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학살과 점령,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방법

끝나지 않은 학살과 점령,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방법

팔레스타인 민중은 저항을 멈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멈추지 않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한다.

2023년 12월 7일

[읽을거리]반전평화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팔레스타인, 반전평화, 식민지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은 끝났는가? 끝나지 않았다. 며칠에 불과한 임시 휴전의 평화가 무색하리만치 이스라엘 점령군은 여느때보다 잔혹한 폭격을 쏟아붓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중에 가해진 75년의 식민 점령은 종식됐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식민 점령은 이번 학살로 더욱 고착화되려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중은 저항을 멈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수만 명의 동료 시민, 부모, 아이를 잃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의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저항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저항은 국제적인 반전운동의 연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학살에 반대해 활동한지 50여일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141개의 단체가 함께 하고 있으며, 참여하는 단체도 점점 늘고 있다. 이 연대는 더욱 확장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긴급행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 식민지배, 아파르트헤이트 등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한다. 한반도의 일제강점기를 ‘일본과 조선 간의 분쟁’이라고 부르지 않듯, 팔레스타인에서도 모든 사람이 분쟁이라 부르지 말아 달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령자와 피점령자를 대등한 두 당사자로 둔갑시킬 수 있는 표현들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의지이다.

지난 11월 19일,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가정집 폭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이었다.
지난 11월 19일,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가정집 폭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이었다.

한국 시민사회의 실천을 결집하기 위해

'긴급행동'이 결성된 것은 10월 16일 열린 긴급포럼 「팔레스타인은 왜 - 주류언론이 질문하지 않은 것들」이 그 계기였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플랫폼C가 공동추죄한 이날 포럼에는 180여 명이 함께했다. 주류언론이 왜곡하는 팔레스타인의 실상을 알리고 이스라엘 점령을 비판하는 활동을 한국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고, 연대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결의가 모아졌다.

한국 정부와 일부 기업들은 경제, 군사, 학술 등 여러 방면에서 이스라엘의 만행을 묵인하거나 협조해왔다. 여러 한국 기업이 이스라엘 군수산업과 직접 거래하고, 팔레스타인들의 거주지를 파괴하고 이스라엘 정착촌과 검문소를 짓는데 협조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03년 이스라엘 최대 방산업체 엘빗시스템스(Elbit Systems)와 F-5 개조 수출에 관한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고, 2011년 기아자동차㈜는 이스라엘 점령군에 리오(프라이드) 모델 군용 차량을 대량 공급했다. 또한 현재 현대중공업㈜의 건설 중기는 이스라엘 점령당국에 의해 팔레스타인의 가옥 파괴와 식민 점령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 점령당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며 점령정부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리 정부는 지난 지난 10월 27일 유엔 총회에서 ‘점령된 동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라는 제목으로 열린 긴급 세션에서 채택된 「민간인 보호와 법적·인도적 의무 준수」, 「인도주의적 휴전」 결의안에 기권하기도 했다.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결정이었다. '긴급행동'은 이런 한국에도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

지난 10월 22일, 11월 4일, 11월 26일 '긴급행동'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세 번의 집회를 열었다. 매번 5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참여해 이스라엘의 폭격과 학살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부나 일부 기업들과 달리 한국에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11월 4일 2차 집회를 준비하던 중 우리는 경찰에게 대사관 앞 행진은 불법이라며 '행진 부분금지 통고'를 받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외교기관이 업무를 보지 않는 휴일'에는 예외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를 부렸다. 이처럼 경찰은 윤석열 정부 이래 지속적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시도들을 벌이고 있다. 사회운동은 이런 시도들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긴급행동'은 경찰의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통고에 굴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부분금지통고 집행정지신청서를 행정법원에 접수했다. 이런 노력 끝에 행정법원은 경찰의 부분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올바른 결정을 냈다.

그럼에도 11월 4일 당일 경찰은 행진대열이 행진신고를 낸 방향이 아니라 역방향으로 행진할 것을 강요하며 평화로운 행진을 방해했다. 이후, 경찰은 11월 26일 3차 집회에서도 순방향이 아니라 역방향으로 행진할 것을 통고했다. 이번에도 '긴급행동'은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다시 한 번 경찰의 방해가 부당하다는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 안정적이고 힘차게 행진할 수 있었다.

1차 긴급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
1차 긴급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

'긴급행동'의 크고 작은 실천들

'긴급행동'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집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우선 11월 6일 부터 지금까지 매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하라" 대형 팻말과 팔레스타인들의 검은 관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과 경찰은 1인시위 참가자들을 방해하지만, 1인시위 신청자들이 많아 12월 까지도 이미 시위자들이 결정되어 있다.

11월 9일 '긴급행동'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에 맞춰 외교부 정문 앞에서 항의 행동을 펼쳤다. 평일 오후에 긴급하게 모인 40여 명의 참여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회담 시간 내내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범죄 공모자 미국 정부의 ‘피 묻은 손’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와 현수막 시위를 진행했다.

11월 13일 이스라엘 대사관 주변에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3개 진보정당 명의로 학살에 항의하는 현수막 걸기 행동을 진행했다. 이후 20개의 현수막이 한달 째 내내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걸려있다. 당시 이스라엘 대사관 측은 후안무치하게도 현수막에 항의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라는 문구가 이스라엘 국가를 부정하는 구호라는 것이다. '긴급행동'과 함께하는 진보정당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스라엘 정부와 대사관은 학살부터 중단하라!”는 메세지로 응답했다. 11월 28일에는 2차 현수막 행동이 이어져, 현재 이스라엘 대사관 주변에는 수십개의 항의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이 행동은 지속될 것이다.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 걸린 현수막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 걸린 현수막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11월 17일에는 「이스라엘은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평화를! -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라는 제목으로 추모와 애도의 행사를 열었다. 군사 점령과 공격으로 숨진 모든 무고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신발을 보내달라는 호소에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신던 신발을 보냈다. 순식간에 3천 켤레의 신발이 모였고, 이 신발들은 당일 하루종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 설치됐다. 이날 행동은 '추모의 밤 촛불 시위'로 마무리 됐다.

'긴급행동'은 참가단위인 사단법인 아디의 주관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생존자의 생명과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자지구 폭격 피해가족 생계지원 모금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12월 26일까지 진행될 이 모금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살해, 실종, 부상당한 가구들에 생계지원용 현금 지급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가자지구는 전면 봉쇄로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새벽부터 여섯 시간 줄을 서 겨우 구할 수 있는 식량이 빵 한 조각이다. 정수시설마저 폭격당해 깨끗한 물 한 모금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안이 없는 주민들은 폐수와 바닷물이 섞인 우물을 떠 마시며 심각한 질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기와 연료, 의료품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부족하다. 이번 긴급 생계지원 모금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해생존자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전달될 것이다.

한 달간 민간인 사망자 수 1만 명, 희생자 6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
한 달간 민간인 사망자 수 1만 명, 희생자 60%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

12월 10일, 4차 긴급행동에 함께 하자

오는 12월 10일 일요일 오후 2시 '4차 긴급행동'이 예정되어 있다. 최근 이스라엘 점령군은 일시적인 폭격 중단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무지막지한 폭격을 쏟아붓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고, 기만적이게도 이스라엘 점령군의 학살을 비호하고 있다. 이런 책임에서 한국 정부도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점증하는 학살과 식민점령에 맞서 보다 광범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긴급행동'은 즉각적인 이스라엘의 폭격중단 요구와 팔레스타인 인들의 생계지원 뿐만 아니라, 이 학살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주목하며 활동할 것이다. 75년간 이어져 온 군사점령과 식민지배를 끝내도록 이스라엘을 강제할 때 지금과 같은 학살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카이로, 테헤란, 이스탄불, 바그다드까지 중동 전역의 시민들과 런던, 글래스고, 파리, 바르셀로나 등 유럽에서도. 미국 내 유대인들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홀로코스트가 재현되어선 안 된다며 "네버 어게인", “지금 당장 휴전”을 외쳤다. 뭄바이,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케이프타운, 멜버른, 온타리오, 오사카, 타이페이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연대 행동이 끊이지 않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휴전을 외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 민중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식민지배를 규탄하는 하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긴급행동'은 앞으로도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에 반대하며, 이를 멈추기 위한 국제적인 반전 운동의 노력에 동참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에 함께해 주실 것을 호소한다.

이스라엘은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해방을!
한국 시민사회 4차 긴급행동

📅일시: 2023.12.10(일) 오후2시
⛺️장소: 청계천 무교동사거리 (서울 중구 무교로 32)
🔥주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문의: action4palestine.kr@gmail.com

팔레스타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글 : 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