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홍콩인들과 티베트인들의 성명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홍콩인들과 티베트인들의 성명

우리는 억압에 맞서 싸우는 모든 사람의 공동 운명을 인정하는 진정한 해방의 정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2023년 10월 27일

[읽을거리]반전평화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반전평화, 제국주의, 성명, 홍콩

2023년 10월 20일 홍콩 좌파 연구자·활동가 그룹 '라우산(流傘)’에 게시된 글을 번역한 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 거주하는 홍콩인과 티베트인으로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 점령, 정착민 식민주의를 전적으로 규탄하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한다. 우리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학살적인 포위 공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또한 동료 망명자 및 디아스포라 공동체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에 연대할 것을 촉구한다.

연대는 억압과 고통에 대한 서로 다른 경험을 하나로 묶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식민 지배자들이 종종 같은 도구를 공유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엘리트 경찰학교는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대테러 전략 경험을 동투르키스탄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국 소수민족위원회장은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정착민 전략과 역사적인 미국과 러시아의 확장주의를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억압자와 식민지배자가 서로의 전술을 빌리듯, 피억압자와 식민지배를 당하고 있는 우리도 서로에게 이해와 연대를 빌려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홍콩인과 티베트인들이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그 자체의 맥락에서 이해할 것을 촉구한다.

팔레스타인에 위치한 비르자이트(Birzeit) 대학교의 교직원 연합은 이렇게 말했다: “저항권은 권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존재 방식이자 생존 방식이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다”며 “식민지배와 피식민지 사이에 도덕적 동등성은 없다”고 말했다. 주류 언론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묘사하든, 우리는 이 비극이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도발적인 공격으로 촉발된 것이 아닐 뿐더러 동등한 양측 간의 갈등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여러 강대국의 지원을 받아 지난 75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협하고 이주시켜 왔다. 이러한 이주와 이를 강제하기 위해 사용된 군사적 폭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 속에 말 그대로 재앙인 ‘나크바’로 자리잡았다. 이스라엘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를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아 왔다.

현재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비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 식량, 연로, 물, 전기를 차단했다. 이스라엘은 병원, 학교, 주택을 폭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국제 인도법을 위반하는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역사학자 라즈 시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집단학살(제노하이드)은 매우 노골적이고 공개적이며 부끄러워할 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는 매일 수백 명이 살해되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한다.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인종 청소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에게 하루도 안 되어 가자지구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주하라고 지시한 후 유일한 탈출 통로와 다른 인도주의 통로를 폭격하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계획이 “인도주의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는 노인, 부상자, 장애인 그리고 소위 ‘더 안전한 지역’으로 피난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을 애도한다.

홍콩인과 티베트인으로서 우리의 연대는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의 오랜 역사적 관점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연대는 울타리 안팎에서 피를 흘린, 폭력적인 정착민 식민주의의 대가를 치른 모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포함한다.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제노사이드와 폭력의 언어로 일관해 왔으며, BDS운동(이스라엘 점령당국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중지시키기 위한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 국제 캠페인)과 같은 팔레스타인의 비폭력적 대응 시도를 억압해왔다. 비폭력 운동에 대한 폭력의 지속적인 억압이 지금으로 이어졌다.

우리 운동 중 일부는 비폭력의 원칙을 고수하지만, 우리는 운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다른 형태의 저항도 인정한다. 우리는 자유주의자들이 ‘비폭력’을 강조하는 것이 종종 탈식민주의 투쟁을 무마시키는 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주목하고 싶다. 또한 다양한 탈식민 투쟁을 묘사하는 서구 미디어의 위선을 지적한다. 이상적인 ‘비폭력 저항자’로 물신화된 티베트인으로서 우리는 서방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학살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비폭력의 수사를 사용한 방식을 강력히 규탄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2018-19년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롭게 국경을 향해 행진하던 중에 무차별 공격을 받았던 ‘귀환의 행진’ 기간 동안 국제 사회의 침묵과 무대응을 기억한다. 26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30,398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 16,027명이 어린이였다. 우리는 또한 프랑스, 독일 및 기타 여러 국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단속하고 금지하는 것은 물론, 반(反)BDS 법을 통해 비폭력 시위가 적극적으로 범죄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중국은 팔레스타인 대의를 형식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로 인해 폭력정권에 대한 저항의 경험을 우리 공동체에 전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억압자들 사이에서 억압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피억압자들이 가능한 모든 평화적 선택지를 소진했지만, 도처에서 더욱 거세진 국가 폭력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전략적, 전술적인 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러한 질문은 우리가 자결권을 위한 운동에서 늘 고민해왔던 문제이다. 많은 운동에서 우리는 억압에 대한 비례적인 대응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당한 폭력이란 무엇인지, 국제적으로 누가 우리에게 상징적 지원이 아닌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왔다. 우리는 우리 운동의 일부 세력이 동의되지 않는 전술을 추구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운동 전체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우리는 모순을 헤쳐나가며 우리의 전망에 따른 운동을 명백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간됨을 옹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얄팍한 기능적 정치를 거부하고, 모든 억압에 맞서 싸우는 사람의 공통된 운명과 인류애를 인정하는 진정한 해방 정치를 받아들일 것을 우리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촉구한다. 이러한 핵심적인 연대를 바탕으로, 중국의 투자, 기술 및 무역 지원과 같은 중국의 이스라엘과의 협력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볼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여 BDS 운동에 참여하고,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원하는 공급망을 차단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말은 날아다니고 행동만이 영향을 끼친다.

강에서 바다까지!(From the river to the sea!)

  • "강에서 바다까지"(النهر إلى البحر) : 이 구호는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의 모든 땅을 포함하는 '1948년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된다.
“팔레스타인의 자유 없이는 우리의 자유도 불완전하며, 동티모르, 수단 및 세계 다른 지역의 분쟁 해결 없이는 우리의 자유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 넬슨 만델라, 1997년 12월 4일 프리토리아, 팔레스타인 민중과 함께하는 국제 연대의 날에서 넬슨 만델라 대통령 연설

글 : 익명의 티베트인과 홍콩인들

번역 : 이경희, 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