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방위사업청 앞에서 무기수출 중단을 외치다

대전 방위사업청 앞에서 무기수출 중단을 외치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과 <아덱스 저항행동>은 지난 19일 대전 방위사업청 앞에서 한국정부의 이스라엘 무기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2024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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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1월 19일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다.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대전 방위사업청 앞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후 대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오후 2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대전광역시에 소재한 방위사업청 앞에서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명 이상의 시민이 손수 만든 피켓을 들거나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참여했다.

집회 주최 측은 "한국 정부와 방산 기업은 무기 수출을 통해 이스라엘의 무장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그러한 죽음의 행렬이 더는 이어지지 않도록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에 연대하는 것, 그리고 침략과 파괴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것이 한국에 사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과 헌화를 진행하고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공급 중단하라", "한국군의 홍해파병 군사개입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한국 정부의 즉각적인 무기 금수 조치 및 군사개입 반대를 촉구했다.

이어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시민단체 플랫폼C 활동가 김지혜씨는 "한국 정부는 전쟁광 이스라엘의 방위산업을 롤모델 삼아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직간접적인 무기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지난 10년간 한국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세 배가 늘었다. 그리고 이곳 대전을 K-방산 도시로 만들겠다면서 방위산업체를 이전하고 무기연구소를 만들고 무기박람회까지 개최하고 있다"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김씨는 이러한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에 반대하고자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 촉구 긴급 서명운동'에 방탄소년단과 NCT 등 K-POP 그룹의 팬들과 일본의 청년학생운동가들을 포함해 만 명이 넘는 전 세계인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서명운동에는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군사 협력을 중단할 것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즉각 휴전과 학살 중단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 등 3가지 요구가 담겼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자아씨는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98명이었다. 198명의 희생자가 현재 2만 4천여 명이 될 때까지 한국 정부는 이를 멈추기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이스라엘에 공조했다"며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학살 무기 수출을 당장 중단하라. 누구를 어떻게 죽일지 알면서 보내는 그 무기를 당신들의 이름으로 지금 당장 막으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이후 지역에서 개최된 첫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였던 만큼 지역 활동가들의 연대 발언도 있었다.

김재섭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대전시민으로서 이번 집회 장소는 참 어려운 장소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의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해왔기 때문"이라며 "방위사업청은 예산 규모도 크게 연계 업체도 많은 방산 사업을 주관하는 주무처인만큼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기에 많은 시민들이 찬성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런데 그 방위사업청이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이 어린이와 노인, 민간인을 죽이는 무기를 수출하고 있을 때 지역의 시민사회는 어떤 태도를 지켜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하지만 타인의 죽음을 먹고 성장한 대전시의 도로를 걷고 싶진 않다. 이윤만을 추구하다가 인간성을 버릴 수는 없다"면서 방위사업청이 있는 대전시민의 일원으로서 한국 정부의 무기 수출에 반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아산공장에서 활동하는 오지환씨 또한 "아산에서는 이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없어 기쁜 마음으로 대전에 왔다"며 "스페인, 벨기에, 영국 등지에서는 운수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 운송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연대 투쟁은 벌어지고 있지 않지만 나부터 아산의 일터에서 팔레스타인 학살의 참상을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고 현장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굳센 연대를 만들어나겠다"고 발언했다.

연대 발언 중간중간 참가자들은 2009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 당시 만들어진 노래 '우린 굴복하지 않아'를 함께 부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연대 의식을 강조하고 방위사업청을 향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연대 발언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을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퍼포먼스 이후 방위사업청 관계자에게 만 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한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 촉구 긴급 서명운동'을 직접 전달했다.

글 : 박성우 | 대전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