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국가전복선동죄’로 체포된 두 활동가를 위 한 구명운동
2023년 10월 17일
2021년 9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체포된 두 명의 젊은 활동가에 대한 구명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황쉐친(黄雪琴)과 왕젠빙(王建兵)이다. 두 사람은 현재 광저우(广州) 구치소에 수감돼 있고, 보석 석방은 모두 거부되고 있다. 변호사 접견마저 어려우며,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고문도 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왕젠빙은 200일 넘게 독방에 갇혀 아무도 만나지 못하기도 했고, 황쉐친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자신들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황쉐친 활동가(35세)는 수년 동안 영페미니스트 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왕성하게 활동한 바 있다. 왕젠빙 활동가(40세)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에 관심을 갖고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펼쳐온 바 있다. 두 사람은 2021년 9월 왕젠빙의 자택에서 친구들과 차를 마시다가 체포됐는데, 기소된 혐의는 ‘국가전복선동죄(煽动颠覆国家政权罪)’였다. 이 혐의는 2022년 8월 재판에서 확정됐다.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105조 2항에 따르면, “유언비어 유포, 비방 또는 기타 방법으로 국가 권력의 전복 또는 사회주의 체제 전복을 선동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정기 징역, 형사 구금, 통제 또는 정치적 권리 박탈에 처하며, 주동자 또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누구이고, 어떤 활동을 했는가? 정말로 ‘국가 전복’을 ‘선동’했나?
상기했다시피 황쉐친은 1988년생 광둥성 샤오관에서 태어난 페미니스트이자 저널리스트다. 과거 <신쾌보(新快报)>에서 탐사 기자로 일했고, 오랫동안 중국대륙의 성폭력, 관료 부패, 저층인구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많은 연대 활동을 펼쳤다. 2017년 10월에는 중국 내 여성 언론인 416명을 대상으로 직장내 성희롱 실태조사를 진행해 심층취재 기사를 썼는데, 당시 여성 언론인 80% 이상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언론계가 들썩인 바 있다. 또 대학가에서 발생한 일련의 대학교수 성폭력 사건을 놓치지 않고 보도하며 피해자들을 지원함으로써, 미투운동(#metoo) 물결에 함께 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미투운동은 매우 뜨겁게 이어졌는데, 황쉐친은 이 운동의 가장 충실한 목격자였던 셈이다.
“6월 9일의 수많은 인파 앞에서, 그리고 중국 대륙의 침묵(국가검열과 자기검열로 인한)과는 대조적으로, 홍콩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날 밤낮 나는 두려움 없이 끓어오르는 수많은 영혼을 보았다.”
- 황쉐친, 「나의 범죄인 송환조례 반대운동 행진 참여기」 중, 2019년 6월 10일
그러던 그는 2019년 홍콩대학 로스쿨에 입학할 예정이었는데 6월 9일 당시 홍콩에서 벌어지던 대중시위에 참여해 「나의 범죄인 송환조례 반대운동 행진 참여기」를 게시했다가 그해 10월 17일 광저우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듬해 1월 석방될 때까지 연금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유학 뿐이었다. 그러나 2021년 9월 말 영국으로 떠나기 하루 전 체포된 것이다.
왕젠빙은 1983년 간쑤성 톈수이 출신으로, 베이징과 광저우 일대에서 16년 넘게 활동한 사회운동가다. 대학 졸업 후 농민공 마을에서 청소년 교육을 위해 활동했으며, 비영리사회복지단체인 양광재단(阳光基金会)에서 농촌교육 프로젝트의 매니저를 맡기도 했다. 2014년 광저우로 이주한 그는 계속해서 청소년 교육과 장애인 공동체 역량강화 프로젝트들에 관여했고, 헌신적으로 활동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재해인 ‘진폐증’에 걸린 노동자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했다.
- 진폐증 : 석탄가루가 수년에 걸쳐 폐 조직에 쌓이면서 서서히 반흔이 생기고, 이로 인해 호흡 곤란이 생기는 심각한 질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호흡 곤란은 더욱 악화된다. 석탄가루에 얼마나 많이 노출됐는지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달라진다. 탄광부 진폐증은 탄광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선진국에서 탄광업이 쇠퇴하고 안전 지침이 강화됨에 따라 거의 사라지고 있다.
9월 22일 오전 9시30분, 광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재판을 열었는데, 이날 법원 앞 도로는 완전히 폐쇄됐다. 이날 공개된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황쉐친이 “2019년부터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에 중국 정부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공격하며, 중국 정치 체제를 공격하고 비방하고, 국가권력을 전복하는 사상을 조장하는 기사와 발언을 반복적으로 게시해 왔다”고 기재했다. 또, “2020년 5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해외 단체의 ‘비폭력운동’ 온라인 교육과정에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 중국의 국가권력 전복을 선동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참여를 권유하고 권유했다”고 적었다. 끝으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해외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국내외 주요 사건과 사회운동을 콘텐츠로 삼아 참가자들이 중국 국가 권력에 불만을 갖도록 선동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진행했다”고 기재했다. 황쉐친의 죄는 대체 무엇일까?
왕젠빙에 대해서도 “중국의 국가 권력을 전복할 목적으로” ‘자원봉사단’이나 ‘6·4 학살기념관’ 등 해외 단체에 가입했다는 점, 그리고 “해외 소셜미디어(트위터) 등에 중국의 정치 체제 및 정부를 비판하는 허위 진술과 기사를 반복적으로 게시하거나 공유했다”는 점 등을 기재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광저우시내의 한 임대주택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불만을 선동”하는 등 “조직적인 모임을 가졌다”고 했는데, 이런 기준으로 따진다면 아마 중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가전복선동죄’로 체포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엠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의 인권 경시는 다른 사람들의 복지를 평화적으로 옹호한 것뿐인 두 활동가에 대한 부당한 기소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황쉐친과 왕젠빙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즉시 석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국장은 “황쉐친을 국가전복 혐의로 의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중국에 구금된 다른 모든 언론인 및 언론 자유 수호자들과 함께 황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언론인연맹 IFJ는 성명을 통해 황쉐친에 대한 연대를 밝혔다.
구명운동 측에서는 두 활동가의 석방을 촉구하는 입장을 모아줄 수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freexuebing@protonmail.com으로 영문 또는 중문으로 이메일을 보내주길 요청하고 있다.
글 :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편집위원회