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교노선이 중동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중국의 외교노선이 중동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평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에 달렸다.

2024년 5월 10일

[읽을거리]반전평화중국, 미국, 팔레스타인, 이란, 외교

4월 26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보수언론들은 양국은 라이벌이 아닌 파트너라며, 이 회담이 평화와 협력을 추구하기 위한 만남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국의 (중동)외교관계는 긴장을 완화하고 확전을 방지하고 분쟁의 확산을 피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앞선 지난 4월 11일, 블링컨 국무장관이 왕이(王毅) 외교장관에게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을 말려달라고 전화했을 때, 중국은 시리아주재 이란대사관 폭발을 규탄하며 사실상 중재 요청을 거절했었다. 미국에 협력하는 방식이나 반기를 드는 방식, 둘 중 어느 쪽으로든 중국이 확전을 막고 중동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지난 4월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선제 공격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계속되는 가자지구 대량학살과 인질 석방 협상 거부로 악화되는 국내 여론의 반전과 내부결속을 위해 확전을 기도했다. 광기의 학살을 지속하는 네타냐후가 스스로 자성하고 통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미국은 자신이 이스라엘을 자제시킬테니, 중국 측은 이란을 달래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시리아주재 이란영사관 폭격에 보복 공격을 할 당시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점을 미국에게 사전에 ‘보고’하며,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실제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은 전쟁을 확대할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도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공격에 대해서도 강경한 것처럼 보여야 했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으며, 심지어 사전에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대다수의 미사일들은 미국 등 이스라엘 우방국가 군대에 의해 격추되었고, 목적지에 다다른 미사일들 역시 큰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6일 만에 이란에 재보복 공격을 했고, 미국은 국내의 반전시위와 대선 전 여론을 의식해 이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자제시키려 애썼다.

한데 지난 4월 23일 미국은 무려 13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이스라엘,대만 안보지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 지원규모만 36조원에 달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확전을 반대한다는 것이 말 뿐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살상무기를 지원하면서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스라엘은 여전히 미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하는 최고의 파트너이고, 그 때문에 중동지역에서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의 편에 서 있었다.

이란은 중동의 대표적 반미국가이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친미 동맹국들에게는 불안정의 원천으로 간주된다. 중국은 이와 같은 균열을 비집고 들어와 이란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이란의 ‘외교적 방패’로 부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4년 4월 17일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3배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내세워 미국 내 여론과 자본의 지지를 모두 얻으려 하는 것이다. 물론 미-중 경제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학살 등 두 개의 전시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화약고인 대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양국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대만과 가까운 남중국해의 필리핀과 중국 간 영해권 분쟁을 두고 필리핀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다. 실제 이 지역에서 자신의 우방들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볼 때, 미국이 중국과 만나 평화를 운운하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미봉책으로 보일 뿐이다. 중국 역시 이란을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 도구로는 쓸지언정, 중동 민중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움직이리라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중국은 이스라엘 군수기업들의 오랜 구매자이기도 하다.

중국의 중동 확장

최근 중국은 중동지역으로 경제 투자 및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제10회 아랍-중국 비지니스 컨퍼런스에서 중국 기업과 중동 투자자 사이에 100억 달러(약 14조) 규모, 30건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바레인, 이집트는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했고, 이란은 정회원국이 됐다. 주목할 만한 일은 3월 10일 중국이 지역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중개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이를 ‘중동에서 중국의 외교적 쿠데타’로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그 중 절반 가량을 걸프 지역의 6개국에서 수입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중동 무역은 2,625억 달러에서 5,072 달러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2022년 중국의 무역 파트너 중 중동은 전년대비 27%의 증가율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를 통해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주요 해상 항로를 따라 최소 20개의 항구프로젝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1개의 아랍국가가 일대일로 사업에 공식 서명했다. 또,12개의 아랍국가가 중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혹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15개국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의 회원국이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중국이 중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등 친미 국가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했던 것에 비춰볼 때, 이란과의 관계가 중국에게 더욱 중요해 진 것 역시 사실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올해 1월 태국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만났을 때도 후티 반군 통제과 관련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이란의 관계가 대등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이란 무역수출의 30%를 중국이 차지하는 반면, 중국의 대이란 무역수출은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도 이란산 석유를 대량으로 계속 구매해 왔지만, 이는 중국의 선의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자국정부와 기업들의 이익에 비춘 행동이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중국은 약 4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국가 비축유에 쏟아부었는데, 이것은 경제적 변동성과 지정학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또한 중국이 경제 제재를 받는 이란의 군사기술 이전, 핵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는 것도 대만에서의 충돌을 염두해 둔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중국의 한 안보분석가는 “중국이 대만에 무역봉쇄를 하면 미국은 중동의 동맹국들에게 석유 수출을 중단하거나 미국의 조치를 묵인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대비해 반미국가인 이란을 전략적으로 포섭한 것이다. 즉, 중국은 미국과의 세력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이란을 협상카드로 쓰려고 할 뿐, 이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민주주의와 평화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최근 중국의 군사력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한데 중국 정부는 미국이 전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것과 달리, 표면적으로는 비개입주의 원칙으로 타국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2017년 중국은 지부티(Djibouti)에 항공모함을 수용할 수 있는 정박지를 갖춘 해군기지를 건설했지만, 아덴만에서의 군사 주둔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부티 기지에는 약 200명의 해병대가, 해군 배치에는 보통 한 번에 군함 3척 정도만 배치되어 있다. 수에즈 운하는 중국의 유럽수출 60%를 운송하는 핵심경로이고, 친미 정권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에 무임승차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국은 이 지역에서의 군사 주둔을 더 늘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2023년 기준으로 미국(월 380억 달러)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이슬람국가(월 420억 달러) 에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 또 하나의 거대 시장인 이슬람국가들에 대한 중국과 서구의 치열한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 다툼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평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에 달렸다

현대 국가는 군사적으로 무장한 권력체이지만, 그 군사력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에는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자원이 있지만, 서구와 중국 등 강대국의 군사력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기업들과 유착하고 세계 곳곳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며, 더 많은 권력과 돈을 빨아들이는데 쓰인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곳곳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광기어린 전쟁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지역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의 영토에 직접 발포하는 일이 처음 발생했다. 레드라인이 뚫린 것이다. 현재 우리가 1차 세계 대전 때 보다도 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방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군사개입을 한 것이었다는 역겨운 명분은 언제나 그 지역의 끔찍한 내전과 또 다른 전쟁을 낳았고, 통제할 수 없는 불안정과 기아, 불평등을 강화시킬 뿐이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 역시 ‘환상’이라는 점을 우리는 중국 내부의 자국민 통제에서, 신장과 홍콩에서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알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시위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죽어가고 있다. 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중국이나 이란 등 국가들의 노선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는 것에 있다. 그런 힘이 구축되어야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국제기구나 국제사법재판소 등을 압박하고, 궁극적으로 이스라엘 점령군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

퇴학 위협과 강제 퇴거 등 압박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가자지구 민중에 대한 일방적 학살과 점령을 멈추라고 요구하는 미국의 대학생들, 시오니즘에 비판하는 미국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의 철회를 위해 싸우는 유대인들, 그밖에 전 세계 곳곳의 팔레스타인 연대운동만이 중동의 평화와 팔레스타인 민중의 평범한 일상을 쟁취할 수 있는 희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거리에 나선다면, 탄압에 맞선 힘 역시 그만큼 커진다. 곳곳에서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평화를 바라는 연대의 목소리를 더 키워나가야 한다.

참고 자료

  • 김성식/정은지, 시진핑 만난 블링컨 "美中 첫 AI회담 개최 합의", 뉴스1, 2024.04.26
  • 박은하,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 24~26일 중국 방문 …10개월 만에 중국 찾는 이유, 경향신문, 2024.4.21
  • 강정규, "이란 말려달라" 부탁했지만...美中 갈등에 중재 실패, YTN, 2024.4.14
  • 정은지, 중국, 이스라엘의 이란 반격에 "긴장 고조 행위 반대", 뉴스1, 2024.4.19
  • Dale Aluf, China’s Influence in the Middle East and Its Limitations, The Dipomat, 2024.2.26
  • Leila Fadel, Jackie Northam, U.S. wants China to use its influence with Iran to calm tensions in the Middle East, NPR, 2024.4.17
  • Thiago de Aragao, The Iran factor in the China-Taiwan-Us triangle, The diplomat, 2024.2.3
  • John Rees, The west’s disastrous relationship with the Iranian people is why the middle east is so dangerous now, Stop the War Coalition, 2024.4.24

글 : 김지혜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