. 이런 할당제가 해방 이후 독립전쟁을 겪은 국가의 재건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였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공직할당제에 ‘공정’한 경쟁을 요구했다. 소수민족이나 장애인 등을 위한 일부 할당유지는 찬성하지만, 여당지지자들이 보장받는 부당한 할당시스템은 대폭 바꾸라는 것이었다. 30%의 할당을 차지하는 국가유공자쿼터가 총리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의 아와미연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와미 연맹이 국가의 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자손들뿐 아니라 여당인 아와미연맹의 당원 등 수혜자 명단의 조작 가능성 등이 제기되었다.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법원은 국가유공자 특혜 할당제 부활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4일 결국 정부는 대법원의 결정을 따라 93%는 기존처럼 능력에 따라 배분하고,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5%, 소수민족과 장애인 등에 2%를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8월 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대
2024년 8월 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대

불평등의 심화와 저항의 확산

사실 이번 시위의 시작은 2018년 4월, 그해 전국 투표를 8개월 앞두고, 학생들이 할당제 폐지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거를 의식한 하시나 총리는 할당제 폐지를 받아들여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달 법원이 ‘정부의 할당제 폐지 결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고, 정부가 할당제 부활을 발표하면서 또 한 번 시위가 촉발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위의 배경에는 2018년 이후 심화된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있다. 2018년경 방글라데시 경제는 8% 대의 높은 성장률과 비교적 안정된 물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과실은 평범한 노동계급과 학생들의 가족들에게 분배되지 않았다.

2022년 ‘아시아개발은행’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방글라데시 국민의 18.7%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약 6%가 하루 구매력이 2.15달러(약 2900원) 미만이다.

팬데믹의 복합적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은 방글라데시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성장은 주로 서방으로의 기성복 수출과 해외노동자 송금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해외 경제의 침체는 방글라데시 경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9년 42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약 265억으로 줄었고, 6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약 10%에 육박하고 있다. 일부 필수품과 식료품 가격이 무려 30% 인상되었다는 통계도 있다.

여기 더해 2024년 들어서만 거의 매달 부패한 정부 관리들의 소식이 폭로되었다. 그들은 수백만 달러의 자산을 축적했다. 현 총리인 하시나의 보좌관이 불법적으로 40억 방글라데시 타카(3,400만 달러)를 모아 직위에서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

또, 정부는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IMF로부처 차관을 받는 등 상당한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2024년 현재 방글라데시의 부채비율은 약 36.4%다. 이 역시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하시나 총리는 중국의 대대적인 직접투자를 기대했으나 아주 미미한 지원을 받았을 뿐이다.

전체 인구 1억 7천만 명 중 약 5분의 1인 3천 2백만 명가량이 일자리를 잃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에 불만이 누적되어 있던 학생, 청년들은 쿼터제의 불공정함에 분노했고, 이에 공정한 일자리 대책을 요구했던 것이다.

현재 그 불만의 초점은 점점 정부로 옮겨가 하시나 정부 퇴진을 요구했고, 결국 하시나는 쫓겨나 인도로 도망쳤다. 하시나 총리는 정당한 요구를 한 시위자들을 방글라데시 독립 당시 파키스탄 군대와 손잡고 300만 명을 죽인 살인광 ‘라자카르’에 빗대어 모욕하고, 강경탄압해 학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시위의 시발점은 공직할당제에 대한 불만이었을지 모르나, 그동안 축적되어 온 정부의 부패와 무능, 엄청난 불평등, 안일하고 모욕적인 대응에 대한 불만이 합쳐져 정부에 대한 분노로 타올랐다. 여러 정당과 학생들은 군 통금 해제, 시위 지도자 석방, 대학 재개, 하시나 총리의 공식 사과, 당 대표와 내무부 장관 사임 등을 요구했고, 결국 총리를 쫓아냈다.

할당제 내의 불공정한 특혜 비율 축소 요구에서 더 나아가,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부의 재분배로 일자리와 복지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방글라데시 청년들의 용기있는 투쟁은 방글라데시 사회를 더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참고 자료

  • 샤피클 바샤르, 방글라데시 ‘논란의 중심’ 공직할당제, 학생 시위에서 정쟁 갈등으로, The Asian, 2024.7.18
  • 악바르 호사인, 안바라산 에티라잔, 방글라데시, ‘공무원 할당제’ 추진에 대학가 시위 격화, BBCnews 코리아, 2024.7.17
  • 민경석, 거리로 나선 방글라데시인들, 뉴스1, 2024.7.21
  • 박중엽, 방글라데시 시위 진압에 실탄···경북대 유학생 “국가 폭력 살인 규탄”, 뉴스민, 2024.7.20
  • 수천 명 시위하며 방송국에 불 질러… 방글라데시 시위에 대한 3가지 사항, BBCnews코리아, 2024.7.19
  • Saqlain Rizve, As Protests Erupt, a Rocky Start to Sheikh Hasina’s Fourth Consecutive Term, The Diplomat, 2024.7.18
  • ‘We sought rights’: Bangladesh on edge after quota protest turns violent, Aljazeera, 2024.7.16
  • At least 17 dead as Bangladesh student protests over jobs intensify, Aljazeera, 2024.7.18
  • Who are the protesters demanding an end to job quotas in Bangladesh?, Aljazeera, 2024.7.18
  • Bangladesh imposes curfew, deploys army as job quota protests continue, Aljazeera, 2024.7.19
  • Girad Mariano Lopez, Why is Bangldesh protesting in the tens of thousands while facing grave state violence?, New Bloom, 2024.7.23

글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