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민중의 죽음을 먹고 성장하는 도시가 되지 않길

팔레스타인 민중의 죽음을 먹고 성장하는 도시가 되지 않길

타인의 죽음을 먹고 성장한 대전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윤만을 추구하다가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됩니다.

2024년 1월 22일

[읽을거리]지역반전평화, 지역운동, 대전, 방위산업

이 글은 지난 2024년 1월 19일(금) 낮, 대전에 위치한 방위사업청 앞에서 진행된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 무기수출 중단하라' 집회의 한 발언을 옮긴 것이다. 발언자 김재섭 활동가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상근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진행되는 무차별적인 집단학살에 분노하고 연대하기 위해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평화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부끄럽게도 매순간 벌어지고 있는 학살과 죽음이 가져오는 심리적 압박과 피로감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주하고 이야기하기 두려웠던 것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복잡하게 꼬여버린 역사적 관계와, 거대한 세계적 질서, 먼 거리라는 물리적 조건이 여러가지 변면거리를 만들어준 것도 사실입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개인은 개인의 삶게 집중하게 되는 것 처럼, 국내와 지역 이슈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침공 직후부터 오늘 이자리까지 여러 곳에서 평화의 목소리와 희생자에 연대하는 활동을 해오신 것들을 지켜보고 응원해왔습니다.

발언 중인 김재섭 활동가
발언 중인 김재섭 활동가

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학살을 경험한 유태인들이 또 다른 존재를 향해 죽음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분노와 절망의 악순환을 보게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이라는 가자지구에 장벽을 두르고 마치 유희를 즐기듯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구경하는 이스라엘을 볼 때면 거대한 절망을 마주합니다. 이 절망에는 세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의 방관자가 되어버린 아니 동조자가 되어버린 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선 최소 2만4620명이 사망하고 6만1830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40%는 어린이로,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하루 평균 100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무기가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정권을 막론하고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해왔으며, 그 금액은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다른 지역의 분쟁과 죽음을 명분삼아 한국의 무기를 잘 포장해서 외국에 판매하며 k 방산의 성과라고 선전해왔습니다. 미얀마의 군부가 민간인들을 진압할 때 사용하는 최루탄이 한국산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학살에 어떤 책임이 있을까요? 구체적 답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어디에 연대해야할 지는 명백합니다.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점유, 무차별적 공습, 병원과 학교, 아동과 노인에게 까지 가해지는 전쟁 범죄, 무고한 민간인의 죽음과 싸워야 합니다. 테러행위에 대한 보복이라는 얄팍한 변명에 동조하지 맙시다. 저는 팔레스타인의 삶과 연대하고자 합니다.

저는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이자 시민사회활동가 입니다. 대전 시민으로서 이번 집회는 참 어려운 집회이기도 합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의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방사청은 예산규모도 크고, 연계 업체도 많을 수밖에 없는 방산 산업을 주관하는 주무청이기에,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방사청 대전 이전이 확정되었을 때, 동시에 대전시 주도로 대전시를 국방산업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지역의 시민사회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요? 타인의 죽음을 먹고 성장한 대전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윤만을 추구하다가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은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했고, 그로 인한 끝없는 증오의 연쇄를 직접 느끼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우리가 또다른 학살과 증오를 만들어내는데 동참해서는 안됩니다. 방위사업 일반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범죄에 동조하지 말것을 촉구할 수는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방사청은 민간인을 죽이는 범죄에 가담하지 마십시오. 죽음의 무기상 역할을 당장 중단하기를 촉구합니다.

모든 시민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명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평화는 전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미워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에 함께하겠습니다.

말 : 김재섭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