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나타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지하철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체 정원의 13.5%에 달하는 2,212명을 2026년까지 감축하겠다"는 ‘인력 감축안’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반발하면서 11월 9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영상황 등에 비춰볼 때 교통요금 인상은 불가피했으며, 공사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17조6,808억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이용객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급속하게 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하철은 2019년 대비 2020년 한 해에만 수송실적이 27.4%나 감소했다. 이후에는 다소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2019년 이용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용 승객의 이와같은 감소로 2019년부터 지금까지 운임손실액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 역시 연평균 3천억원 수준인데, 전적으로 서울교통공사의 부담으로 누적되고 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로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 때문에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구조조정과 요금인상을 통해서만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용 감소와 고물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많은 선진국과 여러 대도시들에서는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저렴한 월 정액제나 무상교통 등을 확대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시는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서울시는 월 6만5천원 기후동행카드를 급조해서 발표했지만, 이것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가 아닌 국내 상황만 놓고 봐도 서울지하철에 대한 서울시의 재정지원은 매우 부족하다. '도시철도공사의 재정지원 내역'(아래 표 참고)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운영부문 재정지원은 매출액 대비 21%로 타 광역시 대비 매우 낮다. 서울시는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서울시의 예산규모와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을 생각하면 턱없이 낮은 지원이 아닐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서울시의 재정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전 사례를 보면 요금 인상도 경영개선에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2014년과 2015년, 그리고 인상된 요금이 반영된 2016년의 실적을 확인하였을 때 매출이익률과 영업이익률에 유의미한 개선이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7년부터 원가율과 영업이익률이 매우 악화되었으며 구조적인 개선 없이 요금인상만으로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남정기, 2023).
즉 서울시의 충분하고 장기적인 재정지원과 대중교통 이용률 확대를 위한 자동차 수요 전환 등의 정책 실천이 없으면 요금 인상은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교통공사 소속 노동자 2,212명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 역시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서울지하철 이용증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는 대안이 아니다.
서울시가 추진한 교통요금 인상과 인력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서울교통공사의 경영개선에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효과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먼저 다 해야 한다. 서울 시민과 노동자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를 즉각 멈춰야 한다.
이번 서울교통공사노조 파업은 정부와 서울시의 부담전가에 맞서는 정당한 파업이다. 서울시는 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인 월 정액제를 도입해야 하며, 인력 구조조정 계획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고물가와 기후위기 상황에서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과 투자 증가를 우선시해야 한다. 이는 시민 안전이자 노동안전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글 :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